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변호사 공천, 어떻게 보십니까?
조수진(더불어민주당 강북을 후보, 노무현재단 이사)은 사연 많은 박용진(민주당 의원)을 꺾고 이번 총선에서 공천받았습니다. 유시민(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길에서 배지 주웠다”고 말했습니다. 비난이라기보다는 친한 사이에 할 수 있는 “반농(반농담)”이었죠.
그런데 조수진의 성폭력 가해자 대리 경력이 구설에 오르고 있습니다. 변호사가 가해자를 대리하는 건 직업상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강간 통념(여성이 거절 의사를 표현했더라도 실제로는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 통념)을 활용할 수 있다” 등의 전략을 블로그 등에 버젓이 올린 게 논란을 불렀습니다(글 하단 ‘참고’ 참고).
김정희원(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과 교수)은 조수진의 직업윤리는 틀렸다고 말합니다. 페이스북 게시물을 필자의 승낙을 얻어 최소한으로 편집해 발행합니다.
항상 강조하지만, ‘사실은 신성하게, 의견은 자유롭게’. 조수진 공천 논란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의견을 환영합니다. editor@slownews.kr (편집자)
조수진은 자신의 성범죄자 변호 이력이 논란이 되자 말도 안 되는 해명을 내놓았다. MBC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변호사로서 직업윤리와 법에 근거해 변론했다”면서 “공직자에게 바라는 국민 눈높이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는 “성범죄자 변론을 맡은 것과 블로그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홍보한 것은 변호사로서 윤리 규범을 준수해 이뤄진 활동”이었다면서 앞으로 “국민 눈높이를 가치의 척도로 삼겠다”고 밝혔다.
즉, 자신의 활동이 법조 윤리를 준수한 것이며 변호사의 직업윤리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사람들의 비판이 마치 “변호사에서 국민을 위한 공복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진통인 것처럼, 이제는 변호사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로” 일해야 해서 겪는 고초인 것처럼, 그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 없이 정당화하고 있다.
조수진은 틀렸다. 그의 활동은 직업윤리에 위배된다.
나도 제대로 된 변호사가 성범죄자를 변호하길 원한다
당연히 모든 피고인은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다. 그 누구도 성범죄자라고 해서 변호인도 없이 법정에 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없다. 그러나 그것이 피고인의 최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피해자를 음해하고, 강간 통념(여자가 No라고 해도 속마음은 Yes다)을 한껏 부추기고, 관습적인 피해자다움(the ideal victim) 모델을 내세우며, 근거 없는 거짓 주장을 펼쳐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제대로 된 변호사가 성범죄자를 기꺼이 변호하기를 원한다. 변호사야말로 피고인과 가장 가까이에서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진정한 반성, 피해자에 대한 속죄와 배상, 성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 이수 및 재발 방지와 같은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변호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피고인의 감형 사유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 깊이 있는 반성
- 기습 공탁이 아닌 실효성 있는 배상
- 장기적 학습
- 행동 변화 및 감시에 대한 자발적 수용
- 이를 바탕으로 한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
피고인의 이런 활동을 돕고, 재판부에 이를 감형을 위한 양형인자로 고려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수진은 틀렸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변호사는 피고인이 원하는 수준보다도 훨씬 더 적극적인 술수를 쓴다. 조수진 같은 이가 그렇다. 예컨대 그의 이력이 보여주듯이,
- 피해자는 ‘스쿨미투’ 이력이 있으므로 피해자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 배심원은 ‘강간 통념’에 휘둘릴 수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면 무죄를 받아낼 수 있다며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을 지속적으로 강간해 성병까지 감염시킨 체육관 관장 A씨(피고인)을 작년(2023)에 변호하면서, “피해 어린이가 성병에 걸린 것은 다른 성관계 때문일 수도 있다”며 피해자 아버지를 포함한 제3자와의 성관계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 주장은 1심, 2심, 대법원이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최종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조수진에게 묻는다. 이런 것도 변호인가?
이런 변호사는 한둘이 아니다
문제는 조수진 같은 변호사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인물이 성범죄자를 변호하기 때문에 그들은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피해자는 법정 싸움에서 더 큰 상처를 입고, 한국의 변호 관행은 걷잡을 수 없이 부도덕하고 폭력적으로 되어버렸다. 예컨대,
- 피해자가 먼저 가해자를 좋아해서 DM을 보내지 않았냐고 사건과 무관한 주장을 펼친다. (최종범 측이 고 구하라에게 –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
- 증거가 없는데 무고죄로 고발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고 피해자를 협박한다. (정준영 측이 전 여자친구에게 – 여자친구가 겁에 질려 고소 취하)
- 휴대폰 포렌식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허위 의견서를 제출한다. 피고인 방어를 위해 먼저 영상을 확인하겠다면서 휴대폰을 초기화한다. (정준영 측 변호사 – 휴대폰에 물증이 없어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
정준영 측 변호사는 변협 징계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누가 확인해 주면 좋겠다(대한변협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개별 변호사에 관한 징계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편집자). 이 글에서는 언론에 보도된 사례만 나열했지만, 수많은 피해자가 이보다 더한 일을 겪고 있다.
유능한 변호사의 성공 사례? 청부업자와 뭐가 다른가
- 가해자 및 가족들의 사연을 창작해서 제출하는 가짜 탄원서
- 사건과 아무 관계 없는 복지기관 봉사인증서
- 돈 내고 받아오는 범죄심리 의견서 및 전문의 의견서
- 피해자의 과거 및 신상 털기 등
이 모든 것들이 ‘유능한 변호사’의 전략으로 동원된다. ‘불법’이 아니라고 아무 일이나 하는 것이다. 그렇게 집행유예 또는 무죄 판결을 받아내면 ‘성공 사례’로 자랑스럽게 홈페이지에 올려둔다.
어떻게 피고인이 반성하도록 설득하냐고?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라고? 그래서 무죄, 집행유예, 감형을 받아내 성공보수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 ‘인권변호사’의 직업윤리인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무엇이든 한다면 그것은 청부업자의 직업윤리와 무엇이 다른가? 의뢰인을 대변해 소위 불법이 아닌 테두리 안에서 온갖 부도덕한 행위를 저지르며 그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받는다면 그는 청부업자에 불과하다.
적극적 가해자 자처하는 변호사, 절차만큼 커지는 피해
나는 [황해문화]에 기고한 [젠더폭력의 공동체적 해결]에서 “사법 절차가 진행되면서 가해의 총량이 계속 증가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작년 [한겨레] 칼럼에서는 “변호라는 이름의 가해”라는 제목으로 변호사들의 시장화 전략을 고발했다. 변호사는 적극적으로 가해자가 되기를 자처한다.
피고인이 종국에는 유죄 판결을 받고 민형사상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경찰 및 검찰 조사, 증인 신문, 피고인의 공격적 변론과 허위 진술과 같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나날이 새로운 가해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자는 치유, 배상, 그리고 정의 실현을 위해 애쓰는 과정 속에서 오히려 또 다른 상처와 트라우마를 얻게 된다. 무리한 변호 행태가 보편화되면서 심지어 판사들조차 법정에서 일어나는 가해를 묵인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관행이 너무나 널리 퍼져있고 지금까지 법정에서 승산이 있었던 덕분에, 변호사끼리의 정보 공유와 벤치마킹에 힘입어 성범죄 피고인 변호는 손쉽게 돈 벌 수 있는 ‘비즈니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복잡한 법리 다툼이나 새로운 법리 해석은 불필요하지만, 각종 꼼수를 들이밀면 요행을 바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변호사가 이렇게 사법 부정의에 공모하고 있다. 자칭 ‘인권변호사’들 역시 ‘심신미약’을 주장해 왔고, ‘변호사로서 어쩔 수 없었다’는 궤변을 펼쳤다.
조수진은 정치를 하겠다는 주제에, 자신의 행위가 “변호사로서의 직업윤리와 법에 근거한” 활동이었다고 언론을 통해 퍼뜨려서는 안 된다. 이는 잘못된 관행을 더욱 만연하게 만들 뿐이다. 얼마나 더 많은 비극이 있어야 바뀔 것인가?
그는 정치인은 물론 변호사로서의 자격도 없다.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라. 그리고 지금까지의 잘못을 반성하며 즉각 사퇴하길 바란다.
참고: 조수진 변호사 블로그 내용 중에서 (보충)
법원 행정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참은 살인이나 강도와 같은 강력범죄에서는 유죄를 선고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성범죄에 한해서는 무죄 평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애초에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고, 일부 논문에서는 배심원들이 “사회일반에 통용되는 강간 통념”을 가지고 피해자다움을 평가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강간통념이란 여성이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 통념을 말합니다. 이는 성범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기에 바로잡아야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국참이 일부에서는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다만 자신이 피의자의 입장이고 배심원의 판결을 통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증거 자료와 상황이 있다면 이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의 주장의 상당 부분이 사실이 아닌 거짓이라면 법률대리인의 도움을 받아 법원에서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하여 배심원의 마음을 자신의 편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기에
성범죄는 단 둘이 있는 공간에서 있었던 일이고 당사자인 피해자와 피고 둘만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증거 싸움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따라서 피해자에게 물적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자신이 무고하게 고소당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쉬워집니다.
또한 배심원은 법률에 의거하여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닌 피해자와 피고인의 주장과 법정에서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는 감정에 의거하여 판단을 내립니다. 따라서 법률대리인의 조력을 통해 판사를 설득함과 동시에 배심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변론을 펼친다면 무죄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조수진 변호사)
조수진, 조수진 블로그 ‘조수진 변호사의 국민참여 형사 법정’ 중에서.
- 업데이트: 본문 중 ‘참고’는 2024.03.21. 오후 11:36에 보충했습니다. (편집자)
제가 정말 죄송합니다.제가 어려서부터 공부는 하기가 어렵고 생산직 다니고 조리사 자격증 따려고 노력했는데 아무 기억이 안 납니다.구원받으려고 노력하는 제게 세상이 너무 힘들고 벅찹니다.제가 성범죄 변호하지 않고 제 자신에 대해 반성하겠습니다.제게 자식이 생겼는데 남편이 저를 무시하고 싫어하는 것도 모자라 제게 충분한 설명을 안 합니다.제가 공천 후보로 나가기엔 인격적인 부분에서 미흡합니다.정치적인 능력도 별로 없습니다.제가 자식을 낳고 잘 살면 그때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