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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조장 사이트는 차단되어야 하는가

간통죄 폐지로 인해 소위 ‘불륜 조장 사이트’에 관한 규제 근거가 사라졌습니다. 정치권에선 불륜 조장 사이트를 차단하는 법률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오픈넷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 사이트 차단 해제 결정은 타당하고, 사이트 차단 법안은 위헌적이라는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편집자) 

2015년 2월 26일 간통죄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면서, 기혼 남녀들의 만남을 연결하는 사이트인 ‘애슐리매디슨’의 차단과 차단해제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경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 2014년 4월 15일, 애슐리매디슨 차단: 간통 방조 이유로 접속차단. (2014년 제25차, 제27차 통신소위)
  • 2015년 2월 26일, 간통죄 위헌 결정: 근거법령 간통죄 위헌 결정. 처분 근거 사라짐.
  • 2015년 3월 10일, 차단 해제 결정: 2015년 제17차 통신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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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다. 바람을 펴라.” 애슐리매디슨의 배너 광고

다시 불붙은 ‘바람 바람 바람’ 

이에 정치권에선 다시 해당 사이트를 차단할 근거를 마련 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 의원 등 12인이 ‘건전한 성풍속을 해치고 가정해체를 조장하는 내용의 정보’를 정보통신망법상의 불법정보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간통죄 폐지 전에도 기혼자의 만남은 불법이 아니었다. ‘간통’은 성행위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물론 애슐리매디슨은 ‘외도’, ‘바람’, ‘연애’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간통’ 행위 자체를 방조하는 사이트라고는 보기 어렵다. 즉, 처음부터 불법 사이트로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러던 중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사회적 의식과 풍속의 변화로 이제 간통은 더는 불법이 아니다. 소위 ‘불륜을 조장’한다는 서비스에 사회적 비판과 비난은 차치하자. 공론장에서의 자유로운 토론은 더욱 더 권장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제 어떤 불법도 존재하지 않는 사이트를 국가기관이 차단할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방통심은 ‘불법정보’만 차단해야 한다 

항상 명심해야 하는 게 있다. 방통심의 차단, 삭제 등의 시정요구는 결국, 행정기관의 인터넷 검열이다.

국민의 표현의 자유, 알권리 등의 제한으로 직결되는 ‘검열’에는, 명확한 기준에 의해 선별한 ‘불법’정보만을 그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왜 그런가? 만약 행정기관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을 기준으로 하여 ‘유해’한 정보를 심의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결국, 행정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국민의 사상과 여론을 통제할 위험으로 이어진다.

헌법재판소는 방통심의 심의 대상 정보를 다음과 같은 정보라고 말한다.

“정보통신망법 조항들에 의해 금지되거나 규제되는 정보 내지 이와 유사한 정보”(헌재 2012.2.23. 2011헌가13)

헌재 방통심

헌재 정의에 따르더라도 방통심은 불법정보만을 삭제하고 차단할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럼에도 방통심은 심의 규정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만들어 불법에 이르지 않은 정보까지 삭제, 차단해왔다.

애슐리매디슨 건에 대해서도 위 심의 규정을 적용하여 시정요구를 유지하자는 방통심 내부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방통심은 더는 불법의 근거도 없는 사이트에 대해 차단을 유지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차단을 해제한 것이고, 이는 정보의 불법성을 기준으로 심의해야 한다는 헌재의 기준에 따른 것으로서 환영할 만하다.

불륜 조장 사이트 차단 법안은 위헌

그러나 방통심의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새민련 민홍철 의원 등 12인은 애슐리매디슨의 차단근거를 마련하고자 일명 ‘불륜 조장 사이트 차단법’을 발의하였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정보를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 조항에 삽입하려고 한다.

“건전한 성풍속을 해치고 가정해체를 조장하는 내용의 정보”

우선, 불법정보가 아닌 정보를 불법정보 조항에 추가한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더불어, 헌재 판례에 따르면 위헌적 법안이다. 헌재는 불온통신 금지 조항 위헌확인사건(헌재 2002.06.27, 99헌마480)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추상적 개념을 기준으로 한 통신심의 규정은 위헌임을 선언한 바 있다.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무류성: 무오류성, 무과실성. 즉, 절대 틀릴 수 없는 것. – 편집자)

– 헌법재판소, 2002.06.27, 99헌마480 중에서

래리 플린트(성인 잡지 [허슬러] 발행인), "수정 헌법 제1조가 나같은 쓰레기를 보호한다면, 여러분 모두는 물론 (권리를) 보장받 는 것이다." (출처: The People vs. Larry Flynt,   © 1996 Columbia Pictures)

래리 플린트(허슬러 발행인), “수정 헌법 제1조가 나같은 쓰레기를 보호한다면, 여러분 모두는 물론 보장받 는 것이다.” (출처: The People vs. Larry Flynt, © 1996 Columbia Pictures)

건전 성풍속? 가정해체 조장? 기준은? 

어떤 것이 ‘건전한 성풍속’이고, 어디까지가 ‘가정해체를 조장’하는 정보일까? 이렇게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한 심의 기준으로 국가가 규제할 수 있는 정보는 애슐리매디슨만이 아니다.

기혼자가 바람을 피워서 이혼에 이르는 내용을 담은 흔한 소설이나 드라마, 혹은 부부관계나 이혼, 외도에 대한 농담들도 이 심의규정에 의하면 삭제 대상일 수 있다. 결국, 행정기관, 방통심 위원 몇 명의 마음속에 있는 ‘건전한 성풍속’ 관념에 따라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결정되어 버리는 것이다.

KBS2 사랑과 전쟁 (출처: KBS)

(진짜) “청소년 유해 매체물”KBS2 사랑과 전쟁 (출처: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은 지상파 편성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청소년보호법과 방송심의규정에 따라 19세 이상 시청가 등급으로 심야 시간대에 고정 편성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2기에서는 이혼 및 가족문제 등을 소재로 다룬 내용의 특성을 고려해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결정하였다.

위키백과, ‘부부클릭 사랑과 전쟁’ 내용 중 발췌 정리. (편집자)

외도 욕구나 외도 방법론 등에 대한 게시글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표현들이 사회적으로 가치가 없는 것이라 단정할 수 있을까?

이러한 게시물들을 통해 좁게는 기혼자들이 어떻게 외도하는 지를 알수 있고, 넓게는 현실 속 부부관계의 씁쓸한 이면이 존재할 수 있음을 사회 구성원들이 알 수 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결혼과 성을 드러내는 표현과 소통에 있어서도 항상 방통심 의원의 머릿속에만 있는 ‘건전함’을 염두에 두고 소통할 수는 없다. 그러면 이미 내적 검열을 실천하는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표현은 존재 자체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를 제한하려면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 이것은 오랫동안 법 원칙으로 발전해 왔다. 어떤 불법도 없는 정보를 단순히 건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국가기관이 나서 삭제하고, 차단하는 관행과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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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오픈넷
초대 필자, 비영리 사단법인

사단법인 오픈넷은 인터넷을 자유, 개방, 공유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한 NGO입니다. 오픈넷은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보호, 공공 데이터의 개방과 이용, 저작권/특허 제도의 개혁, 망 중립성 등의 영역에서 우리 인류가 중요하게 여겨온 가치들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공론장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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