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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윤덕이 만난 사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2023년 11월 20일. 조선닷컴 갈무리.

이동관(방통위원장)이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문제가 많은 인터뷰다.

  • 조선일보의 첫 질문은 “민주당이 왜 이리 집요하게 탄핵을 밀어붙이느냐”는 것이었다. 이동관은 “진영의 나팔수로 전락한 공영방송을 바로 잡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공영방송이 진영의 나팔수로 전락했다는 것도 이동관 개인의 판단일 뿐이지만 그 판단을 근거로 “바로잡겠다”는 발상부터 문제가 있다.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겠다는 말을 다른 표현으로 한 것 뿐이다.
  •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지형이라면 교체될 일 없다”고 했지만 방통위원장이 공정성의 기준을 결정하고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 문재인 정권의 나팔수를 윤석열 정권의 나팔수로 바꾸겠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조선일보는 이동관의 말을 단순히 받아적기만 했다.

모두 이동관 당신 생각일 뿐.


  • KBS 앵커 등 진행자를 교체한 배후에 이동관이 있다는 의혹을 묻자 “생각은 자유”라며 “KBS는 방만 경영의 상징”이라고 엉뚱한 답변을 했다.
  • 탄핵이 의결되면 “방통위가 업무 마비가 된다”고 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가짜뉴스’ 범람으로 인한 여론 왜곡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 일단 방통위는 ‘가짜뉴스’를 단속하는 부처가 아니다. 방통심의위를 앞세워 공정성 심의를 할 수는 있지만 언제나 공정성의 기준부터 논란이었다.
  • 오히려 총선을 앞두고 방통위가 ‘가짜뉴스’ 때려잡기에 나서면서 방송을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 이동관이 말하는 ‘가짜뉴스’는 ‘열린공감TV의 청담동 술자리 보도’와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 조작 사건’이다. 두 기사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혹 제기를 해서 논란이 됐다. 김만배 인터뷰는 김만배와 뉴스타파 전문위원의 금전 거래가 드러나 논란이 되긴 했지만 김만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거나 의도적으로 조작된 인터뷰를 내보낸 정황은 확인된 바 없다.
  •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정치적·상업적 목적으로 퍼뜨리는 허위 조작 정보”라는 건 이동관의 주장일 뿐이다. 윤석열(당시 대검 중수부장)이 박영수(변호사)의 부탁을 받고 조우형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은 뉴스타파가 처음 제기한 것도 아니고 여전히 해명이 되지 않은 상태다.
  • “‘윤땡 뉴스’만 나온다고 조롱하는 시청자들도 있다”고 하니 “KBS 불공정 편파 보도에 대해 사과할 때 눈물 흘렸다는 시청자들이 많다”고 엉뚱한 답변을 했다. 설령 과거 KBS 보도에 문제가 많았다고 하더라도 그게 정권 눈치를 보는 지금의 KBS 보도를 정당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KBS, MBC 9시 뉴스 첫 꼭지에는 항상 전두환이 등장해 ‘땡전뉴스’로 불렸다. KBS뉴스 1987년 6월 25일 목요일 방송 모습.
  • “PD수첩이 촉발한 광우병 파동, 미네르바 사건, 그리고 현직 판사가 국가 원수를 가카새키 짬뽕이라고 모독한 일들이 버젓이 벌어졌는데 무슨 언론 장악이냐”고 반문했는데 이것도 궤변이다. 광우병 의혹을 보도한 MBC ‘PD수첩’ PD들은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미네르바 사건의 박대성은 전기통신법기본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역시 무죄로 풀려났다.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은 위헌 결정이 났다. 이런 게 언론 탄압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가카새끼 짬뽕은 성격이 다르다. 이정렬은 법원장 경고를 받았고 다른 사유로 퇴직했다.)
  • 언론 장악 기술자라고 불린다는 지적에 “박근혜 정부 때든, 문재인 정부 때든 적폐 청산 대상으로 뭐든 하나 걸려들었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걸린 게 없으니 해당 사항이 없다는 주장인데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국가정보원이 색출 대상 언론인 명단을 작성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격려 대상 언론인 명단을 관리했고 방송사와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기사를 뺀 사실도 확인됐다. 민주당은 “이동관이 갈 곳은 방통위가 아니라 감옥”이라고 주장했다.
  • 방통위 상임위원은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정부와 여당이 3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하게 돼 있는데 지금 방통위는 이동관과 이상인(부위원장)만 남고 상임위원이 없는 상태다. 이동관은 “방통위설치법 어디에도 2인 위원회가 의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다”면서도 “야당 몫 상임위원으로 추천됐던 최민희를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거였느냐”는 질문에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판단하실 문제”라고 빠져나갔다. 애초에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를 파행으로 몰아간 책임이 정부와 여당에 있다는 걸 간과한 답변이다.
  • “시청자들과 작별 인사할 시간은 줬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문 정권에서 꽹과리 치며 쫓아낸 사람들이 그런 말 할 자격 있느냐”고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도 그렇게 했으니 윤석열 정부도 이렇게 해도 된다는 논리지만 어느 정권에서도 공영방송 사장이 취임 첫날 진행자들을 무더기로 갈아치운 적은 없었다.

이동관에게 해야 할 질문은 이것들이다.


  • 조선일보는 질문을 하다 말았다. 이동관을 단독 인터뷰할 기회가 있다면 해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방통위원장이 공영방송 사장을 갈아치울 권한이 있다고 보나. 문재인 정부에서 그렇게 했으니 윤석열 정부도 그렇게 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건가.
  • 방송의 공정성 여부를 방통위원장 개인이 판단할 수 있다고 보나.
  • 위원 추천이 안 된 상황에서 여당 추천 두 명이 이런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건 합의제 기구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 아닌가. 불편하더라도 야당 추천 위원을 받고 토론하고 설득하면서 가야 하는 거 아닌가.
  • 방통위가 ‘가짜뉴스’를 규제할 권한이 있나. “사형에 처할 반역죄”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방통심의위는 뉴스타파를 제재하는 데 실패했다.
  • ‘가짜뉴스’ 대신에 허위조작 정보라는 표현을 쓰기로 사회적 합의가 된 상태다. 왜 계속 ‘가짜뉴스’라고 하나. 당신이 생각하는 ‘가짜뉴스’는 뭔가.
  • 권력자에게는 설명할 책임이 있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말한 것처럼 나쁜 메시지에 대한 해결책은 더 많은 (옳은) 메시지다. 언론 보도가 허위에 조작이라고 주장하려면 주장하는 쪽에서 근거를 대야 한다.
  • 커피 한 잔 마시고 왔더니 사건이 사라졌다는 김만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인가. 이걸 방통위나 방통심의위가 판단할 자격이나 근거가 있나.
  • 대통령에게 제기된 의혹을 정부 부처가 나서서 방어하고 처벌과 퇴출 운운하는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 애초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설령 언론 보도에 오류가 있다고 해서 처벌할 방법이 있나.
  • 뉴스타파 논란의 핵심은 윤석열이 조우형 수사를 무마하는 데 관여했느냐다. 뉴스타파 기자들이 사실이 아니란 걸 알고 있으면서 의도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뉴스로 내보냈다고 믿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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