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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어디나 저마다 개성이 있고, 즐거움이 있고, 오르는 맛이 있다. 웅장한 산은 웅장한대로, 소박한 산은 그런대로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같은 산도 꽃필 때, 바람 불 때, 눈 올 때, 비 올 때에 따라서 느낌도 분위기도 너무나 다르다. 오늘 내가 만나는 산의 있는 그대로의 맛을 발견하는 것이 등산하는 참 재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종종 험난한 바위산을 ‘빡세게’ 올라야 그것이 산에 오르는 맛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 주변에 워낙 바위산이 많고, 워낙 파란만장하고, 스펙터클한 사회에 살아서 그런 것일까. 만약 험난한 바위산을 척척 (사실 헉헉대며) 올라야 산행의 참맛이 있다고 느낀다면 운악산을 추천한다. 운악산은 ‘경기 오악’에 속하는 산이기도 하며 경기의 설악이라는 별칭이 있다. 그만큼 바위가 빼어나게 아름답다.

운악산 등산코스 (출처: 운악산 홈페이지)

운악산 등산은 가평군 하면 하판리 두부 마을에서 시작한다. 주차장이 있고 그 위에 두부 마을이 형성돼있다. 두부 마을까지 올라가지는 못하고 주차장 근처에서 두부 한모를 샀더니 김치와 간장, 두부 모두 국물이 흐르지 않게 포장을 해주었다. 두부 마을에서 시작해서 등산로로 접어들면 한참 아스팔트 길을 걷게 된다. 그런데 그 아스팔트의 경사가 예사롭지 않다. 실제 경사도는 모르겠지만, 체감 경사도는 45도 이상이다. 초입부터 다리가 무거워지는 힘든 산행이 시작된다.

1킬로쯤 가다가 오른쪽으로 난 본격적인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역시 가파른 길이 시작되지만 그래도 아스팔트보다는 낫다. 오르는 길은 내내 가파른 오르막에 바위에 박아놓은 쇠징에 매달려 네 발로 오르는 유격 코스가 계속된다. 특히 더운 여름에는 땀이 비 오듯 흐르니, 아, 힘들고 고단한 산행…

얼마간 오르고 나면 슬슬 바위의 자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눈썹 바위, 병풍 바위, 미륵 바위 등 평범한 이름의 바위들이 평범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수줍게 드러낸다. 설악산에 비하기에는 바위의 규모가 작지만, 바위들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을 보면 그 비유가 크게 틀리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의 설악’ 인정!

힘들게 바위를 올라 잠시 쉬며 찍은 병풍 바위  2013년 6월 8일
힘들게 바위를 올라 잠시 쉬며 찍은 병풍 바위
2013년 6월 8일
전망대에서 찍은 미륵 바위 2013년 6월 8일
전망대에서 찍은 미륵 바위
2013년 6월 8일

날씨는 더웠고 물을 계속 마시며 올랐지만 약간의 탈수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힘이 들었다. 그래도 인증샷 만큼은 폼나게!

운악산 정상에서 2012년 6월 8일
운악산 정상에서
2012년 6월 8일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절고개 쪽으로 가다가 코끼리 바위~현등사 방면으로 내려왔다.

현등사 법당에 앉아 미운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무심함을 간절하게 구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나는 측은한 그를 기억 속에 지웠고, 미워하는 마음도 색이 바래 이제 아무런 힘도 갖지 못하게 됐다.

mt_6_5산에 오르면, 내 마음이 무엇 때문에 번잡한지를 또렷이 알 수 있다. 머리를 비우고 오직 마음을 어지럽히는 한가지가 가쁜 숨을 내쉬는 내 안에서 불쑥불쑥 솟아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땀과 바위와 한바탕 싸우고 나면 뻥 뚫리는 시원한 기분을 얻을 때가 있다. 산행은 몸의 건강뿐 아니라 때로 마음의 건강도 지켜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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