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 사회 » 한국철도공사의 미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한국철도공사의 미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많은 사람들이 철도 노조 파업을 보고 민영화를 떠올렸다. 이에 최연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수서발 KTX  주식회사는 코레일의 자회사이지 민간회사나 민영화가 아니다”고 몇 번이고 강조하며 버텼다. 철도 파업 사태는 지난 연말(2013년 12월 30일) 파업 22일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나는 철도 파업 사태를 민영화라는 관점으로만 봐야 하는지도 의문이었다.

일단 정관 개정은 절대로 없으며 공공기관만이 그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고, “민영화는 아니”라고 말한 최 사장의 말을 전적으로 믿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 수서발 KTX가 철도공사에서 분리될 경우: 그 자체로 심각한 공공성 훼손 및 서비스 질 저하 가능성이 크다.
  • 수서발 KTX가 철도공사에서 분리되지 않을 경우: 이 경우에도 현재 철도공사의 상황이 너무 심각해 결국에는 철도 공공성 자체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수서발 KTX가 분리된다면 그 자체로 심각한 재앙을 불어올 것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현 철도공사 체제로서는 철도 공공성을 보전하기 어렵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철도라는 기간망의 공공성 보전이라는 가치에는 모두가 공감하리라. 그 ‘철도 공공성’이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살펴보자.

alexbrn, CC BY SA

alexbrn, “KTX”, CC BY SA

수서발 KTX 분리되면 철도 공공성은 자연히 무너진다 

공기업은 손해를 볼 수 있다. 사업체로서 존속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은 피해야 하지만, 공공서비스는 특정한 때에는 손해를 입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일례로 진주의료원 같은 공공 의료기관은 사회 취약 계층을 많이 치료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손실이나 적자는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다. 돈 없는 사람들을 도왔는데 이윤이 남으면 그것도 이상한 일 아니겠는가. 이들 기관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게 정당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철도공사 사업에도 공공성 부문이 존재한다. 화물 운송노선, 중저가 노선, 산간 노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노선 운행은 각각 산업 인프라 제공, 서민 교통 지원, 이동권 보장 등으로 그 정당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당한 운행이라도 장부상 손실은 손실이다. 그래서 한국철도공사는 경부선 KTX 등의 흑자 노선에서 발생한 이윤으로 적자 노선의 손실을 메꿔 공사 전체의 손익을 완화한다.

이 상황에서, 수서발 KTX의 분리는 한국철도공사에 얼마나 큰 손실을 입힐 것인가?

당면한 문제는 수서발 노선 운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서울역/용산역/영등포역 노선의 여객 감소분이다. (수서발 노선에 따른 수요 문제는 경영 계획상에 심대한 충격을 미칠 것이지만 일단 제외하고 생각하자.)

지금 한국철도 노선 중에서 경부선 KTX 노선을 빼곤 다 적자예요. 오로지 여기서 얻는 수익으로 지방의 노선들을 보조해서 운영하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수서발 KTX가 개통되면 강동, 분당, 성남의 주민들은 서울역 안 오거든요. 집 앞에 수서역이 있는데 누가 서울역에 오겠어요. 또는 역으로 제가 서울역 앞에 사는데 미쳤다고 1시간 반 걸려서 수서역 가서 타고 갑니까?

(코레일 조사에 따르면) 4천억 원 정도 매출 손실이 일어나는 거죠. 그러면 고속선에서의 수익이 확 줄어들 수밖에 없거든요. 그럼 수익이 줄어들면 지방 적자 노선에 대해 보조를 할 수 없게 되는 거죠. (그런데) 국토부의 방안은 뭐냐면 코레일의 자연사를 유도해서 지방 적자노선의 운영능력을 떨어뜨리겠다는 거죠. 그러면 지방선 운영능력이 떨어지면, 지방선의 운영권을 코레일이 반납하게 하겠다는 의미죠. [철도산업 발전방안]에 그게 나와 있거든요. 코레일이 경영상의 이유로 경영권을 반납하면 민간개방을 하겠다. (박흥수 기관사)

– 미디어몽구, 박흥수 기관사 인터뷰, ‘철도 기관사 민영화 이야기 한토막’ (2013년 12월 11일)

(플레이 단추를 누르면 해당 인터뷰 부분을 들을 수 있습니다.)

가령, 강남/서초/송파 등에 거주하는 KTX 이용 승객이 하루 고작 500명 정도만 빠져도, 성인 1인 가격을 반올림하여 60,000원으로 보고 계산하면 하루 3,000만 원, 1년이면 11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 적자는 매년 누적되며, 이탈자를 정교하게 추산해 보면, 재정 악화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수서발 KTX  분리 목적은 ‘내부 경쟁 도입’

수서발 KTX 사업을 분리하는 목적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발 주식회사의 ‘내부 경쟁의 도입’이다. 흑자 소수노선만을 운영하는 자회사와 노선 간 교차 지원을 통해 적자를 탕감해야 하는 한국철도공사가 경쟁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한국철도공사는 영업 이익 손실까지 추가로 떠안은 상태고, 많은 노선으로 인해 자산의 양도 많다. 재무제표 돌려 보면, 자회사인 수서발 주식회사와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 최연혜의 주장대로 경쟁을 통한 서비스 개선이 도입될 경우, 한국철도공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개선 압박을 받게 된다.

강용석은 jTBC [썰전]에서 (민영화에 따른 요금 폭탄) “걱정을 왜 국민들이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수서발 KTX 주식회사와 코레일이 경쟁하면 코레일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개선 압박이 바로 이런 조치의 목표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개선의 여지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 적자노선의 감편은 그 자체가 공공성 악화이므로 제외하고 생각해 보자. 남는 것은 ‘비용 감축’이다.

죽거나 나쁘거나: ‘인력’ 감축하거나 ‘업무량’ 늘리거나

인력을 감축하고, 일인당 업무량을 늘리는 게 가능하면, 참 좋은 일일 게다. 외주할 건 다 외주하고, 줄일 건 다 줄이고. 그러나 철도청이 폐지되고 철도 영업 업무가 한국철도공사로 이관된 2004년 이후, 경영합리화라는 이름으로 한국철도공사는 차근차근 인력을 감축했고, 그 수는 5천 명에 달한다. 그러면서도 사업 영역은 오히려 늘려서, 눈에 띄는 것만 해도 고속철도 개통, 경의선, 중앙선, 경원선 전철화, 경부선 전철 연장, 누리로 및 iTX 개통 등의 업무가 추가로 발생했다.

아예 처음부터 자회사를 세워 외주로 채용한 KTX 여객 승무원은 장기 파업을 눌러 가며 직접 고용을 거부했고(관련 포스트기사), 발차, 내부 장비 운용, 검표 및 방송 운용을 겸한 차장도 줄인 상태다. 매표 인력을 외주화하거나 기계화를 도입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다.

왜냐하면, 많은 역에서 이미 매표 인력을 줄이기 위해 창구 수를 줄이고, 유동적으로 인력을 운용하기 때문에 승객이 창구에 길게 줄 서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검표 요원이나 승강장 안전 요원의 수도 적어, 눈에 띄게 활동하는 모습 역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건 눈에 보이는 드러난 예일 뿐이다. 안전에 필수적인 정비 면에서는 문제가 더 크다.

서울역 앞 피케팅 하는 아저씨가 틀어놓은 ‘방송에 보도까지 된’ 내용만 옮겨도, 안전은 이미 끔찍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부품 개선을 위한 노력이나 집중 정비는 미미했고, 계속 노후화되고 있는 KTX 차량 정비 주기는 오히려 3,000km당 1회에서 5,000km당 1회로 그 간격이 늘어났다.

공항철도는 수요예측 실패로 인해 적자 노선의 상징이 되어 버린 인천국제공항철도를 떠맡았는데, 그 정상화 과정에서 정비 인력에 과도한 연장근무, 안전수칙 무시를 암암리에 종용하는 성과주의를 도입했다. 그 실상은 네 자로 표현할 수 있다.

비승비강.
달리는 차에 뛰어오르고, 뛰어내렸다.
결국, 사람이 열차에 치여 죽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철도 노동자의 임금이 높다는 점이다. 그러나 귀족노조를 떠올리며 분개하기 전에, 조금 더 심각하게 읽어내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철도노동자의 연령대별 구성이다.

철도 파업은 일단락됐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는 오히려 이제부터다.
(캡처: 전국철도노동조합)

늙은 귀족 노동자와 사라질 위기의 ‘암묵지’

일반적으로 기술을 중시하는 직장에서는 많은 지식이 공식적인 매뉴얼 바깥에서 전수된다. 연차가 높은 사람이 아랫사람과 같이 일하는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각각의 사안에 대해 비공식적인 대화나 시범을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술이 이전된다는 뜻이다. 매뉴얼이 아무리 정교하다 할지라도, 쇠막대기로 차체를 쳤을 때 나는 소리를 통해 이상을 바로 알아낼 수 있는 귀를 만들어 주진 않는다.

이러한 기술 이전은 경험의 영역이며, 장기 근무를 통해 체화하는 방식으로 전달할 수밖에 없는 암묵지(暗默知: 언어 등의 형식을 갖추어 표현될 수 없는, 경험과 학습에 의해 몸에 쌓인 지식)의 영역이다.

문제는 한국철도공사가 인력을 감축한 방식이 ‘자연 감소’였다는 데 있다. 해고 인력이나 퇴직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전환 배치하거나 퇴직 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인원을 줄였다. 다시 말해 신규 채용이 거의 없었다. 이 과정에서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9년으로 늘었고, 평균 연령은 48세까지 올라갔다.

사람들은 이들의 고임금을 문제 삼으며 귀족 노조라 비난하고, 노조는 ‘한 회사에서 20년 일하며 연장 근무에 시달리는데 6천만 원이 많은 것인가’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심각한 문제는 한국철도공사의 인적 구조 악화다. 이 상황을 일반 회사(공장)에 대입해 보면 부장(기장)급이 총동원되어 실무를 굴리고, 대리(기사)급은 거의 없는 상태로 보면 된다.

숙련된 인원의 비중이 높으니, 인원이 아무리 적다 해도 일이야 그럭저럭 삐걱삐걱 돌아간다. 하지만 업무 내에서 암묵지를 전수받고 숙련도를 높여가야 할 초급 직원도, 이들을 지시하여 전체 업무를 지휘할 기술을 선배에게 전수받을 준-전문 직원도 없다. 그리고 평균연령 48세. 10년 안에 이들 중 상당수가 퇴직한다.

그 상황에서는 철도공사도 새 인력을 충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 충원된 사람들에게는 업무를 통해 차근차근 쌓였어야 할 암묵지가 없다. 그리고 이들이, 엄청난 숙련공이었던 선배들이 했던 엄청난 양의 전문 업무를 그대로 떠안게 될 것이다. 우리의 안전을 위한 정비와 운용의 업무들을 말이다.

평균 48세의 숙련된 철도 노동자는 십 년 뒤면 퇴직한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귀한 지식(암묵지)과 함께.
(사진: ORAZ Studio, CC BY SA)

공공성을 ‘유지만 한다’ 할지라도, 한국철도공사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많다. 안전한 운행을 위해 신규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해야 하며, 현재 인력이 퇴직하기 전에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도록 2~3년가량 업무를 익힐 시간을 주어야 하고, 이를 위해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적자 노선들을 유지하기 위해서, 흑자 노선 발굴 및 적극적 영업 활동을 ‘자체 사업 영역 내에서’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한국철도공사가 하는 일은 정확히 이 반대방향이다.

공기업이 신의 직장이라고들 말한다.
나는 이렇게 묻는다.
Quo vadis, domine? (쿠오바디스 도미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좋은 기사 공유하고 알리기
슬로우뉴스에 커피 한잔의 여유를 후원해주세요. 필자 원고료와 최소한의 경비로 이용됩니다.

필자 소개

황대리
초대필자, 평범한 회사원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작성 기사 수 : 6개
필자의 페이스북 필자의 트위터

©슬로우뉴스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슬로우뉴스 안내 | 제보/기고하기 | 제휴/광고문의
(유)슬로우미디어 | 전화: 070-4320-3690 | 등록번호: 경기, 아51089 | 등록일자 : 2014. 10. 27 | 제호: 슬로우뉴스 | 발행인: 김상인 | 편집인: 강성모
발행소: 경기 부천시 소사로 700번길 47 1동 506호 (원종동, 삼신) | 발행일자: 2012. 3. 26 | 개인정보관리/청소년보호책임자: 강성모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