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희(당시 외교 비서관)와 김성한(당시 국가안보실장)의 대화가 유출돼서 떠돈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제공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곤란하다는 내용이다.
미국 CIA가 도청 또는 감청으로 얻은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포스트는 신호 정보(signals intelligence)라고 규정했다.
특별할 거 없는 내용이지만 동맹국들을 도청 또는 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이라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윤석열이 강하게 항의할 수 있을까. 바이든이 ‘날리면’ 매우 ‘쪽팔릴’ 상황이다.
2023년 04월10일.
왜 털렸다고 말을 못하나
국민 입장에서는 정말 모욕적인 상황인데 대통령실은 침묵하고 있다. 민감한 대화 내용이 탈탈 털렸고 지금도 털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정부 차원에서 항의 성명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제 이 사건은 도청의 문제에서 외교 문제와 국민들의 자존심의 문제로 확산될 것이다.
한국일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거나 부정확한 수준으로 보인다”는 익명의 여권 핵심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워딩은 다를 수 있지만 실제로 전혀 없었던 말은 아니라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김태효(안보실 차장)는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데 한미 양국의 평가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1면 머릿기사로 “항의도 않는 대통령실”이라는 제목을 뽑았는데 조선일보는 “정보전에 피아 없어”라는 모호한 제목을 내걸었다.
조선일보는 미국의 심기를 거스를까 조심하는 분위기다. “미국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우리의 방첩 역량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거나 “여야가 성숙한 자세로 사태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어떻게 된 사정인지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는 등의 납작 엎드린 모양새다. 윤석열에게 주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용산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도청을 안 당했을까. 지난해 5월 국회에서도 제기됐던 문제다. 국가정보원 출신 김병기(민주당 의원)가 “이렇게 어수선한 상황에서 보안이 완벽하게 된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대통령실은 경호처에서 인부들을 따라다니면서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게 없다고 답변했지만 결국 어디선가 뚫린 것이다.
청와대라면 안전했을까. 확실하지는 않다. 다만 “청와대 보다 대통령실이 더 안전하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윤석열이 바이든의 심기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는 걸 모든 국민이 안다. 윤석열이 이달 말 미국을 방문한다. 도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외교적 성과가 있다 한들 빛이 바랠 것이다.
2023년 04월11일.
도청이 아니라 위조, 프레임 바꾸기
분명한 것은 위조됐다고 주장하면서도 도청 당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공식 입장은 위조라기 보다는 “원래 소스라고 여긴 것에서 변경됐다”는 정도다.
한국일보는 “동맹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가 계속 쉴드를 치고 있는데 오늘은 “인도네시아는 감정 대신 국익을 선택했다”는 이상한 기사가 나왔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인도네시아 특사단 노트북에서 정보를 빼내려다 들켰는데 문제 삼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결국 우리도 도청 사건을 문제 삼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중앙일보는 좀 더 냉정하다. 윤성민(중앙일보 정치에디터)는 “국익이라는 냉정한 현실 앞에서 동맹이라는 낭만적인 수사는 왜소해지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2023년 04월12일.
강제 징용 청구권 양보하니 “독도도 내놓아라”
한겨레가 1면 기사에서 “미국과 일본에 다 걸다 뒤통수 맞았다”고 평가했다.
일본 외교청서(백서)에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는 내용이 빠진 걸 두고 하는 말이다. 독도 문제가 새로 들어간 건 아니지만 지난해에 들어간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대목이 그대로 남았다.
산케이신문은 “징용공(강제징용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 다음으로 다케시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2023년 04월12일.
대통령 도청 사건, 해명이 더 이상하다
사건의 실체는 비교적 명확하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를 도청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대통령실은 조작된 정보라면서 도청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김태효(국가안보실 차장)는 악의가 있었다는 정황은 없다고 두둔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원본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뭐가 조작됐다는 건지 설명도 없다.
한겨레는 도청이 아니라 내부자 유출이라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2023년 04월13일.
한국 기술 수준으로는 도청 못 막는다
창문 떨림을 감지해서 도청한다는 건 이미 박정희 때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실제로는 100m 안쪽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고.
한국일보에 따르면 템페스트(tempest)라는 기술은 컴퓨터나 프린터 등 전자 기기의 전자파를 수집해서 정보를 복원한다.
휴대전화 통화나 문자를 탈취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스라엘 NSO가 만든 페가수스는 아이폰도 뚫는다. 불특정 다수의 통화해서 특정 단어가 들어간 대화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기술도 있다.
대통령실을 이전하면서 도청 방지 시스템을 갖췄겠지만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품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게 한국일보의 지적이다. 김승주(고려대 교수)는 “미국이 도청을 하겠다면 기술적으로 예방하거나 막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 정부도 도청을 한다. 김현기(중앙일보 순회 특파원)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도청하지 않는 게 진짜 동맹”이라는 논리를 폈다. 일본처럼 미국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2023년 04월13일.
도청 문건 유출자 OG는 군사 기지 직원.
밀리터리 채널에서 놀던 과시욕이 강한 평범한 미국인이다. 내부 고발자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서 문제가 더 복잡하다.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지금은 잠적한 상태.
“반응이 없으면 중단하겠다”며 기밀 문건을 흘리기 시작하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젊고 카리스마 넘치는 총기 애호가”라는 게 이 방에 있었던 회원들의 평가다.
2023년 04월14일.
“미숙하다”, 조선일보의 불만.
징용 문제부터 도청 사건까지, 쉴드치던 조선일보의 짜증이 느껴진다.
오늘 사설에서는 “외교 안보 문제에서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쓴소리를 늘어놨다.
“의욕만 갖고 앞서 가서는 안 된다”면서 “상대국의 선의만 믿고 아마추어 외교를 하다가 여론 악화에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23년 04월14일.
“정책 훈련이 부족하다”, 한국일보의 조언.
도청 사건과 관련,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 밝혀질 진상에 따라 적절치 조치하겠다”고 했으면 그만일 일을 “미국의 악의는 없고 조작 가능성도 크다”면서 스스로 입지를 좁혔다는 지적이다.
이준희(한국일보 고문)의 칼럼. “남는 건 짜증과 버럭 뿐”이고 “크게는 정책 훈련이 안 된 탓”이라고 비판했다.
2023년 04월14일.
미국은 “끝까지 조사”, 한국은 벌써 ‘출구 전략’.
경향신문의 진단이 정확하다. 한국 정부는 서둘러 정리하려 하지만 의문점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슈가 두 가지, 도청과 유출이다.
미국이 조사하는 건 유출 경위인데, 어떤 조사 결과가 나오든 한국의 대통령실이 도청 당했다는 사실이 달라질 건 없다.
2023년 04월14일.
징용 피해자들 15명 가운데 10명이 찬성? 바람 잡는 조선일보.
이 문제를 털고 가고 싶은 보수 언론의 속내가 드러난다.
하지만 다수결도 아니고 1명이 남더라도 의미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2023년 04월14일.
도청 문건 유출은 입대 3년차 일병
내부 고발자는 아니고, 소셜 미디어에 과시용으로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배경에 보스턴 레드삭스 모자 등이 단서가 됐다. 수백 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문서에 접근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이 600명이나 됐다. 1급 비밀 접근 권한을 갖는 사람이 민간인 포함 125만 명이나 된다.
문서의 인쇄본을 사진으로 찍은 뒤 유출된 거라 종이 문서 사용을 줄일 거라고.
2023년 04월15일.
국제 정치는 원래 그런 것, 보수 언론의 정신 승리
국가정보원 직원이었던 최성규(고려대 법학연구원 연구원)의 중앙일보 기고. 도청이 드러나더라도 한미 동맹이 무너질 게 없다는 분석이다.
첫째, 원래 이런 문제는 물밑에서 조용히 처리한다.
둘째, 깨끗한 손 원칙이란 게 있다. 들통나긴 했지만 한 마디로 너는 깨끗하냐는 거다.
정부가 국민들을 다독이고 국민들도 다 국가 안위라 생각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2023년 04월15일.
고시원에 혼자 사는 7세 소년
불법 체류자 자녀다. 쓰레기와 상한 음식, 담배 꽁초가 가득 찬 방에서 발견돼 경찰에 넘겨졌다.
한국일보 사설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 아동이 공식 기준으로 3400명, 실제로는 2만 명 이상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불법 체류자가 41만 명인데 자녀들은 신청만 하면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이걸로는 안 된다. 들통나면 쫓겨날 판인데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을까.
권인숙(민주당 의원) 법안에 따르면 출입국 사무소 직원이 대신 신청하는 방안, 또는 아이들을 맡는 어린이집 종사자들에게 신고(통보) 의무를 면제해 주는 방안이 있는데 실효성은 의문이다.
2023년 04월15일.
기시다 1m 뒤에서 터진 폭탄.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를 겨냥한 테러. 10m 뒤에서 사제 파이프 폭탄을 던졌다. 폭발력이 크지는 않았다.
두 가지 질문이 남는다. 총리의 동선이 이렇게 자세하게 공개돼도 되나. 테러의 이유도 밝혀지지 않았다.
범인은 온순하고 인사성이 밝았다는 소리를 듣는 24세 남성.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론 오펜더(lone offender), 단독 테러범일 가능성이 크다.
테러범을 붙잡은 건 낚시 조끼를 입은 어부였다.
기시다는 “폐를 끼쳤습니다, 사죄를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당장 다음달 히로시마에서 열릴 G7 정상회담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2023년 04월17일.
도청 당했지만 미국과 더 친해진다? 조선일보의 정신 승리.
보수 언론이 밀고 있는 프레임이다.
조선일보는 ‘스리 아이스(there eyes)’급 정보 동맹이 가능하게 됐다며 바람을 잡고 있다.
영어권 첩보 동맹 파이브 아이스에 맞먹는 한미일 동맹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인데 아직은 한국 정부가 그렇게 요청해 보겠다는 정도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한미일 정보 공유는 사실상 군사 동맹화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고 (미국의) 중국 견제를 위한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따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속도전이 우려스럽단 이야기다.
2023년 04월17일.
김태효로는 안 되겠다, 중앙일보의 진단.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김태효(국가안보실 차장)의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거나 “악의를 갖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등의 발언이다.
중앙일보는 “외교 경험이 없는 학자 출신은 이상론에 빠질 우려가 있다”면서 “홍역을 치르고도 개선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과감한 인적 쇄신 카드를 뽑아들어야 한다”고 사실상 김태효의 경질을 주문했다.
2023년 04월17일.
대만의 고민.
미국은 TSMC에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라고 압박한다. 당장 기술 유출도 고민이지만 TSMC 없는 대만을 미국이 지켜주겠느냐는 게 대만의 불안이다.
장홍위안(대만 즈리과기대 교수)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삼성전자가 용인에 300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을 두고 “삼성의 큰 실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만은 공급망과 시장을 결합하려 하는데 삼성은 자기 자본과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세계화 시대는 끝났고 미국의 민주 기술 동맹과 중국-러시아의 적색 기술 동맹이 충돌할 것이라는 분석, 대만은 미국의 편에 서기로 했다는 의미다.
2023년 04월18일.
시진핑이 LG 공장을 찾은 이유.
박민희(한겨레 논설위원)에 따르면 치밀한 계산의 결과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극 체제에 동조하는 나라들을 모으면서 미국의 동맹 체제에 균열을 만들려는 전략이라는 이야기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외과수술식 보복이 시작됐다”고 분석한 것도 눈길을 끈다. 중국 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에 타격을 주는 기업들만 골라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3년 04월18일.
미국은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미국은 반도체 직접 생산에 목을 매고 있다. 시장 점유율을 12%에서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김두식(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 대표)은 “미국 중심의 리쇼어링은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우방국과 함께 하는 프렌드쇼어링으로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장 생산 제한에 대비할 시간을 최소 3년 정도 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중국 생산 비중이 상당한데 미국 정부는 보조금을 주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2023년 04월18일.
도청 당한 김에, 막 지르는 윤석열.
윤석열(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와 인터뷰를 했다. “러시아가 민간인을 공격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전쟁에 전면 개입하겠다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를 돕는다는 차원을 넘어 이건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관계에서 매우 복잡한 문제다. 러시아는 당장 “우리가 북한에 무기를 지원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반발하고 있다.
애초에 대통령실 도청 사건에서 흘러나온 대화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 달라고 해서 곤란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논란이 꺼지기도 전에 윤석열이 지른 것이다. 못할 게 뭐냐, 이런 식이다.
국민들이 윤석열에게 가장 걱정했던 게 이런 것들이다. 대통령실이 “정부 입장이 바뀐 건 없다”고 수습하고 나선 것도 이 발언의 파장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방미를 앞두고 미국에 선물을 줄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2023년 04월20일.
“윤석열과 바이든 잘 통한다.”
조선일보가 좋아할 만한 발언이다. 에드가드 케이건(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장)이 두 사람의 관계를 “good chemistry(잘 통한다)”라고 표현했다.
이런 말도 했다.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한다면 그때부터 핵 보복과 전략적 억지 부분이 역할을 하게 된다. 이것은 진짜다.” 윤석열의 방미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2023년 04월20일.
‘다걸기’ 외교, 방미가 걱정이다.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가 한층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 쪽에 밀착하는 ‘다걸기’ 외교에 대한 우려가 쏟아진다”는 게 한겨레 평가다.
경향신문은 “‘안미경미’(안보도 미국, 경제도 미국) 행보의 연장선”이라며 “한·미 두 정상의 메시지 수위에 따라 파장이 극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파장의 수위나 향후 미칠 여파를 가볍게 본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국익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고 절제된 화법을 사용해 불필요한 논란을 촉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석열의 발언이 불안한 것이다.
2023년 04월21일.
무기 지원, 하고 싶어도 못한다.
대외무역법 고시에는 “평화적 목적에 사용되는 경우에 한한다”고 돼 있는데 교전 중인 나라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이 원칙과 충돌한다.
일본도 방탄 조끼나 천막 등 비살상 물품만 지원했다.
러시아는 연일 협박과 엄포를 쏟아내고 있고 러시아 기업들은 철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하는 나라가 28개국”이고 “금액으로 따지면 90조 원”이라며 거들고 나섰다.
이재명(민주당 대표)은 “말 몇 마디로 수천냥의 빚을 진 날”이라고 비판했다.
서복경(더가능연구소 대표)은 “교전국에 살상 목적의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현행 법률 위반”이라면서 “무능외교나 굴욕외교라는 단편적 비판이나 희화화 대상이 될 단계를 뛰어넘었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우리의 미래를 걸고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사태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2023년 04월21일.
한국형 핵우산에 올인.
윤석열은 지지율 반등의 기회로 보고 있는 것 같지만 까먹지 않으면 다행일 상황이다. 보수 성향 언론도 조바심을 내는 게 느껴진다.
북한이 핵을 쏘면 미국도 쏜다, 윤석열이 이번 방미에서 받아낼 가장 큰 선물이라고 조중동이 밑밥을 깔고 있다.
한겨레는 “동맹의 목적인 국익과 안보이지 동맹 자체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 “한미 동맹 강화라는 선언적 명분, 극진한 환대와 국익을 바꾸지 말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봉현(한겨레 논설위원)은 “미국은 다시 좁은 국익에 갇힌 나라가 됐다”면서 “체면 불고하고 폭주하는 미국을 세계가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한국은 각자의 국익이 있는데 둘이 싱크로율 100%일리는 없다”는 이야기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와 반도체법이 쟁점인데 한겨레는 “한국에 대한 예외 조처 등이 나올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예 주요 의제에서 제외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일보는 “이렇게까지 미국 편을 들어줬는데도 대가를 챙기지 못한다면 12년 만의 국빈 방문의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23년 04월24일.
“불장난 하면 타 죽는다”, 중국의 협박.
윤석열(대통령)의 인터뷰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이 강력한 반발을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이 못 할 말을 한 것도 아니다. “무력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원론적인 발언이지만, 미국과 중국이 한 판 붙을까 말까 한 상황에 이렇게 툭 던질 말은 아니었다.
한국 대사를 불러서 항의한 사실을 중국 정부가 공개했다. “엄중한 우려와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여당과 야당의 반응이 다르다. 이철규(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중국에 “금도를 넘어선 발언이며 매우 무례한 행태”라고 비판했고, 이재명(민주당 대표)은 윤석열에 “대만 문제를 직설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양국 관계의 악화에 기름을 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23년 04월24일.
“100년 전 일로 무릎 꿇어야 하나.”
믿기 어렵지만 한국 대통령의 말이다. 일본이 왜 사과를 해야 하느냐는 의미다.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비공개회의에서 그를 만난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개인적으로 놀랄 만큼 필터링(정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래서 ‘바이든-날리면’ 논란이 터진 거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겨레가 1면 머릿기사로 뽑았는데 조선일보는 6면으로 넘겨 부제로 뽑았다.
경향신문 사설 제목은 “국민감정 불 지르고 떠난 순방”이다.
참고로 상당수 언론이 ‘순방(巡訪)’이란 표현을 쓰는데 잘못된 표현이다. 순방은 “여러 나라를 차례로 돌아가며 방문한다”는 의미다. 이번에 윤석열은 미국만 간다.
한겨레는 민족문제연구소의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윤석열의 발언을 반박했다. 강제 징용 노동자들은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구타를 당했고 견디다 못해 탈출하는 이들도 많았다는 증언이 실렸다.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저축이나 보험에 가입시켰고 그마저도 돌려 받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2023년 04월25일.
물가에 내놓은 대통령, 할 일이 많다.
반도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다 잘 해도 반도체에 성과가 없으면 1호 영업 사원으로 면목이 안 선다.
일단 10월에 끝나는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를 연장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을 계속 돌릴 수 있게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자동차 보조금 문제도 풀어야 한다.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만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빠진 상태다.
그나마 핵우산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권한은 미국에 있고 실제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말의 성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한겨레의 평가다.
정청래(민주당 의원)는 “또 대형 사고를 칠까 걱정된다”면서 “불안과 공포의 한주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2023년 04월25일.
우리 편 들어라, 미국의 노골적인 압박.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미묘한 기사를 내보냈다.
중국이 마이크론을 제재하면 한국이 빈 자리를 채우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마이크론은 미국 반도체 회사다. 그러니까 중국이 미국 기업을 괴롭히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반도체 공급을 끊으라는 이야기다.
경향신문의 표현에 따르면 윤석열이 탄 비행기가 미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청구서를 내민 셈이다.
미국이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에 중국에 공장을 짓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 기업의 반도체 판매를 제한하겠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철수해야 할 수도 있지만 시간을 벌어야 한다.
2023년 04월25일.
대통령에게 외교 비책 알려드린다.
“일본이 해온 것을 잘 보고 딱 그 절반만 하시라.” 길윤형(한겨레 국제부장) 칼럼이다.
윤석열이 받은 똑같은 질문을 NHK가 던졌을 때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의 답변은 “일본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우크라이나를 여러 모양으로 지원하려 한다”였다. 결국 안 한다는 뜻이다.
중국에 불편한 이야기를 하려면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함 없지만…”이라고 시작해야 한다는 팁도 붙였다. 그렇게 한 뒤에 싫은 이야기를 하라는 조언이다. 기시다도 그렇게 하고 바이든도 그렇게 한다.
2023년 04월25일.
“우리의 선택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
조선일보의 멘탈을 엿볼 수 있는 김대중(조선일보 고문)의 칼럼.
“소원했던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로 이끌더니 중국에도 할 말을 하는 여유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중진국으로 올라선 한국이 행세하는 길을 두 강대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선택은 한국을 속국시하는 중국이 아니라 한국을 전략적 동맹으로 삼는 미국일 수밖에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2023년 04월25일.
한국에 핵 쏘면 미국이 보복한다.
문서로 남기는 건 처음이다. 조선일보가 감격하는 게 지면에 드러난다. “핵 공유”라는 표현까지 썼다.
경향신문은 “군사적 방패막을 두껍게 하면서 외교적 공간을 줄이는 결과가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3년 04월26일.
“핵 공유 아니고 핵 족쇄”, 조선일보의 깊은 실망.
오늘 주요 신문은 윤석열(대통령)의 방미 소식으로 가득이다.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한겨레는 “레토릭 수준으로 약속하는 것은 상징적 효과밖에 없다”는 평가를 전했다.
경향신문은 “미묘한 인식 차이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더 많은 핵 확장 조치를 얻어내야 하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국제 비확산 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일보의 깊은 실망이 드러난다. “핵 협의 그룹 창설을 한국 핵 무장과 맞바꾼 모양이 됐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핵 우산에서 핵 방패로 진화했다”고 의미 부여를 했다. 두 신문 모두 크게 감격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반도체 협상도 시원하게 풀리지 않았다. 반도체기술센터(NSTC)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할 수 있게 됐지만 기술 유출 우려는 여전하다. “기회냐 족쇄냐” 판단이 잘 안 서는 상황이다.
2023년 04월27일.
윤석열에게 “누가 친구를 염탐하냐”고 물었다.
NBC 방송 인터뷰다.
“일반적으로 친구끼리 그럴 순 없지만”이라며 말을 멈췄다가 “금지되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뢰가 있다면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Generally speaking, I don’t think that in the real world, this is something that is prohibited in state affairs. The most important thing is the trust. When you have that trust, you don’t get it shaken.”
오, 친구끼리는 막 도청도 하고 그게 흘러 나가서 모두가 알게 돼도 흔들리지 않는군요.
2023년 04월27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여전히 뜨거운 쟁점.
“한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는데 한국의 판단을 존중한다기보다는 빨리 답을 내놓으라는 의미로 들린다.
한겨레가 정확하게 진단했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안으면 중·러와 마찰이 불가피하고 거절하면 동맹 관계에 금이 가는 난처한 상황에 내몰렸다.”
2023년 04월27일.
기타 하나와 아메리칸 파이, 밥값은 누가 냈을까.
화기애애했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한국일보는 “백악관 주인이 밥값을 톡톡히 챙긴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가 “역사적 전환”이라며 감격한 것과도 비교된다. 한겨레는 “신냉전 구도 편입을 공고화했다”고 지적했다.
1면에 윤석열(대통령)이 노래 부르는 사진을 쓴 곳(조선일보)과 무거운 표정의 의회 연설 사진을 쓴 곳(한겨레)으로 나뉜다. 바이든(미국 대통령)이 돈 맥클레인(가수)의 사인이 들어간 통기타를 선물했고, 윤석열이 무대에 올라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
경향신문 기사 제목이 좋다. “’핵우산’에 갇힌 한국, ‘실리’ 챙긴 미국.”
핵협의그룹(NCG) 설치에 합의했다. “사실상 핵 공유”라며 감격하는 신문(한국경제신문)도 있고 “대북 강경 신호”(한겨레)라며 우려를 드러낸 신문도 있다. 바이든이 “정권 종말”이라는 단호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2023년 04월28일.
경제 성과는 빈손, 미국 기자가 한국을 걱정했다.
경제 관련 독소 조항은 거의 손을 못 댔다.
바이든은 “안 좋은 영향을 줄이려 한다는 점을 한국 기업들이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정도로 눙쳤다. 한겨레는 익명의 증권사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립서비스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스엔젤레스타임스 기자의 질문에 바이든이 쩔쩔매기도 했다. “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에 도움을 얻으려고 동맹(한국)에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서 “윈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익명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요한 현안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2023년 04월28일.
외교의 성공? 엇갈리는 냉소.
조선일보가 1면 타이틀로 “외교의 성공”이란 평가를 내걸었다. 뉴욕타임스가 “미국에서는 환대를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다른 분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선일보가 인용 보도하면서 “이제 경제와 민생의 시간”이라고 전망했다. “젊은 세대는 외교 성과를 피부로 못 느낀다”는 분석 기사도 있다.
중앙일보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외교는 뿌리 없는 나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하경(중앙일보 대기자)의 칼럼 가운데 한 대목. “윤 대통령의 귓전에는 미 의회의 뜨거운 환호성이 맴돌 것이다. 아쉽지만 당분간 잊어야 한다.”
한겨레는 “신냉전에 뛰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경제가 정치에 볼모로 잡혔다”는 표현도 나왔다.
김홍규(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미국의 진영론에 뛰어들어 외교를 완전히 적과 아군의 관계로 만들었다”고지적했다. 이종석(전 통일부 장관)은 한겨레 기고에서 “한국 외교가 국익을 위해 넘지 않았던 선을 거침없이 넘었다”고 비판했다.
전경련과 경총 등 경제 단체들이 국빈 방문 성과를 환영하고 한미 동맹 강화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주요 일간신문 1면에 게재했다.
2023년 05월01일.
“글로벌 호갱” 논란.
윤석열의 미국 의회 연설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기립 박수가 26번, 연설 이후에도 의원들의 악수와 서명 요청이 이어졌다. 다만 민주당의 평가는 냉정하다. 특히 경제 관련해서는 “1호 영업사원이라더니 빈손으로 왔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많다.
한겨레는 “검증 없이 부풀리는 언론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2023년 05월01일.
한미일 VS. 북중러 대결 구도 강화.
“불장난 말라는 건 중국 외교의 상투적 수법”, 조선일보는 “논리로 깨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상식적인 발언을 중대한 외교적 실언으로 둔갑시켜 언쟁으로 만들고 대만 문제를 거론할 수 없게 만들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첫째, 대만 문제는 글로벌 이슈가 맞고. 둘째, 대만이 중화인민공화국에 복속된 적이 없다는 이야기다. 셋째, 미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가 채택한 하나의 중국 정책(One China Policy)은 중국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원칙(One Chian Principle)과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유엔도 대만을 회원국으로 승인하지 않지만 중국의 부속 영토로 단정하지도 않는다. 전략적 애매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송재윤(캐나다 맥스터대 교수)의 조언.
2023년 05월01일.
“사실상 핵공유”라는데, 미국은 “아니다”
머쓱한 정도가 아니라 백악관 가라오케 이벤트가 무색하게 됐다.
다만 NSC 국장은 “(한국과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다는 주장은 반박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미국은 어떤 나라와도 실질적인 핵 공유를 하지 않는다”고 수습에 나선 것이 눈길을 끈다. 나토식 핵 공유란 것도 레토릭일 뿐 엄밀하게는 핵 공유가 아니라는 논리다.
2023년 05월01일.
바이든이 기시다에게 한국 가라 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가 한국에 온다. 일단 4년 만에 화이트 리스트가 복구된 건 긍정적인 신호지만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 사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교도통신이 “한국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중앙일보는 “바이든이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는 익명의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했다.
2023년 05월01일.
“맘만 먹으면 1년 안에 핵무장 가능.”
윤석열이 실제로 한 말이다. 그 정도 기술 기반이 있다는 말인데 현실성이 떨어지는 말이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핵 실험이 없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는 없고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걸림돌도 많다.
2023년 05월01일.
“우리 보고 어쩌란 말이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진짜 심각한 발언은 따로 있었다.
중국이 북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며 한 말이다. “중국이 우리한테 적대 행위만 안 하면”이란 말도 했다. “계약을 정확히 지키고, 예측 가능하게 하고, 상호존중하면 얼마든지 경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발언이었지만 가뜩이나 불편한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이 될 수도 있다.
우린 미국과 갈 테니 중국은 서운해 하지 말라는 말처럼 들린다.
2023년 05월03일.
“기시다가 물컵의 반을 채워라.”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가 7일 한국에 온다.
흥미로운 건 일본 정부가 공식 발표하기 전에 언론에 먼저 흘렸다는 사실이다.
한국 정부에게 무언의 압박을 했다는 게 한겨레의 분석이다. 일본도 윤석열에게 요구할 게 있는 상황이다. 일단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회담에 불러야 하고 미국의 압박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더 아쉬운 건 윤석열이다. 아낌없이 퍼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사과와 약속이 없으면 가뜩이나 안 좋은 여론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2023년 05월03일.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이게 전부였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가 한국에 왔다.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제 징용에 대한 언급도 없었고 사과도 아니었다.
예상했던 결과지만 “알맹이가 빠졌다”는 게 경향신문의 평가다. 한겨레는 “시늉만 낸 호응”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과거사에 대한 나홀로 청산이었다. 한국의 외교적 공간이 더욱 위축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컵의 절반을 채우기엔 부족했다”는 게 한국일보 평가다. 윤석열(대통령)의 파격적인 양보(사과는 됐고 미래로 가자)로 절반을 채웠으니 나머지 절반을 채우면 된다던 자신감이 무색하게 됐다.
국민일보와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기시다 발언(“많은 고통 가슴 아파”)을 1면 머릿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제목에 인용하지 않았다.
“중국과 긴밀하게 이어진 한국 경제가 변화한 국제질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고 여건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중략) 대통령은 ‘미국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한국의 입장에서 제대로 요구하고 거래하는 진짜 외교를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
이하경(중앙일보 대기자)이 언급한 일본의 “자기 연민의 알리바이”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전후 일본의 피해자 의식이 사죄와 반성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도쿄 전범 재판에서는 일왕(덴노)을 퇴위 시키는 조건으로 면죄부를 줬다. 임금이 책임지지 않았으니 국민들이 책임질 일도 없게 됐다는 이야기다.
“아시아 전체를 전쟁터로 만든 일본은 자기 연민의 알리바이를 발견했다. 끔찍한 피해를 입혀 놓고 성찰도 없었고 책임도 지지 않았다. 오직 점령국 미국의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고 질주했다.”
윤석열은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신 총리님의 용기와 결단이 매우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한국을 찾았을 때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을 치켜 세운 것인데 정작 이번 참배에서 기시다는 특별한 워딩을 남기지 않았다. 물컵의 나머지 반은 누가 채우나.
한국 정부는 그동안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왔는데 거짓말을 한 것일까. 대통령실은 “정확하지 않은 내용도 있다”고 에둘러 말했지만, 직접 반박하지는 않았다. 미국이 한국 포탄을 받고 미국은 미국이 갖고 있던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형식이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한국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가는 건 아니지만 결국 그게 그거라고 할 수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전쟁에 끼어드는 일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야당은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전쟁을 정쟁으로만 본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CIA가 한국 대통령실을 도청하고 윤석열이 이를 부인하지 않고 뭉개다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과정에 국민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해명도 없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2023년 05월26일.
욱일기 달고 자위대 군함 들어왔다.
문재인 정부 때도 온 적 있다. 친선 교류 차원이었고 언론에 공개된 일정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김대중 때도 오고 이명박 때도 왔다. 2018년에는 욱일기를 달지 말라고 요구했더니 불참했고 이번에는 온 것이다.
며칠 전 조태용(국가안보실장)이 싱하이밍(중국 대사) 발언을 두고 “중국 대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 자체가 국격에 맞지 않는다”고 했는데 다음날 대통령이 “위안스카이 같다”는 둥 말을 얹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외교 라인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게 됐다”는 말도 나온다.
싱하이밍(중국 대사)는 중국에서 1만 명이 넘는 국장급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이 상대하는 수퍼 헤비급 ‘전랑’으로 올라섰다. 예영준(중앙선데이 편집국장)은 “지금쯤 싱하이밍은 중국 외교부에서 스타가 돼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 중국은 외교 관계에서 막히면 야당을 끌어들인다. 둘째, 상대가 도발할 때 화를 내면 지는 것이다. 첫째는 이재명의 실수고 둘째는 윤석열의 실수다.
2023년 06월20일.
“오염수 논쟁은 완패한 게임”.
경향신문에 실린 장덕진(서울대 교수) 칼럼이다. 이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도쿄전력의 오염수 분석과 조사 결과를 인정했다. 한국도 연구에 참여했다. 과학잡지 네이처도 방사능은 자연 상태로 희석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것으로 충분할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일반인들의 대화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미세한 가능성을 말한다”는 게 장덕진의 설명이다.
“차라리 철저하고 투명한 검증 결과에 중국을 포함해 어느 나라든 따라야 한다는 국제적 원전 거버넌스 확립을 주도하고, 동북아 지역에 그 규범이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 미래의 안전을 도모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제라도 밥값을 할 생각이 있다면 말이다.”
백영경(제주대 교수) 칼럼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동되고 있는 수많은 원전이 있고, 바다로 흘러드는 오염수도 후쿠시마 방류수만 있는 게 아니다. 원전을 불안해하지만 우리의 삶은 원전이 만들어내는 전기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질문도 단지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그 이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2023년 06월27일.
미쓰비시가 낼 배상, 한국 정부가 공탁금을 왜 내나.
일본은 사죄도 안 했는데 한국 정부와 피해자가 다투는 상황이다. 법원이 공탁금을 받으면 채무가 사라진다. 그런데 애초에 채무자는 한국 정부가 아니라 일본 기업들이다.
공탁금을 걸었는데 법원이 안 받겠다고 했다. 형식적 요건이 맞지 않아 “공탁 사유가 없다”는 게 이유다.
일단 피해자들이 안 받겠다고 했고 법원에 일본의 사실 인정과 사과가 없으면 받지 않겠다는 내용 증명도 보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사실상 군사 동맹을 맺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이 “우리는 이제 어떤 한 국가에 위협이 있으면 원인이 무엇이든 즉각 협의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당장 대만에서 중국과 충돌이 벌어질 경우 한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해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북한과 돌발 상황이 생길 경우 일본 자위대가 한국에 상륙하거나 주한 미군이 대만에 개입하면서 중국이 한국에 보복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2023년 08월22일.
준 건 많은데 얻은 건 없다.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문정인(연세대 교수)의 평가다. 일본은 잃은 건 없고 많은 걸 얻었다.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이라는 완충 지대를 확보할 수 있게 됐고 남중국해 갈등에서도 한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원하는 걸 다 얻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호재다. 한국과 일본을 잡고 아세안을 미국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한국은? 한미 동맹을 뛰어넘는 이익이 없다. 북·중·러가 더 강하게 연대할 것이고 우발적 충돌과 확전 가능성도 커졌다.
“윤석열이 힘에 의한 평화를 주문처럼 되뇌는데 미국이 힘이 없어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물러났나?”
2023년 08월24일.
미국 정치를 지배하는 3마리 악마.
“미국인들이 옳은 일을 한다는 건 항상 믿을 수 있지요, 시행착오가 있어서 문제지.” 윈스턴 처칠(전 영국 총리)의 말이다.
리처드 하스(전 미국외교협회 회장)는 “귀하의 밤잠을 설치게 할 정도로 지금 세계 안보에 가장 심각한 위험이 뭐냐”고 묻자 “미국”이라고 말했다.
레슬리 갤브(전 미국 외교협회 회장)은 미국 외교 정책을 파탄으로 몰고 간 미국 정치의 3마리 악마를 이렇게 정리했다. 첫째, 가치와 원칙을 지나치게 강조해 세상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이념적 경직성, 둘째, 정파적 이익 추구와 정치 세력의 양극화, 그리고 타협 정치의 부재로 나타나는 국내 정치의 난맥상, 셋째, 자신감을 넘어 예외주의나 일방주의, 우월주의로 표출되는 미국적 오만(hubris)이다.
독일 외무부 보고에 따르면 1923년 간토 대지진 때 조선인 사망자는 2만3058명에 이른다. 조선인 145명을 학살했다는 일본 정부의 문서도 공개됐다. “조선인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선전을 오인해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 결과”라는 평가와 함게 “예방 차원에서 살해했다”는 대목도 있다.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사과는커녕 한 번도 학살 사실을 인정한 적 없다. 윤석열 정부도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심각한 실수(grave mistake)가 될 수 있다”는 에이드리언 루이스(캔자스대 교수)의 경고다.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초강대국이 개별 국가의 안보를 대리해주는 시대는 1950년대가 마지막이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지켜줄 것처럼 약속했다가 철수한 적도 있다. 주한 미군 철군 역시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국 전쟁에서 미국이 원자 폭탄을 쓰지 않은 건 기적이었다”는 대목도 흥미롭다. 해리 트루먼(당시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를 쓰라는 압박을 받았지만 쓰지 않았다. “지고 있고 후퇴하는 전쟁에서 핵무기를 쓰지 않는 건 어려운 결정”이라는 평가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인위적 제한전’이다.
핵무기 보유 국가들끼리 ‘존재론적 위협’까지 가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중국은 대만 해협 위기를 존재론적 위기로 본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에서 전술 핵무기를 쓸 가능성이 있다. 트루먼은 어려운 결단 이후 정치적 생명이 끝났다. 시진핑이나 푸틴은 그 선을 넘느냐 마느냐 하는 지점에 있다.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3월 일본, 4월 미국, 5월 일본, 6월 프랑스와 베트남, 7월 리투아니아(NATO 정상회의)와 폴란드, 우크라이나, 8월 미국, 9월 인도네시아(아세안정상회의)와 인도(G20정상회의), 미국(UN 총회) 등등. 거의 달마다 외국 방문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세 가지를 약속했다. 첫째, 사도광산 관리사무소였던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강제 동원 관련 전시를 하기로 했고, 둘째, 기숙사와 공동 취사장 터에 안내판을 세우기로 했다. 셋째, 추도식도 열기로 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세 가지 모두 문제가 있다. 첫째, 인근에 전시관이 있는데 굳이 규모가 작은 박물관을 골랐고 그나마 10분의 1 정도의 작은 규모다. 둘째, ‘강제 노동’이라는 문구가 없다. 셋째, 일본인을 추모하는 성격이 짙다.
강유정(민주당 대변인)이 이런 말을 했다. “대체 어느 나라 정부고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가. 친일을 넘어 내선일체 수준이다.”
2024년 07월29일.
도청‧미행 당할 거 몰랐나.
스파이를 대사관 번호판을 단 차로 실어 나르다니. 수미 테리(미국외교협회 연구원) 사건은 미국이 작정하고 터뜨린 사건이지만 한국 정보기관의 실력을 의심하게 한다.
CIA 분석관 출신인 수미 테리는 한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고 한국 정부에 비공개 정보를 제공하거나 만남을 주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간첩죄가 아니라 외국인 대리 등록법 위반을 적용했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스파이 짓을 하지 말고 떳떳하게 정보수집 활동을 하라는 경고다. FBI는 국정원과 수미 테리의 만남을 그야말로 탈탈 털었다.
미국 정부에 의해 기소됐지만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수미 테리(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 [비욘드 유토피아] (2023)라는 탈북민의 증언을 통해 북한 인권 상황을 비판한 다큐멘터리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더러운 뒷맛이 남는다.”
윤석열이 시진핑(중국 국가주석)과 미팅에 실패한 걸 두고 길윤형(한겨레 국제부장)이 한 말이다.
일정이 바빠서가 아니다. 미국과 4시간, 일본과 65분, 브루나이, 피지, 페루, 멕시코 정상들과 만나면서 한국은 만날 필요가 없다고 봤다는 이야기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ABM(문재인만 아니면 된다) 원칙이 외교에도 적용됐다. 문재인이 한일 관계를 망쳐놨으니 일본과 관계 회복에 올인했고 정작 세계 모든 나라들이 중국과 디리스킹으로 돌아섰는데 시기를 놓쳤다. 그나마 한일 관계도 물컵의 절반을 채웠다더니 나머지 절반이 채워지지 않고 있다.
길윤형은 “무리한 주문일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성난 상대방의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유연하고 강인하며 철학이 있는 외교를 보고 싶다”고 했다.
임재성(해마루 변호사)은 “윤석열 정부는 역사를 포기했다”고 평가했다. “군함도 때는 모르고 속았다면 사도광산 때는 알고도 속고 있다”는 이야기다. 윤석열(대통령)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고 한 건 거짓말이다.
한국은 세 가지를 요구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첫째, 2015년의 약속을 온전히 제대로 이행하라고 압박했어야 했고,
둘째, 조선인 강제 동원 사실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했어야 했다.
셋째, 세계유산 지역 내부에 강제 동원 사실이 명시된 전시 시설의 즉각적인 설치를 약속받았어야 했다.
“피해국이 외교와 역사를 포기했을 때 비극은 피해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심사의 핵심적 기준은 전체 역사다. 긍정의 역사뿐만 아니라 부정과 반성의 역사까지 온전히 담겨야만 세계인들과 나눌 유산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기억해야만 인류가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 이 보편적 가치가 사도광산에서 훼손됐다. 피해국이 역사 전쟁에서 지는 것은 모두의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