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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광장에 나온 판결’] 손연재 선수 명예훼손 댓글 단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신 모 씨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기소유예처분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손○○ 명예훼손 댓글 사건?!

손○○ 선수의 명예를 훼손한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고소당한 신○○ 씨, 댓글 전체를 보면 오히려 손○○ 선수를 옹호하는 내용이라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경찰은 댓글의 일부만을 보고 신 씨를 검찰에 송치합니다. 검찰도 신 씨의 주장은 외면하고 기소유예처분을 내렸습니다.

기소유예는 범죄혐의가 충분하고 처벌이 가능하더라도 검사의 판단에 따라 기소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형사적 제재를 최소화하는 등 의미 있는 제도이지만, 신 씨의 사례에서처럼 피상적이고 기계적인 처분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부당한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구제는 헌법재판소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이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찰대학 법학과 김면기 교수가 비평했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이 사건은 한 유명 리듬체조 선수에 관한 기사에 남긴 ‘댓글’에서 출발합니다…!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은 늘 자극적인 사건들이다. 충격적인 범죄, 대대적인 압수·수색, 피의자의 구속, 유무죄 판결들. 우리가 접하는 형사사건은 대부분 이렇게 다가온다. 복잡한 사회, 바쁜 일상 속에 평범한 사람의 속상한 이야기 정도는 주목을 끌기 어렵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헌법재판소의 기소유예처분취소 사건도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관심받은, 관심받기 어려운 이야기


변호사 시험 준비생이던 신○○ 씨는 2016.8.24.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한 기사에 ‘성적 조작’이라는 표현이 담긴 댓글을 달았다. 기사 주인공이었던 스포츠 선수는 자신의 성과를 비하하는 모욕적인 댓글로 보았다. 인터넷에 박제된 짧은 댓글이었지만, 명예훼손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웠다.

  • 피해자는 2022.6.23.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 경찰은 2023.3.14. 신○○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 검찰은 2023.3.30. 기소유예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하였다.
  • 경찰 송치 이후 불과 2주 만에 검찰의 처분이 이루어졌다.

기소유예(起訴猶豫)란 범죄 혐의가 충분하고 처벌이 가능해도 피의자의 전과, 피해 정도, 반성 정도 등을 검사가 판단해 공소제기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잘못을 저질러도 굳이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기소유예 처분은 때로는 불이익을 가져오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큰 피해가 없어 그냥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신○○는 검찰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2024.2.28. 헌법재판소가 이를 취소한 것이다.

'잘못이지만 굳이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 

이는 여러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경미한 초범에 대해서는 형사적 제재를 최소화함으로써 일상에 조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공식적인 형사절차 진행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이 발간하는 범죄분석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무려 157만 건의 범죄가 발생했다고 한다.

여기까지 들어보면 그저 평범한 사람의 속상한(?) 이야기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러한 해프닝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사실상 피해자의 유명세 덕분이었다. 피해자는 전직 리듬체조 선수 손○○로,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최고 성적인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자신의 성취가 ‘심판매수·승부조작’이라고 비하하는 364명의 네티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는데, 신○○ 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관심받기 어려운 이야기가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피해자의 유명세에 가려 정작 사건의 본질과 문제는 깊이 있게 다뤄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발생했던 것일까?

외면받는 형사절차의 구조적 문제


수사 과정에서 신○○ 씨는 유명 리듬체조 선수 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신○○ 씨가 손○○의 메달 소식을 전하는 뉴스기사에 “자 비네르 사단의 성적 조작 수혜자가…”라는 댓글을 단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문구만이 아닌 댓글 전문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도, 검찰의 최종 처분 단계에서도 외면받았다.

그러나 신 씨의 댓글은 곱씹어볼 여지가 있었다. 댓글 전문은 다음과 같았다:

“자 비네르 사단의 성적조작의 수혜자가 손○○라고 치자. 신□□도 러시아에 월3천에 유학갔는데 왜 성적이 고따구였지?? 그리고 이번에 러시아동행단에 일본 △△ 선수도 있었는데 비네르가 그렇게 전지전능하다면 왜 그 선수 결선진출도 못시켜줬는지??”

신 씨의 댓글.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손○○에 대한 비판보다 옹호에 가깝다. 신 씨는 속상했을 것이다. 마침 변호사시험 준비 중이었기에 관련 절차에 친숙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결국 헌법재판소도 신 씨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신○○ 씨에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초래되었다. 신○○ 씨는 헌법소원 청구 과정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입증하기 위해 직접 해당 사이트 고객센터에 요청하여 댓글의 전문을 확보한 다음 이를 헌법재판소에 증거자료로 제출하기까지 했다.

애당초 경찰이 신○○ 씨의 주장에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이고 증거를 면밀히 수집했다면, 검찰은 경찰의 수사기록을 엄격하게 검토하고 과연 ‘범죄혐의가 충분’한 것인지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살펴봤더라면, 진작 무혐의에 그칠 일이었다. 피상적으로 수사를 진행·종결하고, 기계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는 관행 속에 피의자의 목소리는 묻혀있었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후로부터 꼬박 1년이 걸렸다.

'꼬박 1년'... 그나마 1년 만에 기소유예처분이 취소된 것은 신속하게 절차가 진행된 것이다. 본문에서 인용한 연구에 따르면, 기소유예 취소처분 건수 398건을 분석한 결과, 헌법재판소에 의해 취소되기까지 평균 17개월이 소요되었고, 무려 80개월이 걸린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속상한 사례는 적지 않다. 필자가 조미지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과 쓴 ‘헌법재판소의 기소유예처분 취소 결정에 대한 실증적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13~2022년 10년 동안 헌법재판소에서 2,405건의 기소유예처분 취소사건에 대해 심리하였는데, 그중 401건을 취소하였다. 인용률이 무려 16%, 약 6건 중 1건이 속상한 사건이었던 셈이다.

그사이 검찰의 기소유예처분 사건 비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는 20~30%에 그쳤지만, 2021년에는 45%, 2022년에는 무려 53%에 이르고 있다. 속상한 신○○가 과연 얼마나 더 있는 것일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소유예 제도의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결국 제도 구체적인 설계와 운용의 문제이다. 언제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과도한 사건 부담은 부실한 사건처리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피상적인 증거만으로 섣불리 혐의를 인정하고 사건을 송치한다. 피의자의 변소나 반대되는 증거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 경찰의 구조적인 수사미진이 본 사건의 시발점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수사 진행, 종결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다시 한번 검토할 때이다.

검찰의 성급한 범죄혐의 인정과 기소유예 처분 역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적지 않은 사건들이 기소유예 처분으로 종결되고 취소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검사로서는 섣불리 공소제기 후 무죄판결을 받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고, 과감히 불기소 처분(혐의없음)으로 종결할 경우, 검찰항고 등 불편한 민원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소유예 처분은 검찰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홀가분한’ 선택인 셈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피처분자의 몫이다. 헌법재판소를 통해 검찰의 기소유예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하려면,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신○○ 씨 역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나마 신○○ 씨는 변호사시험 준비생이었기 때문에 준비가 수월하고 비용부담도 덜 했을 것이다. 아마 또 다른 신○○ 씨는 제법 부담스러울지 모른다.

기록 너머에는 사람이 있다


16년간 검사로 근무하고 퇴직한 안종오 변호사는 2017년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책을 썼다. 출판사 리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안종오 검사에게 뻔한 사건, 이미 끝난 사건이란 것은 없다. 이상하면 한 번 더 훑어보고 들여다보고, 그래도 궁금하면 피의자든 피해자든 불러서 물어본다. 사람을 직접 만나 들어보면 성의 한 조각이라도 더 생기지 않을까?”

또 다른 신○○가 없기 위해서는 말이다.

광장에 나온 판결: 254번째 이야기


리듬체조 선수 손○○에 대한 명예훼손 댓글 사건 이야기

– 헌법재판소 2024.2.28. 2023헌마739 기소유예처분취소
– 재판관 이종석(재판장),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결정문 보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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