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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쓰세요”라는 신의진 의원실

“알아서 쓰세요.”

우리는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이것 저것 찾아본다. 그래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으면 그 문제에 관해 잘 알고 있을 누군가에게 질문한다. 그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면, 궁금증을 품은 사람의 질문이 비합리적이고, 무례한 것이 아닌 한은 이에 최소한으로 답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더욱이 답변을 약속까지 했다면 그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소위 ‘게임중독법’이 화두다. 나는 게임중독법에 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궁금한 것이 너무 많다. 나는 진리를 독점한 것 같은 어느 토론회에 나온 정신과 전문의가 아니다. 게임중독법에 관한 몇 가지 궁금증을 들고 신의진 의원실에 전화했다. 지난 11월 12일(화) 아침이었다. 20여 분 동안 통화가 이어졌다. 짧게 요약해보면 이렇다. 신의진 의원실의 어떤 보좌관과 통화했는지는 굳이 밝히지 않겠다.

– “인터넷” 중독과 인터넷 “게임” 중독은 같은 개념인가, 다른 개념인가? 

인터넷 ‘게임’ 중독은 인터넷 중독에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 개념상 같은가, 다른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정신의학학회는 현재 인터넷 게임 중독을 ‘공식 정신 장애의 전(前) 단계’, 즉, 정신 장애로 보고하는 연구들이 있으나 이를 공식 장애로 넣으려면 같은 기준과 결과를 보이는 추가 연구들로 검증할 필요가 있는 상태로 보는 입장이다. 이 추가 연구들은 같은 기준, 즉, 온라인 게임에 한정해서 연구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인터넷 사용, 또는 인터넷 도박, 소셜 미디어 사용은 같은 기준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 강임성, [인터넷 게임 중독 문제는 의학계에서 ‘논란’중입니다] 중에서

– 그런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 검토 보고서에선 ‘인터넷 중독’에 관한 현황 자료는 있지만, ‘인터넷 게임’ 중독에 관한 자료는 전혀 없다. 어떻게 된 건가?

검토보고서는 우리 의원실에서 작성한 게 아니지 않나. 보고서의 참고 자료인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를 보면 인터넷 사용에서 인터넷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다. 특히 인터넷 중독자가 인터넷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고 나온다. 또 이해국 교수의 관련  자료를 보면 일반인의 인터넷 중독보다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의 인터넷 중독이 1.4배 높았다.

항목은 "인터넷 게임 중독"인데 관련 자료는 "인터넷 중독"뿐이다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일명 '게임중독법') 검토보고 (2013. 6.보건복지위원회)  '

항목은 “인터넷 게임 중독”인데 관련 자료는 “인터넷 중독”뿐이다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일명 ‘게임중독법’) 검토보고 (2013. 6.보건복지위원회) ‘

– 그 실태조사 내용은 알고 있다. 그런데 ‘의원실’에서 작성하지 않았다고 반문하는 건 검토 보고서는 별 가치가 없다는 건가? 그건 아니지 않나? 법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과정 아닌가?

당연히 그렇다. 그렇게 몰아가면 안 된다.

– 문광부 검토 의견에 관해 묻고 싶다. 문광부는 법안 검토 보고서에서 법안의 중독 물질(행위)에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를 포함한다면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반하고, 특히 중독물질(행위)과 중독 사이에 “객관적인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삭제” 의견을 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해당 규정이 삭제되면 게임중독법은 더 이상 게임중독법이 아니다) 

게임 산업을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지 않나. 중독의 예방과 치료 필요성을 규율하기 위해서는 어떨 수 없이 대상이 포괄적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게임에만 포커스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나오지 않을 중독대상을 아직 확정할 수 없고, 예상할 수밖에 없어서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한정해서 열거할 수 없다. 중독현상은 게임 한 가지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지 않나. 게임으로만 중독되는 건 아니다. 의학적인 관련 자료들에 바탕해서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한 중독을 규율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모든 중독자들을 돕고자 법안을 마련한 것이다.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문광부 검토 의견  출처: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일명 '게임중독법') 검토보고 (2013. 6.보건복지위원회)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문광부 검토 의견
출처: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일명 ‘게임중독법’) 검토보고 (2013. 6.보건복지위원회)

– 위 규정 중 인터넷 게임은 별론으로 하자. 그렇다면 의학적인 관련 연구로서 판명된 “미디어콘텐츠”에 의한 중독 유형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내가 의사가 아니라서 정확히 모르겠다. 이건 의원실 입장이 아니라 개인의견이다. 이건 기사를 쓰면 안 된다. 공식적인 것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개인 입장을 밝힐 수는 있지만, 공식적으로 개인 의견을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공식적으로 질문을 보내달라. 지금 상황으론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질문 취지를 정확히 파악한 뒤에 답변하겠다.

이렇게 첫 번째 전화는 끝났다. 슬로우뉴스 편집팀에서는 질문을 보강해 12일(화) 오후 1시쯤 의원실로 메일을 보냈다. 결국, 지금까지 답변은 오지 않았다. 전화 통화한 12일(화) 다음 날인 13일(수), 14일(목), 15일(금)까지 ‘게임중독법’ 문제로 바쁠 것이 뻔한 의원실 일정을 배려해 일부러 아침 9시에서 11시 사이에 하루에 딱 한 번씩만 전화했다. 그리고 언제쯤 답변을 받을 수 있는지 거듭 확인했다.

마지막 통화에서는 “이미 공식적으로 밝힌 것 외에는 더 답할 것이 없습니다. 알아서 쓰세요.”라고 의원실은 최종 입장을 밝혔다. 질문이 너무 많다면 핵심 질의를 다시 추려서 보낼 수도 있다고 그 전날 밝힌 상태였다. 그럼에도 최종적인 답변은 “알아서 쓰세요”다. 기가 막혔다.

나는 신의진 의원실에서 답변을 받지 못해 화가 난다. 그건 내 알량한 자존심이 상해서가 아니다. 신의진 의원실에서 거듭 ‘슬로우뉴스요?’라고 이름을 되물었던 ‘듣보잡’ 인터넷 미디어의 편집장이기 때문에 무시당했다고 생각해서도 아니다. 그건 내가 한 질문이 나만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슬로우뉴스 편집팀이 애써 작성한 질문들은 ‘게임중독법’에 관심이 있는 많은 이들 역시 궁금해하고 있는 물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질문들은, 게임중독법에 관한 찬반 여부를 떠나, 국민을 대표해서 국민을 위해 법안을 준비하는 의원이라면, 한 번쯤, 아니 여러 번 거듭하여 검토해 마땅한 질문이다. 그리고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그저 한 명의 국회의원이 아니라 여러 명의 보좌관과 직원들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작은 입법기관이라면, 그렇게 법안을 준비하면서 당연하게 예상되는 질문에 답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진다.

나는 “수백만 중독자 가족의 고통”을 근심해 법안을 만들었다는 신의진 의원의 진심을 믿는다. 하지만 그 진심이 그 법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지려면 “알아서 쓰세요”라는 답변으로는 곤란하다. 그 점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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