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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환자가 숨기고 섹스하면 죄일까

판결로 본 세상 (연재 소개) 

판결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여러 창들 중 하나입니다. 아주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 창으로 본 세계는 무겁고, 어렵습니다. 정혜승 변호사가 화제가 된 주요 판결을 2~4개씩 묶어 간명한 언어로 정리합니다(비정기, 월 1~4회). 대상 판결 선정은 법률신문의 ‘판결큐레이션’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편집자)

1. 에이즈 환자가 (질환을) 숨기고 섹스하면 죄일까?

HIV 감염자, 즉 소위 에이즈환자가 성관계한 것은 무슨 죄일까. 예전에는 과연 HIV 바이러스 감염자가 성관계를 한다면 그것이 ‘상해’에 해당할지가 논란이 되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중상해’라 해서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의 상해인지 아닌지가 문제되었다. 예전에는 감염만 되면 사망한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 HIV 바이러스 감염만으로 곧바로 사망에 이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참고 기사: 임예인, 이것은 단순히 빨간 아이폰이 아니다).

에이즈는 이제 '죽을 병'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질환'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에이즈는 이제 ‘죽을 병’이 아니라 만성질환처럼 ‘관리 가능한 질환’이다.

최근에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조문 보기, 총 28조)라는 특별법으로 규율된다. 이 법에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전파매개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다(19조, 25조). 이 사건의 피고인도 바로 이 법률에 따라 기소되고 유죄판결을 받았다.

위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은 감염자를 보호하기 위한 내용도 담고 있다. 의료인에게는 의료법상 환자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가 부과되지만, 위 법률에 따르면 의료인이 감염자에 대한 진료내용을 누설할 경우 더욱 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7조). 실제, 의사가 감염자를 진료한 후 협진 관계에 있던 의사에게 감염사실을 알린 것에 대해 위 비밀누설행위라고 기소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진료에 필요한 정보 교환이라는 취지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2. 페북으로 “메친X” 표현, 손해배상책임 인정될까?

흥미로운 사건이다. 이런 사건은 배상액이 적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사례가 드물다. 원고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 표현을 쓴 사람들을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1. “메친X” (이 씨)
  2. “메갈돈육녀 등극” (전 씨)
  3. “돼지파오후X” (비만 비하 표현) (강 씨)
  4. “저X 체포하는 경찰들이 더 불쌍” (박 씨) = 불기소 

수사기관은 앞의 세 가지(1, 2, 3) 표현은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기소하거나 기소유예 했지만, ‘저X’라는 표현은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경멸적 표현에는 이르지 않는다고 보아 불기소처분을 했다.

원고는 위 댓글을 단 사람들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앞의 세 가지 표현에 대해서는 원고의 인격을 모멸하는 표현으로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3명에 각각 20만 원씩). 그러나 ‘저X’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무례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인격권을 침해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보아 배상책임을 부정했다.

형사 고소에 따른 결과는 형사처벌이다. 징역, 금고, 벌금 등이다. 그리고 벌금을 부과하더라도 이 벌금은 국가에 납부하는 것이지 피해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피해자는 형사고소를 하여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할 뿐 아니라, 자신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

인터넷 공간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위자료의 액수가 증액되어야 하지만, 아직 법원의 태도가 소극적이라 아쉽다.

3. 기간제 근무 단절 있어도 합산 2년 이상이면 무기계약직 전환 가능할까?

기간제 근로자라도 2년 이상 근무 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하여 근로계약을 중간에 중단하고 몇 개월 후 다시 입사시키는 것은 일부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꼼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관행이 있더라도 그 근로자가 총 일한 기간이 2년이 넘고, 했던 업무의 성격이 유사하다면 2년 이상 일한 것으로 보아 무기계약직 전환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안에서는 심지어 중간에 퇴사 후 입사를 하며 “과거 근로와 장래 근로가 단절된다”는 합의서까지 작성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약정으로 법률의 효력을 무력화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노동자

민사법의 대원칙은 ‘사적자치’이다. 당사자가 약속한대로 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 중 ‘강행규정’에 해당하는 경우, 당사자가 아무리 다른 내용으로 약정을 하더라도 법률의 내용에 따라야 한다. 사적자치의 예외인 셈이다. 그렇다면 뭐가 ‘강행규정’인지 궁금해진다.

‘강행규정’ 인지 아닌지를 다시 법률로 정해놓았거나, 입법자가 처음부터 구분해놓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법률의 내용에 반하는 계약을 하고, 그 계약의 효력이 문제되어 법원에 사건이 오면 비로소 법원이 그 규정이 ‘강행규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된다. 즉, 강행규정 여부는 판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주로 평등한 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은 강행규정이 적고, 불평등한 관계를 보충하는 내용이 많은 법률은 강행규정이 많은 편이다. 노동관계법률에는 당연히 강행규정이 많다. 이 판결도 강행규정에 반하는 약정을 근로자와 사용자가 하더라도 그 약정의 효력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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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혜승
초대필자. 변호사

신앤유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변호사입니다. 음악을 좋아합니다.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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