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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노트 연필 고민

긴 문장을 쓰지 말라고 조언하는 사람도 있지만, 짧은 문장만으로는 복잡한 개념을 전달할 수 없다. 길면서도 명확한 문장을 쓸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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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font=”arial” fontsize=”33″]a.[/dropcap] 역사학자들은 수니파와 시아파가 오늘날 반목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많은 이들은 갈등의 원인이 오랜 종교적 차이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1300년 동안 두 종족이 갈등한 역사의 모든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요인까지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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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font=”arial” fontsize=”33″]b.[/dropcap] 수니파와 시아파가 오늘날 반목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오랜 종교적 차이는 물론 1300년 동안 두 종족이 갈등한 역사의 모든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요인까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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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세 문장을 나열한 a보다 하나의 긴 문장으로 연결한 b가 훨씬 정돈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쉽게 이해된다. a는 각 문장이 끝날 때마다 다음에 어떤 내용이 이어질지 예측을 해야 하지만, b는 그러한 여지를 주지 않는다. 글을 쓰는 사람이 글에 담을 내용에 대해 훨씬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그것을 치밀하게 글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긴 문장이 어려운 것은 길이 때문이 아니다

앞에서도 설명한 도입부 쓰기의 원칙은 긴 문장을 쓸 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문장의 시작부분은 짧고 직접적이며, 뒤따라 나올 복잡한 정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 프레임을 짜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면 아무리 긴 문장이라도 쉽게 읽힌다. 다음 두 문장을 비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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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font=”arial” fontsize=”33″]c.[/dropcap]고액공제건강보험과 건강저축계좌를 만들어 노동자와 고용주가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의료보험 부담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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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font=”arial” fontsize=”33″]d.[/dropcap]노동자의 의료보험 부담이 커지는 것은, 고액공제건강보험과 건강저축계좌를 만들어 노동자와 고용주가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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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는 두 개의 전문용어가 포함된 11개 어절을 읽고 난 다음에야 문장의 핵심 주장이 등장한다. 독자들은 자신이 읽은 내용이 주장과 어떻게 관련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읽었기 때문에, 대부분 이런 문장을 만나면 앞으로 되돌아가 다시 읽어야 한다. (실제로 우리는 책을 읽다가 이러한 경험을 많이 하지 않는가?)

d는 문장의 핵심 주장을 먼저 간결하게 진술한 다음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제시한다. 이 문장은 네 어절만 읽으면 앞으로 무슨 내용이 나올지 ‘읽지 않고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후 전문용어가 쏟아진다고 해도一물론 용어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一이러한 문장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핵심 주장이 먼저 나오면 더 쉽게 예측할 수 있고, 정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핵심 주장을 간결하게 먼저 진술하면, 무슨 내용이 나올지 ‘읽지 않고도’ 쉽게 그 내용을 예측할 수 있다.

등위연결의 원칙

물론 문장을 길게 쓰기 위해서는 논리적인 사고력 못지 않게 문장력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문장이 길어질 때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균형이 맞지 않는 등위연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많은 이들이 글을 쓰다가 저지르는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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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font=”arial” fontsize=”33″]e.[/dropcap] 지역의 고용흐름을 반영한 커리큘럼 수정과 새로운 커리큘럼을 반영하도록 부서를 재편하라고 위원회는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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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글을 쓰다보면 이런 실수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이런 문장은 독자 눈에 상당히 거슬린다. 문제는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을 등위연결했기 때문이다.

스타일레슨

글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이 글을 고칠 것이다.

스타일레슨

균형이 깨지는 요소를 '등위연결'하면 독자의 눈에 상당히 거슬린다.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을 연결하면 그 문장은 독자의 눈에 상당히 거슬리게 된다.

문장의 길이에 담긴 의미

물론 문장을 무조건 길게 써야 한다거나 짧게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글 속에 담긴 문장들이 모두 길거나 짧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언제 길게 써야 하고 언제 짧게 써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안다.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을 적절하게 배치해야 독자에게 긴장감을 줄 수 있다.

결국, 문장을 짧게 써야 하느냐 길게 써야 하느냐 하는 문제는 규칙처럼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효과를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짧은 문장

  • 긴박한 상황을 전할 때
  • 단호한 확신을 드러낼 때
  • 무언가를 직접 지시할 때 효과적이다.

반면, 긴 문장

  • 자의식을 드러낼 때
  • 사고의 흐름을 드러낼 때
  • 다양한 사건 사이의 복잡한 연관성을 드러낼 때 효과적이다.

극단적인 예문 두 개를 읽고 그 효과를 음미해보기를 바란다.

도구 목공 수단
글의 소재와 목적, 저자가 추구하는 스타일에 따라 적절한 도구(문장)은 달라진다. 무조건 짧다고 좋고, 길다고 나쁘다거나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짧은 문장: 레온 트로츠키, [러시아 혁명사] 

정오가 다가오자 페트로그라드는 다시 군사작전이 펼쳐지는 현장이 되었다. 소총과 기관총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누가 어디에서 쏘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과거와 미래가 서로 총격전을 벌였다는 것. 아무데나 대고 총을 쏘는 일이 많았다. 어린 소년들은 우연히 손에 넣은 리볼버를 쏘아댔다. 무기고가 파괴되었다… 양편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나무로 된 펜스만이 군인들과 혁명군을 구분해줄 뿐이었다. 공격자들은 펜스를 부수기로 했다. 펜스 일부는 부수고 나머지는 불을 질렀다. 20여개 막사가 시야에 들어왔다. 두 세 막사에 자전거 탄 사람들이 밀집해 있었다. 빈 막사들은 단번에 불태워졌다.

긴 문장: 먼 메일러, [밤의 군대들: 소설로서의 역사, 역사로서의 소설] 

어쨌든 진행요원들로 이루어진 비어 있는 정사각형 바로 뒤를 따라 메일러와 로웰은 카메라, 헬리콥터, TV중계차, 진행요원들, 확성기의 세례를 받으며 행렬의 맨 첫 줄에 섰고, 유명인사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흔들리고 찌그러지고 뒤틀린 줄 속에서 (가끔은 줄이 앞뒤로 비틀려 옆 사람이 앞뒤에 서서 한쪽 팔은 앞사람에게, 다른 한쪽 팔은 뒷사람에게 끼어 줄이 구불구불해지기도 했다) 몇 발자국은 빠르게 나아가다가 멈추기도 하고, 그러는 사이 마치 거대한 역사의 돔의 어느 신비한 아치 아래에 서 있듯 커다란 행복감에 젖어들기도 하였으며, 헬리콥터는 타타타 소리내며, 오늘 비로소 미국이 두 개로 분리되었다는 생각에 메일러의 가슴속에 감추어져 있던 애국심이 피어나면서 바로 오늘 이 순간 조국에 대한 날카로운 사랑의 통증을 느끼며 포토맥 강보다 넓은 마음속 골짜기를 가로지르는데, 그것은 결혼생활이 깨지고 아이들을 잃은 것처럼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느껴지는 사랑?그 때만큼, 분명히 그 때만큼 사랑을 느낀 적은 없었다?그리고 어디서 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기 중에 전해오는 나무 타는 냄새, 위엄이 느껴지는 연기, 침착한 영웅심을 느끼며? 결혼이 파국을 맞을 때 느꼈던 감정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메일러는 전투대열 맨 앞줄에 선 사람들이 한결같이 죽을 각오를 하는 이유를 처음 깨달았는데, 이는 신속한 변화에 대한 약속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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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8년 4월 출간된 책 [스타일 레슨]에서 발췌하여 작성한 것입니다.

  1. 레이건의 분노: “요점만 말해, 이 바보야!”
  2. 스토리텔링: 글쓰기의 첫걸음
  3. 어순은 위대하다: 문장의 깃발과 메시지의 초점
  4. 서론 쓰는 법: 독자 위협하기
  5. 간결하고 힘 있는 문장: 6가지 원칙
  6. 문장 미학의 원리: 긴 문장 짧은 문장 
  7. 글 쓰는 사람의 윤리: 좋은 글은 어디서 나오는가? (끝)

¶ 알림:

[스타일레슨] 신간 출간 기념 번역자 특강(6월 24일 일요일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을 진행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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