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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국 vs. 애플: 오원국 1심 승소 "큰 기업으로서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슬로우뉴스가 최초 보도한 아이폰5 반환 거부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2013년 11월 14일 오원국 씨는 지역 서비스센터에 아이폰5 수리를 맡겼습니다. 처음에는 부분수리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뒤 부분수리는 불가능하니 리퍼폰으로 교환하라고 했습니다. 그 비용은 34만 원이었습니다.

오원국 씨는 “리퍼폰은 됐으니 내가 맡긴 원래 폰을 되돌려 달라”고 했습니다. 애플은 아이폰5의 반환을 거부했습니다. 거부 이유는 “정책상 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날’ 이후 정확히 390일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오원국 씨는 아이폰5를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늘(2014년 12월 9일) 오원국 씨는 애플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1심)에서 승소했습니다.

승소 직후, 오원국 씨와 약 1시간에 걸쳐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이겼습니다!" 승소 기념 을 보내온 오원국 씨

“이겼습니다!” 승소 기념사진을 보내온 오원국 씨

– 승소 소감을 듣고 싶다. 

당연히 이길 줄 알았다. 나는 애플로부터 아이폰5를 샀다. 아이폰5는 내 물건이다. 내가 ‘소유한’ 내 물건이다. 그걸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나. 소유권을 다투면 당연히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 법과 상식이 그렇지 않은가.

– ‘그날’ 이후로 얼마 만인가. 

2013년 11월 14일에 수리를 맡겼다. 그러니까 1년하고도 한달 정도 더 됐다. 정확히 390일 만이다.

–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는데. 

애플은 시종일관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오기로 여기까지 왔다. 고객에게 서비스해야 하는 기업이 ‘정책’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소비자를 무시하는 것에 화가 났다.

다윗과 골리앗

다윗과 골리앗 (오스마 쉰들러, 1888년 작, 석판화)

–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일은.

법에 관해 잘 알지 못하는데, 재판 준비를 위해 각종 서면을 준비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그 과정에서 익명의 변호사가 서류 검토에 큰 도움을 줬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 주변에서 소송을 말리는 사람은 없었나.

일하는 곳에서도 재판과 관련해 시간을 빼앗기고, 몸만 축나니 그만두는 게 어떠겠느냐고 하셨다. 하지만 와이프는 나처럼 고집이 있어서 말리지는 않았다. (웃음)

– 그래도 그 과정을 견디게 한 힘을 준 사람들은.

슬로우뉴스가 가장 큰 힘이 됐다. (웃음) 슬로우뉴스 덕분에 공론화가 가능했다. 그리고 KBS  [소비자리포트]도 큰 힘이 됐다. 더불어 나와 같은 소비자들의 격려와 후원이 지금까지 싸움을 견디게 한 힘이 돼줬다.

–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이었다. 보상액수는 얼마나 되나.

152만 7천 원이다. 휴대폰 가격 102만 7천 원에 손해배상금은 50만 원을 더한 액수다. 아이폰5와 거기에 담겨 있는 사진과 동영상은 끝내 돌려받지 못했다.

– 아이폰5는 끝내 돌려받지 못했나. 

그렇다.

– 이 사건은 상식적으로 볼 때도 너무 황당했다. 당사자로서 가장 황당했던 점은?

어이가 없는 것은 것이 애플 측 대리인(로펌)에서 “애플이 A/S을 접수하고, 물건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애플의 정책이 정책이 아니고, 서비스센터의 정책이다.”라고 주장했던 점이다.

“수리가 불가능하면 기존 제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정책이 마치 피고(애플)의 정책 내지 약관인 것 처럼 전제하고 있으나 이는 XXXX(서비스센터)의 정책이지 피고의 정책이 아니므로(따라서 그에 관한 고지 등도 XXXX이 하는 것이지 피고가 관여할 사항이 아닙니다), 이 사건 청구에 관하여 원고(오원국)가 피고에 관하여 주장할 사안이 아닙니다.”

– 애플 대리인의 참고서면 중에서

애플 아이튠즈(의 통제 정책)를 비판하는 패러디. 패러디가 힘을 가지려면 비판 대상(텍스트)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관객(시민, 공동체, 컨텍스트)에 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일러스트: Martin Krzywinski, CC BY)  https://flic.kr/p/Ebgiu

(일러스트: Martin Krzywinski, CC BY)

애플은 한국에 공식 서비스센터가 없다. 애플에서 인정한 공인 서비스센터(AASP)만 있다. 물건을 팔면서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것도 애플과 같은 초거대기업이? 공식 서비스센터가 없고, 공인 서비스센터만 있다는 이유로 그 책임 회피하려는 애플 측의 입장이 도무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았다.

“원고(오원국)가 주장하는 고장내용은 피고(애플)의 보증범위에 포함되지 않고, 피고는 이를 수리해줘야 할 법률상 의무가 없습니다. 그리고 원고와의 관계에서 이 사건 휴대폰수리와 관련한 계약 당사자는 XXXX(서비스센터)입니다.”

– 애플 대리인의 참고서면 중에서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주체가 애플이라고 재판에서 스스로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리해 줄 의무도 없고, 보증보험에 포함도 안 된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된다고 보나? 그럼 왜 내 물건을 가지고 있나? 그리고 왜 나에게 돌려주지 않는가? 애플 측 반응은 전부 다 이해되지 않는다.

– 애플 측이 항소할 것으로 보나.

항소할 것 같다. 100% 항소하지 않을까.

– 승소 뒤 주변 반응은 어떤가.

친구들은 ‘대단하다’고 한다. (웃음) 끝까지 갈 줄 몰랐는데, 끝까지 갔다고. 와이프는 당연히 이길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 앞으로 애플 제품을 또 쓸 것 같나.

수리 정책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애플 제품을 쓰지는 않을 것 같다. 제품은 솔직히 좋은데, 수리 정책은, 특히 한국은, 너무 좋지 않다.

다르게 생각하라. 애플의 생각은 확실히 다르다. 대한민국에선 특히 더 다르다.

다르게 생각하라. 애플의 생각은 확실히 다르다. 대한민국에선 특히 더 다르다.

– 애플을 상대로 한 의미있는 선례를 만들었다. 특히 소비자에게 뜻 깊다. 

이전에 ‘조정’이 있었다고는 아는데, 정식 재판에서는 첫 승소인 것으로 안다. (참고로, 현재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에서 진행 중인 애플 수리약관에 관한 약관심사청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경실련에 확인한 바로는 미국 본사로 청구내용을 영어로 보내는 등의 과정이 복잡해서 그 절차가 오래 걸린다고 밝혔다. – 편집자.)

– 항소 절차는?

애플 측에서 (우편을 통해) 판결문을 받은 날로부터 2주 안에 항소할 수 있다. 만약에 그 동안 항소하지 않으면 바로 1심 판결문을 통해 집행할 수 있다. 물론 애플이 항소할 것으로 본다.

– 응원하고,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한마디.

고맙다. 너무 감사하다. 특히 재판비용을 후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그 돈(약 183만 원)은 재판을 준비하면서 소중하게 쓰였다.

– 만약에 항소 절차가 진행되면 또 시간과의 싸움이다.

통상 이런 재판 한 번 하면 3~4년 정도 걸린다더라. 힘들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다.

– 앞서 재판에 많은 도움을 준 익명의 변호인이 있다고 했는데.

먼저 이메일을 통해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재판을 준비하면서 각종 서류 검토를 봐주셨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하셔서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 많이 감사하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아이폰 사용자들께 말하고 싶다.

한국의 서비스 정책은 분명히 잘못돼 있다. 아이폰 사용자들도 알고 있는 분들은 다 알 거다. 제품은 좋지만, 서비스 정책은 좋지 않다. 이번 승소로 선례가 생겼는데, 저와 같은 경우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혹시 저와 같은 일이 생긴다면, 다 보상을 제대로 받으셨으면 한다.

그리고 애플에 당부한다.

물건을 팔면서도 A/S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식 서비스센터가 없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더욱이 공식 서비스센터가 없다는 것이 책임을 피하는 수단이 되어선 더더욱 안 된다. 그동안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애플은 시종일관 그 책임을 공인 서비스센터(위탁업체)에 넘기기 바빴다. 큰 기업으로서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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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민노씨
슬로우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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