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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이 1월 27일부터 노동자 5~49명의 소규모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됩니다. 전국의 사업장 83만여 곳(전체 사업장의 24%)과 이들 사업장에서 일하는 800만여 명 노동자가 대상입니다. 노동계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는 노동존중 사회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산재 취약 기업에 대한 지원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사업장인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한국발전기술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고(故)김용균(1994년~2018년, 향년 24세). 김용균의 죽음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채 2년이 되지 않아 같은 사업장에서 하청업체 운전기사가 2톤 무게의 스크루에 깔려 사망했다. 그리고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 시행됐다.

전과자 줄폐업 운운하며 ‘공포’ 조성하는 보수언론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자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관리 체계 미비가 근로자의 사망 등에 영향을 미쳤다면 책임자가 처벌받아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작업자의 실수나 자살 등 고의성이 있으면 처벌받지 않는데 언론은 가위질이나 맨손 설거지도 유해・위험요인인지 사업주들 사이에 혼란이 크다고 과장해서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예비 전과자를 만들 수 있는 법이라거나 줄폐업이 예상된다는 공포 유발 표현도 과감하게 썼습니다. 조선일보 1면 기사 [국민 내팽개치고 자기 이익만 챙긴 국회] (김경화·양지혜 기자)는 83만 소상공인을 예비 전과자로 만들 수 있는 법이라고 언급했고, 중앙일보 [사설/중대재해법 유예는 좌절…달빛철도는 일사천리] 동네 골목상권의 줄폐업 사태를 막기 위한 민생 현안 합의가 지지부진해서 법이 시행되게 생겼다고 썼습니다.

생명과 안전보다 더 큰 가치는 없습니다. 근거마저 희박한 ‘소상공인’ 방패 삼는 보수언론의 공포마케팅,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한국경제 [“칼질하기도 바쁜데 중대…뭐요?” 마장동 축산시장 ‘대혼란’] (이정선·김동주 기자)의 경우 기자가 마장동 축산시장을 찾았는데요. 손님 맞으랴 종일 정신없는데 10개 넘는 안전 관련 서류를 어떻게 작성하라는 건지 막막하다는 상인의 하소연을 부각했습니다. 도축을 하다보면 까딱하다 사고가 날 수 있는데 그럼 곧장 폐업하라는 얘기 아니냐처럼 억울한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습니다.

동아일보 [“중대재해법 대비 못해…직원 수 4명으로 줄여야할 판”] (김수현·주애진·송진호 기자)은 직원 20여 명이 일하는 섬유 제조회사를 운영하는 사업주의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주변에 사고가 날까 두려워 계획보다 일찍 사업을 접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본인도 고용을 줄이고 자동화 장비를 들여놓아 5인 이상 사업장이 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볼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전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의 분위기를 전달한 보도라지만 사업주가 고용을 줄이거나 폐업을 고려할 정도라고 보도한 것은 과장 보도나 다름없습니다. 사업장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려는 법의 취지를 제대로 설명했다면 사업주들의 혼란과 오해도 크게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빵집 음식점? 중대재해 대부분은 건설업과 제조업


경향신문 [빵집도 중대재해 처벌?…정부의 ‘공포 마케팅’] (김지환·조해람 기자)은 동네 음식점, 빵집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며 사업주가 얼마나 소홀히 했으면 그런 업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겠느냐는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네트워크 공동대표의 말을 전했습니다. 상시 노동자가 5인 이상인 동네 음식점, 빵집 사장도 법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중대재해 자체가 발생하는 일이 현저하게 드물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MBC [알고보니/중대재해처벌법 확대로 골목 식당·카페 타격?] (이준범 기자)은 2022년 업무 중 사망사고는 644명이며, 이 중 숙박·음식점업에서 숨진 사람은 5명으로 “전체 사망사고 가운데 0.78%로, 1%가 채 안 된다고 설명했는데요. 전체 사망사고의 80%는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확대되더라도, 주된 대상은 골목 상권이 아니라, 건설업과 제조업 같은 산업 현장이라고 짚었습니다.

△ 중대재해처벌법 골목상권 공포마케팅을 팩트체크한 MBC(1/25)

한국일보 [식당 사장님도 안전체계 구축 의무…안전조치 했다면 면책] (정지용 기자)은 업종을 막론하고 모두 법 적용 대상이지만 중대재해 대부분이 제조이나 건설업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다른 업종이라면 과도한 공포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사업주가 취해야 할 대부분의 안전ㆍ보건 의무는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것과 유사하며 근로자 실수나 안전수칙 위반으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사업주가 법에 따른 노력을 다했다면 처벌받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22년 산재 61.7%, 사고 80.9%, 50인 미만 사업장서 발생


중대재해 처벌법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입니다. 중앙일보 [경제계 “중처법 2년 더 유예”…시간 있었는데 준비 부족하다는 이유] (1월 3일 이수정 기자)에서 중소기업중앙회와 경제 6단체는 인적·재정적 여력이 부족하단 핑계로 준비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2022년 50인 이상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2년간 시간을 허비한 채 또 2년을 유예해달라는 것인데요.

SBS [높은 사망 비율…위험 요인 개선 급선무] (조을선 기자)를 보면 2022년 사고와 질병으로 숨진 산재 사망자 2천223명 중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 61.7%였고, 사고 사망자 874명 중에서는 80.9%에 달합니다. 노동계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한 이유입니다.

죽기 위해 일하러 나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윤을 따지느라 노동자의 안전을 소홀히 한다면 그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안전은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니터 대상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2024년 1월 25일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저녁종합뉴스, 2024년 1월 2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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