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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의 함정: “구글처럼 편집하면 포털뉴스가 공정해질까요”에 대한 반론

슬로우뉴스에 실린 “구글처럼 편집하면 포털 뉴스가 공정해질까요“(마냐)에 대한 반론을 쓸지 말지 한참 망설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위 보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네이버 및 다음의 뉴스와 검색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의 포털 규제 논리와 절차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 입장에서 위에 글에 대한 반론 ‘행위’가 자칫 정부와 여당의 규제 논리를 편드는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반론을 쓰는 일을 주저케 한다.

그러나 슬로우뉴스를 통해 ‘포털뉴스 논쟁’ 시리즈를 쓴 당사자로서 위에 글에 대한 반론 또한 슬로우뉴스 독자에 대한 책무임이 분명하다. 조심스럽게 “구글처럼 편집하면 포털 뉴스가 공정해질까요”(이하 ‘마냐의 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시작한다.

뉴스생산자와 뉴스중개자는 서로 다른 시장주체다

마냐는 “구글처럼 편집하면 포털 뉴스가 공정해질까요“라는 질문을 좀 더 구체화해서 이어간다.

“포털은 편집원칙을 공개하고 있어요. … (중략) … 기존 언론 중에 이 정도라도 공개하는 언론사는 중앙일보밖에 못 찾아봤습니다. … 그런데 더 이상 뭘 어떻게 공개할 수 있을까요? 조선일보가, 한겨레가 오늘 1면 톱은 이러이러한 원칙으로 골랐다고 공개하나요?”

나는 포털뉴스 논쟁 3: 포털의 사회적 책무와 ‘감히 현명해지려는 용기’에는 이렇게 적었다.

“먼저 구별해야 하는 것은 뉴스 생산자인 1차 뉴스 플랫폼의 ‘뉴스 편집원칙’과 뉴스 중개자인 2차 뉴스플랫폼의 ‘뉴스 편집원칙’은 다르다는 점이다. … (중략) … 문제는 뉴스를 중개하는 2차 뉴스플랫폼의 뉴스 편집에 대한 연구가 지금까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 (중략) … 네이버 뉴스 및 다음 뉴스의 편집방식 또는 시장중개원칙은 무엇일까. … (중략) … 뚜렷하지 않고, 막연한 편집원칙만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뉴스 중개시장의 원칙을 가지고서는 어느 뉴스 생산자도 시장의 소비 신호를 효과적으로 수신할 수 없다. … (중략) … 네이버 및 다음이 구글뉴스처럼 기계적 편집으로 편집 방법론을 바꿀 이유는 전혀 없다. 구글뉴스가 따라야 할 모범이다라고 말할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다음 등 뉴스 중개자와 조선일보, 한겨레 등 뉴스 생산자는 ‘디지털 또는 온라인 뉴스시장’에서 명백히 서로 다른 시장 주체다. 따라서 뉴스 중개자의 비교 대상은 뉴스 생산자가 아니다. 또한 뉴스의 소셜 공유 가중치에 따른 중개 방식(예: 디그 Digg), 언론사에 대한 종합 평가에 기초한 중개 방식(예: 구글 뉴스), 사람으로 구성된 뉴스 편집팀에 의한 중개 방식(에: 다음 뉴스) 등 다양한 중개방식에 따라 뉴스 중개 서비스는 서로 구별된다(참조: 포털 뉴스 논쟁 1: 포털은 저널리즘의 주체인가).

선행해야 하는 과제는, 현재 한국 디지털 또는 온라인 뉴스 시장의 경쟁환경이 공정한가에 대한 분석과 네이버 뉴스와 다음 뉴스의 중개 방식이 뉴스 시장의 수요와 공급 조절 기능을 효과적으로 담당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증적 검증이다. 따라서 일부 언론사가 제시하는 제한적인 사례를 규제 근거로 내세운 정부 및 여당의 포털 뉴스 규제 주장은 단호히 거부되어야 한다.

나아가 디지털 또는 온라인 뉴스 시장에 대한 치밀한 분석은 네이버 및 다음 등 사업자의 몫이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또는 언론진흥재단 또는 관련 학계의 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구글 뉴스 알고리즘’에 대한 비판적 검토는 정당하다.

다음 뉴스  2013년 9월 13일 오후 5시 55분

다음 뉴스
2013년 9월 13일 오후 5시 55분

알고리즘은 사회적 행위고 그 결과물은 사회를 반영한다 

다시 마냐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이런 기준이라면, 당연히 대형 매체가 유리합니다. 현재 구글 뉴스를 살펴보면 대형 매체들이 주요뉴스(탑스토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이 주장에 대한 근거로 구글 뉴스의 한국 판, 영국 판, 미국 판에 대형 매체가 등장함이 제시되고 있다. 나아가 “구글의 방식은 대형 언론사에 가중치를 많이 주는 방식입니다. 우리로 따지면 몇몇 매체들은 환영할만해요. 근데 그럼 다른 매체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나는 “포털뉴스 논쟁 3“에서 이렇게 말했다.

“구글뉴스의 순위 알고리즘에 따르면 대형 언론사가 선호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통 언론사임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충격’, ‘경악’, ‘몸매’, ‘미모’, ‘물오른’ 등 뉴스 소비자의 클릭에 몰두하는 언론사 또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기사 생산의 나침판으로 삼고 있는 언론사는 충분히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유는, 구글 뉴스 알고리즘은 개별 뉴스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구글 뉴스 알고리즘 기준에 따르면 한편으로 훌륭한 뉴스를 생산하고 다른 한편으로 제목 장사, 선정적 사진 장사하는 언론사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또한, 구글 뉴스의 ‘단면’을 예시하는 것은 적절한 비판이 아니다. ‘미디어 다음‘과 ‘네이버 뉴스‘ 첫 화면 뉴스에 주로 등장하는 생산주체는 주류 매체가 아닌 “규모가 작어도 훌륭한 매체”인지 묻고 싶다.

또한 “구글의 방식은 대형 언론사에 가중치를 많이 주는 방식”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구글의 방식은 대형 언론사라도 ‘우라까이'(베껴쓰기를 말하는 언론계 은어)에 열을 올리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등에 뉴스를 노출시키는 언론사에게 감점을 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 디지털 또는 온라인 뉴스시장에서 구글 뉴스 알고리즘이 “기존 큰 매체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알고리즘”(마냐의 글)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

구글 뉴스 2013년 9월 13일 오후 5시 55분

구글 뉴스
2013년 9월 13일 오후 5시 55분

시청률이 높다고 방송이 공정한 것은 아니다

마냐의 글 중에 내 가슴을 아프게 하는 구절이 있다.

“다음과 네이버 뉴스가 그렇게 불공정하다면 1,000만, 2,000만 명씩 보러 오겠습니까? 이용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평가하면, 다음 뉴스 및 네이버 뉴스는 중간중간 여배우 사진을 클릭하게 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멋진 뉴스 중개 서비스다. 특히 짬이 날 때면 스마트폰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등 큰 이슈의 흐름을 살피기에 좋다. 가끔은 스포츠 생중계도 내겐 유익이 크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다음 뉴스가, 네이버 뉴스가 공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당 뉴스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은 없다.

80년대 중고등학생 시절을 보낸 내가 당시 KBS, MBC를 즐겨 본 이유는 그리고 군사정부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놓였던 KBS 뉴스, MBC 뉴스를 시청한 이유는 그 방송사가 또는 해당 뉴스프로그램이 공정했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도 가끔은 지상파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는 해당 프로그램이 공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반대로 다음 뉴스 또는 네이버 뉴스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러나 1,000만 이용자, 2,000만 이용자가 즐겨 찾는 뉴스 중개 서비스라고 공정하다고 주장할 수 없다. 5만 개의 언론사의 뉴스를 중개하고 30개 언어로, 72개 버전으로 뉴스 중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구글 뉴스의 이용자 규모는, 매달 60억 방문과 매주 1억UV 수준이다. 여기서 구글 뉴스 이용자가 바보냐 아니냐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잘못된 것은 네이버 뉴스 및 다음 뉴스가 ‘공정해야 한다’고 몰아치는 정부 및 여당의 태도다. 그들의 몫은, 디지털 및 온라인 뉴스시장이 어떠한 경쟁환경에서 뉴스 생산자, 중개자 그리고 뉴스 소비자 등 전체 시장참여자의 효용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는지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 또는 온라인 뉴스 시장질서가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 다양하게 입증된 논거들이 제시될 때 경쟁 강화, 미디어 다양성 지원, 언론사의 디지털 전환 지원 등 효과적인 시장 ‘지원’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일이 정부 및 여당의 역할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와 여당은 지극히 모호하여 스스로 정의도 하지 못하는 ‘언론 공정성’을 잣대 삼아 네이버 및 다음 등을 압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당한 압력에 대한 방어적 자세에서 네이버 및 다음 또한 ‘언론 공정성’에 대한 초라한 방어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훌륭한 마음이 시스템 비판에 대한 알리바이는 아니다

“출근 후에 제일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뉴스를 열어보며 스스로 ‘중립의 함정에 빠지지 말되 공정하자’라는 다짐을 하는 것입니다” (마냐의 글)

다음 뉴스 편집팀 직원으로 추정되는 분의 애 타고 가슴을 울리는 호소다. 이 분의 소중한 다짐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시스템이지 담당 직원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설령 뉴스 편집팀의 고위 직원이 부당한 거래를 통해 특정 언론사의 뉴스를 과도하게 노출시켰다고 해서 관련 뉴스 중개 시스템을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 브레히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예나 지금이나 따스한” 편집팀원의 애틋한 마음으로 “어부들의 찢어진 그물”을 가려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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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뉴스 편집위원, 메디아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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