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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호 칼럼] 올해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이벤트로 평가받는 미국 연준 ‘빅컷'(0.5% 금리 인하)의 의미와 관련 쟁점을 하나씩 되짚어봅니다.

금리 인하


  • 지난 18일 미국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기 회의서 정책금리 타깃이 5.25~5.5%에서 4.75~5%로 인하되었다. 2022년 3월 시작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인하 사이클로 전환되었다.
  • 첫 금리 인하 규모를 둘러싼 논쟁은 소위 빅컷(50bp 인하)이 베이비컷(25bp 인하)을 꺾고 현실화했다. 하지만 관련된 쟁점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1. 리스크 균형


  • 이날 연준은 회의 결과 공지에서 ‘실업률이 늘었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갖게 되었다. 실업이 늘어날 위험과 인플레이션이 증가할 위험이 대체로 균형 상태에 도달했으며, 이에 맞춰 정책 금리를 인하하였다’라고 밝혔다.
  • 지난 7월31일 FOMC 결과 공지문과 차이가 난다. 당시에는 ‘실업률이 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진전하면서 위험의 균형이 더욱 바람직한 상태로 가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목표치 2%에 실질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금리를 조절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 결국 9월 회의에서 금리 삭감의 결정적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있다는 확신이고, 실업률이 늘고 있다는 것이 부수적 요인이었다. 이것은 연준이 발표한 경제예측요약(SEP: 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FOMC 정례 회의는 일 년에 8회 개최되는데 SEP는 그중 4회만 발표된다. 아래 차트는 지난 네 차레(23년 12월, 올해 3,6,9월) 발표된 SEP 상의 인플레이션, 실업률 및 정책금리 예측을 정리한 것이다
  • 제일 좌측의 2024년도 말에 관한 예측을 보자. 인플레이션 예측치는 3월 2.4%에서 6월 2.6%로 상승했다가 9월 2.3%로 하락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증대하다가 하락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반대로 실업률 예측치는 3월과 6월 4%에서 9월 4.4%로 뛰어올랐다. 실업률 리스크가 최근에 급격히 커진 것으로 판단하였다.
  • 올해 말 정책금리 예측은 3월 4.5~4.75%에서 6월 5~5.25%로 상승하고 9월에 4.25~4.5%로 하락하였다.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에 대한 리스크 평가를 수정하면서 이에 조응하여 정책금리를 변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2025년과 2026년에 관해서도 유사한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장기 금리에 대한 예상치는 반대로 9월에 6월보다 오히려 상승하였다(이것이 이번 FOMC 이후 채권 시장 혼란의 원인 중 하나인데 기회가 되면 별도 기사로 작성할 계획이다).

2. 빅컷의 이유?


  • 더 중요한 문제는 ‘왜 통상적인 25bp가 아니라 50bp를 인하했는가’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경기가 침체하거나 그럴 조짐이 보일 때 빅컷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이와 완전히 달랐다.
  • ‘실업률이 올랐으나 최근 값은 4.2%로 여전히 낮은 편이다. 연말 실업률 예측치가 4.4%로 6월에 비해 0.4%포인트 상승했으나 노동시장은 총체적으로 보아 팬더믹 직전에 비해 약간 냉각된 정도이다.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어떤 조짐도 없다.’
  • 또 하나 빅컷의 논거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연준이 더 일찍 금리 인하를 하지 못한 것의 보상인가 하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실업이 증가한 7월 고용보고서(8월2일 발간)가 7월 FOMC 회의(7월30~31일) 이전에 나왔다면 7월에 금리를 인하했을 수도 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미국 경제가 총체적으로 견고하기 때문에 이번 금리 인하 시점은 상황에 뒤져지지 않았다’라고 발언하였다.
  • 이코노미스트 매거진 등은 빅컷을 정당화의 논거로 ‘보험 성격의’ 금리 인하를 소개하였다. ‘금리 인하 효과가 경제 전체에 확산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여 미리 보험을 든 것이라는 해석’이다. 파월 의장도 ‘연준이 뒤처진 것은 아니지만, 향후에도 뒤처지지 않겠다는 약속(commitment)으로 해석해도 좋다’라고 발언하였다.
  • 결국 연준에 따르면 현재 미국 경제는 침체도 아니고, 침체의 조짐도 보이지 않고, 상황에 뒤처진 것이 아닌 데도 불구하고, 혹시 있을 수 있는 시장의 위축 가능성에 선행적으로 대비하는 예방 조치로 빅컷을 단행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이례적 행보이기 때문에 일정한 논란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3. 정치적 논란


  • 대선 레이스 초기부터 파월이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면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금리 결정 후 인터뷰에서 ‘빅컷은 분명히 정치적 행보다. 사람들 대부분은 스몰컷을 예상했다’라고 하면서 연준을 비판하였다.
  • 연준 기자회견에서도 ‘선거 직전인데 빅컷은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고, 파월 의장은 ‘연준 이사회에 합류한 이래 네 번째 선거인데, 한 번도 정치적 고려를 한 적이 없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 결정할 뿐’이라고 원칙적 답변을 하였다.
  • 트럼프에 대한 강력한 반대자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연준의 빅컷은 해리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정치적 효과를 낳겠지만, 빅컷을 수행할 경제적 논거가 충분하기 때문에, 만약 빅컷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정치적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연준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 이번 결정에서 빅컷에 반대한 연준 이사 미쉘 보우먼은 블랙아웃 종료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두 가지 이유를 밝혔다. ‘첫째 고용 증가가 약화되었지만 노동시장은 여전히 완전 고용에 가까울 만큼 강세이고, 둘째 인플레이션은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준의 목표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빅컷은 너무 성급한 승리 선언으로 비칠 것이다.’ 합의의 전통이 강한 연준에서 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것은 200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 보우먼과 더불어 매파로 분류되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반대로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빠른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염두에 두고 빅컷을 선택했다고 자신의 입장 선회 이유를 밝혔다.
  • 현재 연준 이사진 일곱 명 중 네 명은 민주당 소속이고 세 명은 공화당 소속이다. 파월 의장과 위의 보우먼, 월러 이사가 공화당 인사인데 이들이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인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보우먼은 공화당 입장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고, 월러는 공화당 입장과 달라진 이유를 서둘러 해명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 파월의 당파성은 좀 더 미묘하다. 그는 2011년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지명되었다. 대통령이 다른 정당 인사를 연준 이사로 지명한 매우 드문 일이다. 공석이 된 연준 이사 두 자리를 채우는데 공화당이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할 것으로 예상되자 공화당에 유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한 명은 민주당원으로 다른 한 명은 공화당원으로 선택하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자넷 옐런의 연준 의장 연임에 반대하면서 새로운 의장으로 임명되었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으로 연임에 성공하였다.

마치며


  • 연준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낮추고 빅컷을 수행하였지만 이것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완전한 승리를 선언한 것은 아니다. 아직도 인플레이션은 연준 타깃인 2% 위에 있으며 향후에도 인플레이션 통계는 고용 통계만큼이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 빅컷 옹호자들은 9월 FOMC 이전에 어차피 연내 100bp 인하를 예측하는 만큼 나중에 빅컷을 하는 것보다 일찍 빅컷을 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또 파월 의장은 이번 빅컷을 보고 ’50bp가 새로운 인하 속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는 서 있는 것이 아니다. 9월 빅컷 여파로 지금 시장은 연내 추가로 75bp 이상의 인하를 예상한다. 올해 총 125bp 삭감으로 기대가 업데이트된 것이다. 이것도 향후 연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초박빙 선거 국면이라 연준 행보가 정치적 초점이 되지는 않겠지만 선거 후 트럼프가 당선되면 정치적 논란은 상당히 클 것이다. 이것은 파월 의장 개인 문제를 넘어 연준 제도에 관한 문제로 확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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