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8대 대통령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고 새 정부 각료들이 임명되지 않아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된 장, 차관들과 한동안 ‘동거’하게 되었다.
취임 전 박근혜의 첫 번째 인사로 평가되었던 헌법재판소장 후보 이동흡은 여러 문제 제기 끝에 사퇴하였고, 국무총리 후보 김용준 역시 그러했다. 내각과 청와대 인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청와대 비서실 인선이 발표된 지난 2013년 2월 18일 민주통합당, 진보정의당 등 야권은 ‘대통합, 대탕평의 원칙을 허물었다’며 비판하며, 특히 청와대 비서실장에 내정된 허태열에 대해 ‘최악의 인선’이라며 반발했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후보자의 과거 언행을 돌아봤을 때, 야권이 이런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섹스 프리, 카지노 프리, 그의 말말말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부산 북 강서을 지역구에서 맞붙은 유세에서 그는, “민주당은 전라도 정권, 우리의 아들딸들이 비굴하게 남의 눈치나 살피며 종살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자신할 수 있느냐.”며 지역감정을 자극했고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뿐 아니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맞붙었던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부산 유세에서도 “민주당은 노 후보 하나만 경상도고 나머지는 다 전라도다.”라며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한, 2009년 한나라당 부산시당 국정보고 대회에서 “민주당은 빨갱이 꼭두각시”라며 색깔론을 제기했었고, 2008년 광복절을 전후하여 일본으로 골프여행을 다녀온 사실 때문에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었다.
그의 과거 발언 중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것은 ‘섹스 프리’, ‘카지노 프리’ 발언이었다. 2010년 한 경제정책포럼 조찬 세미나에 참석해 관광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섹스 프리’하고 ‘카지노 프리’한 금기 없는 특수지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문법적으로만 보면 ‘스모크 프리(금연)’처럼 섹스와 카지노가 없는 특수지역이라는 뜻이겠으나, 앞뒤 문맥으로 보아 성매매와 도박으로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내용이어서 네티즌과 야권의 맹비난을 받았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부동산 투기 의혹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공천 지원자에게 동생을 통해 5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었다.
그의 비서실장 내정이 알려진 후에는 더 많은 의혹이 제기되었다. 경향신문은 농지법 위반과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연고가 없는 지역의 농지를 사들여 농사를 짓지 않았고 15년간 땅값이 8배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어서 한겨레는 2005년 당시 그가 “여자가 농사짓는 거 봤느냐, 땅값이 오르면 좋은 거 아니냐”며 말했다는 것과 지난 2013년 2월 19일 “실제 경작을 목적으로 매입해 몇 달 농사를 직접 짓다가 다른 사람에게 맡겼고, 이후 농지은행에 위탁했다”고 해명했다고 보도했다.
주목받는 동아일보의 행보
이 와중에 동아일보는 군 면제 의혹과 2008년 불거진 ‘박연차 게이트’ 사건에서 차명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았다는 내용을 실은 데 이어, 자사의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 단독보도를 통해 박사논문 표절 의혹을 터뜨린다. 단순히 의혹이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그의 논문과 표절 대상인 것으로 보이는 논문을 상세히 비교하고 전문가의 인터뷰를 내보내었다.
이어 지면에도 “해도 너무해… 이런 표절 처음 봤다”며 상세한 내용을 싣고, 또 다른 기사를 통해 “박사 논문에서 이 정도 표절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했다. 채널A와 동아일보 지면이 한목소리로 박사논문 표절을 기정사실로 하여 강하게 비난한 것이다.
그러자 그는 재빠르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논문 작성방법이나 연구윤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연구윤리 기준을 충실하게 지키지 못했다”며 표절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그의 사과를 곧이곧대로 받아주지 않았다. 연이어 사설을 통해 ““공부가 본업이 아닌데 바쁜 와중에 학위를 땄으니 봐 달라””는 식이어서 더 기가 차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런 동아일보의 논조는 “‘동아’발 지각변동, ‘조중동 13년 카르텔’ 균열 만드나”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허태열, 문제 있다
다시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후보자 자신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청와대 비서실장은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후보자 본인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사퇴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에 비추어 과연 그가 대통령의 눈이자 귀의 역할을 할 대통령 비서실장에 적합한가는 의문이다.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색깔론을 제기했던 그의 과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대통합을 읽을 수 있는 여지는 없다. 부동산 투기는 공직자 임명 과정에서 빠짐없이 논란이 될 정도로 중요한 문제이며, 논문 표절은 문대성 의원이 논문 표절 논란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전례에 비추어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물론 ‘친박’의 이름으로 오랫동안 대통령의 옆에서 정치 행보를 해 온 그를 가까이에 두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정치인 박근혜가 아닌 대통령 박근혜로서 곁에 두어야 할 것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