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에게 5000억 원 청구할 소멸 시효 1년 남았다.

한국 정부가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투자자-국가 소송에서 패소한 뒤 취소 소송을 냈는데 패소했다. 원래 손해배상 금액이 5359만 달러였는데 그 사이에 이자가 붙어 1500억 원 정도로 불어났다.

송기호(수륜아시아 변호사)는 한국 정부가 이재용(삼성전자 회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2015년 9월1일이다.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소멸 시효가 10년이니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 한동훈(국민의힘 대표)이 검사 시절 수사했던 사건이다.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 시절 패소 판정이 났고 취소 소송을 냈는데 패소했다.
• 1500억 원을 국민들 세금으로 물어줘야 할 상황인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 이게 끝이 아니다. 메이슨캐피탈이 같은 사건으로 승소해서 여기도 800억 원 정도를 물어줘야 한다. 역시 취소 소송을 낸 상태지만 같은 이유로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국민연금이 입은 손실도 국민연금공단 자체 추산으로 2451억 원에 이른다. 평가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5865억 원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 대통령과 국내 최대 기업의 총수가 감옥에 간 사건이다. 그런데 그 손해 배상을 국민들이 세금으로 막는다고? 아직 우리는 여기에 대한 정부의 설명을 듣지 못했다.

사건의 본질.

• 그때나 지금이나 이재용의 아킬레스건은 삼성전자다. 그룹의 핵심인데 이재용의 지분이 적다. 2015년 기준으로 이건희와 이재용 지분을 다 합쳐도 4%밖에 안 됐다.
• 대신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7.2%와 4.1% 확보하고 있었고 제일모직이 삼성생명 지분을 19.3%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재용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지배하면 몇 다리 건너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였다.
• 이재용 일가가 보유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지분은 각각 42.2%와 1.4%. 당연히 이재용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 그래서 내놓은 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1 대 0.35로 합병하자는 안이었는데 삼성물산 주주들 입장에서는 펄쩍 뛸 일이었다. 나중에 공개된 국민연금 내부 감사 결과를 보면 적정 비율을 1 대 0.64로 잡았다가 하루 만에 1 대 0.39로 낮춰 잡았고 다시 1 대 0.46로 만든 사실이 확인됐다.

인정된 범죄 사실.

• 박근혜(당시 대통령)가 문형표(당시 보건복지부 장관)를 시켜 홍완선(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이재용(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고 만약 국민연금이 반대 표를 던졌다면 합병이 부결됐을 것이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지분을 각각 4.8%와 11.2% 보유하고 있었다.
• 이재용은 합병을 도와준 대가로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433억 원의 뇌물을 건넸다. 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이다.
• 박근혜는 징역 22년형을 선고받았지만 4년 9개월 만에 사면으로 풀려났다. 이재용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가 파기 환송심에서 2년 6개월로 줄었는데 1년 6개월 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문형표와 홍완선도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는데 모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누가 잃고 누가 벌었나.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국민연금이 입은 손실은 3500억 원에 이른다.
• 이재용 일가는 국민연금이 자체 추산한 적정 비율보다 3%포인트 정도 지분이 늘어났는데 당시 주가로 환산하면 8000억 원에 이른다.
• 국민연금이 3500억 원 손실을 본 대가로 이재용 일가가 8000억 원을 챙겼다는 이야기다.

질 게 뻔했던 취소 소송.

• 앨리엇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자-국가 소송에서 패소한 게 지난해 6월. 한동훈(당시 법무부 장관)은 “국민 세금을 낭비할 수 없다”면서 “취소 소송을 내겠다”고 했다.
• 그리고 1년 2개월 뒤 취소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애초에 투자자-국가 소송은 1심이 최종심이고 취소 소송은 판정의 절차적 오류가 아니라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5000억 원을 세금으로 물어줄 건가.

• 송기호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되 이재용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엘리엇뿐만 아니다. 엘리엇에게 1500억 원, 메이슨에게 800억 원을 물어줘야 하고 국민연금의 손실도 있다.
• 국민연금 자체 추산으로는 2015년 합병 이후 2023년까지 8년 동안 2451억 원의 손실을 봤다. 모두 더하면 4751억 원, 이자를 더하면 5000억 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
• 결국 한국 국민들 세금으로 내야 할 돈이다.
• 송기호는 “이익을 본 사람이 따로 있는데 국민들이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 송기호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투자자-국가 소송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모든 주체는 한국 법원이 최종적 권위를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 20년 전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될 때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소액 주주들도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는데 각하됐고 해외 사모펀드들은 투자자-국가 소송으로 들고 가서 승소했다.

결론.

• 이 사건은 복잡한 사건이 아니다. 대통령이 국민연금에 찬성표를 던지라고 압박해서 주주들이 손해를 봤고 일부 주주(엘리엇)가 소송을 내서 이겼다.
• 이미 정리된 사건이다. 뇌물을 준 사람과 뇌물을 받은 사람이 법적 처벌을 받았다.
• 한국 정부는 엘리엇과 메이슨에게 각각 1500억 원과 800억 원을 물어줘야 한다.
• 아직 남아있는 건 그 돈을 누가 낼 것이냐다. 당시 수사 검사였던 윤석열(대통령)과 한동훈(국민의힘 대표), 이복현(금융감독원 원장)이 답을 해야 한다.
• 이재용에게 한국 정부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소멸 시효는 아직 1년이 남았다. 박성재(법무부 장관)가 이재용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 법적 정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