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5년 6월 14일, “특별공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조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국가 방역망에서 삼성서울병원은 열외였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해명자료를 내놓으며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해명은 민망한 수준입니다. 메르스 사태는 지금도 진행 중이며 삼성서울병원이 한시적 부분폐쇄 조치를 취한 지금, 현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문제 제기가 적절한 것인가에 관한 정치적 해석은 배제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I. 경과와 몇 가지 팩트

  • 5월 20일, 삼성서울병원은 평택성모병원에서 이송된 1번 환자에게서 국내에서 처음 메르스 진단을 이끌어 냈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두 차례나 검사를 거절했으나 끝까지 요구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감염을 진단해 낸 것입니다.
  • 평택성모병원에서는 1번 환자로 인해 약 30명의 메르스 감염환자가 발생했으나 삼성서울병원에서는 한 건의 감염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당시 자체적으로 약 400여의 접촉자를 격리하고 역학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5월 27일,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여 2박 3일간 머무르다가 병실에 올라갔습니다. 2박 3일의 기간 동안 삼성서울병원 측은 정부(질병관리본부)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삼성서울병원에서 70명이 넘는 집중적인 메르스 감염이 발생했습니다.
  • 5월 29일, 정부는 14번 환자가 “메르스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삼성서울병원 측에 알렸으며 5월 30일, 14번 환자에 대한 확진판정이 내려졌습니다.
  • 6월 6일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집중적으로 메르스 감염환자들이 나타났고, 이 환자들은 전국으로 이동하면서 또 다른 감염 위험을 발생시켰습니다. 전체 메르스 감염환자 중 약 절반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들입니다.
  • 최근(6월 중순) 삼성서울병원 비정규직 직원들이 14번 환자와 접촉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시나 격리대상에서 빠져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최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138번 환자)도 격리 대상에서 빠졌음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 6월 11일, 국회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에 참석한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삼성의료원이 뚫린 것이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삼성병원 질병관리본부

  • 6월 14일, 삼성서울병원의 이송요원(137번 환자)이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고, 증세가 있는 중에도 9일 동안 환자 이송을 돕는 업무를 수행했던 사실이 밝혀지자 삼성서울병원은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적으로 ‘부분폐쇄’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 6월 14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특별공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23명 추가돼 총 87명이 된 2015년 6월 8일 오전 서울시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메르스 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896955.html
메르스 확진 환자가 23명 추가돼 총 87명이 된 2015년 6월 8일 오전 서울시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메르스 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II. 삼성서울병원이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이유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국회에 출석하여 “삼성서울병원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삼성서울병원이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고 답했습니다. 이 같은 답변은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이 피해를 보았다는 인식에 기초합니다.

초동 대처가 잘 되어 추가확산을 막은 수원의 성빈센트병원과 초기대응에 실패한 삼성서울병원이 비교되고 있지만, 성빈센트병원은 환자 도착 즉시 질병관리본부가 감염위험환자라는 사실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초동 대처를 잘할 수 있었지만,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 내원 3일째 정부가 알려주는 바람에 2박 3일 동안 방치되어 있어 많은 감염이 발생했기에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III. 삼성서울병원에 의혹을 품는 이유

정부에서 감염의심환자를 뒤늦게 통보함으로써 삼성서울병원이 감염환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3일간 응급실에 방치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의료진을 포함하여 많은 환자들이 발생시킨 진원지가 되었기에 삼성서울병원이 억울한 것이 이해할 만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렇게만 이해하기엔 의심쩍은, 그리고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1. 5월 29일부터 6월 4일까지 무엇을 했나?

삼성서울병원 측이 응급실에 2박 3일간 머물렀던 14번 환자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메르스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라는 사실을 통보받은 것은 5월 29일입니다. 그리고 14번 환자에 대해 확진 판정이 내려진 것은 5월 30일입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6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즉시 환자를 격리하고 5월 27~29일 사이 14번 환자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환자 675명과 의료진 218명(총 893명)을 무더기로 격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측은 이들이 언제 격리되었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격리대상에서 빠진 환자들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 35번 환자: 14번 환자의 옆침대 환자를 진료했던 35번 환자(의사)는 증세가 발생한 31일까지 병원 측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고, 자신의 증세를 자진 신고하여 자가격리조치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14번 환자는 기침과 고열 증세를 보였습니다. 30일 확진판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그리고 30일 확진판정이 내려진 이후 6/4까지 병원 측이 메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어떠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는지 의문입니다.
  • 60번 환자: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인 그녀는 6월 6일 확진을 받았지만 “6월 2일 발열이 시작되자 마스크를 착용하고 6월 4일까지 출퇴근을 했다”고 했습니다. 14번 환자의 감염 사실이 확인된 후에도 격리조치를 받지 않은 것입니다. 이 사실을 지적한 하태경 의원은 “병원 의료진인 두 사람조차 5월 29일부터 6월 4일까지 격리되지 않았는데 도대체 환자들에게는 어떻게 통보하고 격리했다는 것인가”라고 말했습니다.

2. 은폐/축소 의혹

35번 환자가 메르스 감염 확진을 받고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된 날짜는 6월 2일로, 이송 당일 의사들 사이에 이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부의 6월 3일 발표자료에 마땅히 이 환자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데 정부의 6월 3일 발표자료에는 35번 의사가 빠져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6월 3일 오후 4시경 프레시안이 은폐 의혹을 제기했고, 8시경 뉴스타파가 서울시 관계자의 말을 빌어 명단에서 누락된 것이 사실임을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6월 4일에서야 보건복지부 발표자료에는 35번 환자가 6월 4일 확정판정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이 35번 환자에 대한 정보를 은폐하고 축소하려 한 것은 아닌가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보건복지부는 해명하지 않았습니다. 35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확진 날짜에 대해 지금도 보건복지부는 6월 4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3. 미흡한 대처

  • 137번 환자: 삼성서울병원 이송요원인 그는 5월 27일 14번 환자와 접촉하면서 감염되었고 6월 12일 진단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격리조치 대상이 아니었으며 확진이 될 때까지 업무를 지속했을뿐더러 더욱이 증세가 발생한 다음에도 9일간 환자 이송업무를 지속하여 또 다른 4차 감염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 138번 환자: 6월 12일, 또 다른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는 14번 환자로부터 응급실에서 감염되었으나 격리조치 되지 않았습니다.

두 얼굴의 삼성

4. 삼성은 치외법권지역? 열외 대상?

6월 7일, 삼성서울병원이 격리대상 숫자를 발표했지만, 이 숫자는 줄곧 정부의 발표 숫자에서 제외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은 하태경 의원과 김용익 의원에 의해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은 마치 치외법권 지역처럼 정부의 통제 범위 밖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것은 6월 7일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의 기자회견에서도 나타납니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893명을 자체적으로 격리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6월 8일 언론에도 “이날까지 34명의 감염자가 나온 삼성서울병원은 893명을 자체적으로 격리 중이다. 다만 보건당국이 산정해 관찰 중인 삼성서울병원 밀접 접촉자는 115명이다.”라고 보도한 것입니다. 삼성서울병원과 정부와 사이에 교감이 있었음이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그러던 중 2015년 6월 14일 정부 관리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장이 감염내과 전문의여서 병원 내에서 직원, 의사, 간호사, 환자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파악해서 관리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 말은 삼성서울병원의 감염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부가 격리 등 관리 책임을 삼성서울병원 측에 맡겨 놓았다는 뜻입니다. 그동안의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박원순 시장의 의혹 제기와 특별공동조사단을 통한 조사 주장은 이런 배경 아래 나왔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이 정부가 통제지휘권을 갖고 있어야 하는 감염병 위기대응업무에서 ‘자발적’으로 역학조사와 방역을 실시했다면 이것은 중대한 문제입니다.

5. 박원순 시장의 의혹 제기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어이없는 해명

삼성서울병원이 정부의 방역체계에서 열외가 된 의혹이 있다는 박원순 시장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어제 해명자료를 내면서 정부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별도의 민간합동대응팀을 구성하여 6월 12일부터 대응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어이없는 해명입니다.

박원순 시장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5월 30일부터 6월 14일까지 기간의 의혹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해명은 오히려 5월 30일부터 6월 12일까지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방역과 관련해서 삼성서울병원에 자체적으로 맡겨놓았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6. 민관합동대응팀의 역할

정부의 주장대로 6월 12일부터 민간합동대응팀이 가동되었다는 사실을 신뢰한다고 해도, 삼성서울병원은 ‘자발적으로’ 부분 폐쇄 결정을 내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민관합동대응팀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IV. 결론

이상의 상황을 취합하여 내린 결론입니다.

  1. 정부는 14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5월 30일 이후 삼성서울병원 내 방역에 대해 삼성서울병원에 자체적으로 맡겼고
  2. 35번 환자 발생에 대한 은폐 또는 축소 의혹이 남아있으며
  3. 삼성서울병원의 사태가 악화하자 뒤늦게 정부에서 대응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삼성서울병원 내의 방역에 정부가 관여하여 지휘하지 않고 삼성서울병원에 자체적으로 맡긴 것이 삼성서울병원의 요청에 의한 것인지, 정부의 요청에 의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의사 가운 닥터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의료진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메르스 감염(1번 환자)을 국내 최초로 진단해 낸 병원입니다. 질병관리본부가 2차례나 검사를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질병관리본부에 검사를 요구하여 밝혀낸 것입니다. 당시에는 질병관리본부만 메르스 진단기법을 갖고 있었습니다. 최초로 감염환자를 진단한 의사는 상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리고 삼성서울병원은 1번 환자와 접촉한 약 4백여 명의 사람들을 철저히 격리해 1번 환자로부터의 2차 감염을 단 한 명도 발생시키지 않은 병원입니다. 그리고 병원장은 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입니다. 어쩌면 보건복지부도 그런 삼성서울병원의 실력을 믿고 맡겼을지 모르겠습니다.

Truthout.org, CC BY
Truthout.org, CC BY

그러나 14번 환자로부터 감염환자가 발생한 후,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은 원칙을 어겼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최고의 병원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은 행보를 보이다가 70명이 넘는 메르스 감염환자를 양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 중 34명은 삼성서울병원의 관리대상에서 빠져있던 사람들입니다. 병원의 능력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인데 이를 간과한 결과로 보입니다.

신종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일은 국가 사회 전체의 안위가 달린 문제이며, 따라서 반드시 국민 앞에 투명해야 합니다. 여기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과 정부, 누구도 원칙을 어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사건의 요지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업무인 방역업무를 왜 삼성서울병원에서 담당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삼성서울병원이 자체적으로 방역업무를 하다가 벌어진 현재 상황이 국내 보건의료제도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드러낸 것인지, 혹은 삼성서울병원과 정부와의 은밀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인지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불문하고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으며 책임의 크기는 민간의료기관의 책임과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관련 글

2 댓글

  1. 국가의 업무인 방역업무를 왜 삼성서울병원에서 담당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 메르스관련 기본 수칙(정보공개)을 지키고 국가의 의무를 요구해야하는 전문가의 오만으로 벌어진 일입니다. 전체 글에서 팩트만 잘 적어주시고 마지막에 이렇게 결론 내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 방역업무를 삼성서울병원이 담당하고 있나요? 삼성서울병원때문에 얼마나 많이 확산되어 가고 있습니까. 아직도 병원폐쇄를 하지 않고 버티는 상황이 이상합니다. 수도권 모 병원은 의심환자 2명발생에 접촉한 의료진 즉각 격리시켜서 단 한명의 추가발병도 없었습니다. 정부의 업무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할 전문가가 하실 발언은 아닌 듯 합니다.

  2. 빈센트병원 간호사입니다.기사님 팩트만 써주시죠…구번 확진자가 왓을때 담당 햇던 간호사로 자가격리 후 해제 댓고요.. 질병관리본부 연락???!!!받은거 없는데요….평택에서 왔다고 해서 저희가 찜찜해서 감염관리팀 연락해서 절희병원측 감염관리실에서 역학조사 요청한 결과 첫번째 확진자오ㅏ 같은 병동 환자엿던게 확인댓엇습니다..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