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나온 판결. 279] 이진숙 탄핵 기각결정의 문제점. (신미용) (⏳5분)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단 두 명의 위원만으로 KBS와 MBC(방송문화진흥회) 이사에 대한 추천·임명을 강행하는 등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의 본질을 위협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1월, 헌법재판소는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기각 결정). 헌재 결정문에는 단 2인만으로도 다수결의 원리가 작동될 수 있다는 등 충실하지 않은 논증이 담겼는데요.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위기에 빠뜨린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신미용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5. 1. 23.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기각):4(인용) 의견으로 이진숙 탄핵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심판청구 기각 결정 선고).
이진숙 탄핵을 요청한 국회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 이진숙 위원장(‘피청구인’)이 임명된 당일인 2024. 7. 31. 자신을 포함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재적위원 2인으로만 한국방송공사 이사의 추천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임명에 관한 의결을 함으로써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통위법’이라 한다) 제13조 제2항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하였고,
- 피청구인이 자신에 대한 기피신청 의결에 참여하여 각하결정을 하였으며,
- 회피사유가 있음에도 방문진 임원 임명에 관한 안건에서 회피하지 않았고,
- 전문성과 대표성을 고려하지 않은 한국방송공사 이사 추천 및 방문진 이사 임명을 의결함으로써 방통위법과 방송법 등을 위반했고 이에 따라 헌법을 위반했다.
국회가 탄핵을 요청한 근거는 방통위의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의 본질, 방통위 업무의 성격, 방통위의 구성과 회의 소집 및 의결정족수에 관한 규정의 취지 등에 따라 최소한 위원 정수의 과반수인 3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적법하게 의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방통위 2인만으로도 다수결 가능하다고?
재판관 4인(김형두,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은 국회의 탄핵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기각의견). 이하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 방통위법에는 방통위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정하고 있고(제13조 제2항), 법규범의 의미는 문언이 간직한 말의 뜻에 비추어 가능한 범위 내의 것이어야 한다고 하여, ‘재적위원’은 의결 시점에 방통위에 적을 두고 있는 위원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 또한 위 기각의견은 방통위법에서 방통위를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하고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치한 것은 다수결이라는 의사결정의 대원칙 하에 토론과 협의를 통하여 사안을 규율하도록 하여 방통위 의사결정의 신중성과 공정성, 합리성을 도모하고 방송의 자유와 공정성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도,
- 2인의 위원으로 회의를 개최하는 경우에도 위원 간 서로 다른 의견의 교환이 가능하고 이들이 토론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는 경우에만 의결정족수를 충족하게 되는 것이므로 2인으로만 개최되더라도 다수결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다.
- 나아가 위 기각의견은 입법자가 방통위에 최소 3인의 의사정족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면 이를 법문에 명확하게 규정하였을 것인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및 구 방송위원회가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를 명시한 것과 비교하면, 방통위법이 의사정족수를 규정하지 않고 의결정족수만 재적위원 과반수로 규정한 것은 정파적 이해관계 등으로 인하여 위원이 임명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더라도 일부 위원만으로도 의결할 수 있게 하여 방통위의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인 과반수는 만장일치 의결만 가능, 헌법 기본질서 부합 어려워
그러나 위 기각의견은 방통위법의 의결정족수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규정상의 ‘재적위원’의 뜻은 확인하였으나, 같은 규정에 있는 ‘과반수’라는 문언의 뜻은 검토하지 않는 잘못을 저질렀다.
정족수를 정하는 규정 또한 하나의 규범이므로, 우연한 사정에 의해 그 작동의 가부가 달라지도록 해석되어서는 아니 된다. 2인의 재적위원의 과반수라는 것은 2인의 의견이 동일할 때만 성립 가능하고, 재적위원 2인의 의견이 다를 때에는 개념상 성립할 수 없다.
토의를 거쳤는데 과반수에 도달하지 않은 것과 원천적으로 과반수라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2인의 과반수라는 규범이 성립되기 위하여는 2인 과반수 성립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2인의 과반수 성립은 의견 차이가 개입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의견의 차이가 배제되는 것은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기 어렵다.

2인의 과반수로 의결할 수 있다는 것은 2인의 의견이 일치되는 만장일치의 경우에만 의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기각의견이 2인의 위원으로 회의를 개최하는 경우에도 토론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는 경우에만 의결정족수를 충족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2인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외면하는 것이 이러한 점을 웅변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각의견은 3인의 위원이 결정한 텔레비전방송수신료 분리징수에 관한 결정 사례(헌재 2023헌마820등)를 들어 2인 위원의 의결도 적법하다고 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구 방송위원회가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전원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방통위와 차이가 있음을 도외시한 채, 방통위의 의사정족수 규정이 명시되지 않은 것을 일부의 위원만으로라도 작동될 수 있도록 함이라고 방통위법의 입법경과에도 맞지 않는 신중하지 않은 판단을 하고 있다.
기각의견은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있느냐의 여부와 별개로, 규정의 문언의 검토의 미비, 3인 위원의 결정과 2인 위원의 결정의 차이의 무시, 다른 방송 관련 위원회와의 부정확한 비교 등, 논증이 매우 불충실한 점만으로도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의도적 ‘2인 체제’ 유지, 방송 독립성 보장 못 해
재판관 4인(문형배, 이미선, 정정미, 정계선)의 인용의견은 피청구인이 재적위원 2인에 의한 의결이 방통위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고 용인한 상태에서 의결을 강행함으로써, 헌법 제21조의 취지를 구체화한 방통위법 제13조 제2항을 위반하였고, 방통위원장의 권한 행사 및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여 파면함이 상당하다고 하였다.
인용의견은 법률에 대한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할 때에는 헌법에 합치되는 합헌적 법률해석을 하여야 하므로 방통위법 규정의 해석에서도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방송의 자유의 의의 및 방통위를 독임제(의사 결정이나 집행을 한 사람이 담당하는 제도)가 아닌 합의제 기관으로 설치 한 입법자의 의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재적위원 2인만으로는 합의제가 아닌 독임제 기관처럼 운영될 위험성이 있으며 적법한 심의·의결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2인 의결의 적법성을 인정하면 ‘행정부에 의한 방송 통제와 탄압을 방지하고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방송 규제 기능의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취지가 몰각되고, 의도적으로 ‘2인 체제’를 유지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독임제 기관으로 운영하는 결과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인용의견이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을 제기한 점은 전적으로 타당하고, 의도적인 2인 구성으로써 행정부에 의한 방송의 통제와 방송의 독립성 훼손의 위험을 지적하고 있는 점은 매우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광장에 나온 판결: 279번째 이야기
🏛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진숙) 탄핵 기각 결정 판결비평
👨⚖️ 헌법재판소 재판관 문형배(재판장),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정계선, 2025.1.23. 선고 2024헌나1 [판결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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