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로우레터 2024년 4월12일 (금).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
- 양상훈(조선일보 주필)은 “남은 3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면서 “일단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는 게 좋겠다”고 경고했다.
- 일단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이 다시 올라온다. 윤석열(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지만 국민의힘에서 8명만 반란표가 나와도 국회가 재의결할 수 있다. 지난 2년과 상황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 양상훈은 “평소의 윤석열 스타일이라면 큰 사달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석열이 이미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는 의미다.
- 지난 1월 한동훈(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건희 문제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고 말한 게 두 사람의 갈등 요인이었지만 애초에 한동훈의 부상이 윤석열 눈에 거슬렸을 거라는 게 양상훈의 판단이다. 한동훈이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긴 했지만 레임덕 국면에서 윤석열과 정면 대결할 가능성도 있다.
- 양상훈은 “윤석열 부부가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이라고 지적했다.
“그때 그 윤석열 어디 갔나.”
- 김순덕(동아일보 칼럼니스트)의 총선 평가다. “지긋지긋한 내로남불을 박살 낼 줄 알았는데 부인과 동창, 검찰 특수통 등 내 식구에게는 박절하지 못하면서 내 식구 아니면 잠재적 피의자로 아는 검찰주의자 윤석열만 보일 뿐”이라고 했다.
- 조국혁신당 돌풍을 두고는 “조국이 돌풍을 일으킨 것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당신들은 떳떳한가’ 싶은 배신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빼고 다 물러난다.
- 한덕수(총리)와 이관섭(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비롯해 한오섭(정무수석)과 이도운(홍보수석), 장상윤(사회수석) 등이 사의 표명을 했다. 윤석열(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 후임 총리로 김한길(국민통합위원장)과 주호영(국민의힘 의원), 권영세(국민의힘 의원) 등이 거론된다. 총리는 국회 동의를 얻어야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윤석열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나경원(국민의힘 의원 당선자)과 안철수(국민의힘 의원)가 거론된다. 둘 다 어려운 선거에서 살아 돌아왔다.
대파와 이종섭 vs. 양문석과 김준혁.
- 각각 10~20석을 깎아 먹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이해찬(민주당 선대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 “깨어있는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가 꽤 의석을 많이 잃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총선 다음날 공개한 부자 감세 성적표.
- 결산 보고서는 4월10일이 공개 시한인데 선거를 핑계로 하루 늦췄다. 뚜껑을 열어보니 관리 재정 수지가 87조 원이고 국가채무가 1127조 원에 이른다.
-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중이 50.4%다. 50%를 넘은 건 처음이다.
- 동아일보는 “정부가 총선에 불리할 것을 의식해 일부러 늑장 발표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야당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 조선일보의 진단이다. “대통령부터 바뀌는 게 국정 쇄신의 시작”이라고 했다.
-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야당의 협조를 구하려면 두 가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째, 윤석열이 사과하고 국정 운영 방식을 바꾸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둘째, 윤석열과 김건희의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
쟁점과 현안.
“조선일보는 악의 축이다.”
- 양문석(민주당 의원 당선자)의 말을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통해 허위 사실 유포를 밥 먹듯이 하는 조선일보 등에 대해 징계하고 제도적으로 방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국회에 들어가면 할 1호 법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웃을 수 없었다.
- 수도권 122개 지역구 가운데 102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는데 지난 총선과 비교하면 국민의힘 의석이 3석 늘어났다. 낙동강 벨트도 국민의힘이 18석 가운데 17석을 지켰다.
- 동아일보는 민주당 지역구 당선자 68%가 친명이라고 분석했다.
- 오는 10월 전당대회에서 이재명이 다시 당 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지만 우원식과 정청래도 거론된다. 누가 되든 친명 체제로 간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음 대선까지 3년 남은 것 맞나.”
- “차기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이준석(개혁신당 대표)이 이렇게 말했다.
- 개혁신당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거라는 관측이 많은데 “선명한 야당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준표의 작심 발언.
- 한동훈을 겨냥해 “셀카 찍는 것 말고 한 게 뭐가 있냐”면서 “저러다 황교안(전 미래통합당 대표) 꼴 난다고 봤다”고 말했다.
- 한동훈이 이재명 심판론으로 맞선 걸 두고 “법무부 장관 1년6개월동안 하면서 못 잡았는데 사법적으로도 못 잡은 이재명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잡겠느냐”고 비판했다.
- 이준석이 홍준표를 총리로 모셔 오라고 조언했다. “고구마 100개 먹은 듯한 정권에 그나마 젊은 층이 관심 가지려면 후임 총리부터 화끈하게 위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묻어둔 의혹, ‘파묘’의 시간이 온다.
-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재의결을 할 수 있다.
- 윤석열의 민생 토론회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소송도 진행 중이다.
- 류희림(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도 곧 조사 결과가 나온다.


5시간 헤매던 환자 사망.
- 구급차는 7분 만에 왔는데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에서 울산까지 이송했다. 급성 대동맥 박리 환자였다. 15개 병원에 연락을 돌린 끝에 5시간 만에 수술을 했지만 실패했다.
- 의료 대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총선에 패배한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기는 어려운 상황인데 여전히 윤석열이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정부가 면허 정지 처분에 나설 거라는 관측도 돈다.

더 깊게 읽기.
삼성물산 합병, ISDS 또 졌다.
- 헤지펀드 메이슨캐피탈이 낸 투자자 국가 소송(ISDS)에서 한국 정부가 438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이 나왔다.
-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 박근혜(당시 대통령)가 문형표(당시 보건복지부 장관)를 시켜 홍완선(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삼성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지시했고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져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게 이 사건의 핵심이다.
-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낸 소송과 정확히 같다. 5350만 달러를 물어줘야 하는데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 시절 취소 소송을 낸 상태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을 7% 갖고 있었고 메이슨은 2%다.
더 가까워진 미국과 일본.
- “미국은 일본이 자위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취하고 있는 조치를 환영한다.”
-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가 만났다. 미일 군사 동맹을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다. 군사비 대폭 증액과 무기 수출 제한 철폐 등에 동의했다.
-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을 우려해 중국 견제를 서두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르게 읽기.
출구조사 실패 원인은 높은 사전 투표율 때문.
- 73억 원을 썼는데도 많이 빗나갔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이 100석 밑으로 쪼그라들고 범야권이 200석 이상 얻을 거라는 방송 3사의 예측은 맞지 않았다.
- 수도권 격전지 예측도 많이 뒤집혔다. 18곳이 틀렸다.
- 사전 투표율이 31.3%나 됐는데 보정이 정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사전 투표자 가운데 60대 이상 비중(37.7%)이 많이 늘어나는 것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였다. 본 투표의 연령대별 비중은 아직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소선거구제의 역설, 국민의힘의 자가당착.
- 민주당을 찍은 유권자가 1475만 명이다. 국민의힘을 찍은 유권자는 1317만 명이다. 각각 50.5%와 45.1%, 격차는 5.4%포인트인데 지역구 의석수는 민주당이 161석, 국민의힘이 90석으로 격차가 크다. 비율도 따지면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의 63.4%를 가져갔고 국민의힘은 35.4%에 그쳤다.
- 서울만 놓고 보면 양당의 득표율 격차가 5.9%포인트인데 48석 가운데 37석을 민주당이 독식했다. 충청권에서는 민주당이 4.3%포인트 앞섰는데 28석 가운데 21석을 가져갔다.
- 중앙일보는 “득표율 1위만 당선되고 나머지는 사표가 되는 현행 소선구제의 특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이 21대 국회 내내 소선거구제 개편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다.
- 이관후(건국대 교수)는 “정치 지형이 보수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과거 인식에 머무르다 보니 다른 제도를 무조건 거부하는 오판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해법과 대안.
다른 선거도 가능하다.
- 한국의 선거는 1표라도 많이 얻으면 이긴다. 단순 다수제(first-past-the-post)에서 나머지 표는 버려진다.
- 단기 이양 투표제(single transferable vote, 선호 이전 투표제)라는 아이디어도 있다. 유권자들이 1순위와 2순위 후보를 적어내는데 1순위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없으면 2순위 후보에게 표가 넘어간다. 2명 이상을 선출할 때 쓰는 방식이다.
- 1명을 뽑는다면 선호 투표제(preferential voting)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1순위부터 5순위까지 적어내고 1순위부터 집계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최저 득표자를 빼고 최저 득표자가 받은 표를 그 표에 적혀 있는 2순위 후보자들에게 합산 집계한다.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 고정애(중앙선데이 편집국장 대리)는 “어떤 투표제도 완벽하진 않다”면서 “그렇더라도 혐오 정치의 시대에 단순다수제는 너무나도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투표 방식을 고민할 때가 됐다”는 이야기다.
오늘의 TMI.
모기가 두 달 빨리 나왔다.
- 지난달 30일 일본 뇌염 주의보가 나왔다. 뎅기열이 토착화할 거라는 분석도 있다.
- 빨간집모기는 11월부터 월동에 들어갔다가 5월 말부터 활동하는데 깨어나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이번 주말 서울 최고 기온이 27도까지 오를 거라고 한다.

“사라진 퍼스트레이디”에 중징계 예고.
- 선거방송심의위가 MBC ‘스트레이트’(세계가 주목한 ‘디올 스캔들’, 사라진 퍼스트레이디 편)에 중징계를 예고했다.
-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심의위 녹취록을 보면 김건희 디올백 논란을 다룬 보도를 두고 “함정 취재”라거나 “악의적 불법 취재”, “인터뷰 대상자를 편향되게 선정했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일부 위원들이 “(선거와 관련성이 없는) 이 방송을 심의위가 심의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지만 소수였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효성을 보면 삼성의 미래가 보인다.
- 효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조현준(효성 회장) 일가의 지분이 38%에서 55%로 늘어났다. 현물 출자와 유상 증자 등으로 총수 일가 지분을 늘린 뒤 회사를 쪼개서 나눠 갖는 전략이다.
- 곽정수(한겨레 선임기자)는 삼성 그룹도 1단계 총수 일가의 지분 확대 이후 2단계 삼성물산의 인적 분할로 이재용(삼성전자 회장)과 동생들이 계열 분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 이용우(민주당 의원)는 상장회사 특례법을 발의하면서 소수 주주 동의제를 제안했다. 합병과 분할, 영업 양수도 등에서 최대 주주(총수)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다. 곽정수는 “기업 지배구조라는 근본 원인의 개선 없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동훈이 끌어들인 코끼리.
-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프레임을 부정하거나 반박하기 위해 입에 올릴수록 해당 프레임은 더욱 활성화한다는 이야기다.
- 한동훈이 특권 세력을 청산해야 한다고 하면 집권 세력을 생각하게 된다. 이조 심판론을 이야기하면 정권 심판론이 떠오른다. 기껏 김건희가 숨으면 뭐 하나. 총선을 지배했던 건 윤석열 부부였다.
- 김회경(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윤석열을 떠올리는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렀으니, 선거 전략상으로도 참패는 예견된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말하지 않아야 하는 것에 침묵하는 용기.
- “만약 김어준의 실험이 좀 더 정확한 것으로 입증된다면 선거 여론조사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슬로우뉴스의 슬로우리포트에 황대리(필명)가 반론을 보내왔다.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 첫째, 김어준은 민주당 선거대책본부 같은 일을 해왔다. 황대리는 김어준이 여론조사 업체를 운영하면서 “민주당 우위의 정치 구도 정립을 위한 프로파간다 생산의 수직계열화가 완성됐다”고 지적했다.
- 둘째, 여론 조사가 여론을 생성하는 되먹임 구조다. 황대리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예측한 여론조사와 그에 관한 해석이 잦은 빈도로 전달될 경우, 그 자체로 지지층에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 셋째, 역 내로남불이다. “‘아니 왜 쟤들은 더 심하게 해 왔는데 우리만 문제를 삼느냐’ 혹은 ‘이것을 우리가 하는 데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 황대리는 “김어준의 여론조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무시하거나 그 문제점과 부작용을 분석하는 것이 실은 정치를 다루는 언론이 취해야 할 바른 자세”라고 지적했다.

피드백.
- 4월11일 슬로우레터의 총선 개표 결과는 아침 4시 기준이었는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아침에 한 자리씩 늘고 줄었습니다. 비례 의석 계산도 100%를 채웠더니 달라졌습니다. 아래 그래프가 최종입니다.

- 참고로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연동형의 취지는 모든 정당이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갖게 하자는 거고, 준연동형은 당장 그렇게 할 수 없으니 최소 50%를 맞춰주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미 지역구에서 의석을 확보한 정당은 그만큼 차감하고(E) 46석을 비율에 맞게 나누는 것이죠. (G)

- 거칠게 가정을 해볼까요? 만약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았다면 산술적으로 조국혁신당의 비례의석이 30석이 넘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사표 논란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다른 정당으로 빠져 나갔을 거고 새로운미래나 녹색정의당, 노동당 등이 3%를 넘겨 비례 의석을 받았을 수도 있겠죠. 22대 국회가 개원 초반에 논의해야 할 이슈가 선거법 개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공천에서 탈락한 박용진(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 강북을입니다. 도봉을에서 낙선한 안귀령(민주당 후보)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바로 잡습니다. 안귀령이 출마한 도봉을은 인재근(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였습니다.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나서 아차 싶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지금 환자를 볼모로 잡는 게 정말 의사들뿐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는 칼럼을 쓴 이영태는 한겨레가 아니라 한국일보 소속입니다. 바로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