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워스트에 세월호 유가족 관련 동영상이 불법, 유해 정보 차단 안내 사이트(warning.or.kr)에 걸려 차단되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거 좀 대박이네요 유가족 폭행 동영상을 warning으로 돌려놨어요

위의 글에서 의심으로 남는 부분을 제외하고 사실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한 인터넷 주소를 불법 혹은 유해 정보로 판단하고 인터넷 이용자의 접근을 막았습니다.
  • 차단된 주소 http://j.mp/1m9InH5 의 원래 주소를 가보면 유튜브 사이트의 한 동영상(http://www.youtube.com/watch?v=rt2WNLUVwNg)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단축 URL 복구 사이트 이용)
  • 이 유튜브 동영상의 제목은 “진도체육관 세월호 침몰 실종자 어머니를 폭행시도함. He tried to assault the mother of missing student”입니다. (페이스북에 남은 오픈 그래프 데이터로 확인)

이 동영상 어떤 내용을 담은 걸까요? 차단을 우회해서 이 동영상에 접속해 보면 비공개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구글링을 해보면 같은 제목의 영상들이 여러 개 올라와 있고, 차단되지 않은 영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영상은 세월호 사건을 중계하는 YTN의 방송 화면을 담고 있습니다. 방송 시각은 비교적 사고 초기인 4월 18일 오전 7시 5분 경입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정부가 세월호 관련 정보를 숨기기 위해 차단을 한 것일까요? 자초지종을 알아보기 위해 방심위에 연락도 해보고 방심위 회의록도 입수했습니다.

당시 상황 설명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 체육관에서 한 남성이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하고 있습니다.

YTN 방송 화면
YTN 방송 화면

이때 모자를 쓴 남성이 마이크를 든 남성을 잠시 말리는 듯 보입니다. 연단 아래에서 유가족으로 짐작되는 한 여성이 올라와 모자 쓴 남성에게 달려듭니다. 붙잡힌 남성은 달려든 여성을 때리겠다는 듯 팔을 휘두르고 여성은 몸을 움츠립니다. 동영상은 이 장면을 클로즈업하고 여러 차례 보여줍니다.

방심위 회의록에 의하면 저 여성은 유가족입니다. 그리고 여성에게 팔을 휘두른 남성 역시 유가족입니다. 당시 상황은 유가족 대표가 희생자 시신의 보관 상태를 대표로 보고 난 후 보고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시신을 소홀히 취급해서(참고 링크: 미디어몽구 10: 세월호 현장, 엘리베이터 안 시신 방치에 분노하는 유가족) 유가족들이 분노했고 그 와중에 일부 유가족을 관계자로 오인했다고 합니다.

민원인이 경찰청에 접속 차단 의뢰

방심위에 연락을 해보았습니다. 해당 동영상은 정식 절차로 차단 신청이 됐고 차단 결정이 이루어진 것이 맞는다고 합니다. 차단을 의뢰한 주체는 경찰청이라고 합니다. 차단 요청 사유는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정당한 권한 없이 사진 영상 등을 게재하여 타인의 인격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현저한 내용

통상 민원인이 경찰청에 신고하면, 경찰청에서 해당 신고 내용을 확인 후 그 신고가 타당할 때 방심위 쪽에 차단 요청을 한다고 합니다. 경찰청이 차단 요청을 하면 최종 판단은 방심위의 심의위원들이 한다고 합니다. 즉, 이렇게 해당 웹사이트가 차단된 것은 ‘경찰청의 요청’과 ‘방심위 심의위원들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것이죠.

민원인은 누구인가

그렇다면 민원인은 누구일까요? 예상외로 차단 요청을 한 민원인은 바로 동영상 속의 여성이었습니다.

방심위 회의록을 보면 저 여성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겪는 와중에서 자신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동영상이 널리 퍼져서 피해를 당하고 있으니 삭제해 달라고 한 것입니다. 저 영상은 YTN 뉴스로 보도된 것이긴 하지만 YTN 측도 포털에 이 영상을 내보내지 않고 다시보기 영상도 삭제했죠.

심의위원들도 여러 의견을 냅니다. 어떤 심의위원은 동영상이 공익적 목적에 부합된다고도 하고, 어떤 심의위원은 유족 및 피해자 가족이 원해서 진도 체육관에 모인 게 아닌 만큼 사생활을 보호해 줘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생기는 오해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이 두 가지 정도 있습니다.

첫째, 정보가 확실히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추측과 루머가 떠도는 게 아닐까요.

세월호 사건과 관련하여 여러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명확하게 밝혀야 당연한 AIS 데이터, VTS 교신 내용 등을 포함해 정확한 전후 사정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게 너무 많아서 사람들은 추측을 합니다. 누구는 과도한 추측을 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기도 하고, 누구는 이러한 추측도 못 하느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도 저 영상이 차단된 것을 처음 보고 정부가 차단을 원했거나,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실제로는 유가족)이 차단을 원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알아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죠. 정보가 깨끗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자신의 상식을 동원해 빈칸을 채우기 마련입니다.

warning.or.kr

둘째, 차단 이유의 합당함 여부를 떠나 정부가 과연 이렇게 앞장서서 검열하고 정보를 차단해도 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물론 개인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정부가 이 분쟁이 일방적이 되지 않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소수의 심의위원이 자신들의 판단으로 국민의 정보 접근권을 차단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관련 글

5 댓글

  1. 유해 사이트로 지정을 할 때 방간략한 이유가 공시되고, 사실관계는 링크를 제공해주었으면 하네요.
    그러고보니 처음 이 문제가 개시 된 곳도 좀 이상한 곳인 것 같은데… 루머 양산은 좀 자제하겠다는 의식이 있었으면 좋겠군요.

  2. 핑백: ::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