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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이 글은 팟캐스트 [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의 녹음 기록을 최소한의 편집을 통해 재구성한 인터뷰집의 일부입니다. 전체 인터뷰집은 ESC 청년과학기술인 위원회의 협력과 도움에 힘입어 [어떤 대화: 청년 과학기술인의 목소리](pdf)로 발간되었습니다. (필자)

  1. 청년 수학자와의 대화
  2. 청년 생태학자와의 대화 
  3. 공룡 꿈나무와의 대화
  4. 과학고 교사와의 대화 
  5. 청년 유기화학자와의 대화
  6. 제약회사 연구원 출신 마케터와의 대화
  7. 어느 학생연구생과의 대화

¶ 이 인터뷰는 2015년 5월에 있었던 대화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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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석사 학위를 마치고 제약회사 마케팅 쪽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 이공계 석사까지 하시고 제약회사를 갔는데, 왜 마케팅을?

연구직을 3년 정도 했고, 지금 마케팅으로 옮긴 지 얼마 안 됐어요. 같은 회사에서 같은 회사로.

– 왜 옮기셨죠?

원래 학교에서 하던 거는 세포 관련한 실험이었는데 이제 취업이 아무래도 급하다 보니까 되는대로 가잖아요? 그래서 결국 실험하러 가게 된 거예요.

– 제약회사에서?

네. 제약회사에서도 주로 하던 거는 새로운 제형을 개발하는 건데, 그걸 하면 이제 안전성 실험을 해야 하잖아요? 동물한테 주사해요. 주로 설치류. 쥐 많이 하고, 그다음엔 개, 제가 했던 건 원숭이까지.

디자인: 노수리
디자인: 노수리

– 거의 마지막 단계까지 하시는 거네요?

네. 거의 주 담당으로 그걸 다 했는데, 저도 개를 키우고, 저는 또 동물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게 너무 일에 안 맞는 거죠.

– 그걸 그래도 3년이나 하셨네요.

전문가가 됐었어요. 누구보다 더 잘하는 전문가가 됐었죠. 그런데 제 성격이 엄청 활발해요. 제가 돌아다니는 것도 정말 좋아하고. 그런 성격이랑 이 일이 계속 맞을까 생각하다가 기회가 되어서 마케팅 지원을 했죠.

1. 동물실험 이야기 

– 마케팅은 들어간 지 한 달밖에 안되셨으니까, 일단 최근까지 하던 동물실험 관련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해보죠.

저희가 하던 일은… 1일 1회 맞아야 하는 주사가 있을 것 아니에요? 이걸 한 번 맞으면 원하는 기간동안 유지되도록, 예를 들면 1달 지속되게 하는 것을 서방형 주사라고 해요. 그 서방형 주사가 주사 한 번 딱 놓는다고 한 달을 가는 게 아니고, 이 약을 서서히 방출시킬 수 있는 어느 틀을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 틀을 개발하는 일을 했어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제약회사라고 하면 원래 있는 약을 따라 만드는, 혹은 분석하는 일들을 주로 하는데, 그것에 비하면 제가 했던 일들은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느낌이죠.

주사기 약물 마약

– 뭔가 독창성이 있는 일을 하는 거네요.

어떻게 보면 랩에서 연구하는 거랑 비슷한 그런 일이었어요. 사람들 성격도 자기가 원래 연구실에서 일하던 성격 그대로 가지고 와요. 늦게까지 일하던 사람은 늦게까지 하려고 하고, 빨리빨리 하고 싶은 사람은 빨리빨리 하려고 하고. 저 같은 경우는 빨리빨리 하고 싶은데, 선배가 야근하면 어쩔 수 없이 같이하는 타입이죠.

– 연구실의 애로사항을 듣는 것 같아요.

똑같죠? 선배가 있으면 어쩔 수 없어요. 이게 말 그대로 개발하는 일이기 때문에,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 모르잖아요? 사람한테 갔는데 막 아프고 터지고 그럼 큰일 나잖아요.

그러니까 사람에게 가장 비슷한 영장류, 원숭이한테 실험하는 거예요. 그래서 가장 마지막 단계인 거고. 그 전에는 개, 다시 그 전에는 쥐로 실험하는 거죠.

– 똑같은 실험을 이제 대상을 점점 확대하는 거네요?

그렇죠.

– 그러면 3년 동안 원숭이한테만 주사를 놓은 거예요?

아니요. 원숭이는 끝에 한 3달 동안 실험을 했어요. 그 전에 이제 다른 동물에서 안전한지 다 확인을 하고 넘어간 거예요.

– 한 가지 물질로 계속하신 거예요? 3년 동안? 그러면 굉장히 많은 개와 쥐에게 주사를 놓았겠네요?

그럼요. 쥐는 저희가 위령제라는 걸 지내요. 그거 꼭 해야 해요.

– 그러면 쥐는 총 얼마나 하시고 개는 얼마나 하셨나요?

쥐는 어차피 입사했을 때부터 끝까지, 나오기 전까지 항상 해요. 왜냐하면 이 한 가지 물질이 완벽하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한 달 동안 약물이 쭉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수도 있고, 아니면 더 갈 수도 있고. 그 한 달을 딱 맞추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니까 쥐는 정말 계속하는 거에요.

– 데이터를 뽑아내기 위해서요?

네. 백업하는 거죠. 쥐에서 했는데, 아 잘 나왔다. 그러면 이제 개로 가는 거니까… 개도 어떻게 보면 계속 했어요.

– 쥐에서 개로 넘어가는 단계를 판별하는 기준이 있나요?

쥐에서 PK라고 피를 뽑아서 약물을 분석해요. 약물 농도를 파악할 수 있는데 그게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왔다 하면 이제는 개를 해보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쥐랑 개랑 똑같이 나오지가 않아요. 쥐에서 잘 나오는데 개에서 망가지는 경우가 많아요.

크게 두 가지인데, 혈액에 있는 약물의 양을 보는거랑, 자극성이 있는지 없는지 보는 것이 있어요. 혈액에 있는 농도를 보는 건 굳이 동물을 죽일 필요가 없어요. 저희 약은 항암제이지만, 안 좋은 약이 아니에요.

– 쥐를 하다가 어느 정도 안정화 된다 싶으면 그 세팅을 가지고 개로 넘어가서 해보고, 그걸 쥐로도 계속하고는 있다는 뜻이죠?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이 되네요.

네. 그래서 개로 했던 실험을 보통 비임상이라고 하죠. 비임상 실험이 완료된 거고, 임상을 준비하고 있어요.

– 혹시 공개할 수 있는 정보일지 모르겠는데, 규모가 어느 정도 되요? 동물들의 규모라든가.

잘 모르겠는데요, 규모라고 말하기도 좀 모호해요. 저희가 얼마나 이제 실험을 하느냐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 필요에 따라 데이터가 늘릴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어서요?

네. 그리고 쥐는 사실 싸요. 쥐는 싸서 우리가 부담  없이 할 수 있는데, 개나 원숭이로 하면 가격 부담없이 막 할 수는 없어요.

– 저희가 초파리를 연구 하시는 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분 입장에서 쥐는 너무 비싸서 힘들다고 하셨는데…

그래요? 쥐는 한 마리에 22,000원이에요. 그런데 개는 값도 있지만, 사육비가 하루하루 다 붙어요. 저희가 하는 게 아니라 매주 업체에 맡겨서 하기 때문에 그 하루하루 사육비를 무시를 못 해요. 한 달을 무조건 키워야 하잖아요? 한 달 사육비만 해도 몇 백이 드니까요. 온도 맞춰주고 습도 맞춰주고… 여기서는 저희보다 동물들이 중요하니까요(…)

쥐는 한 마리에 22,000원.
쥐는 한 마리에 22,000원.

– 회사 차원에서 IRB[footnote]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임상시험심사위원회): ‘IRB’라 함은 계획서 또는 변경계획서, 피험자로부터 서면동의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나 제공되는 정보를 검토하고 지속적으로 이를 확인함으로써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피험자의 권리, 안전, 복지를 보호하기 위해 시험기관 내에 독립적으로 설치한 상설위원회를 말한다.[/footnote]를 받고 하는 건가요?

그렇죠. 동물윤리 다 받아야 하고, 당연히 받고 하는 거죠. 회사 쪽에는 식약처에서 실사가 나와요. 제대로 관리를 못하면 당연히 안되죠.

– 쥐가 별로 안 비싸다고 하셨는데, 쥐나 개나 특정한 반응을 일으키고 싶으면 DNA가 조작된 것들은 더 비싸잖아요?

네. 저희는 쥐니까 이만한 것. 하얗기는 한데 꼬리는 좀 징그러워요. 처음에 300g정도 하는데, 1년 키우면 한 마리가 1kg이 돼요. 그리고 좀 늙어서 죽더라구요.

– 노화로… 자연사인가요?

자연사이지만, 마음 아파요.

RIP–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죠.

그리고 이건 느낌이지만, 두 마리 있다가 한 마리 남으면 그것도 오래 못 가는 것 같아요. 한 마리가 없어지면 다른 한 마리도 비실비실해져요.

– 동물 실험을 원래 해보신 적이 있었던 건가요?

연구실에 있을 때는 해본 적이 있기는 한데, 수가 적고 실험 종류가 아예 달라요. 뇌공학 쪽에 있었기 때문에 그때는 수술하는 거, 현미경으로 찍는 거, 그런 걸 누드 마우스로 실험하는 일을 했고, 회사에서는 사실 피 보거나 해부할 일이 전혀 없었어요. 제가 했던 실험은 피부 아래에 있는 자극성 확인하는 거랑 피를 뽑아 약물 농도 확인하는 일입니다.

– 회사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하루 일과는 날마다 조금씩 달라요. 저희가 제형을 만드는 거라고 했잖아요? 여기에 다양한 물질이 들어갈 텐데, 일단 물질에 대해 연구를 해야 합니다. 뭐가 어느 정도 들어가야 한 달이 잘 나오겠구나, 하면 이렇게 처방을 따서 그걸 제조를 하죠. 제조하는데 보통 저희는 이틀이 걸렸어요. 이틀 제조를 하고, 동물한테 찌를 거니까 깨끗하게 해야 되잖아요?

– 소독을 하는 건가요?

그건 아니고요. 필터를 이용해서 주사기에 다 넣어서 직접 찌르는 거죠. 일반적으로 동물은, 쥐로 설명하면 구입을 하고 순화기를 좀 거쳐야 해요. 적응할 수 있게. 저는 실험 들어가기 일주일 정도 전에 구입을 해서 순화기를 거칠 수 있게 해 주고, 그다음 저희가 만든 약물을 찌르는 거예요.

그러면 아까 한 달 제형이라 했잖아요? 이제 언제 피를 뽑을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물질마다 달라요. 기존 논문들을 찾아서 어느 시간을 볼지 정하죠. 저희 실험은 들어간 날이 제일 바빠요. 한 시간, 두 시간, 세시간, 여섯 시간 단위로 피를 뽑거든요.

게다가 제형을 만들 때 하나만 만드는 게 아니에요. 쥐는 스크리닝(screening)을 하는 단계니까 한 여섯 개 이렇게 만들어요. 그러면 실험 한 군에 쥐는 네 마리. 그럼 총 24마리. 이렇게 실험하는 거예요. 그런 날은 점심도 못 먹죠.

시간 시계
점심도 못먹을 때가 많죠.

– 24마리면 쭉 한 번 하면 시간 다 지나있겠네요.

그러고 다시 돌려서 또… 분석을 저희가 하지는 않지만, 원심분리기 돌리고 혈장만 따로 해놓고 냉장고에 넣어놓고, 그런 부수적인 일들도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런 날은 그래서 동물실에 거의 하루 종일 있는데, 그 환경이 머리가 아파요.

– 일반적인 업무 장소와 환경이 다른가요?

제가 듣기로는 양압이라고 했었나… 원숭이 실험실만 음압이라고 해요. 일반적으로는 생활 속 압력을 저희가 조절하지는 않잖아요. 실험실은 그런 것도 다 인위적으로 조절하고 있기 때문에, 잠깐은 상관없지만 하루 종일 있으면 머리가 아프죠. 그리고 실험하다 보면 저희는 허리 펼 수 없다는 말이 나오거든요. 계속 앉아서 하니까.

– 그런 면만 보자면 일종의 순수 육체 노동이네요. 혹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어느 정도 되나요?

제가 있는 회사가 연구 환경이 잘 되어있는 곳이에요. 다른 곳에 비해서 규모도 크고 잘 되어있기 때문에 공간 자체는 그렇게 좁지는 않아요. 전혀 불편함은 없어요.

– 진짜로 어떻게 보면 정말 비슷한 행동의 반복이네요?

그런 날에는 그렇죠. 그 날이 지나고 나면, 이후에는 하루에 한 번 이런 식으로 뽑으면 돼요. 첫 날, 셋째 날, 다섯째 날, 일곱째 날 이렇게 주기가 길어지는 거죠. 그게 어렵지는 않아요. 저희가 자극성을 본다고 했잖아요? 그건 쥐 피하에 주사를 해요. 그런 다음 3, 5, 7일 이렇게 열어봐서 밑에 자극이 있나 이런 걸 확인하죠.

– 피하라고 하면 피부 아래 지방층 같은 곳이요?

손등 피부 들면 공간 생기잖아요? 거기에 찌른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 기다려서 뭐가 올라오나 반응이 있나 보는 건가요?

그렇죠. 올라오고 이런 건 무조건 안 되니까. 사실 제가 했던 실험에서는 그런 게 전혀 없기는 했어요. 안전한 약물이죠. 어차피 인체에 다 사용 가능한 거니까. 그게 문제가 되진 않았죠.

– 한편 정말 고되고 힘든 일인데, 좀 더 길게 보면 초반에 좀 바쁘고 한 달 주기 기준으로 15일에서 20일 정도 지나고 나면 점점 할 일이 없어지는 셈인가요?

문제는, 일주일을 들어가잖아요? 일주일 뒤에 똑같은 과정을 또 해요. 또 하고 또 하고.

– 아… 실험을 여러 세트를 하니까? 그러면 일이 밀리겠구나…

당연히 주말에도 나가야겠죠? 5일, 7일, 10일 이렇게 걸리니까. 분석을 하시는 분들은 또 분석 나름대로 고충이 있죠.

– 그때 일들이 대학원 때 하던 연구랑 좀 다르다는 말을 아까도 잠깐 하셨는데 적응하는 건 어려움이 없었나요?

처음에는 동물을 다루는 것 자체가 일단 스트레스였어요. 처음 동물실험을 하는 사람들은 다들 그럴 것 같은데, 막 꿈에 나오고 그래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니까 꿈에 나오고 힘들고 그런데 점점 많이 하면 사람이 무뎌지잖아요? 그 내 자신도 싫어져요. 내가 무뎌져서 미안한 것도 못 느끼는구나, 내가 왜 이렇게 됐지 그것도 힘들었어요.

꿈을 꾸기도 하죠.
꿈을 꾸기도 하죠.

– 3년이나 하셨으면. 사람이 아무래도 일로써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빨리빨리 하려면 빨리빨리 죽이고 해야 하는데, 얼마나 미안해요…

– 동물을 다루지만, 연구자에게는 일이기도 하고, 말씀하신 대로 일상화가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힘들어요. 그게 익숙해 지는 게 힘듭니다. 기존에 대학원 때, 학부 때 동물실험을 하시다 오신 분들은 조금은 더 괜찮으실 수도 있어요. 어느 정도 적응이 돼서 일을 그대로 하러 오신 건 괜찮은데, 저 같은 경우는 그게 아니었으니까 힘든 거였어요. 그리고 그 개 실험이나 원숭이 실험을 외주를 맡긴다고 했잖아요? 제가 하필이면 그 담당자가 됐어요.

– 관리하고 이야기 나누고 하는 의미로요?

그건 그렇게 힘들진 않아요. 지금 옮긴 건 그런 일이 좋아서 옮긴 거니까. 그 업체로 출장을 다녀야 해요.

– 잘 하고 있나 체크하러 가는 건가요?

네. 이게 많으면 일주일에 세 번씩 봐요. 한 시간 거리 왔다 갔다 왕복 두 시간이죠. 그걸 아침 9시까지 가야 돼요. 8시에 일어나도 되는데, 7시에 일어나야 하고.

– 가서 실제로 그쪽에서 실험하고 그런 걸 같이 보시나요?

같이 보죠. 그리고 개를 사육하는 공간은 냄새나 소리가… 개는 한 마리가 짖으면 다 짖는 습관이 있어서요. 물론 거기서 실험하지는 않아요. 사육장소랑 실험장소는 분리가 되어있죠. 실험은 깨끗한 공간에서 해야 하니까.

그런데 그냥 그 건물 자체에서도 냄새가 나요. 동물 사육을 하니까. 그런 애로사항도 있고, 원숭이 실험 같은 경우는 일단 원숭이한테 미안하고. 어린 애처럼 생겼어요.

그리고 좀 웃긴 건데 원숭이들이 악력이 엄청 세요. 그래서 잘못 걸리면 머리 다 뜯기고. 얘네가 때리면 막 안경 날아가고 막 꼬집혔거든요? 집에 갈 때까지 빨갛더라고요.

원숭이
– 물리적으로도 힘든 면이 있네요.

그런데 원숭이 실험은 사실 저희가 원숭이를 괴롭히는 게 아니고 죽이는 것도 아니에요. 비싸기도 하니까, 그 업체에서 그 원숭이를 죽이면 손해가 너무 크죠.

그냥 저희 실험 끝나고 순화 기간 거쳐서 다른 업체한테 받아서 하고 이런 식으로 진행을 하는데, 오히려 하면서 미안함이 많이 드는 실험은 아니에요. 쥐 실험이 가장 미안하죠.

– 아이러니 하네요. 쥐 실험이 가장 미안할 수 있군요.

위로 갈수록 안전해야 하니까 그렇게 되죠. 원숭이 실험 같은 경우는요, 약을 개발하려면 비임상, 임상1상, 2상, 3상, 시판하고 4상 이런걸 하잖아요?

비임상 실험은 보통 개에서 해요. 원숭이는 필수가 아니에요. 원숭이 실험으로 비임상 하는 곳 거의 없어요. 이건 우리가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을 때 하는 거에요.

– 그러면 원숭이 같은 경우는 실험 횟수도 그리 많지 않겠네요?

네. 정말 몇 번.

– 그 정도면 사람에게 해도 괜찮은 정도니까 그래, 괜찮다 이런 느낌이구나.

네. 임상을 준비하는 기간에 한 번 시험해보는 거죠. 정말 만약에 여기서 갑자기 무슨 일 있으면 임상 들어가기 전에 빨리 멈춰야죠.

2. 석사, 이공계, 학교와 회사의 차이 

– 석사를 하셨잖아요? 왜 석사를 하신 거예요? 어떤 맥락인가 하면, 보통 사람들이 대학원을 간다 하면 일단은 연구에 관심이 있고 학문을 업으로 삼는다 해서 간다고들 생각을 하는데 석사만 하고 취업을 하셨으니까요.

정말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학부를 졸업할 때는 취업에 대한 생각이 없었고 제가 그냥 어떻게 보면 머릿속에 그려놓은 그림 그대로 간 거예요. ‘아, 나는 석사까지 따고 취업 해야지’ 해서 대학에 갈 때는 애초에 취업할 마음이 없었어요. 석사를 들어올 때는 마찬가지로 애초에 박사를 갈 생각이 없었어요. 참고로 저는 오늘만 사는 사람입니다.

학사모
– 오늘만 사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확실한 계획을 세웁니까.

그건 계획이 아니고, 그냥 먼 미래의 일이었죠. 오늘을 열심히 살다 보면 내일은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이에요.

– 그렇다면 석사 때 했던 연구가 좀 궁금한데요, 아무래도 취직할 때 석사 때 한 연구 물어봤을 테니까요.

당연하죠. 일단 석사 때는 세포 실험을 했고, 세포에 약물을 치면은 그게 어떤 세포 안의 경로를 통해서 이 약을 받아들이는지 그런걸 한 건데, 정확하게는 약물 저항성이죠. 그리고 학부생 때 약물전달 시스템을 했었어요, 6개월 정도. 동물 말고 세포 단위에서. 그걸 경력으로 내밀었었죠. 나 이거 했었다. 나 여기 논문 있다 이렇게요.

취업하고 일하면 어차피 사람들은 다 석사 졸업하고 온 사람들이에요. 이걸 다시 처음부터 가르친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회사 사람을 다시 만드는 과정이니까. 석사부터는 내가 연구해야 하고, 나만의 생각이 있어야 하고 하니까 그런 사람을 회사 사람으로 만드는 게 학부생을 다시 가르치는 것보다 더 어려워요. 그런 사람들을 만드는 걸 각오하고 뽑죠. 그래서 그런지 분야가 달라도 크게 문제를 삼지는 않아요.

– 학교와 회사의 차이 이야기를 조금 했는데, 또 궁금해지는 것이 남녀 비율입니다. 생물 계통은 전반적으로 여성의 비율이 높은 편인데요, 이것은 학교 기준일 수가 있죠. 지금 일하시는 곳은 어떤가요?

실험했던 곳은 반반이네요. 연구실 있을 때도 거의 반반이었어요.

– 학부 때는 어땠어요?

그때는 웃긴 것이, 저희 학번만 여자가 적었고 전체는 반반?

남녀

– 역시 학과 특성을 좀 타는 걸까요. 이공계에 여자가 없다라는 말을 보통 하지만 모든 케이스에 그런 것은 또 아니네요.

제 생각에는 이“공”계 문제 아닐까요.

– 공대 쪽 문제다?

그렇죠. 그 쪽은 대학원만 그런 게 아니잖아요. 학부도 없잖아요. 여자들이 들어가기 힘들어서 그런 것 아닐까 싶기도 해요.

– 혹시 주변 친구들도 그런 말을 하나요?

주변 여자애들 보면 보통 공대 쪽 관심이 별로 없어요. 본인들이 원치 않는 거죠. 학부 때부터 비율이 그렇게 된다는 것 자체도 어찌 보면 본인들이 안 쓰는 거거든요. 저는 공대 환경이 어떤지를 몰라요. 예를 들어 공대 환경이 너무 힘들어서 지원 안 한다 그런 이유일 수도 있고.

생물은 자(연)대입니다. 공대가 아니에요. 다시 말씀 드리지만 자대는 여자가 더 많아요. 웃긴 여담이지만, 저희 회사 연구소에 가면 반반이라고 했잖아요. 여성 남성 비율 상관없이 반은 자(연)대생, 반은 공대생이에요.

사람들의 성향에 약간 차이가 있기는 해요. 뭐랄까 여자가 많은 집단에서 있던 사람의 성격과 남자가 많은 집단에서 있던 사람의 성격이… 6년 있잖아요. 그렇게 형성된 성격으로 만나니까 약간 성향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 어떤 성향차이가 있어요?

그거에 대해선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딱 보면 저희끼리 그냥 싸워요. 예를 들어 저는 자대생이잖아요? 이제 “너 공대 나왔지?” 이런 식으로(…)

– 대충 보면 구분이 돼요, 그게?

바로는 안 되죠. 그런데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보일 때가 있기는 해요. 예를 들면 접근하는 방식? 이론적인 것에 대해 접근하는 측면이라 하면, 화학물질 A가 있다 할 때 공대생은 이걸 구조적으로 접근하고 자(연)대생은 특성으로 접근해요.

– 우리가 이공계라고 하는데 이걸 묶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그냥 재미있어요 다 같이 모여서 있다 보면. 그리고 공대를 나온 분들은 아무래도 여자가 많이 없던 환경에서 여자가 있던 환경으로 오잖아요? 사람이 가면 갈수록 유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

– 연구실 생활과 회사 생활이라고 했을 때 사실 저희는 두 개 사이의 명확한 구분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

구분 있죠.

– 비슷해 보이는데요?

업무 자체는 연장선일 수 있는데, 제가 말했잖아요. 석사까지 나온 6년 동안 자기 고집이 있는 사람은 회사사람으로 만들긴 힘들다는 것은 사회와 학교가 결국 다르다는 거예요.

저희가 학교에서는 연구를 하잖아요. 이건 정말 연구를 위해서 공부를 하는 건데 회사에서 연구를 하면 이건 돈을 위해서 하는 거에요. 회사에서는 이익이 안 되는 걸 할 필요가 없어요. 이익이 우선이에요 무조건. 그 마인드를 가지고 시작을 해야 하는 게 회사 생활의 첫 번째죠.

– 그러니까, 연구실에서 연구를 할 때는 궁금한 게 있으면 어떻게든지 돈을 끌어와서 이걸 알아보고 싶었다면, 회사에서는 애초에 돈이 안될 부분은 아예 신경도 안 쓰는?

그렇죠. 석사 때 하고 싶은 일은 교수님께 말해서 “교수님 이런 것 해보고 싶습니다”하면 교수님이 “어 그래? 괜찮을 것 같은데? 어떻게든 해보자” 할 수 있지만, 회사에서 이렇게 “이런 걸 해보고 싶습니다” 하면, “이거 돈이 되겠냐? 하지마” 이렇게 되는 거죠.

– 그렇네요. 물리적으로는 연구를 하지만 무엇을 위한 연구인지가 다르군요.

그리고 사회에는 아무래도 직책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걸 무시할 수 없죠. 교수님이랑은 커뮤니케이션 하면 되는 거잖아요? 소통. 저는 사실 지금 직장에서도 소통을 하려고 나름대로 많이 노력하는 타입이기는 해요. 문제는 윗분이 안 들어주신다면 소용이 없다는 데에 있어요. 저는 그게 힘들었던 거고.

– 그리고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와 회사에서 하는 연구의 물리적인 차이도 분명 있을 텐데요.

그게 있네요. 팀으로 움직여요. 학교에서는 내 연구를 하잖아요? 그런데 회사는 팀 단위. 돈이 되는 일을 혼자서 하기는 힘들거든요. 그러면 팀으로 움직여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의 규모가 아니니까. 집단으로 움직여야 하는 문화가 형성이 되는 거예요.

아무래도 학교와는 다르죠. 집단 간의 충돌이 있어도 힘들고, 만일 충돌이 있더라도 매끄럽게 넘어가야 하고. 서로 의견도 같이 계속 나눠야 하고, 내 멋대로 할 수 없고 그런 것들이 있어요. 그래서 거기에 힘겨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분명 보여요. 그런 부분에서 내 마음대로 출퇴근 시간 조절할 수 없다는 것도 포함되죠.

– 아주 치명적이네요.

지각을 하면, 승진을 못한다는 것?

– 오오, 권력욕이 있으신가요?

아니… 그래도 사람들이랑 같이 승진은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계속 사원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3. 마케팅 이야기 

– 그래서 마케팅으로 가셨다고 했는데, 어떻게 보면 과학을 배신하고…?

그래도 아직 제약회사에 있어요.

– 혹시 마케팅 일에 지금까지 해왔던 연구가 도움이 되나요?

저는 사실 진짜 도움이 안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도움이 안되겠구나, 마케팅에서 뭐가 도움이 되겠냐. 그런데 요즘 정말 놀라운 사실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 어떤 면에서요?

처음에는 마케팅이 그냥 어떻게든 팔려고 애쓰는 집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걸 팔기 위해서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거에요. 과학에서 증거는 뭐겠어요? 논문이죠. 논문을 계속 보고 읽고 그걸 정리해서 정말 의사들이 한 눈에 보기 쉽게 자료들을 만들어야 해요. 이런 일은 아무래도 남들보다 훨씬 수월하죠.

폴더

– 당연하네요. 논문 읽던 거는 대학원부터 하던 일인데요.

맞아요. 데이터 해석하는 것도 남들보다 쉽게 할 수 있고 그런 장점이 있죠. 임상 데이터들도 저희가 보거든요. 임상 결과가 잘 나오면 저희한테 정말 소중하잖아요. 그런 것도 도움이 많이 되고.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부분은 숫자 다루는 부분이나 프로모션, 그런 부분은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도움을 못 받아요.

– 마케팅 팀의 재원이시군요.

저희 팀장님이 좀 특이하신 것 같아요. 보통 마케팅 일은 영업을 하시다가 많이 올라와요. 그런데 저희 팀 같은 경우는 영업을 해보신 분이 두 분밖에 없어요. 전체 6명 중에서 팀장님이랑 과장님만 영업을 하셨고, 나머지 두 명은 입사와 동시에 바로 마케팅으로 뽑혀서 갔고, 한 명은 저인데, 연구소에서 일했죠, 한 명은 약사. 정말 특이한 구성이에요.

– 글쎄요. 어떻게 보면 또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한데요? 영업은 둘이서 하고, 마케팅은 다른 둘이서 하고, 근거 제시는 약사와 연구원이?

절대 그렇게 나눈 건 아니에요. 한 사람이 모든 역할을 다 할 수 있어요.

– 르네상스맨인가요. 한 사람이 모든 프로세스를 다 알아야 하는?

그렇죠. 모두가 다 알아야죠. 저희가 하나의 상품만 파는 게 아니잖아요. 상품이 정말 많아요. 그걸 너는 여기서 학술만 해 너는 여기서 뭐만 해 이러지 않아요. 이 상품은 너가 해 이런 식으로 가죠. 그 팀 안에서. 그러니까 다 알아야 해요.

– 자료를 작성하고 배포하는 건 연구팀에서 같이 한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했는데 마냥 그렇지도 않군요.

학술 팀에서 검토를 해줘요. 뭐 그런 장점이 있습니다. 전혀 없을 줄 알았지만.

– 학교와 회사를 넘나들며 많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제 선입견 반영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그렇다고 절 욕하지는 않으셨으면(…)

– 한국의 떠오르는 마케터가 되길 바랍니다. 나중에 약을 살 일 있으면 그곳에서 사는 걸로 하겠습니다.

약국에 들어가는 게 일반의약품인 것 아시죠? 그거 외에 병원에 들어가는 품목은 저희가 못 팔아요. 그런데 제가 담당하는 영업은 약국 판매하는 약이 아니에요. 의사 아시는 분 있으면…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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