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하나를 소개합니다.
요즘 청년실업 문제가 화두인데요. 선진 노동시장으로 유명한 독일의 관점에서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는 어떻게 해석되는지는 탐구한 논문입니다. 저자는 귄터 슈미트(Günther Schmid)로 베를린 자유대학 출신의 IZA(Institute for the Study of Labor; 노동연구기구)의 연구원입니다. IZA는 노동시장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독립 연구 기관으로 독일 베를린에 있습니다.
독일의 전문가는 한국 청년실업 문제를 어떻게 볼지 알아볼까요?
현실진단: 무엇이 문제인가?
이 두 그래프를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왼쪽은 청년실업률이고 오른쪽은 니트(NEET)족, 즉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의 비율입니다. 현재 공식적인 통계에서 사용하는 청년실업률이 왼쪽 그래프인데요. 적극적으로 구직하는 청년들만 해당하기에 다른 국가와의 비교에서도 보통인 수준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니트족 비중은 OECD 회원국 중 7번째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낮은 일자리 수준으로 아예 구직을 포기하거나 공무원 시험 등 각종 시험에 매달리고 청년층을 포함한 비율입니다.
또한 45~54세의 성인층의 실업률에 비해 4.6배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 청년실업률의 특징입니다(미국은 2.5배, 독일은 1.7배).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갈등 구조가 존재하고, 유난히 청년층의 실업 문제가 두드러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논문의 저자는 “한국의 청년 실업 문제는 심각하다(serious)”고 말합니다. 그리고 강조하는 바가 과도한 학력주의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후술하겠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한국 청년실업은 고학력자에 관한 것, 독일 청년실업은 저학력자 실업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청년실업 양상과 비슷한데요. 대학을 나온 고학력자들의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인력은 고급화되는데 질 좋은 일자리는 없고 그러니 구직 단념자가 늘고 있는 것이 한국 청년실업의 현실입니다.
퍼즐: 청년실업의 원인은 무엇인가?
- 경기 침체와 국제적 경제 심화로 인한 일자리의 부족
- 교육시스템이 제공하는 기술과 직장에서 요구하는 기술 사이의 미스매치
- 노동시장의 경직성
이 세 가지 원인은 여러 매체에서 흔히 다루고 있는 점이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대안: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필자는 현재 경제구조의 변화에 맞추어 정부 정책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 점에서 북유럽과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두 정책을 도입할 것을 제안합니다.
1.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box type=”info”]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ALMP (Active Labor Market Policy)[/box]
한국의 일자리는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조업이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서비스업 위주의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어야 하지만 이 분야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는 미래 유망한 서비스업이나 기술 쪽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ALMP를 예로 들자면 스웨덴이 있습니다. 스웨덴은 ‘연대임금제도’를 통해 부실기업은 퇴출하고 소수정예 알짜배기 기업들만 남기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 부실기업들이 낮은 일자리 여건을 제공하면서도 살아남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스웨덴은 적극적으로 퇴출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더 실업자들이 양산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보완책이 튼실하기 때문입니다. 퇴출당한 자본과 노동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케어해주는 것이지요. 정부는 이들을 정보통신 기술, 원자 기술, 생명공학 기술 등 장래 유망분야로 유도해 재취업 역량을 키워줍니다. 이로 인해 스웨덴은 전체 생산에서 3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이 제도로 산업구조가 자연스럽게 고도화 됨은 물론 고용과 임금의 안정성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스웨덴의 ALMP에 수용되는 인원은 약 50만 명으로서 경제활동인구를 650만 명으로 잡았을 때 약 7.6퍼센트가 국가 관리 아래 생업을 계속하는 셈이다. 노동시장국(ABS)은 실직자의 재훈련, 재취업을 모두 책임지며, 이 기간 동안 기존 월급의 90퍼센트를 지급하고 취업 비용을 제공한다.
출처: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 중에서
정부가 낮은 고용 여건을 제공하는 부실기업은 과감하게 퇴출하되 패자부활의 기회를 주고, 부가가치 창출과 고용 증대 가능성이 큰 산업으로 유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2. 이행 노동시장
[box type=”info”]이행 노동시장: TLM (Transitional labour market)[/box]
‘이행 노동시장’은 논문에 표시된 제목이기도 한데요. 교육, 고용, 복지가 연계되는 황금 삼각망을 구축함으로써, 국민이 실업 상태에 놓였을 때 재교육과 복지 혜택을 맞춤형으로 신속히 제공하는 친고용 성장 정책을 말합니다.
이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전제로 합니다. 지금까지는 한번 입사하면 정년까지 한 자리에서 쭉 일하는 것이 관례였다면, 이제는 경제구조가 변하고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그와 같은 ‘정주(定住) 노동시장’은 변화에 뒤처지게 됩니다. 취업과 재교육, 퇴직이 반복되는 ‘이동 노동시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에 발맞추어 교육과 직장을 연계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독일의 ‘이원화 교육제도’가 대표적입니다. 학생들이 학교 공부를 하면서 기업에서 실무연수를 받게 하는 제도이지요. 한 기업만을 위한 전문가가 아닌, 특정 업종이나 산업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특히 대학전공과 실제 직장 업무와의 미스매치가 심한 한국의 상황에 적합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전체’에 대한 사회안정망 확립
필자는 논문 전반에 걸쳐서 ‘학력주의'(credentialism) 또는 ‘학력 인플레이션'(academic inflation)을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를 관통하는 근본이라고 지적합니다. 직장 업무와 연결성이 떨어지는 학력은 사회적인 낭비일 뿐만 아니라 불평등을 양산한다고 비판합니다. 결론에서는 이에 대한 분석이 두드러지는데요.
학력주의의 근본 원인을 두 가지로 지적합니다. 첫째로는 자식을 성공하게 하고자 하는 부모들의 열망 때문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원인은 ‘보험적 동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높은 사회적 안정과 높은 임금을 보장하는 가장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학력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전체에 더 나은 사회안전망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사회안전망이 튼실하다면 청년들은 구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제시하는 개념이 ‘플렉시큐리티'(flexicurity; 유연안정성)입니다. 유연성(flexibility)와 안전성(security)의 합성어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갖추면서도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안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고용·복지 제도입니다. 학력주의의 해결을 위해서도 플렉시큐리티가 확립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일군의 학자들도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엄청난 논란거리이고, 유럽연합에서는 10년 가까이 논쟁거리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엇보다 사회 안정망 확충이 청년 실업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최근 발표한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일자리 25만+α 확충 방안은 참으로 공허하게 들립니다.
[box type=”note”]
이 글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2015년 9월 7일 오후 8:24)
- 기존: 독일 학자가 본 한국의 청년실업: 핵심은 “플렉시큐리티”
- 수정: 독일 학자가 본 한국의 청년실업
- 사유: ‘플렉시큐리티'(유연안정성)를 슈미트가 주창하는 것으로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 제목을 위와 같이 수정합니다. 슈미트는 논문에서 유연안정성을 언급하기는 하지만, 유연안정성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본문의 결어 부분도 불필요한 해석상 오해를 없애는 한도에서 일부 표현을 수정하고, 보완했음을 알립니다. (편집자)
[/box]
대학진학률이 6~70%이상이고 절대 다수의 성인남성은 2년간 군대를 가는 상황에서
15-24세의 청년의 실업률이 (만 나이로 고려하더라도)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그에 반해 NEET 인구에 대해서는 15-29세까지의 자료를 인용했네요.
+ 추가
본문에 보면 한국이나 미국의 실업자 양상은 고학력자의 미취업으로 인한 문제가 더 크다고 되어있습니다. 고학력자를 4년제 대학 졸업자라고 보았을 때 남성의 경우 군대 전역 후 구직활동 시작하는 시점이 빨라야 만 24~25세 입니다.
그런 점에서 19-24세의 취업률을 근거자료로 내세웠다는건 이 논문의 시작인 진단부터 어긋난 것이 아닌지 의문이 생깁니다.
“독일의 노동시장 관점에서 본 한국의 청년실업”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정도로 자신만만한 학자의 논문 치고는 시작부터 의구심이 드는게 사실이구요. 편집자 분의 주석이 조금 더 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말씀처럼 대학과 군대에 많은 젊은이가 있어서 OECD 통계도 저렇게 낮게 나오는 걸까요? 연령이 확대되긴 했지만 니트족 나이 (-29세)로 따지면 실업율이 높아지는 것도 그 이유고요. 제가 맞게 이해한 건지 궁금하네요.
말씀하신 부분은 사실 이 글만으로는 확언을 내릴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논문 전문을 다 읽어보거나 편집자의 의견을 들으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아 물론 저는 다 읽어볼 자신이 없습니다. 영어울렁증…@_@
그런데 또 국내에서 집계하는 실업률도 9~10% 수준이라고 기사에서 봤는데 어떻게 우연의 일치인지 수치상으론 차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 발췌문 from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4095
“(전략)….. 청년실업률이 2013년 8.0%, 2014년 9.0%에 이어 2015년 6월 기준 10.2% …..(후략)”
한국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낸 논문같음. 한국의 초기 구직자는 대부분 대기업 위주로 지원한다 거기서 몇년을 소비하는 사람이 제법 많고 거기서 나이 더들면 그때서야 눈높이가 낮아지고 그러다보니 첫직장 연령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청년실업을 근본적으로 낮출려면 중소기업 임금이나 복지가 높아져야 하는데 대기업이 중소기업 쥐어짜거나 기업사장들의 자기만 배불리는 임금정책을 펴니 그것부터 해결되면 자연히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입사를 할것이다. 저 논문은 그냥 논문내기 위한 논문일뿐 뭣도 아니다.
일반 경제학에서 대학생 등 교육 목적의 무직상태는 무직으로 치부하지 않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는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무직이기 때문에 백수로 집계 되구요. 그렇기 때문에 -29 세까지의 백수 중 대학생, 군인은 비포함 대상입니다. 경제학 101 보시면 되겠네요..
그것을 위해 내놓은 방책이 플렉시큐리티의 삼각관계라고 하지 않습니까…
정부가 제대로 읽지 않아도 국민이라도 난독증에서 벗어나서 제대로 읽고 깨어있으면 좋을것을 우리 상황을 모르네 그냥 논문만 썼네 하는것도 좀 그렇네요..
한국의 초기 구직자 대부분이 대기업 위주로 지원한다 고 했는데 그건 어느정도 가방끈이 긴 외국인들도 비슷하죠. 한국의 대입 대졸 비율이 외국에 비해 현저하게 높으니 그에 대한 기대도 많아지고 그러니까 생기는 문제도 위에서 제시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보기엔 한국의 상황을 잘 알고 그에대한 전반적인 해결법과 다른 나라의 예시까지 들었는데 우리가 받아들이질 못해서 개선이 안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