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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슬로우뉴스가 가로수길서점과 제휴하여 좋은 책과 함께 매주 독자를 찾아갑니다. 가로수길서점은 “가로수길에서의 책 한 권”를 더불어 나누고자 2012년 7월에 문을 연 온라인 공간입니다.  (편집자)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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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도 추억을 떠올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 사는 환경, 직업 등이 달라져도 함께 하는 자리에서만큼은 학창 시절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로를 대하는 친구. 생각만 해도 마음이 든든해지지 않으세요? 요즘에는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게 된 SNS 친구들도 떠오르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친구가 떠오르나요?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어떤 이야기라도 속 시원히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가로수길서점에서 소개할 “비바, 천하최강”이라는 책도 이런 친구들의 추억담을 담고 있는데요. 이 책과 함께 우리도 학창시절의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저자와 책 소개부터 해드릴게요.

이 책의 저자 정지원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비바, 천하최강”으로 제 6회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였는데요. 일반 작가들과는 달리, 저자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책이나 인터넷 모두 생략되어 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대신, 저자가 책 마지막에 남긴 말을 소개해 드릴게요.

“이 책의 이야기는 내 학창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이제 나는 천하최강의 모델이 되어 준 친구들과는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게 되었는데, 그래도 이 책만큼은 누군가에게 유쾌한 휴식 또는 묵은 추억을 되살릴 주문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중략) 이야기가 나를 작성했다. 그러니 지은이 소개란의 빈자리는 이야기의 것이다. 그럴 수 있는 힘을 준 이야기에게 감사한다.”

“비바, 천하최강”은 앞서 소개한 것처럼 창비 청소년문학상의 여섯 번째 수상작으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들의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개성 넘치는 4명의 단짝 친구가 벌이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경쾌하게 펼쳐지는데요. 어느덧 30대가 된 주인공이 어렴풋한 과거의 추억을 하나씩 되새기는 구성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책을 볼까 말까. 좀 더 자세히 이 책을 살펴볼까요? ‘오늘의 책 미리 읽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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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에는 주로 비디오 대여점에서 테이프를 빌려 보곤 했다. 2,000원이었는지 1,500원이었는지 정확한 금액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 정도의 대여료를 내면 2박 3일쯤 비디오테이프를 빌릴 수 있었는데, 영인이 덕택에 우리는 꽤 많은 용돈을 굳혔다. 영인이 집이라고 해도 비디오 대여점만큼 테이프가 많지는 않았지만, 굳이 대여점에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각종 만화 영화는 물론, 가게 주인이 묘한 웃음을 흘리며 건네준다는 제목 없는 테이프들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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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어찌해서 2학년이 되었지만 우리 넷은 소원대로 한 반에 뭉치지는 못했다. 우리 성적 분포가 극과 극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성적이 아주 우수했던 영인이, 고만고만한 나와 완균이, 후방을 항상 든든히 지원해 주던 성운이는 우수반과 보통반을 나눠 놓았던 당시의 편제로는 절대 같은 소대가 될 수 없었다. (중략) 학교에서 넷이 한꺼번에 만나는 일도 흔치 않았고, 주말 모임도 뜸해졌다. 가끔씩 모여도 예전 일을 추억할 뿐이었다. 그때 우리는 나이보다 빨리 늙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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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이는 ‘그냥’, 몇 달 지나 그녀가 대학생이 되어 이곳을 뜨게 되면 꼬시기가 어려워질 것 같아서 이러는 거라고 묻지도 않은 소리를 늘어놓더니, 잠시 후 자신의 풍부한 경험에 따르면 가을에는 여자들이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에 ‘꼬시기’ 쉽다는 소리를 하며 나를 가르치려 들었다. 그러면 왜 가을이 다 가도록 편지 한 장 쓰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성운이는 기회를 노려 오긴 했지만, 도무지 빈틈이 보이질 않아서 수능 무렵까지 미루게 되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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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소리는 벌써 해변에 가 닿아 있었다. 고함인지 노래인지 분간도 되지 않던 어떤 울림을 만들어 내던 그 순간은 그 뒤로 두 번 다시 우리를 찾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그날 우리가 노래의 형식으로 꺼내고 있었던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젊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 음정 박자는 맞지 않았지만 그 순간 우리 노래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노래를 부르던 순간, 나는 그 곡이 우리 천하최강의 영원한 주제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여행이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이 되리라고 굳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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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균이는 위태롭게 차를 돌렸다. 차가 들어와서는 안 되는 곳이라고 손짓을 하는데도 차를 집어넣다가 하마터면 대리석으로 된 턱을 들이받을 뻔했다. 나를 차에 태운 뒤로도 완균이는 험하게 차를 몰았다. 어쩌면 성운이는 완균이가 모는 차를 타다가 다친 건지도 모른다는 우스운 생각을 해 봤지만, 기분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 차에서는 새 차 특유의 냄새가 났다. 햇볕 가리개의 비닐도 떼지 않은 어수선한 상태였지만, 내비게이션 옆에는 예전에 완균이가 나와 함께 체육관에 다니던 시절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완균이의 체중이 가장 가벼웠던 시절이다.

볼까말까 이 책!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감상은 어떨까요? SNS상 독자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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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빠짱 님 : 이 책은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책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청소년보다는 어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구성 자체가 서른이 넘은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입장이라, 그 시절을 지내온 이의 삶의 깨달음 같은 것이 들어있다고나 할까? 청소년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그들의 현재를 조명하기 보다는 “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라는 아저씨의 독백 같았다.
  • 임현경 님 : 정지원 『비바, 천하최강』 세상에 없는 것을 가지다, 그 이름은 우정.
  • an**ro 님 : 남자아이들의 우정은 어떨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여자애들처럼 단짝이 있는지, 비밀을 시시콜콜히 나누는지, 뭘 하고 노는지 궁금했다.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한 데 뭉치면 요란해지고 막강해진다는 것에선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넷이 뭉치면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섭기로 소문난 선생님의 차바퀴 밑에 콩알 탄을 심는 일 같은 것 말이다. 어디에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연애편지 대필. 글씨를 잘 쓰거나 문장력이 좋은 아이들이 주로 맡는 것 같은데 연애편지를 대필하는 순간, 그 아이도 그들의 연애에 동참하는 셈이니 얼마나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질까.
  • 석란1 님 : <비바, 천하최강>의 네 친구들은 딱히 친할 수 있는 요소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잘 어울린다. 성적도 성격도 가정환경도 골고루다. 친구 간에는 그런 것들이 꼭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때론 공모하고 때론 놀리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우정이 아름다울 수 있는 건 내가 보기에 사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친구의 경조사를 가족처럼 챙길 수 있는 것도 정말 내가 필요로 할 때 그들이 곁에 있어 줬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사람다운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서로를 이끌었다.
  • 히히조아 이소룡이 낫냐? 성룡이 낫냐?는 입씨름은 결국, 이소룡의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한 성룡을 발견하면서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그리고 성룡을 외쳤던 성운은 검은 삼각팬티와 검정색 축구 양말만을 걸친 채 지하철에서 이소룡 흉내를 내야 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 성함 대신 별명을 부르는 게 다반사였다. 성이 노씨인 국어 선생님은 “내 몸에 손대지 마!” 한 마디 대사 때문에 ‘노다지’가 되었고, 항상 입는 옷이 똑같은 수학 선생님 별명이 ‘교복’이었다. (중략) 딱 그 나이에 칠만한 장난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소개한 이 책과 같이 보면 좋은 책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같은 듯 다른 이 책, 볼까 말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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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천하최강’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저는 만화가 이우일의 카툰 에세이집 “옥수수빵파랑”이 생각났는데요. 이 책은 만화가 이우일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어린 시절의 추억부터, 현재 가족과의 일상 풍경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벌써 2005년에 출간된 책이니, 아마 이 책을 출간할 당시 이우일씨는 30대였을 거라 어림잡아 생각되는데요. ‘비바, 천하최강’의 30대가 된 주인공의 입장과 비슷할 것 같아요. 옥수수빵파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보자. 종이에 연필로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보자.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노래를 부르자. 그렇게 하면 틀림없이 행복해질 테니까.” 30대, 보통은 사회생활에 한참이 나이라 하루하루가 고단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도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며 행복을 찾아 나가는 일의 중요성을 아는 이우일 작가처럼,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행복을 찾는 ‘비바, 천하최강’의 네 명의 소년들처럼 즐겁게 삶을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제 주위에는 결혼해 가장이 된 친구, 회사를 열심히 다니는 친구 등등 다양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어느 때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던 친구들이 지금은 이렇게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묘한 감정이 들 때가 잦은데요. 그래도 신기한 것은 “비바, 천하최강”의 네 주인공처럼 지금 이렇게 각자의 생활 모습이 달라져도 만나면 얘기할 거리들이 참 많다는 것입니다. 남자들도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또 다른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새 헤어질 때가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물론 술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렇게 30대, 40대, 그리고 그 이후 이 친구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새삼 궁금해지네요.

이 책은 30대가 된 주인공이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돌이켜보는 구성인데요. 저 역시 30대라 그런지 성별이 달라도 공감가는 부분이 참 많았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그 동안 자주 만나지 못한 친구들에게 연락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box type=”info”]본 게재본은 원문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가로수길서점 블로그의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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