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언론의 품격’ 세 번째 시간입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을 지키듯, 언론이라면 언론으로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격이란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엔 온통 ‘충격, 경악, 헉, 아찔, 뒤태’뿐입니다. 이렇게 너도나도 ‘내가 더 저질이야!’, ‘아니야 내가 더 저질이라니까!’라며 몸부림칩니다.

살신성인이라고 했던가요? 평범한 저질 미끼 제목에 익숙해진 독자의 나태한 의식을 산산이 부숴버리는 창조적인 움직임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포착하고, 꾸준히 기록하며, 상주려 합니다. 도저히 상식적으론 나올 수 없는 제목과 문구들을 그들은 기어코 창조하고야 말았습니다. 창조가 딴 게 아닙니다. 이게 바로 창조입니다. 독자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이유는 찾을 길 없었습니다. 상 주지 않을 도리가 없겠죠?

이제 ‘충격, 경악, 헉, 아찔, 뒤태’ 따위의 수줍고, 게으른 미끼 제목은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제목들은 이제 지겹기만 합니다. 여기에 정말 창조적인 제목과 표현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편집자)

[divide style=”2″]

제3회 수상자: 서울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속)

축하합니다!

언론의 품격 제3회 수상작 - 서울신문 in 네이버 뉴스스탠드

이제 기사 하나로는 부족합니다. 물량공세! 서울신문은 아주 좋은 자리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네이버 뉴스스탠드입니다. 뉴스서비스는 많은 트래픽이 나오는 포털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네이버는 뉴스서비스를 방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조 기사: 슈퍼 갑 네이버에 맞서는 조선일보의 패기). 더군다나 뉴스스탠드는 트래픽도 잘 나오지 않으니 더 방치하는 걸까요? 서울신문은 아주 물을 만난 고기 같습니다. 아무튼 서울신문 뉴스스탠드 편집팀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상작: “女아나운서, 클럽女 춤보더니 흥분해…”

네이버 뉴스스탠드 속 서울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속 서울신문. 사실 어느 한 기사만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심사평

서울신문이 뉴스스탠드 속에서 보여주는 섹시 신공은 환상적입니다. 저희가 선정할 당시(캡처 당시)의 기사를 보고 말씀드리죠.

女아나운서, 클럽女 춤보더니 흥분해…

실제 서울신문 사이트에 가보면 “공서영 아나운서, 화끈한 ‘클럽녀’ 변신…아찔한 각선미 화제”라는 제목의 기사로 연결됩니다. 아나운서들이 한 종편에 나와서 야한 옷에 야한 춤을 추는 모습을 캡처하고 설명한 기사이니 이 정도만 해도 자극적인데 뉴스스탠드에서 한 번 더 그 품격을 올린 것이죠.

‘윤창중 성추행’의 희생자, 10개월만에 결국…

이 기사는 그나마 뉴스스탠드와 서울신문 사이트의 제목이 일치하는군요. 이 기사는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KT스카이라이프 대표로 내정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언뜻 봐도 낙하산 인사 같은데 그런 이야기는 전혀 없고, 성추행이라는 자극적인 말을 갖다 붙이는군요. 앞으로 서울신문은 이남기 씨에 대해 기사 쓸 때 ‘윤창중 성추행의 희생자’로 쓰려는 걸까요?

그 외에도 온통 성(sex)과 관련된 기사들

장성택 애인을 봤더니 충격이라고 하고, 테니스공을 끼우는 테니스 선수의 엉덩이를 클로즈업한 사진을 걸쳐놓고, 멀쩡한 헐리우드 여배우의 상반신 사진에서 얼굴 부분을 잘라서 벗는 포즈처럼 보이게 하는 편집, 노숙자에게 ‘에로 봉변’을 당한 일, 집 보러 가서 성관계를 했다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

야심한 밤에 케이블 TV에서 좀 야한 영화 틀어주는 그런 시스템도 아니고 하루 24시간 마치 성에 굶주린 사람들처럼 이런 기사만 골라서 뿌려주고 있습니다. 이건 이날뿐만이 아닙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네이버 뉴스스탠드에 들어가 서울신문을 살펴보니 남친에게 성폭행당한 여성, 성희롱 여군, H컵女, 바지 속에 넣는 손, 女BJ몰카, 내연녀……

더욱 황당한 것은 11일 전에 이미 써먹었던 아나운서의 클럽 춤 기사를 다시 사진을 오려 몸통만 나오게 만들어 재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신문이 이렇게 한국 언론의 품격을 높이느라 애를 쓰고 있는데, 다른 언론사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서울신문 섹시 아나운서 썸네일 재활용
11일 전의 섹시 아나운서 기사를 썸네일 기사로 다시 쓰는 서울신문의 놀라운 재활용 능력

서울의 밤거리는 언제나 휘황찬란합니다. 밤에 유흥을 즐기느라 피곤한 분들도 많을 겁니다. 혹시 서울신문은 서울시민들이 이런 자극적인 사진을 계속 봄으로써 웬만한 것들은 재미없게 느끼게 만들어 귀가 시간을 당기게 하려는 깊은 뜻이 있는 게 아닐까요?

언론이 자신의 브랜드 가치는 땅바닥에 내팽개치고서라도 시민들의 성생활에 만족감을 주려는 거죠. 그렇다면 정말 숭고한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슬로우뉴스는 기쁜 마음으로 서울신문에 제3회 언론의 품격상을 수여하는 바입니다.

놀라운 방법으로 대한민국 언론의 수준을 높여준 서울신문,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부상

참, 해당 수상작을 작성한 서울신문에서 뉴스스탠드 편집하시는 분들은 editor@slownews.kr 혹은 댓글로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슬로우카페가 개장하는 즉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기프티콘을 보내드립니다. 언론의 품격을 높이시느라 노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 더 창조적인 창작 활동을 기대합니다!

관련 글

3 댓글

  1. 정말 공감되는 내용이예요. 언제부터 언론이 쓰레기 성인 잡지가 되었습니다. 정말 아침에 출근 후 기사를 서치하다가 뉴스스탠딩을 보면 옆에 부장님이라도 지나가시면 민망할까봐 얼른 꺼버리기 마련이죠. 이제 여성을 상품화시켜서 남성분들을 ‘바보’로 만드는 행위는 그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뭐 기자분들도 쓰고 싶어서 쓰는 기사는 아니겠지요. 그러려고 혹독한 기자 생활을 버티시진 않으셨을테니까요. 들어야 할 정보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도록 난잡한 사진과 기사를 뿌리는 언론 매체..6.4 지방선거 내용이나 쓰면서 국민들이 현명하게 투표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게 언론이 해야할 몫이 아닐까 싶어서 답답하네요.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