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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이 글은 현재 진행 중인 ‘정운호 게이트’ 재판(정운호 외 피고인 13명)을 꾸준히 방청하면서 기록한 피고인과 주요 증인의 인상적인 발언과 증언을 정운호 게이트의 주요 인물을 기준으로 재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정운호 게이트 재판, 그 ‘웃픈’ 진풍경 

  1. 손님 뛰고 간다? 정운호, 판사를 혼란에 빠뜨리다 
  2. 최유정의 레이저 광선, 이동찬의 100억 뽀개기
  3. 홍만표, 정운호 앞에서는 인내심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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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포탈·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된 홍만표 변호사(이하 ‘홍만표’)의 재판에 정운호 전 네이처 리퍼블릭 대표(이하 ‘정운호’)가 증인으로 출석한 날은 2016년 9월 30일과 10월 7일이었다.

정운호와 홍만표, “가족 같은 관계” 

정운호는 이틀에 걸쳐 홍만표를 두둔했다. “내 원정도박 혐의에 대해 홍만표가 내게 불구속을 약속한 적이 없으며, 내가 준 돈은 위법한 수임료가 아닌 호의일 뿐”이라는 취지였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비리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 변호사가 2016년 5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앞두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다 눈을 감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028552.html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비리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 변호사가 2016년 5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앞두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다 눈을 감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정운호는 “검찰이 나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하면서 하루에 2번씩이나 조사를 하며 조서를 쓰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받느라 쓰려질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말하지 않은 내용이 적혀 있다”며, 검찰의 참고인 진술 조서의 일부 효력을 뒤집었다.

정운호는 홍만표에 대해 “가족 같은 관계”라고 말했다. 정운호가 준 6억 원에 대해 “가족 같은 관계라서 드린 돈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운호의 이런 태도는 9월 23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모 씨의 증인신문에서 이미 예견된 바 있다. 김 씨는 홍만표·정운호 모두와 친분이 있는 사이이다. 김 씨의 증언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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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만표·정운호 모두와 친분이 있는 김 씨의 증언 

① 정운호와 홍만표는 오래 친하게 지냈다. 정운호는 홍만표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이기를 두려워했다. 도박의 규모에 대해서도 “홍만표에게 혼난다”며, 홍만표에게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다.

② 정운호의 주변에는 정운호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아, 홍만표가 이를 언짢아했다. 홍만표가 직접 법조 브로커 이민희 씨에게 ‘내 일에 끼지 말라’고 질타를 하는 등 정운호에게도 ‘어떤 브로커든 만나지 말라’고 말한 정황도 알고 있다.

③ 홍만표는 정운호를 향해 “너와 관련된 전화가 검찰 수사팀에 너무 많이 와서 업무가 마비됐다고 한다. 누굴 또 변호사로 선임한 것이냐?”고 질타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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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수사기획관 시절 홍만표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027586.html
대검 수사기획관 시절 홍만표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정운호의 돌출행동, 홍만표의 의리(?) 

김 씨의 증언에 따르면, 홍만표와 정운호는 정말로 각별한 사이다. 하지만 홍만표의 노력과는 별개로 홍만표는 정운호의 돌발 행동 때문에 진땀을 뺐다는 것이다. 이후 정운호는 원정도박 혐의 제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는다. 김 씨는 이후 정운호를 면회를 간 정황을 증언했다.

“제1심 선고 후 정운호를 면회 갔더니, 홍만표에 대해 욕설까지 하며 분노하고 있었다. 정운호는 ‘이제 (변호인을) 더 알아볼 필요 없다. 이젠 내가 다 알아서 할 것이고, 다 준비됐으니 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정운호가 그때 최유정 변호사를 만났던 것이었다.”

김 씨의 증언으로부터 정운호를 돌아보면, 홍만표에 대한 두둔은 인간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가족같이 지낸 형님과도 같은 분에게 욕설까지 하며 다른 방향으로 일을 추진했다가 결과적으로 모두가 구속기소됐다. 정운호가 홍만표에게 가질 미안한 마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쏘리 미안 사과 죄송

홍만표 역시 정운호의 온갖 돌발 행동 때문에 수사팀으로부터 항의를 들었음에도 정운호에 대한 애정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0월 28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같은 로펌에 근무하는 조성철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홍만표가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만난 이유는, 정운호가 브로커를 만나고 왔는지 홍만표에게 성화를 부려 홍만표도 그를 이기지 못하고 만난 것이었다. 정운호는 홍만표에게 사건을 맡겼음에도, 홍만표 몰래 브로커를 통해 다른 변호사를 선임해 주변이 어수선해졌다. 홍만표는 정운호를 크게 야단을 쳤다.”

홍만표에게 관심과 호기심을 느낀 근본적인 이유는, 세간의 이미지가 긍정적이지 않은 홍만표가 유독 정운호에 대해서만큼은 넓은 마음으로 감싸며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는 정황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홍만표도 정운호를 보는 것만큼은 쉽지 않은 일이었던 것 같다. 홍만표가 재판에 임하는 태도는 전반적으로 점잖았다. 하지만 정운호의 증인신문을 지켜보는 과정에서는 이따금 어금니를 물며 감정을 자제하려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의사 이 씨의 ‘일기예보’ 발언 막전막후

성형외과 의사 이 모 씨는 정운호로부터 9천만 원을 받아 그중 5천만 원을 김수천 부장판사에게 전달한 혐의로 변호사법 위반죄로 구속기소돼 12월 중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 씨는 10월 14일 홍만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씨는 홍만표와도 친분이 돈독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이날 증인신문에서 정운호에 대한 감정을 서슴없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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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정운호는 나와 홍만표 앞에서 홍만표에게 ‘돈만 많이 쓰고 되는 것도 없다’며, ‘끈이 떨어진 것 아니냐’고 짜증을 냈다. 정운호는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되면 짜증을 낸다. 마음대로 안 되니 짜증을 낸 것 같다.”

② “홍만표는 변호인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운호는 이를 알면서도 뒤에서 홍만표를 욕했다. 평소 정운호의 성품대로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③ “정운호의 별명은 일기예보이다. 조증과 울증이 심해서 아침저녁으로 바뀐다. 7시에 약속했다면, 6시 58분까지 확인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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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씨는 왜 이렇게 정운호에 대한 감정을 숨기질 않았을까? 그 이유는 10월 20일 열린 이 씨의 재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씨의 주장에 따르면, 이 씨는 정운호의 허락을 받아 네이처 리퍼블릭에 수딩젤을 납품하는 공장을 세운다.

하지만 가짜 수딩젤과 메르스 사태의 여파로 매출이 급감해 이 씨는 큰 손실을 봤다고 한다. 이 씨는 정운호에게 “물량을 확보해주든지 공장을 인수하라”고 요구했지만, 정운호는 이를 무시했다.

그런 상황에서 정운호는 “대형마트에 납품해야 하는 데 필요해서 그러니 공장 이름을 ‘네이처 리퍼블릭으로 바꾸라”는 요구와 “김수천 부장판사에게 돈을 전달해주라”면서 9천만 원을 주는 등 자신의 요구만 한 것이다.

성형외과 의사 이 씨는 결과적으로 정운호의 악연으로 돈도 잃고, 결국 피고인으로 재판받는 신세다. (출처: Truthout.org, CC BY)
성형외과 의사 이 씨는 결과적으로 정운호의 악연으로 돈도 잃고, 결국 피고인으로 재판받는 신세다. (출처: Truthout.org, CC BY)

이 씨는 그때마다 화를 냈지만, 정운호의 요구를 들어줬다. 결과적으로 이 씨는 공장 운영 과정에서 5억 5천만 원의 손실을 봤고, 정운호가 준 9천만 원 중 4천만 원은 손실 충당에 사용했다. 이 씨는 정운호와의 인연 때문에 5억 원의 손실을 보면서 구속된 피고인의 신분으로 재판까지 받은 것이다.

이 정황은 박평순 네이처 리퍼블릭 부사장도 이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거의 그대로 인정했다. 박 부사장은 재판부에 “우리 때문에 이 씨가 큰 손실을 봤으니 선처해 달라”는 호소를 남기기도 했다. 정운호가 등기상으로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어도, 여전히 네이처 리퍼블릭의 오너다. 따라서 박 부사장이 정운호의 뜻과 다른 말을 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볼 때, 정운호의 말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 씨는 2회의 공판기일 동안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재판을 받았다. 내내 눈물을 쏟기 직전의 표정이었다. 방청석에서는 이 씨의 가족들이 눈물을 훔치며 재판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 씨는 최후진술에서 “사람을 좋아해서 사람을 많이 만나다가 이런 일(청탁 명목의 돈 전달)까지 했다”며, “앞으로는 잘못을 반성하며 소외된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 씨는 정운호 게이트로 구속된 인물들 중 유일하게 인간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정황이 있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2년 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이 씨가 뉘우치고 있는 것을 참작한다”는 말을 남김으로써, ‘양형의 여지’를 남겨놨다.

뇌물
의사 이 씨는 최후진술에서 “사람을 좋아해서 사람을 많이 만나다가 이런 일(청탁 명목의 돈 전달)까지 했다”며, “앞으로는 잘못을 반성하며 소외된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신영자의 보석 심리 담당 변호인, “구속 제도 경직돼 있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횡령·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신영자는 1942년생으로서, 만 74세의 고령이다. 따라서 보석 신청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보석 심리는 9월 29일 저녁에 진행됐다.

신영자는 본안 재판을 맡을 변호인들과 보석 심리를 맡을 변호인들을 따로 선임했다. 보석 심리를 맡은 변호인은 3명이었다. 그중 젊은 변호사 2명은 재판부에 ▲피고인이 고령이며 질병이 있고 ▲많은 반성을 하며 도의적 책임을 엄중히 느끼고 있어 증거 인멸 우려는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태도는 정중했고 호소하는 어조를 띄고 있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2016년 7월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당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위해 출석하며 질문받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041676.html
정운호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 청탁과 함께 뒷돈을 받고 회삿돈을 빼돌리는 등 80억 원 대의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사진은 2016년 7월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당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위해 출석하며 질문받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보석은 구속된 피고인을 밖으로 내보내는 재판이기 때문에 이례적이다. 따라서 ‘을’의 자세로 대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검사장 출신 전관인 B변호사가 재판부에 추가 변론을 요청하면서 상황은 바뀐다. B 변호사는 갑자기 “우리 형사소송법의 구속 제도와 보석 제도는 경직돼 있다”고 갑자기 형사소송법 운용 행태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은 아래와 같다.

“검찰은 구속 제도를 사전 처벌로 운용해 피고인이 자유롭게 재판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자기 손에 있는 물건을 놓치는 아까움을 느끼는 것 같다.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신영자의 보석을 판단할 수 있는 요인이다. 신 회장은 각종 서류를 빼돌린 정황이 있음에도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듣는 내내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아무리 신영자가 고령이라고 해도, 신영자는 롯데그룹 오너 가문의 핵심 일원이라서 증거인멸 우려를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변호사 2명은 정중한 태도로 재판부에 호소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보석 자체가 이례적인 제도이라서, 호소하는 것은 정석이다.

게다가 신영자가 연루된 사건은 대규모 법조 비리 사건인 ‘정운호 게이트’다. “변호사와 브로커가 법관들을 향해 뇌물을 줘서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그런 상황에서 검사장 출신 전관이 재판부를 향해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검찰을 향해 “자기 손에 있는 물건을 놓치는 아까움을 느끼는 것 같다”며 비꼰 것이다. 아울러 별개의 사건인 신동빈 회장의 사건까지 끌어들이니, 이것이 과연 정확한 변론 태도인지에 대해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재판부는 10월 7일 보석을 기각했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고,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어 특별히 “신영자의 혐의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B변호사의 변론에 대한 재판부의 구체적 답변으로 보였다면, 과민한 태도인 것일까?

‘하고 싶은 말 많은’ 진경준

‘진경준 게이트’의 장본인 진경준 전 검사장 공판의 핵심은 “주식대박 의혹 등 김정주 NCX 대표와 ‘포괄적 뇌물’을 주고받았느냐”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 자신도 불구속기소된 피고인이 된 김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은 매우 중요했다. 그 증인신문은 10월 11일과 20일에 연이어 진행됐다.

김 대표의 태도는 모호했다. 쉽게 말해 “경준 씨(김 대표가 진경준을 부르는 호칭)가 친구라서 줬다”는 증언과 “경준 씨가 검사라서 줬다”는 부분이 혼재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반적으로는 “경준 씨가 검사라서 줬다”는 증언이 우세했고 비중이 컸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친구라서 줬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러면서 “경준 씨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한 것을 보니 내게도 ‘언젠가는’이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는 말도 했다.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 중인 진경준 검사장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046497.html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 중인 진경준 검사장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이 재판은 “두 친구가 각자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살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생생히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인상적이다. 두 사람은 고교 이후 30년 가까이 친구로 지냈다. 하지만 구속기소된 검사는 “돈 잘 버는 친구가 호의로 준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고, 돈 잘 버는 친구는 “호의로 주기도 했지만, 검사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모호한 말을 하고 있었다.

김 대표가 증언할 때마다, 진경준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았다. 몇 번이나 자신의 변호인을 향해 귓속말로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시도했다. 그럴 때마다 변호인은 그를 말렸다. 두 친구의 엇갈린 증언 속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실제는 두 사람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기소는 끝이 아닌 시작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정운호 게이트와 넥슨 게이트는 어느덧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옛이야기가 됐다. 하지만 과연 그래도 좋을까. 관련 인물 중 제1심 재판을 마친 사람은 2~3명에 불과하다. 제1심 재판조차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재판부를 비롯한 재판 구성원들은 밤늦게까지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기소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그런 측면에서, 검찰이 기소하면 마치 끝난 것처럼 세간의 관심으로부터 동떨어진 일이 되는 것은 아쉽다. 재판은 길고도 괴로운 과정이다. 수많은 말과 자료 속에서 검찰과 피고인 중 누가 더 맞는 말을 하는지 탐색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기소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아직 재판이 끝나려면 멀었다.
기소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아직 재판이 끝나려면 멀었다.

재판을 끝까지 방청하는 방법을 선택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지켜보며 기록하는 입장에서도 체력적으로·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믿는다. 기소되면 끝인 것처럼 여기는 인식은, 검찰에 대한 비판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검찰의 무소불위를 비판하고 싶다면, 그 첫걸음은 길고도 괴로운 과정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과 피고인은 법정에서 동등한 입장이라는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철 지난’ 정운호 게이트에 대한 중간 정리 3부작을 연재하기로 한 이유이다.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1심 재판조차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사법제도는 3심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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