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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위스콘신 주지사 소환 실패, 공화당 압승

미국 역사상 세 번째 주지사 소환 선거가 벌어졌던 위스콘신에서 공화당 소속 현직 주지사가 승리했다. 6월 5일 열린 선거에서 스캇 워커 주지사는 53.1%의 지지를 얻어, 46.3%에 그친 민주당 후보 탐 배럿을 누르고 재신임을 받는 데 성공했다. 소환 선거에 회부되고도 부활한 주지사로서는 사상 처음이다. (관련 기사 링크)

주지사 소환 선거와 함께 벌어진 부주지사 및 주 상원의원 네 명의 소환선거도 공화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부주지사 레베카 클리피쉬와 세 명의 상원의원은 모두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상원의원 단 한 자리만이 민주당으로 바뀌었다. 수개월에 걸친 역사적인 시위, 소환을 요구하는 1백만 명의 서명, 자본과 노동의 상징적 대결 같은 점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위스콘신 사태는 이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갈등은 2011년 2월, 신임 주지사 워커가 공공 부문 노동자들의 단체협상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예산법안을 제출하며 시작됐다. 이후 민주당과 노동계는 법안 통과 저지, 주 상원 의석 다수파 뒤집기, 소환 선거 등 법이 보장하고 있는 저항 방법을 모두 동원하며 전력투구했으나 차례로 실패했다. 지난 겨울, 미국 소환 운동 사상 가장 많은 서명을 확보하는 기록을 세웠을 때만 해도 주지사 소환은 무난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실제 선거는 달랐다.

선거가 임박한 6월 초까지 벌어진 여론조사 다수에서 현 주지사가 우세한 것으로 나왔지만, 그 차이는 매우 작았다. 따라서 민주당은 근소한 차이로 승리하고 워커 주지사를 축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표가 거의 없는 특이한 선거 구도 때문에, 선거 전문가들은 양쪽이 얼마나 많은 지지자를 실제로 투표소로 끌어낼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이 점에서는 노동조합이라는 전통적 조직력을 가진 민주당 쪽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게다가 막판에 주지사 측근들이 얽힌 부정 사건이 터져서, 이러한 희망을 더욱 높여 주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위스콘신 주민은 소환까지는 바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지사에 비판적인 유권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60% 정도가 소환 선거는 정치인의 정책이 아니라 공식적인 잘못에 대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주지사 지지자보다 더 많았다. 즉 주지사에 반대하지만 소환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말이다. 현직 공직자를 자리에서 쫓아내는 극약 처방은 명백한 법적, 도덕적 잘못을 놓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존재했던 셈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막판에 엄청나게 쏟아 부은 정치 광고도 나름의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워커 주지사 측은 민주당 후보가 범죄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데 유약하다는 점을 홍보하는 한편, 이번 소환 선거가 거대 노조의 이기주의적인 공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조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은 민주당 쪽에서 볼 때는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강력한 지지 기반이기도 했지만, 유권자가 모두 노조원인 것은 아니므로 노조의 입김이 강한 것으로 비칠 경우 부정적인 영향도 나타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이런 점을 잘 파고든 셈이다.

패배한 후보의 뺨을 때린 지지자

승리자는 환호하고 패배자는 실망하거나 분노한다. 민주당 후보 배럿은 투표일 저녁, 위스콘신 최대 도시이자 자신의 지역구인 밀워키에서 패배 인정 연설을 했다. 그는 지지자들을 격려하고 희망을 주려고 노력했지만, 연단 아래는 실망과 분노가 위로와 희망을 잠식하는 분위기였다. 그간의 과정으로 볼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단상에서 내려온 배럿은 지지자들을 위로하며 악수를 나누었다. 그때 지지 군중 속의 한 중년 여성이 물었다. “내가 당신 뺨을 때려도 되겠어요?” 배럿은 농담으로 생각했다. 그는 웃으며 “그냥 한번 안아주시면 더 좋겠군요”하고 말했다. 그가 허리를 굽혔을 때, 중년 여성은 느닷없이 배럿의 왼쪽 뺨을 때렸다.

이 지지자는 배럿이 너무 일찍 패배를 선언한 것에 분노했다고 한다. 배럿이 패배 인정 연설을 한 것은 저녁 10시경이었는데, 어떤 지역에서는 9시 넘어서까지 투표가 끝나지 않은 곳도 있었다. 물론 그러한 현실이 대세에 큰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다. CBS, NBC 등 공중파들은 출구 조사를 통해 일찌감치 워커 주지사의 우세를 발표하고 있었다. 소환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이러한 결과를 믿기보다 막판 대반전을 기대하며, 그들의 후보가 끝까지 승리를 확신해 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이 지지자의 돌출 행동은 주지사 반대 운동을 줄기차게 벌여 온 사람들이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갖는 충격과 실망과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16개월 동안 온 정성을 쏟아 이날 하루의 결전을 마련한 사람들은 상당 기간 정치적 트라우마를 겪게 될 것이다.

위스콘신은 소환 선거에 이르는 동안 극심한 분열상을 보였다. (사진 제공: Urban Scowl)

지지율이 비슷한 선거는 언제나 선거구를 반으로 쪼개놓지만, 위스콘신의 경우는 극한 갈등이 첨예한 형태로 계속 돌출되어 왔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렇게 갈라진 땅과 사람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가.

워커 주지사는 저승 문고리를 잡았다가 돌아왔지만, 야당과 반대 시민들의 주장을 겸허하게 경청하는 태도로 바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정책에 강력한 정당성을 확보하고 친기업 반노동 개혁을 더욱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뿐만 아니라, 강력한 상대인 노동조합과 맞서는 상징적 대결에서 이긴 덕분에, 주 단위를 벗어나 전국적인 보수파 지도자로 부상하는 계기를 잡게 됐다. 그러나 새로 야당이 다수가 된 상원과 씨름하는 과정에서 상대방과 함께 사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민주당과 반 주지사 측은 겨냥했던 목표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상원의원 한 석을 확보함으로써 상원을 민주당 다수로 뒤집는 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그러나 올 11월에 다시 정규 선거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상원의 구도는 여전히 유동적이라 할 수 있겠다.

또 자본의 입김을 강하게 받는 측에 대항하는 세력을 결집하고 그 잠재력을 시험해 본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성과다. 거대 자본을 주축으로 한 신자본주의 체제에 저항하는 것은 국민이 무력으로 봉기하여 거리의 자동차를 뒤집어엎거나, 아니면 공원을 점령하여 시위하다 그냥저냥 사그라져 가는 방법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위스콘신은 그게 다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결의에 찬 시민들이 힘을 합하여 줄기차게 노력하면 법이 보장한 방법을 통해서도 집권자를 거꾸러뜨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

이번 위스콘신 선거가 5개월 뒤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도 높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단위 지역에서 명운을 걸고 올인하며 벌인 선거이기도 하고, 시기적 근접성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은 이번 선거의 분위기가 그대로 대선으로 이어져 오바마의 재선을 저지하기를 희망한다. 부주지사 클리피쉬 역시 11월의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제 캠페인이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지역 및 전국 단위의 공화당원들이 이번 선거를 대선과 연결하는 또 한 이유가 있다. 이번 소환 선거를 지역별로 보면, 위스콘신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공화당이 우세한 것으로 나왔다. 이것은 가을의 대선에서 이 주가 공화당 몫으로 넘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위스콘신은 2008년 대선 때는 오바마를 지지한 주였다.

그러나 정치학자들은 이번 선거와 대선과는 큰 관련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가장 큰 이유는 대선의 쟁점은 주 단위 선거보다 훨씬 광범위하며, 이러한 쟁점들이 지지 구도를 다르게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전쟁 수행 성과, 대외 정책, 국가 차원의 경제 정책 등에 대한 평가가 그렇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위스콘신 선거가 매우 상징적인 싸움이었음에도 오바마는 한 번도 위스콘신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위스콘신의 반노동 및 보수주의가 전국적 대세로 이어질 경우 오바마가 치를 싸움이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클리피쉬는 당선이 확실시된 뒤 지지자들 앞에 나와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바로 이것이 민주주의의 모습이다”라고 선언했다. 이것은 그동안 주지사 측을 반대하며 줄기찬 시위를 벌인 시민들이 그러한 항의와 시위 모습을 가리켜 “이것이 민주주의의 모습이다”라고 주장해 온 것을 그대로 뒤집어 되돌려 준 것이다. 서른일곱 살 먹은 이 부주지사는 승리자의 아량을 보이기보다는 패배자에 대한 조롱을 당선의 제1성으로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치 지도자에 항의하며 거리에서 시위하고 소환 선거를 이끌어 내는 것도 민주주의의 모습이며, 그렇게 성사된 소환 선거에서 그 정치 지도자가 다시 집권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희망이면서도 동시에 절망이다. 결과가 원하는 대로만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원하면 좋든 싫든 이러한 희망과 절망을 함께 안고 살아야 한다.

16개월 동안 펄펄 끓어오르던 위스콘신의 정치적 열정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은 그동안 불씨를 제공한 사람, 불을 지펴 온 사람, 그 불을 냉정하게 바라보던 사람, 그 불을 등에 지고 달리던 사람들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이냐에 달려 있다. 분명한 것은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주지사에 대한 저항으로 벌어진 위스콘신 사태는 단막극이 아니라 역사적인 드라마라는 점이다. 소환 선거는 배럿이 패배 인정 연설에서 말한 대로 그 한 장(章)이었을 뿐이다. 드라마는 종영되지 않고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미국의 주민 소환 제도는?

미국의 공직자 주민 소환 제도는 주에 따라 다르다. 주민 소환을 통해 선출직 공직자를 퇴출시킬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는 주는 38개 주이다. 그 중 20개 주는 연방 공직자(연방의회 의원 등)나 주 공직자(주지사 등)를 제외한 지역 단위 공직자(시장, 지방의회 의원 등)에 대해서만 소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나머지 18개 주는 주 공직자와 지역 공직자 모두가 소환 대상이 된다. 위스콘신은 이 18개 주 중 하나다.

위스콘신 이전에 현직 주지사를 대상으로 하여 주민 소환 선거가 시행된 것은 단 두 차례다. 하나는 1921년에 노스다코다 주에서 벌어졌고, 다른 하나는 2003년에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졌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새로운 주지사로 등장한 바로 그 선거다. 두 번 모두 현직 주지사가 패배하여 소환당하는 결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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