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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과 LGBT: "게이 100명, 레즈 100명 서명받아오면 되겠습니까?"

“게이 100명, 레즈 100명 서명 받아오면 되겠습니까?”

‘Lemon’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만나고, 활동해 온 페이스북 사용자가 있다. 그는 성 소수자다. 페이스북은 그에게 오프라인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오프라인을 직접 찾지 않아도 온라인 공간에서나마 서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 그런 따뜻함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Lemon을 차단(첫 번째 계정)하고, 아예 삭제(두 번째 계정)했다.

이제 Lemon은 페이스북에서 탈퇴하고 싶단다. 그동안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모든 시도를 페이스북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올린 게시물에 접근해 백업하고, 스스로 지울 것은 지우는 탈퇴 과정조차 페이스북은 허락하지 않는다.

한때나마 따뜻했던 공간, 언제든 (성 소수자) 친구들과 만나 수다 떨고, 서로 고민을 나눌 수 있었던 페이스북, Lemon이 페이스북에서 차단되고, 삭제된 사연을 직접 들었다.

  • 인터뷰이: Lemon
  • 인터뷰어: 민노씨
  • 일시: 2016년 1월 6일
'Lemon'이 페이스북 계정을 되찾고자 페이스북에 제출한 '활동증명서'. 하지만 페이스북이 허락하는 증명수단이 아니었기에 Lemon은 자신의 계정을 되찾을 수 없었다.

‘Lemon’이 페이스북 계정을 되찾고자 페이스북에 제출한 ‘활동증명서’. 하지만 페이스북이 허락하는 증명수단이 아니었기에 Lemon은 자신의 계정을 되찾을 수 없었다.

– 자기 소개. 

나는 ‘Lemon’이다. 나 자신을 숨기기 위해 사용하는 이름이 아니라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사용하는 이름이다.

– 성 소수자 그룹에서는 닉네임(별칭, 예칭)을 많이 쓰나.

거의 쓰는 것 같다. 적어도 내 주변 친구에 한정하면 10명 중에서 9명은 쓰는 것 같다.

– ‘Lemon’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다.

– 페이스북에서 쫓겨났는데.

2015년 초부터 사용한 첫 번째 계정은 2015년 6월에 차단 (차단 사유: 페이스북에서 인정하는 이름이 아닌 것 같다)됐고, 첫 계정 차단된 뒤에 바로 개설한 두 번째 계정(임시 계정)은 2015년 9월 초에 다시 차단당했다(차단 사유: 14세 미만이라는 이유).

Lemon

Lemon

– 페이스북과 대화는 이어가고 있나. 

페이스북과는 2015년 6월부터 지금까지 답 안 나오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 첫 번째 계정 차단과 두 번째 계정 차단의 차이점은.

첫 번째 계정은 아직 그 계정으로 내가 쓴 컨텐츠가 살아 있긴 하지만, 내가 접근할 수 없는 상태고, 두 번째 계정은 내가 그 계정으로 쓴 컨텐츠가 페이스북에 의해 일방적으로 완전히 삭제된 상태이다.

– 차단 전에 사전 고지는 있었나.

전혀 없었다. 첫 계정이 차단됐을 때는 ‘퀴어문화축제’가 한창이었던 때였는데, 어느 날 로그인이 안 되고, “로그아웃 중입니다”는 문구가 빙빙 돌면서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 처음 차단당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집 근처 구멍가게에 반바지 입고, 물건 사러 갔다가 집에 오니 열쇠는 없고, 집은 잠겨 있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 가장 답답한 게 뭔가.

그 어떤 이야기를 해도 고객센터에서 돌아오는 말은 똑같다는 것.

– 얼마나 이야기했나.

첫 번째 계정은 30~40번 정도 이메일을 보냈고, 두 번째 계정은 10번~20번. 계속 이런저런 다양한 방식으로 내 입장을 설명하고, 부당함을 호소하고 항의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복붙’이었다.

– “복붙”의 핵심 내용은?

미묘하게 다르지만, 결국은 똑같은 내용인데, 대체로 이런 내용이다:

“연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회원님의 이름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회원님의 이름이 페이스북의 이름 표준을 따르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사진이 포함된 정부 발급 신분증을 보내주시면 가장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 첫 번째 계정의 차단 사유(비실명 차단)는 익히 아는 내용인데, “14세 미만” 차단 사유는 뭔가. 

처음에는 “14세 미만”이 차단 사유라는 것을 고지하지 않았다. 나중에 메일이 오가면서 알게 된 내용이다. 페이스북은 14세 미만 사용자의 활동을 금지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더라.

– 14세 미만이라는 걸 페북이 어떻게 알았나(아나).

나도 모르겠다.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더라. 메일로 대화를 이어오면서 한 번은 “이런 어휘를 사용하는 14세를 본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지만, 이에 대해 답변은 하지 않고, 계속해서 페이스북이 인정하는 법적 신분증 사본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페이스북이 '인정'하는 신분증

페이스북이 ‘인정’하는 신분증

강제 커밍아웃 혹은 선택권의 문제 

– 다시 ‘비실명 차단’이야기로 돌아가서, ‘Lemon’은 거부됐는데. 

실제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그리고 실제로 소통하는데 사용하는 ‘이름'(‘Lemon’)이 내 이름이다. 연예인의 예명처럼 “Lemon’은 내 이름이다. 그 이름이 실제 사용하는 이름인지 증명하라고 했다면, 그걸 증명할 수 있었을 거다. 그래서 활동가 증명서까지 보냈다. 오죽하면, 내 지인들에게 서명이라도 받아오면 되겠냐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게이 100명, 레즈 100명 서명받아오면 되겠습니까?”

– “게이 100명, 레즈 100명 서명”에 대한 답변은 받았나.

받지 못했다. 항상 하는 답변은 같다. 사진이 포함된 정부 발급 신분증을 보내달라고 했다.

– 황당했겠다. 

처음에는 나와 비슷한 일을 당한 사례가 있는지 찾아봤다. 미국에선 LGBT1 성 소수자들이 나서서 페북 측에 사과도 받고, 함께 사진도 찍고, 훈훈하게 해결된 사례가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러면 ‘나도 할 수 있겠네!’ 생각했다. 그런데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무슨 이야기를 해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페이스북 고객센터 측의 답변을 요약하면:

LGBT도 상관없어!

활동 증명서도 필요 없어! 

신분증이나 내놔!

페이스북은 실명 정책의 전환을 시사한 바 있다. 알렉스 슐츠 페이스북 부사장는 2015년 10월 30일 미국 시민자유연합과 전자프런티어재단에 회신한 편지를 통해 1) 실명을 묻는 횟수를 줄이고, 2) 이름 확인 절차를 간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3) 현재의 페이스북 실명 정책이 특히 성 소수자의 진정한 정체성 표현에 장애가 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내용은 아래 인용한 블로터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알렉스 부사장은 편지에서 “실명 정책으로 인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조사를 했다” 라며 “성 소수자를 포함, 많은 사람이 가명 계정으로 온라인에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LGBT 그룹을 포함해 많은 커뮤니티에서 피드백을 받았으며, 현재 페이스북의 정책이 진정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 블로터, “페이스북, 실명 정책 손본다” (채반석, 2015.11.03.)

페이스북 실명정책

– 페이스북이 성 소수자에게 실명 정책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고 페북 스스로 밝힌 바 있다(위 박스 해설 참조). 

기본적으로 페이스북의 실명 정책은 성 소수자에게 ‘강제적 커밍아웃’을 강요 혹은 유도한다. ‘선택권’을 제약하는 것이 문제다.

– 선택권?

좋아하는 사람에게 친절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피하고 싶듯, 나는 커밍아웃을 하더라도 선택적으로, 내가 알려주고 싶은 사람에게만 하고 싶다. 왜 내가 허락하지도 않은 것을 강제로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지, 그것도 기업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왜 내가 내 선택권을 제약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더불어 과거에 내가 남겼던 글도 법적 이름으로 바뀌는데, 그렇게 되면 그것이야말로 ‘아웃팅 오브 아웃팅’된다.

– “아웃팅 오브 아웃팅”?

특히나 LGBT는 LGBT라는 이유만으로 (성 소수자 혐오 세력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신상털이’의 희생자가 되기 쉽다. 그런 취지로 한 말이다.

다양한 곳에 산재돼 있는 내 정보가 가감 없이 드러나게 된다. 내가 ‘Lemon’이라는 정체성으로 썼던 글의 맥락이 거세된 채 법적 이름으로 드러나는 것이 싫고, 이것은 앞서 말한 신상털의 먹이감이 될 수 있기에 솔직히 두렵기도 하다.

– 지금은 “탈퇴”를 원한다고 했는데. 결국 차단되고, 삭제됐으니 탈퇴와 같지 않나.

아니다. 내가 탈퇴를 원한다고 한 것은 내가 내 손으로 쓴 글을 보관하든지 아니면 삭제하든지, 마지막 탈퇴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내 최소한의 권한을 행사하고 싶다는 취지다.

일단 더는 사용하고 싶지 않다. 회원의 권리를 깡그리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욕을 먹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민주적으로 의견을 수렴해서 획일적인 조항을 수정하길 바라는데, 내가 재가입하더라도 유사한 피해가 계속 발생할 것이기에, 페이스북 실명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더는 이용하고 싶지 않다.

돕겠다고 하지만 나도 친구도 어떻게 해야할지… 

– 주변 반응은.

내가 나라는 것만 알면 되니까. 서명 운동을 하면 동참하겠다는 분도 있고, 어떤 식으로든 도와주겠다고 한다.

– 어떤 식으로 도울 수 있을까.

실질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내가 ‘Lemo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라는 서명 정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어떤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지, 주변 친구들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가 좀 막연한 상태다.

– 만약에 서명을 받아 페이스북에 제출하면 효과가 있을까.

다소 회의적이다. 이미 기관(재단)에서 발급받은 ‘활동 증명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복붙’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휴대 전화기 속 활동가 증명서를 보여주는 Lemon

휴대 전화기 속 활동가 증명서를 보여주는 Lemon

– 성 소수자로서 소셜 미디어, 특히 페북이라는 미디어를 평가한다면. 

그동안 페북을 하지 않다가 2015년 초반부터 사용했는데, 페북이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 몰랐다.

– “강력한 힘”?

이렇게 쉽게 LGBT 분들을 만날 기회가 그동안은 없었다. ‘헐! 대박!!’ 외롭지 않고, 어디(오프라인)를 직접 찾지 않아도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유대감을 페이스북 안에서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트위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페북도 자신의 힘이 얼마나 큰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페북은 LGBT를 응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페이스북이 말하고, 추구한다고 표방하는 것에 반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 인터뷰하면서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나는 내 권리 찾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뿐이고, 어디서 나대는 거 별로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혹여라도 이 인터뷰가 나대는 걸로 비치진 않았으면 한다.

–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중이 없으면 절이냐. 중이 있으니 절이다. 그런데 중에게 떠나라니. 웃긴 소리다. 페이스북이 절이라면 LGBT든 LGBT가 아니든 모든 이용자는 중이다.

– 페이스북은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합헌화된 뒤에 무지개 프로필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꼴값 떨고 있다. 너무 위선적이다.

– 끝으로 독자에게 싶은 말.

본인이 직접 겪지 않으면 얼마나 부당한지 느끼기 어렵다. 오늘 당장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신고하면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당신이 LGBT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페이스북 성소수자


  1. LGBT는 성 소수자 중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를 합쳐서 부르는 단어. – 위키백과 ‘LGBT’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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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민노씨
슬로우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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