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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도 당당한 ‘폭력 남편’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베트남 아내와) 언어가 다르니까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하니까 그것 때문에 감정이 쌓이고 한 건 있는데,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SBS ‘취재파일’에서 재인용.

베트남인 아내를 때린 한국인 남편 김 씨가 구속되면서 기자들 앞에서 한 말에는 ‘억울함’이 잔뜩 묻어났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경찰 조사에서도 아내가 폭행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식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맞을만 하니까 맞았다는 것’.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남성 여성 불안 폭력 폭행

재수 없어 걸리는 ‘흔한 일’ 

정신이 없는 와중에서도 가해 남성은 왜 ‘다른 남자’ 운운했을까. 실제로 자신만 폭력을 저지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2.1%(387명)가 가정폭력을 겪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렇듯 폭력이 일상화된 환경에선, 폭력을 저질렀다고 수사를 받는게 오히려 특이하고 ‘재수 없어 걸리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아내를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의 근본 원인은 ‘가부장제’에 의한 지배인데, 이주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에선 가부장제는 조금 더 노골적으로 이빨을 드러낸다. 처음 한국에 온 결혼이주여성은 불안정한 신분, 인종, 여성 등의 다양한 약자성이 결합되어있다. 게다가 중개업체를 통했다면 남편 측에서 소위 ‘돈 주고 데려왔다’ 우월감을 느낄 가능성도 크다. 이런 배경에서 시가 식구들이 주도하고, 지역 주민들(경찰 포함)이 방조하는 이주여성의 ‘노예화’ 전략이 전개된다.

남편과 시가 식구들의 폭력을 피해 ‘이주여성쉼터’로 온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2018)에 나온 사례들을 보면 참혹하다. 7명의 인터뷰이 중 6명이 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이었으며, 이들은 여지없이 시가 식구로부터 직접적인 착취와 폭력을 경험했다. 아래는 책에 나온 피해 사례를 요약한 것이다.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책

캄보디아인 쏙카(가명): 시어머니가 “밭에서 같이 일하려고 데려왔다”와 “나가라”는 폭언을 반복. 시어머니는 쏙카 씨가 한국어를 배우지 못하게 막고, 경제권도 빼앗으면서 철저하게 통제함. 3년 간 남편으로부터 상습적 폭력을 당한 끝에 쉼터로 옴.

베트남인 여성A: 남편이 뱃일을 해서 사실상 시누이와 같이 살게 된 상황. 시누이가 남편이 번 돈을 가져가고, 사실상 A씨의 밭일로 살림을 꾸리고 있었음. 그런데 동네주민들이 주는 밭일로 받는 품삯도 5천 원, 만 원, 3만 원 등으로 착취 수준. 결혼 생활 동안 시조카, 시누이, 남편에게 맞았고, 시누이가 자신을 위협해 쉼터로 오게 됨.

베트남인 여성 B: 남편이 50대 초반이라 약 서른살 차이. 무려 기초생활수급자에 알코올 중독자였음. 남편은 칼로 협박하거나 허리띠로 목을 조르는 등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고, 아이까지 때림.

베트남인 여성 C: 시누이의 강력한 통제, 남편이 말다툼 중 뺨을 때렸고, 시어머니는 “남편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라”고 말함.

베트남인 여성 D: 시어머니와 남편이 여권을 강제로 빼앗고, 걸핏하면 남편이 여성에게 “돌아가라”고 말함.

베트남인 여성 E: 시아버지의 성폭행.

시가의 주도·공모, 정부·경찰의 무관심  

일반적인 가정폭력의 양태가 남편의 폭력과 시가의 방조와 묵인으로 이뤄진다면,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은 상당수 시가 식구들이 주도하거나 공모하는 구조를 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처음 한국에 온 이주여성에게는 사회 연결망이 없다. 남편과 시가 식구가 가장 처음 만나 관계 맺는 대상이다. 그러므로 시가가 자신을 통제하고, 고립한다고 해도 거기에 대응하는 방식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주여성의 고립은 곧 시가의 배타적 지배와 폭력에 저항할 의지를 빼앗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결혼이주여성들이 구조적으로 너무 취약한 여건에 처해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폭력에 대한 안전망 하나 없이 복권 긁듯 남편과 시가의 ‘선의’만 믿고 한국에 살아야 했다.

그런데도 정부나 지자체는 이주여성의 안전이나 안정된 삶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리 대책도 없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5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양평군)까지 지원금을 주면서 결혼을 부추겼다. 그래서 알콜중독자에 기초수급자가 중개업자를 통해 결혼할 수 있었다. 그와중에 경찰은 B 씨와 C 씨의 경우 사례에서 ‘화해’만 종용하고 갔을 정도로, 여전히 가정폭력 사건에 있어서는 무력하다.

경찰은 위 B 씨와 C 씨 사례에서 '화해'만을 종용했다. 사실상 가족폭력 사건에 취약하다.

경찰은 위 B 씨(칼로 협박, 허리띠로 목 조름)와 C 씨 사례에서 ‘화해’만을 종용하고 가버렸다.

국가와 공동체의 ‘개입’ 필요  

물론 제도 자체는 개선된 부분도 있다. 이주여성들의 죽음이 사회에 경종을 울렸고, 이주여성들과 여성단체의 연대 등이 변화를 만들었다.

  1. 국제결혼중개업체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었고,
  2. 2011년부터는 체류자격 연장에서 한국인 배우자의 보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3. 법 개정을 통해 국제결혼중개업자의 건강상태나 범죄 경력에 대한 신상정보 제공도 의무화됐다.
  4. 또 올해부터는 여성가족부가 직접 이주여성상담소 운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들을 실제 결혼이주여성들이 체감할지는 미지수다. 가족이라는 집단은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여겨져, 강력한 배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폭력

결국, 이주여성이 폭력이나 억압에 시달리지 않도록, 국가 혹은 공동체가 ‘가족’에 개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이주여성 폭력 문제의 해결책이다. 이는 공·사 분리 이데올리기나 성 역할을 강요하는 가부장제 등 한국 사회 전반의 가정폭력의 근간을 깨는 작업과도 맞닿아있다. 이주여성의 가정폭력 문제는,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가정폭력이 줄어들어야만 같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선주민(한국인)의 가정폭력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국가가 결혼이주여성의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여성에게 고정된 성역할(대체로 순종하고 가사일에 전념하는)을 강요하고, 원하는 성역할을 수행하지 않을 경우 비하하고 통제하거나 ‘나를 무시하냐’며 폭력을 행사하는 가부장. 한국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가정폭력과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은 근본적으로 그 구조가 동일하다. 도시와 동떨어진 일인양, 남성 일반과 전혀 무관한 일인양 타자화시킬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포털이나 커뮤니티 등을 보면 이번 이주여성 폭행 가해자뿐만 아니라 아내를 때린 남자들에게 분노하는 남성들이 굉장히 많다. 그렇다면 그런 ‘폭력 남편’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일지도 그들이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분명 가부장적 구조에서 발생하는 여성억압과 여성차별이 ‘가정폭력’의 주요 원인이다. 그럼에도 이를 극복하려는 페미니즘을 ‘굳이’ 지지하지 않는다고 하면 참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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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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