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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옥스퍼드 사전은 ‘탈진실(post-truth)’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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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와 미 대선을 거치면서 전 세계에서 ‘가짜 뉴스(페이크 뉴스, fake news)’의 문제가 크게 주목 받으며, ‘탈진실’이 올해의 단어로까지 선정된 것이다.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탈진실’은 ‘감정이나 개인적 믿음이 공공 여론을 형성하는데 객관적 사실보다 더 영향을 발위하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탈진실’은 2015년에 비해 20배 더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가짜 뉴스의 현황

미국 NBC방송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한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교묘하게 거짓을 포장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말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온 ‘신어’를 연상시킨다고 하여 이 책이 다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오게 하기도 했다.

소설 [1984]는 켈리앤 콘웨이의 발언으로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10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소설 [1984]는 켈리앤 콘웨이의 발언으로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10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가짜 뉴스가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기 전에는 여러 사이트가 ‘풍자’를 위한 가짜 뉴스를 생성하고 퍼뜨렸다. 그러나 방문자에 의해 수입이 늘면서 점점 ‘풍자’가 아닌 사실과 다른 거짓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이는 다시 정치가나 선동가들에 의해 사용되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더군다나 트럼프 같은 정치인이 CNN 같은 메이저 미디어를 ‘가짜 뉴스’라고 공격하는 한편, 지지자들에게 오히려 ‘진짜’ 가짜 뉴스를 믿게 만들도록 함으로써 스스로 가짜 뉴스의 확산에 더 개입하고 있다. 한마디로 가짜 뉴스는 바로 나치의 괴벨스가 즐겨 사용한 ‘선동’이며, 거짓 정보와 루머를 통해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그 역사가 인류 역사만큼 깊다.

1934년 베를린에서 연설하는 파울 요제프 괴벨스 (출처: Bundesarchiv, Bild 102-17049 / Georg Pahl / CC-BY-SA 3.0)
1934년 베를린에서 연설하는 파울 요제프 괴벨스 (출처: Bundesarchiv, Bild 102-17049 / Georg Pahl / CC-BY-SA 3.0)

그러나 과거에는 주로 선동적 정치가가 가짜 정보 또는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데 앞장섰다면, 이제는 돈을 노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들의 참여가 쉬워졌으며 이를 다시 손쉽게 확산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제공되고 있어, 여러 국가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가짜 뉴스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미디어 오늘은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한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에 따르면 ‘가짜 뉴스’는 “실제 뉴스의 형식을 갖춘, 정교하게 공표된 일종의 사기물 또는 선전물, 허위 정보”를 말한다. …(중략)… 가짜 뉴스는 오보나 왜곡된 뉴스와 다르다. 그래서 그 문제점을 ‘내용이 거짓이라서가 아니라 언론이 아닌데 언론인 것처럼 포장하고 그래서 진짜 뉴스인 것처럼 사람들을 속일 수 있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것이다’

출처: 미디어오늘 – 어느 것이 진짜 ‘가짜 뉴스’인가

해외에는 이런 가짜 뉴스를 의도적으로 생성하여 금전적인 이익을 거두는 사이트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곳이 ‘엠파이어 뉴스(Empire News)’‘내셔널 리포트(National Report)’다. 게다가 트럼프 캠프에서 주류 미디어를 왜곡과 거짓을 일삼는 저널리즘으로 몰아세우는 과정에서 지지자들이 원하는 가짜 뉴스를 전문적으로 생성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국내에서는 최근의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움직임에 따라 가짜 뉴스가 새로운 사회적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여러 언론에서 가짜 뉴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팩트체크를 통해 어떤 뉴스가 가짜 뉴스인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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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처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구글 검색을 통해 가짜 뉴스가 확대되는 것과 다르게 국내에서는 카카오톡 같은 메시징 서비스를 통해서 전파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랫폼은 여러 사람들의 신고로 가짜 뉴스로 판정하거나 알고리즘을 통해 확산을 막을 수 있으나 메신저에서 전송되는 메시지들은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가짜 뉴스 전파를 막을 방안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 가짜 뉴스를 만들고 퍼뜨리는가?

2016년 11월 워싱턴포스트에는 유명한 가짜 뉴스 생성자인 폴 호너 (Paul Horner)에 대한 얘기를 보도했다. 그는 ‘아미쉬(Amish)파[footnote]현대 기술 문명을 거부하고 소박한 농경생활을 하는 미국의 한 종교 집단[/footnote]가 트럼프에게 투표하기로 했다’, ‘동성애자 혼인 금지’, ‘오바마가 스포츠 경기에서 국가 부르기를 금지했다’ 등의 가짜 뉴스를 만들어 돈을 벌어온 사람이다. 그는 대표적인 가짜 뉴스 사이트 ‘내셔널 리포트’의 주요 기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카메론 해리스는 단 15분을 투입해 가짜 뉴스를 만들어 6백만 명이 공유하게 하고, 이를 통해 5천 달러를 벌었다. 한마디로 사실이 아닌 거짓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사이트 대부분은 바로 방문자 급증을 통한 광고비 수입이 목적이다.

가짜 뉴스가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받아들여지고,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더욱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그의 가짜 뉴스는 트럼프의 아들을 통해 트위터에 전파되거나, 구글 뉴스 사이트에 검색되기도 했다. 미 대선 이후, 구글에서 ‘2016년 최종 선거 결과’를 검색했을 때, 트럼프가 총투표에서도 클린턴을 앞섰다는 ‘70News’라는 가짜 뉴스 사이트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 가짜 뉴스 웹 사이트에 유입된 방문자가 광고 기반이 되기 때문에 수많은 가짜 뉴스 웹 사이트는 죄책감 없이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사진 등을 이용해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신문과 사람들

인터넷에서 루머 확산에 대해 이미 하버드 대학의 캐스 선스타인 교수는 [루머(On Rumours)],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Going to Extremes)] 등의 저서에서 사회적 폭포 효과와 집단 극단화 현상을 지적했다. 사회적 폭포현상은 정보의 폭포 현상과 동조화 폭포 현상으로 구성된다. 앞선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이 정보의 폭포 현상이라면, 동조화는 자기가 아는 사람들 대부분이 어떤 루머를 믿으면 자기도 그 루머를 믿는 경향을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집단 극단화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정보 교류를 통해 더욱 극단적인 견해를 갖는 것을 의미하는데, 가짜 뉴스는 이런 방식으로 집단 동질성을 강화하는데 사용된다. 즉, 이런 가짜 뉴스의 확산에는 인간이 가진 ‘확증 편향’이 큰 역할을 한다. 확증 편향은 선택 편향의 한 종류로서 자신의 선입견에 확신을 더해주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탐색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반대로 자신이 믿는 것과 반대되는 정보들에 대해서는 굳이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국내의 경우 가짜 뉴스가 일반적 확산이나 검색 왜곡보다는 카페나 메신저, 그룹 등을 통해서 퍼져 나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사람들이 가진 ‘믿음의 확증’이고, 그룹 정체성을 강화하며, 결속력을 갖기 위한 수단으로 더 많이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짜 뉴스에는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가짜 뉴스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제작자 또는 대량 배포자에 대해 처벌이 논의되기도 한다. 이는 특히 국내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여러 정부 기관에 의한 제재와 처벌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2월 7일에는 경찰청장이 가짜 뉴스가 수사 대상이고 엄단할 것이라고 했으며, 선관위도 대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 배포가 사이버상의 비방 및 흑색선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해, 1월 초부터 ‘비방흑색선전 전담TF’를 꾸려 운영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오픈넷은 ‘국가 기관이 나서서 무엇이 가짜이고 진짜인지를 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표현 가능성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헌법이 경계하고자 하는 검열’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17,000건의 글이 삭제되었는데, 여기에는 의혹 제기나 정치적 풍자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정보통신망법상 임시 조치나 방심위의 통신 심의,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과 중재 절차가 있음에도 선관위가 관여하는 것 그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검열

해외에서는 확산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소셜 미디어와 검색 서비스인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은 플랫폼 자체에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능이 ‘신고’ 기능이다. 이는 많은 사람의 참여를 통한 집단 지성에 일단 큰 역할을 맡기겠다는 의지이다.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은 가짜 뉴스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을 바꾸고 사용자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프랑스에서 8개의 미디어 회사와 함께 ‘사실 확인’을 하면서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 가짜 뉴스를 필터링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구글은 가짜 뉴스 사이트에 대한 광고비 분배를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최근 리코드(Recode)의 코드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애플의 에디 큐는 애플을 포함한 기술 회사들이 가짜 뉴스의 확산 현상에 모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 CEO 팀 쿡 역시 이런 가짜 뉴스가 사람들의 마인드를 훼손하고 있으며, ICT 기업들이 이런 현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군중

그러나 정책과 기술적 해결뿐만 아니라 일반인 독자 및 시청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영국의 BBC는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확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면서, 시청자들이 뉴스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뉴스 제공사인가?
  • 내가 생각한 그 뉴스 소스인가 아니면 비슷한 곳인가?
  • 일어났다고 하는 곳이 지도상에서 정확히 알 수 있는 곳인가?
  • 다른 곳에서도 보도된 적이 있는 이야기인가?
  • 이러한 주장에 대한 하나 이상의 증거가 있는가?
  • 이 이야기가 아니고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가?

가짜 뉴스는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악용되고 있으며, 부당한 이득을 제공할 수 있다. 사회 전체 구성원이 가짜 뉴스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춰야 하며, 미디어 기업, 기술 기업, 정책 기관, 사용자들이 각자 최선을 다해 함께 협력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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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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