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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티브 광고, 요즘 뜨는 것 같은데 설명을 들어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네이티브 스피커라고 하면 그 땅에 태어나서 그 나라 언어를 쓰는 사람, 원어민을 말한다. 네이티브 광고는 그러니까 광고는 광고인데 광고 같지 않은 기사, 또는 기사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광고, 자연스럽게 다른 기사들 사이에 녹아드는 광고라고 이해하면 된다. 네이티브 광고는 기사형 광고, 애드버토리얼의 진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언론과 광고주들이 갑자기 네이티브 광고에 관심을 갖는 건 지금까지의 광고가 광고 효과가 턱없이 낮은데도 광고비는 터무니없이 비쌌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은 지금처럼 먹고살 수 없다는 걸 안다. 광고 안 주면 조지고 광고 받으면 눈감아주는 영업 행태가 더는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주들도 광고를 주며 언론을 길들여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과연, 네이티브 광고가 대안이 될까.

기사 한 개에 15만 원. 기자 이름 들어가면 20만 원

기사형 광고는 지금도 넘쳐난다. 단돈 15만 원만 내면 기사를 내준다는 언론사도 있다. “우리 네이버에 검색되는 언론사야”, 네이버 검색에 띄워준다며 기자 이름이 들어가는 기사는 20만 원, 업체 전화번호까지 넣어주면 40만 원을 받는 언론사도 있다. 네이버 뉴스캐스트 시절, 네이버 첫 화면에 기사를 걸어주는 조건으로 한 시간에 500만 원씩 받는 언론사들도 있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렇게 하루 10시간씩 서너 개만 돌려도 한 달이면 수억 원이 된다.

한 광고대행사의 기사형 광고 상품 안내 #1
한 광고대행사의 기사형 광고 상품 안내 #1
한 광고대행사의 기사형 광고 상품 안내 #2
한 광고대행사의 기사형 광고 상품 안내 #2

조선일보와 연합뉴스의 기사 가격

조선일보는 800만~2500만 원씩 받고 병원 홍보 기사를 써준다. 헬스섹션을 전담하는 영업직원은 “어차피 광고비 성격”이라고 말한다. 광고 대신 광고보다 효과가 좋은 기사를 판다는 의미다. 연합뉴스는 기자를 보내서 기사를 써주는 취재 상품을 200만~300만 원을 받고 판다. 기사 없이 사진만 찍어주는 취재 상품은 71만 5000원이다. 이렇게 만든 기사는 포털에도 전송된다. 해마다 800억 원 이상 정부 지원을 받는 국가기간통신사의 쪼잔한 아르바이트다.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 판매 매뉴얼.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 판매 매뉴얼.

진보 언론조차도…

파업 현장에 투입돼 노동자들을 두들겨 패는 컨택터스도 이런 기사형 광고를 냈다. 한겨레는 컨택터스를 “말이 사설 경비용역업체지 준경찰 수준의 고도화된 폭력기업”이라고 비판했는데 그런 한겨레가 기업PR이라는 섹션에서 “최신 방어대응장비 구비한 경호경비업체 컨택터스 눈에 띄네”라는 홍보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한겨레의 두 얼굴? 한겨레가 이 기사를 실어주고 받은 돈은 겨우 수십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의 기사형 광고.
한겨레의 기사형 광고.

상하좌우 가릴 것 없이 만연한 기사형 광고

한국의 언론사들은 푼돈에 지면을 팔아왔다. 기자 바이라인이 달리면 서너 배가 뛰고 섹션이 아니라 기사면에 섞여 들어가면 열 배로 뛴다. 기자의 양심을 팔고 저널리즘의 원칙을 포기한 대가다. 컨택터스도 마찬가지지만 광고주들이 원하는 건 “○○신문에 우리 기사가 나왔다”는 것이다. 구석에 처박히든 몇 명이 보든 말든 중요하지 않다. “○○○ TV에 소개된 맛집”이라는 간판처럼 그 신문의 권위에 묻어가면서 허위의 신뢰와 평판을 얻게 된다.

컨택터스 홈페이지에 실린  언론  보도 자료. 모두 돈을 주고 게재한 기사형  광고다.
컨택터스 홈페이지에 실린 언론 보도 자료. 모두 돈을 주고 게재한 기사형 광고다.

삥뜯기의 또 다른 이름: ‘협찬’

기사형 광고만 문제인가. 한국 신문의 광고는 대부분 유착의 산물이다. 취재 도중에 만난 한 대기업 홍보담당 임원은 “협찬이나 후원 비중이 광고 집행 대비 60% 규모까지 늘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한 대기업 홍보담당 임원은 “주요 일간지 1면에 광고를 한 번씩 돌리려면 최소 3억 원이 드는데 사실 그 정도의 광고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래서 광고보다는 협찬이나 후원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신문의 광고  단가표. 최근에는 광고  보다는 협찬이나 후원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 신문의 광고 단가표. 최근에는 광고 보다는 협찬이나 후원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광고 담당 직원이 “광고는 줄 테니 지면에 싣지는 말아달라”고 말하는 경우도 흔하다. 어느 한 신문에 광고가 나가면 다른 신문들도 달라고 몰려들기 때문이다. 광고를 안 줘서 밉보이면 안 되니까 광고를 낼 거면 모든 신문에 똑같이 내거나(이런 걸 원턴 광고라고 한다) 차라리 적당히 돈을 찔러 주고 마는데 그게 더 싸게 먹히고 효과도 좋다는 설명이다. 이런 변형된 광고는 조지지 말아 달라고 들어두는 보험의 성격이다.

“잘 되게는 못해도 망하게 만들 수는 있다”

한 외국계 기업의 홍보 담당 임원은 계속해서 부정적 기사를 쓰는 기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 임원이 아무래도 광고를 줘서 막아야겠다고 보고하자 본사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그런 언론사에 광고를 줄 수 있지?” 식품 업계의 짠돌이로 통하는 한 기업은 종합편성채널 출범 이후 150억 원의 광고 예산을 배정했다. 종편과 종편을 소유한 신문사들의 압박은 효과 없는 광고는 절대 하지 않는다던 기업들까지 움직였다.

올드미디어의 광고가 급감하고 있다. 제일기획 자료.
올드미디어의 광고가 급감하고 있다. 제일기획 자료.

기자들은 농담 삼아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내가 당신을(또는 당신네 기업을) 잘 되게는 못해도 망하게 만들 수는 있다.” 최근 경영난을 겪었던 한 신문사를 두고 홍보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농담이 돌기도 했다. “그 신문 망하면 기자들이 나와서 인터넷 신문을 수십 개 창간할 텐데 차라리 안 망하는 게 나아.” 언론사도 계속 늘어나고 기자들은 그야말로 밤하늘의 별만큼 많다. 보험으로 막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삼성과 언론

한국에서 언론과 기업 광고주의 관계는 2008년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를 전후로 다시 설정됐다. 삼성이 광고를 중단했던 1년여 동안 상당수 언론사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고 삼성과 운명을 같이 하게 됐다. 과거에는 조지면서 광고를 받아냈지만, 이제는 안 조지면서 (안 조진다는 걸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광고를 기대하고 요구한다. 기사를 넣었다가 전화를 받고 빼거나 기사를 넣기 전에 미리 이런 기사가 나갈 거라고 흘리는 경우도 흔하다.

한 신문사의 고위 간부는 “‘삼성을 비판하면 언제든지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처럼 될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경고가 먹혀들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기자들이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한겨레는 2008년에는 삼성 광고를 거의 못 받았지만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삼성 광고 비중이 20%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그럴까, 최근 이 신문의 삼성 관련 보도는 매우 수상쩍다. 공식화되면 열심히 쓰지만 먼저 터뜨리지는 않는다.

물론 한겨레만의 문제는 아니고 한겨레마저도 광고주와 유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콘텐츠를 팔아서 먹고살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콘텐츠를 안 쓰는 걸로 먹고 산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파는 게 아니라 광고주들에게 파는 셈이다. 기사와 광고는 별개라고 말할 수 있나. 광고는 받지만 기사는 쓸 거 다 쓰니까 괜찮다고? 조지면서도 광고를 받을 수 있나. 아랫도리 일은 논하지 말라고?

네이티브 광고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자, 이런 현실에서 네이티브 광고가 대안이 될까. 한국에서는 대부분 기업들이 광고를 주고 기사를 산다. 또는 기사를 막는다. 광고 효과가 없는 광고를 받는 순간, 그 신문이 쓰거나 쓰지 않는 그 광고주의 기사는 모두 넓은 의미의 기사형 광고가 된다. 푼돈을 두고 충성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작정하고 빨아주겠다는 언론사들이 널려있고 신문 지면은 이미 네이티브 광고로 넘쳐난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 오른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들.
포털 사이트 다음에 오른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들.

네이티브 광고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돈 받고 기사 써주면서 욕먹지 않기”다. 한국 언론의 현실에서 과연 이게 가능할까. 독자들은 이미 안다. 언론이 돈 받고 기사 써주고 광고 받고 기사 빼주고 알아서 빨아준다는 사실을. 때로는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 돈을 받고 나간 기사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기사의 신뢰도가 급락한다. 광고 같지 않은 광고? 기사 같지 않은 기사와 광고 같은 기사가 넘쳐나는 매체에 그런 게 어울릴까.

기업이 직접 미디어를 조직하는 시대에 언론이 뭘 대신해줄 수 있을까. 언론도 스스로 조직하지 못하는데. 버즈피드를 보라. 낡은 플랫폼으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다. 애초에 유통 경로가 다르고 DNA부터 다르다. 독자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전혀 다른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철저하게 재미를 주거나 공익성을 담보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덕성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들이 원하는 건 결국 어느 언론에 떴다는 허위의 신뢰와 평판이다.
이들이 원하는 건 결국 어느 언론에 떴다는 허위의 신뢰와 평판이다.

선결 조건: 신뢰의 복원

네이티브 광고는 결국 어떤 그릇에 담느냐의 문제, 결국 어떤 매체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네이티브 광고가 요구하는 건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신뢰의 복원이다. 돈을 받고 광고 성격의 기사를 게재했지만 그 기사(광고)가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은폐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는가, 그리고 그 기사(광고)가 그 매체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네이티브 광고가 위기의 저널리즘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기사(광고) 가치의 문제로 귀결된다. 불특정 다수의 독자가 시간을 내서 읽기에(보기에) 효용을 주는가. 편집국의 제한된 인력을 투입할 가치가 있는가, 억지로 보여주는 광고가 아니라 찾아서 읽고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혹시 돈을 받지 않았다면 관심을 두지 않았을 이슈는 아닌가, 그 글을 쓴 기자의 양심과 저널리즘 원칙에 반하지 않을 수 있는가를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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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1. 사실 위 형태는 현재 해외 광고업계에서 말하고 있는 네이티브 광고라고 하기는 좀 어색합니다. 전통적인 기사형 광고일 뿐이죠. 해외 광고업계와 모바일 광고업계에서 말하고 있는 네이티브 광고는 ‘기사’보다는 ‘섹션’ 스폰서나 모바일에서의 피드형 광고를 의미합니다.

  2. 한국에서는 버즈피드나 허핑턴포스트에서 볼 수 있는 네이티브 광고가 적용될 수가 없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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