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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 청년실업이 화두가 된 지 오랩니다. 하지만 실마리는커녕 문제는 오히려 악화합니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합니다. 임금피크제는 청년실업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요? 슬로우뉴스는 청년 고용 확대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다양한 의견과 기고를 기다랍니다. (편집자) [/box]

박근혜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올해 안에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한 이후, 대기업들이 청년고용에 대거 나선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오늘(2015년 8월 18일) 언론에서는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이 대거 청년고용대책에 나섰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각 대기업은 3만, 2만 명의 청년들을 신규고용하겠다는 타이틀의 보도자료를 뿌리고 있다.

임금피크제

[box type=”info” head=”‘임금피크제’란? “]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 또는 정년 후 재고용하면서 일정나이, 근속 기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입니다. 아래와 같은 유형이 있습니다.

  • 정년연장형: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을 줄이는 방식
  • 재고용형: 정년퇴직 후 재고용하면서 임금을 줄이는 방식
  • 근로시간 단축형: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은 그대로 두고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면서, 임금을 줄이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식 (출처: 고용노동부, ‘임금피크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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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신규고용, 강제성 없이는 끌어낼 수 없다

그런데 정작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 3만, 2만의 대부분이 직업 교육과 직업체험의 기회제공, 인턴 자리 정도다. 정작 중요한 신규 고용에 대해서는 일자리 나누기 없이 ‘신규 투자’와 ‘설비 증설’이 되면 하겠다고 한다. 결국, 임금피크제가 어찌 되었건 ‘회사가 잘 되면 더 고용하겠다’는 지금까지의 식언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결국,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없다’는 단호한 표현인 셈이다.

임금피크제는 쉽게 말하면, 정년 60세 시행에 맞추어 고령자의 임금을 조정하자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주장하는 임금피크제의 ‘청년실업 해소’ 효과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기업이 절감한 비용으로 청년을 고용하리라는 것, 나머지 하나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청년을 신규채용한 기업에는 2년간 그 임금에 해당하는 상당액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는 청년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까? 현재 상황을 보면 그럴 것 같지 않다.
임금피크제는 청년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까? 현재 상황을 보면 그럴 것 같지 않다.

전자는 전적으로 기업의 선의에 기대할 뿐 어떤 강제성이나 견인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고, 후자는 기업이 임금피크제로 비용을 절감하고 정부 지원금을 얻는 이중의 효과를 얻는다. 이 경우에도 기존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거나 늘려야 한다는 강제성은 없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일반 해고 요건 완화가 결합하면, 기존 노동자를 해고하고 그 자리에 싼 임금의 2년짜리 청년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노동자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대가로 정부가 세금을 기업에 나누어주게 되는 것 외에 이렇다 할 효과는 없다.

‘완전 포괄’과 ‘소득 연동’

임금피크제가 필요하다는 사람들은 임금을 많이 받는 사람과 적게 받는 사람의 격차 해소를 근거로 주장한다. 그렇다면 임금피크제는 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를 포함해야 한다. 더불어 일자리 나누기 방해 요소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임금 조정은 생애주기에 따른 것이 아니라 소득 규모에 따른 것이 되어야 하며, 이 소득에 대한 규정은 포괄적이어야 한다. 더불어 이 소득 조정이 신규 고용과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연동해야 실제로 청년 실업을 해결할 가능성이 생긴다.

그래서 우선 나는 조정할 소득 범위에 대해 ‘완전 포괄’을 주장한다. 기업 이익이 분배되는 각 부문, 즉 임직원 보수와 주주 배당 그리고 사내유보금 등을 모두 포괄해야 한다.

1. CEO와 임원진의 임금

현재 정부가 권고하는 임금피크제에는 임원 보수가 제외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0대 기업 소속 전문경영인(CEO)와 일반 직원의 평균 연봉 차이는 약 36배에 이른다. 삼성전자 신종균 IM(IT 모바일) 부문 대표이사 사장의 연봉(약 145억)은 일반 직원의 평균 연봉(약 1억 원)보다 142배 이상 높다.

돈 사람

외환위기 이후 임원과 직원의 보수 격차가 오히려 더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임원 보수를 규제하지 않으면 직원의 보수 수준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임직원 보수 격차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할 때, 임금 총액 증가로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할 재원이 생긴다.

2. 배당금

배당금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의 위기 상황에서도 오너 일가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배당금 잔치’가 벌어지는 것은 이제 우익언론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배당금 수익이 기업소득의 분배라면, 이 역시 직원 평균 임금과 연동해야 한다.

3. 사내유보금

사내유보금에 대해서도 상한 비율을 두어 임금 총액과 연동하고, 초과분은 추가 고용에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4. 노동시간 상한제 

또 이 과정에서 긴 노동시간을 통해 고액노동을 독점하는 ‘귀족노동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동시간 상한제를 도입하고 일자리를 나누어야 한다.

절망에 답할 의무 

물론, 이 글을 읽는 사람, 이 글이 향하는 사람이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문제에 사실 아무 관심이 없다면 이 모든 이야기는 하나 마나 한 것이 될 것이다.

청년실업이 10년째 화두가 되었고, 연일 지상을 오르내리며, 대통령에서부터 3선 낙선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치인의 연설에 들어가지만, 그것이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가졌던 적은 별로 없다. 청년이라는 말은 이제 아무렇게나 어디에나 갖다 붙여도 이상하지 않은 말이다.

청년이라는 말은 최소한 정치계에서는 “좋은”, “신선한”, “발랄한”,  “투 블럭” 따위의 의미로 쓰일 뿐이다. 청년실업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강화하자든지, 청년실업을 위해 우측 통행을 다시 좌측통행으로 바꾸자든지,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전 국민이 광화문 광장에서 부채춤을 춘자든지 따위의 주장을 한다 해도 이제는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아무 기대 없이 나의 입장을 말한다. 실은 사람들 대부분이 청년실업 따위엔 관심이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이 제안을 진지하게 듣는 사람도 별로 없으리란 것을 충분히 안다. 그럼에도 내가 하나 마나 한 제안을 내놓는 것은, 오늘날 우리는 모두 이 사회의 절망에 진지하게 답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Gabriel Cabral, CC BY https://flic.kr/p/ngUMv3
Gabriel Cabral,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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