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편집자 주.

애플이 15일 신제품 출시회에서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슬로우뉴스는 “이것이 진짜 혁신”이라고 소개했지만 냉소적인 평가도 많다. 탄소중립이 아니라 탄소 상쇄 아니냐는 비판이다. 결국 새 제품 홍보일 뿐이고 쓰던 스마트폰을 버리게 되면 더 많은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임팩터는 “아이폰과 패스트 패션 관행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진정한 전문 분야는 기술력이 아니라 홍보 능력”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애플의 제안은 새로운 종류의 글로벌 갑질일 수도 있고 그린 워싱 마케팅일 수도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래 글에서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 에너지로 100%를 채우자는 글로벌 캠페인이고 CF100(Carbon Free 100)은 원자력발전과 수소, 탄소 포집 등 탄소 제로 에너지를 포함하자는 대안이다. 윤석열 정부가 RE100의 대안으로 CF100을 제안하고 있지만 국제적인 흐름과는 거리가 멀다. 슬로우뉴스 기사를 보완하는 성격으로 권효재 님의 기고를 싣는다.

RE100이 우리 현실에는 안 맞으니 CF100 하자는 의견들을 자주 보는데, 좋든 싫든 재생 에너지와 탄소중립 이슈를 애플이 어떻게 푸는지를 보면 우리 에너지 정책에도 참고 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마진율이 높은 회사입니다. 스마트폰 제조원가의 거의 세 배를 받고 판매하지만, 잘 팔리고 고객 충성도도 높습니다. 브랜드 가치가 매우 높은데, 이렇게 하려면 계속해서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애플은 그래서 RE100도 참여하고 있고, 2030년 탄소중립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내걸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애플워치 9 시리즈는 제조와 제품 사용에 100% 재생 전력을 활용했고 제품 무게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무게 만큼의 재활용 및 재생 가능 소재를 썼다. 운송 구간의 50%에 비항공 운송 배치라는 엄격한 기준을 충족한다.
  • 자사 경영 활동의 탄소중립: Scope1 이라고 하는데 당연히 포함됩니다. 많은 회사들이 도전합니다.
  • 자사 생산 제품의 탄소중립: Scope2 라고 합니다. Scope1은 애플 매장과 사무실 활동의 탄소중립입니다. Scope2는 애플 핸드폰을 만드는 과정의 탄소중립까지로 확장됩니다. 폰의 케이스, 배터리, 반도체도 다 탄소중립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상당히 어렵습니다.
  • 자사 경영 활동 밸류 체인 전체의 탄소중립: Scope3 라고 합니다. 제품·서비스의 제조와 공급을 넘어서 제품의 운송, 관련 서비스, 파쇄와 재처리 등 라이프 사이클의 모든 과정을 탄소중립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굉장히 어렵습니다. 제가 아는 한 유명 글로벌 기업 중에서 2030년까지 이걸 하겠다는 곳은 없습니다.

놀라운 점은 애플은 Scope3 기준으로 203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좀 더 나갔습니다. 제품이 사용하는 전기까지 탄소중립으로 하겠다는, 그러니까 사용자가 아이폰이나 맥북에 충전하는 전기까지 챙기겠다는 것입니다. 영리 기업으로서는 무모한 목표일 수 있습니다. 비용도 엄청날 것입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열광하고 지지합니다.

아이폰 15까지 버전이 올라간, 별다른 혁신도 없다는 비난을 듣는 범용화된 스마트폰을 비싸게 파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차별화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착한 기업과 좋은 기업, 지구를 위하는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가 차곡차곡 쌓이고 소비자들은 조금 더 비싼 돈을 지불하더라도 이런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지도 모르겠습니다.

탄소중립은 에너지 탄소중립과 물질 탄소중립을 다 해야 합니다. 에너지 탄소중립이란 에너지의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안 나오거나 일부 나와도 재흡수 혹은 상쇄처리 하는 건데 재생 에너지를 쓰나 원자력을 쓰나 방법은 다양합니다.

애플은 탄소중립과 재생 에너지 100%를 둘 다 강조합니다. 후자는 RE100이고, 전자는 CF100과 비슷합니다. CF100은 무탄소 에너지 100% 개념이므로 결국 Scope 2 탄소중립과 같은 의미입니다. 구글의 CFE 24/7 하고는 또 다른데, 평가 방법론의 차이가 있더라도 RE100이나 CF100이나 탄소중립의 더 효과적으로 하자는 목표는 같습니다.

애플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높은 마진율을 위해 쉽게 말해 CF100과 RE100을 같이 추구하고 있는 셈인데, 글로벌 소비자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재생에너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습니다.

YouTube 동영상

애플의 Scope3 탄소중립 + RE100 2030 목표를 맞추려면, 즉 애플에 반도체도 팔고 배터리도 팔고 하려면 납품사는 2030년까지 에너지/물질 탄소중립도 해야 하고 RE100도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합니다. 즉 삼성전자가 2나노 제조공정을 구축해서 아이폰의 AP를 위탁제조하려고 한다면, 2030년까지 최소 자사의 Scope2 탄소중립과 RE100을 해야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아이폰용 배터리를 공급하려 한다면, 배터리의 양극재와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도 다 동일하게 2030년까지 탄소중립과 RE100을 달성해야 합니다. 삼성전자나 LG엔솔뿐만 아니라, 이 회사들에게 납품하는 2차벤더나 3차벤더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탄소중립과 RE100은 평가 방법이 복잡한데, 합산해서 퉁치는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S사의 공장 A와 B, C가 각각 다른 나라에 있는데 A와 B 공장은 합산 RE120을 했고, C공장은 RE80이니 합쳐서 RE100으로 인정하는 식은 불가능합니다. 각각 다 따로 RE100 해야 합니다.

애플하고 계속 거래를 하려면 오늘 당장 국내 발전소를 몽땅 다 원전으로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RE100 문제도 안 풀리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합니다. 반대로 태양광과 풍력으로 국내 전력 공급 체계를 다 바꿀 수도 없지요. 결국 수출 기업들의 RE100은 재생 에너지 인증서 공급과 수출 기업 RE100을 위한 별도의 프로젝트를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물질과 에너지 탄소중립은 공급망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국내 제조업 경영진들과 사석에서 아주 솔직하게 이런 논의를 하면 많은 분들이 “애플이 쇼한다”거나 “결국 가격으로 선택할 것이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모델이다”, “원자력으로 탄소중립하면 되는거 아니냐”는 등의 반응이 많습니다. 지금이라도 왜 애플이 저렇게까지 하는지, 저게 정말 단순히 캘리포니아 너드(nerd)들의 쇼인지, 높은 브랜드 가치와 마진을 위한 치밀한 전략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RE100를 국가 에너지 정책에 그대로 대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애플이 한국이 거래처도 아니고 그냥 잘 나가는 기업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산업 정책 측면에서 재생 에너지 확보를 일종의 산업 경쟁력 유지 방안으로 다뤄야 합니다. 기존의 획일적인 에너지 공급 계획에 갇혀 있으면 결국 애플과 사업하기 위해 기업들은 재생 에너지를 구하기 쉬운 곳으로 나가게 되지 않을까요? 물론 여러가지 다른 변수도 작동하겠지만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설령 CF100을 글로벌 캠페인으로 승격하고 BTS가 널리 홍보하고 세계적으로 여러 석학들이 지지 성명을 낸다고 하더라도 애플이 내년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현재의 탄소중립+RE100 목표를 CF100으로 바꿀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국내용 정책 어젠더와 우리가 먹고 사는 기반인 수출 시장용 정책 어젠더는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관련 글

2 댓글

  1. 애플이 넷제로를 쉽게 이야기하는 것은 자기들 손으로 하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지. 팹도 공장도 없는 애들은 협력사 등골 ㅂ봅아 회자 셀럽 놀이 하는 것. ㅇㆍㄴ동가라 그런지 참 순진하네.

  2. To 지랄.

    쇼하는 애들이지만 돈 잘 벌자나요. 거기 칩 주문 받으려고 애쓰고 있고.

    놀이라고 칩시다. 그럼 애플하고 거래 말고 살던가. 진짜 순진하네.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