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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뉴스 논쟁 (목차)

상황과 함의

상황 1: 조중동 vs. 연합뉴스 + 네이버·다음
상황 2: 네이버 뉴스캐스트 vs. 네이버 뉴스스탠드
상황 3: 포털 뉴스편집의 공정성 논쟁, 이른바 ‘볼드체 시비’
상황 4: 네이버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다

디지털 저널리즘과 디지털 시장

분석 1: 대중매체와 공정성의 탄생, 기술과 저널리즘
분석 2: 생산 중심 1차 언론과 중개 중심 2차 언론

— 여기까지  [포털뉴스 논쟁 1: 포털은 저널리즘의 주체인가]

– 저널리즘 몰락의 소용돌이
– 저널리즘 1차 위기: 디지털 전환 실패
– 저널리즘 2차 위기: 기자와 정보원의 공생관계

분석 3: 언론 공정성의 과잉

— 여기까지 [포털뉴스 논쟁 2: 저널리즘의 몰락] 

분석 4: 투명성과 구글뉴스 순위 알고리즘

– 디지털 시대, 늘어난 뉴스의 유통기한
– 뉴스소비 방식의 변화와 편향성

— 여기까지 [포털뉴스 논쟁 3: 포털의 사회적 책무와 ‘감히 현명해지려는 용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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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는 와인처럼 숙성시켜야 가치가 증가한다.” (모벌리 벨) 

1785년 창간한 영국 일간지 ‘더 타임즈(The Times)’는 그동안 소유주가 여러 차례 바뀔 만큼 경제적으로도 거친 굴곡의 역사를 겪어왔다. 현재는 루퍼트 머독이 지배하고 있는 뉴스코퍼레이션이 ‘더 타임즈’의 세 번째 소유주다. ‘더 타임즈’가 겪은 첫 번째 (경제적) 위기는 1890년대다. 저가 신문 출현 등으로 신문시장 경쟁 압력이 높아지면서 신문 판매 가격이 하락했다. 한편 최초로 해외에 특파원까지 파견했던 ‘더 타임즈’는 높은 원고료, 윤전기 고도화 및 생산설비 투자 등 고비용 구조로 경영난을 겪게 된다.

Charles Frederic Moberly Bell
모벌리 벨
(1847~1911)

이 때 ‘더 타임즈’ 창업가문이자 첫 번째 소유주 가문인 ‘월터 가문’은 경영 능력이 탁월한 모벌리 벨(Moberly Bell)을 편집장으로 임명한다. 그는 신문사 최초로 이른바 ‘끼어팔기’ 마케팅을 도입한 인물이다. 모벌리 벨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더 타임즈’를 묶음 상품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이를 시작으로 높은 신뢰도를 자랑하는 ‘더 타임즈’는 자사 브랜드를 타상품에 빌려주고, 이를 신문을 통해 광고하며, 상품판매까지 진행한다.

이렇게 ‘직접 마케팅(direct marketing)’이 역사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모벌리 벨의 경영수완을 통해 수익률을 높인 ‘더 타임즈’는 19세기 후반의 재정위기를 극복하고 1966년 ‘톰슨 미디어‘에 매각될 때까지 ‘고급 저널리즘’의 아이콘으로 성장해갔다.

1890년부터 1911년까지 무려 12년 동안 ‘더 타임즈’의 편집장을 역임했던 모벌리 벨은 경영 능력만 출중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뉴스는 와인처럼 숙성시켜야 가치가 증가한다 (News, like wine, improves by keeping)”라는 표현을 통해 속보보다 정밀한 사실확인에 기초한 정확한 보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Hansen 2012). 그는 저널리즘의 브랜드 가치가 지켜져야 이에 기초한 부가 비즈니스도 가능하다는 매우 중요한 원칙을 세웠다. 이 때문에 모벌리 벨은 뛰어난 경영능력 못지않게 동시에 ‘보도의 정확성’이라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풍부화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디지털 시대, 늘어난 뉴스의 유통기한

네이버 및 다음에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또는 ‘실시간 이슈’를 불나방처럼 따르는 뉴스가 넘쳐난다. 심지어 제목만 있는 속보 뉴스가 등장한 지 오래다. 숨 가쁘게 진행되는 디지털 뉴스의 속도 경쟁에서 ‘클릭 수’로 표현되는 뉴스 방문자를 높이려는 언론사의 열망 때문이다. 그렇다면 뉴스경쟁 강화와 24시간 뉴스 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 던져야 하는 중요한 질문이 있다.

뉴스 유통기간은 짧아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대답을 개별 뉴스에서 찾지 않고 전체 디지털 뉴스시장의 특징에서 찾는다면, 뉴스 유통기간은 오히려 더욱 길어졌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32″]첫[/dropcap] 번째 부정의 실마리는 크리스 앤더슨을 통해 유명해진 롱테일 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롱테일 이론은, 80:20의 분포에서 소수에 의해 분할되는 80이라는 쏠림현상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작은 빈도수의 길고 긴 결합인 20이 디지털 시대에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객체에 URL, IP주소 등 주소값을 부여하고 서로를 연결하는 월드와이드웹은, 앞에서 언급한 20에 해당하는 긴 꼬리에 분포된 책, 음악, 뉴스, 블로그 등에 다양한 발견의 가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영국 등반가 조 심슨(Joe Simpson)은 1988년 자신의 체험담에 기초한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Touching the Void)”라는 소설을 발표한다. 이 글은 심슨과 그의 친구 예이츠(Yates)가 남미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시울라 그란데(Siula Grande) 서벽(6,400 m)을 오른 이후 하산 길에서 겪은 조난사고를 다루고 있다. 아쉽게도 이 책은 출반 이후 큰 조명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1997년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희박한 공기 속으로(Into Thin Air)’는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Touching the Void)’를 세상의 빛으로 다시 끌어냈다.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조난사고를 다룬 ‘희박한 공기 속으로’가 인기를 얻자,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는 아마존(amazon) 등 온라인 서점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다시 이용자의 관심영역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희박한 공기 속으로'(좌) 때문에 뒤늦게 빛을 본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우)
‘희박한 공기 속으로'(좌) 때문에 뒤늦게 빛을 본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우)
각각 영화로 제작될 만큼 큰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가 됐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32″]두[/dropcap] 번째 실마리는 1995년부터 영국 ‘가디언’의 편집장으로서 저널리즘 혁신을 이끌고 있는 앨런 러스브러저(Alan Rusbridger)의 뉴스에 대한 ‘관심 지속 시간(attention span)’에 대한 주장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함으로써 트위터를 넘어 월드와이드웹 이용자의 관심과 이해가 과거의 뉴스를 새롭게 발굴하고 현재의 문맥으로 끌고 나오는 매개체가 됨을 강조한다.

“트위터 이용자는 전문기자들의 열차가 떠난 한참 후에도 특정 이슈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고 수집한다.”
“They(Twitter users) will be ferreting out and aggregating information on the issues that concern them long after the caravan of professional journalists has moved on.” (Rusbridger 2010)

이용자는 자신의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을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관계망에 전파시킴을 통해 현재를 기록하는 주체 중 하나로 기능할 뿐 아니라, 이용자는 수북이 쌓여 있는 과거의 뉴스 및 정보를 현재화한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32″]뉴[/dropcap]스의 유통기한이 많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실마리는 “뉴스가 중요하다면, 나를 찾아올 것이다(If the news is important, it will find me)”라는 표현에 담겨있다(Stelter 2008). 뉴욕타임즈 기자 쉬텔터는 지난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즈음하여 당시 젊은 층의 뉴스 소비 방식을 취재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각자에게 관심 있는 특정 뉴스를 친구에게 이메일, SNS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천하고 있음을 관찰했고, 친구 관계망에 기초한 뉴스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종이신문, 방송 뉴스 등 전통적인 뉴스 소비 방식은, 뉴스 생산자가 제공하는 뉴스를 뉴스 생산자가 결정한 특정 시간에 소비자가 소비하는 형식이다. 도서관 등 과거 문헌을 보관하는 특수 저장시스템을 제외한다면 과거 뉴스는 다시 소비되지 않는다. 그러나 디지털 뉴스에서는 아날로그 뉴스와 달리 뉴스 소비 선택권이 이용자에게 넘겨졌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현재 및 과거의 뉴스가 흘러다니고, 반복적으로 추천되는 뉴스는 개별 이용자의 관심을 끈다. 특정 주제 및 소재와 관련된 개별 뉴스 모두가 고유주소(URL)를 가지며 관계망에 연결된 무수한 이용자에 의해 계속해서 추천되고 새롭게 가공되고 새롭게 해석된다.

그러나 이렇게 뉴스의 유통기한이 늘어나고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뉴스 소비 방식의 변화와 편향성

파하드 만주 (1978~현재)
파하드 만주
(1978~현재)

파하드 만주(Farhad Manjoo)는 ‘이기적 진실(원제: True Enough, Learning to Live in a Post-Fact Society)’에서 정보 및 뉴스의 폭발적 증가와 수많은 이용자에 의한 정보의 (재)해석 가능성은 이른바 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 또는 선택적 인지(selective perception)에 의한 편향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월드와이드웹은 개별 이용자로 하여금 믿고 싶은 것에 어긋나는 정보는 무시하고, 믿고 싶은 것을 뒷받침하는 정보만을 소비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1].

만주는 이렇게 지적한다.

“역설적이게도 새 기술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연결해주는 동시에 세상에 대한 시야를 좁히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만이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또한, 동일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 형성되고, 집단 구성원은 서로의 믿음을 진실이라고 강조하며, 타 집단의 믿음을 거짓이라 주장하는 등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그래서 만주는 위키피디아, 기트허브(GitHub) 등 인터넷 집단지성을 신뢰하지 않는다. 더욱이 월드와이드웹에 연결된 이용자 집단은 선택적 지각에 따라 자기반성 능력이 제한된 상태다. 그에게 비친 디지털 시대는 객관성과 진실이 무너지고, 특정 믿음에 기초한 선택과 그에 따른 갈등만이 남아있는 피폐한 사회다. 따라서 만주에게 남은 것은 ‘현명하게 선택하자’는 막연하고 공허한 충고뿐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대중(mass, crowd) 및 공론장[2]에 대한 만주의 비판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대중의 비합리성, 조작 가능성, 편협성, 쏠림 등에 대한 비판은 19세기 이후 적지 않은 기자와 학자에 의해 꾸준히 주장된 내용이다. 1841년 찰스 매카이(Charles Mackay)에 의해 쓰인 ‘군중의 망상과 광기(Extraordinary Popular Delusions and the Madness of Crowds)’는 17세기 네델란드에 일어난 어처구니 없었던 ‘튤립 파동(tulip mania)’에서 나타난 당시 귀족과 상인의 잘못된 ‘믿음의 확산’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어쩌면 2008년 전후로 발생한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는 튤림 파동의 현대적 재현에 다름 아니다.

또한, 프랑스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은 1895년 발간된 ‘군중심리(원제: Psychologie des foules)’에서 개개인이 모여 집단을 이루게 되면 개인과 집단은 마치 최면에 걸린 듯 조종자의 암시에 따라 행동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는 1944년 ‘계몽의 변증법(Dialektik der Aufklärung)’을 통해 영화, 라디오 등 자본가의 이해를 담은 문화산업은 은유와 암시를 통해 대중을 조작한다고 지적한다. 파하드 만주의 비판 또는 적대적 매체 지각 이론은 대중의 쏠림현상을 해석하는 도구를 제시할 뿐이다. 더욱이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 시대에서 정보소비 및 뉴스 소비에서만 발견되는 특징으로 말할 수 없다.

문제는 서로 다른 크고 작은 ‘부분’ 공론장이 형성되고 갈등하며 각자의 믿음에 빠지는 결과에만 있지 않다.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월드와이드웹, 스마트 기기 등 변화된 네트워크 환경에서 정보 및 지식이 형성되고, 확산하고, 재가공되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에 관한 이해이다. 한 사회의 지식 및 여론 형성의 제약을 극복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은 그다음 수순이기 때문이다.

뉴스 생산자와 뉴스 소비자 사이의 중개가 이뤄지는 2차 뉴스플랫폼에서 동일한 사건을 다루는 복수의 뉴스가 공정하게 경쟁하는 환경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용자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감히 현명하고자하는 용기(Sapere Aude)’[3]를 낼 수 있는 디지털 정보 및 디지털 뉴스 환경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이를 위해서는 뉴스 생산자, 뉴스 중개자, 뉴스 소비자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며, 이들 사이에 공정한 시장규칙을 만들어나가는 디지털 뉴스시장에 대한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

분석 4: 투명성과 구글뉴스 순위 알고리즘

먼저 구별해야 하는 것은 뉴스 생산자인 1차 뉴스 플랫폼의 ‘뉴스 편집원칙’과 뉴스 중개자인 2차 뉴스플랫폼의 ‘뉴스 편집원칙’은 다르다는 점이다. 뉴스 생산자의 뉴스 편집은, 뉴스 가치(news values) 이론 등에서 분석한 것처럼, 영향성, 시의성, 저명성, 근접성, 갈등성 등 사실과 사건을 뉴스화하는 언론사별 기준에 따른다. 디지털 시대에도 영국 가디언의 ‘열린 저널리즘(open journalism)‘, 기자와 독자의 협업에 기초한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crowdsourcing journalism)‘ 등 뉴스를 생산하고 편집하는 방식도 다양한 혁신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뉴스를 중개하는 2차 뉴스플랫폼의 뉴스 편집에 대한 연구가 지금까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단일 사안을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하고, 단일 사건에 대한 사실의 파편을 서로 다르게 재구성하는 수많은 뉴스가 뉴스 소비자를 찾아 월드와이드웹이라는 단일한 공간에서 경쟁하고 있다. 다양한 언론사 및 블로거가 생산한 뉴스와 뉴스 소비를 중개하는 뉴스시장(news market)인 2차 뉴스플랫폼은 경쟁하는 뉴스를 목록(index) 형식으로 제공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뉴스) 목록(index)의 순서를 누가 어떠한 기준에 기초하여 결정할 것인가이다. 바로 이 ‘뉴스 목록 순서’는 시장의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는 매커니즘이며 동시에 2차 뉴스플랫폼의 편집 방식이다. 그리고 앞선 글 ‘포털 뉴스 논쟁 1: 포털은 저널리즘의 주체인가‘에서 살펴본 것처럼, 뉴스목록 순서는 2차 뉴스플랫폼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별하는 기준이다. 그렇다면 한국 디지털 뉴스시장의 가장 강력한 중개자인 네이버 뉴스 및 다음 뉴스의 편집장식 또는 시장중개원칙은 무엇일까.

네이버 및 다음 등 포털뉴스에서는 담당 뉴스팀이 직접 또는 (독립된) 외부 전문가 그룹과 협업을 통해 목록의 운영원칙을 결정한다. 네이버는 현재 총 5개의 뉴스편집 원칙을 공개하고 있고, 총선 및 대선 등 선거 직전에 강화된 뉴스 편집 원칙을 ‘공지사항’을 통해 공개해 왔다. 다음은 ‘미디어 다음 공지사항’을 통해 뉴스 서비스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 및 다음이 차지하고 있는 한국 뉴스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개 역할을 고려할 때 이렇게 공개된 편집원칙의 한계는 명확하다.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겠습니다’거나 ‘균형 잡힌 편집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습니다’ 등 뚜렷하지 않고, 막연한 편집원칙만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뉴스 중개시장의 원칙을 가지고서는 어느 뉴스 생산자도 시장의 소비 신호를 효과적으로 수신할 수 없다.

사람의 편집을 타지 않는다고 알려진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와 다음 ‘실시간 이슈’에 넘쳐나는 이른바 ‘우라까이'(기사 베끼기)에 대한 편집원칙은 무엇일까. 특정 소재에 뉴스를 배치하는 것은 뉴스 생산 시간대에 따른 결과일까 아니면 다른 원칙이 있는 것일까.

공급과 소비를 중개하는 시장 신호가 모호할수록, 뉴스 생산자, 뉴스 중개자 그리고 뉴스 소비자가 가진 시장 정보의 비대칭(asymmetric information) 성격이 강할수록 시장은 끊임없이 갈등과 마찰(frictions)을 일으키고, 시장 마찰이 구조화된 불완전 시장(incomplete market)은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의 효용을 감소시킨다. 그 때문에 네이버 뉴스 및 다음 뉴스가 중개시장의 순기능을 효과적으로 담당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실증적 연구가 절실하다.

이와 대조적인 구글은 지난 2005년부터 두 번에 걸쳐 특허방식을 통해 구글뉴스 편집원칙(=시장 중개 신호)을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2003년 출원 및 2005년 공개된 1차 구글뉴스 순위 알고리즘, 그리고 2009년 출원 및 2012년 공개된 2차 구글뉴스 순위 알고리즘(내려받기)을 살펴보면, 구글뉴스의 경우 뉴스 목록의 순서가 어떤 기준에 의해 정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뉴스목록 순서 변화의 가능성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GoogleNewsAlgorithm
구글뉴스 순위 알고리즘

구글뉴스 순위 알고리즘은 위 그림처럼 총 13개 평가 영역으로 구별되어 있다. 13개 평가 영역 중 흥미로운 몇 가지를 간단히 살펴보자.

1. 언론사의 생산량: 특정 언론사가 일정 기간 생산한 뉴스 및 기사의 양이 많을수록 해당 언론사는 높게 평가된다. 이 기준은 중복 기사는 제외한다고 하여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흐름에 맞춰 기사를 대량 생산하는 언론사가 높게 평가될 수 있다는 단점을 포함하고 있다.

2. 뉴스 및 기사의 길이: 단어 수가 많은 기사를 생산할수록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두세 문장으로 구성된 속보 기사를 많이 생산할수록 또는 연예인 사진 한 장에 설명 문장 달랑 하나 있는 기사는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3. 언론사 보도범위의 중요성: 다소 모호한 기준이다.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는 사건을 적시에 다양한 각도에서 기사화할 경우 높은 점수를 받는다. 문제는 사회적 화제 또는 중요성을 어떤 기준에서 판단할 수 있는지 구글이 공개한 문서를 통해서는 알 길이 없다.

4. 속보 뉴스 출처: 사실 확인 없이 일단 쓰고 본다는 의도로 기사를 생산할 경우 감점을 받을 수 있다. 한편 화제가 된 사건을 다룬 기사를 모두 모아놓고(clustering) 개별 기사를 생산된 순서로 나열하고 개별 기사의 중복성을 점검하면, 첫 번째로 속보를 전한 언론사가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자연스럽게 (현장)기자 자원이 풍부한 대형 언론사에 이로운 평가기준이다.

5. 뉴스이용 양식: 구글 검색순위 알고리즘인 페이지랭크(PageRank)의 평가항목을 말한다. 개별 기사가 다른 기사 또는 블로그에 많이 인용(=링크)될수록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6. 언론사 신뢰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개별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 설문조사, 언론수용자 인식조사 등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가 반영된다.

10. 보도 대상의 실명성: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 장소, 조직 등이 실명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현장 취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명성 강조는 구글의 유익과도 부합한다. 실명이 빈번하게 등장할수록 시맨틱 웹(semantic web)을 구현하는 검색이 더 쉽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11. 언론사 보도범위의 크기: 대형 언론사에 매우 유리한 평가항목이다. 정치, 사회, 경제 등 다루는 주제 영역이 폭넓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3. 뉴스 및 기사의 양식: 오타 있는 기사를 다수 생산할수록, 틀린 문법의 기사가 많을수록 나쁜 평가를 받는다. 놀라운 점은 이를 평가할 수 있는 구글의 기술력이다.

구글뉴스의 순위 알고리즘에 따르면 대형 언론사가 선호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통 언론사임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충격’, ‘경악’, ‘몸매’, ‘미모’, ‘물오른’ 등 뉴스 소비자의 클릭에 몰두하는 언론사 또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기사 생산의 나침판으로 삼고 있는 언론사는 충분히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네이버 및 다음이 구글뉴스처럼 기계적 편집으로 편집 방법론을 바꿀 이유는 전혀 없다. 구글뉴스가 따라야 할 모범이다라고 말할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설령 기계적 편집[4]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및 ‘실시간 이슈’ 또는 뉴스 검색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그리고 혹 네이버 뉴스 및 다음 뉴스가 기계적 수집 및 편집 방식을 도입한다고 하여도, 구글뉴스 순위 알고리즘이 한국 뉴스시장에도 유의미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꼼꼼하게 따져볼 일이다.

그러나 뉴스 공급과 뉴스 소비를 중재하는 사업자는 시장 마찰을 최소화하고 공급자가 소비정보를 얻고 소비자가 공급자를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제공할 시장의 책무 및 사회적 책무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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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하드 만주가 뉴스소비의 편협성을 설명하는데 활용한 이론인 ‘선택적 노출’ 또는 ‘선택적 인지’는 ‘적대적 매체 효과(hostile media effect)‘ 또는 ‘적대적 매체 지각(hostile media perception)’과 유사한 개념이다. 적대적 매체지각에 따르면, 자신의 입장과 일치하는 뉴스가 공정하고 반대 입장의 뉴스는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2. 하버마스를 통해 대중화된 개념인 공론장을 뜻하는 독일어 표현은 <Öffentlichkeit>다. 이는 영어 <Public Sphere>로 번역되었고, 다시 한국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공론장>으로 수용되었다. 그러나 독일어 ‘Öffentlichkeit’는 형용사 ‘Öffentlich(→public)’에 명사형 접미사 ‘-keit(→-ness)’가 결합된 단어다. 독일어 <Öffentlichkeit>는 특정 공간 또는 특정 매체을 매개로 형성된 여론(publich opinion)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때문에 제프 자비스(Jeff Jarvis)는 독일어 <Öffentlichkeit>의 적절한 영어표현으로 <Public Parts>을 제안하고 있다. ‘공론장’은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를 통해 형성되는 특정 부분(!) 여론 뿐 아니라, 개인 및 집단의 생각 또는 의견 등이 표현되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요소 및 환경의 총합이며, 복수의 집단 내부 및 집단 사이에서 진행되는 대화가 구조화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월드와이드웹의 공론장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웹의 구조와 특징, 웹에서 정보가 유통 및 확산되는 과정, 웹에서 지식이 누적되고 진화하는 특성 등에 대한 이해와 관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3. ‘감히 현명하고자 하는 (인간의) 용기 (라틴어: Sapere Aude, 영어: Dare to be wise)’는 칸트가 1784년 “계몽주의란 무엇인가”에서 말한 계몽주의의 핵심이다.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존재하는 기만, 속임수, 편협, 무비판 등 인간의 사고를 옥죄는 끝없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현명하고자 하는 ‘용기’ 그리고 그 용기를 북돋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일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사회적 과제이다.

4. 기계적 편집 원칙, 다시 말해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도 결국 사람의 몫이다. 마틴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술의 본질은 결코 기술적인 것이 아니”며, “기술은 (인간이 세운) 목적을 위한 수단”이며 동시에 “기술은 인간 행위”이다.(Heidegger, 1954). 따라서 뉴스 순위 알고리즘은 구글 뉴스처럼 자동화되어 작동하는 편집 원칙일 수 있고, 또는 네이버 뉴스 및 다음 뉴스처럼 중개편집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세운 기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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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한 글

파하드 만주, 2011, 이기적 진실, 비즈앤비즈
Hansen, James F., 2012, New Journalism And the Boer War, Lawrence University Honors Projects, Paper 18
Heidegger, Martin, 1954, Die Frage nach der Technik, München
Rusbridger, Alan, 2010, The splintering of the fourth estate, In: The Guardian (2010년 11월 19일)
Stelter, Brian, 2008, Finding Political News Online, the Young Pass it On, In: The New York Times (2008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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