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3년 9월 18일 (월).
통계 조작일까, 감사 조작일까.
-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과 고용률 등에서 광범위한 통계 조작이 있었다고 발표했는데 최종 결과가 아니라 중간 감사 결과다. 감사위 의결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했다는 이야기다.
- 장하성과 김수현, 김상조, 이호승 등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줄줄이 꿰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 대통령실 관계자가 나서서 “책임을 묻고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도 회계조작의 공범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주식회사 대한민국 회계조작 사건을 엄정하게 다스리고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했다.
- 민주당은 “여론 물타기용 정치 감사”라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참모들 모임인 사의재도 성명을 내고 “이번 감사 결과의 실체는 전 정부의 통계조작이 아니라 현 정부의 감사 조작”이라고 반발했다.
- 문재인(전 대통령)도 직접 반박했다. 페이스북에 노동사회연구소 보고서 일부를 인용했는데 고용률이 2022년 62.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내용이다.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소득분배율을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통계 ‘마사지’냐, 해석이냐
- 통계를 뜯어고쳤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정상적인 업무 범위 안에 있는지 그 범위를 넘어섰는지를 두고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집값 통계뿐만 아니라 소득주도 성장 전반에 걸쳐 통계가 왜곡됐다는 게 감사원 주장이다.
- 감사원은 2017년 6월 국내 가계소득이 줄어들었는데 통계청이 임의의 가중값을 곱해서 오른 것처럼 조작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해 5월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6월 통계를 굳이 조작할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 오히려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를 강조할 생각이었다면 이때는 이렇게 안 좋았는데 나중에 좋아졌다고 강조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다.
- 2021년 1분기 가계동향 조사에서 1인 가구를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 소득이 늘어난 것처럼 발표했다는 지적도 있다. (월 437만 원에서 438만 원으로 늘었는데 기존 방식으로 환산하면 535만 원에서 532만 원으로 줄었다.) 중앙일보는 이를 두고 “통계 자료를 ‘마사지’해서 소득 불평등을 개선한 효과를 주려했다”고 지적했는데 당초 통계청은 “1인 가구 비중이 30%가 넘는 등 달라진 현실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 한겨레는 “어느 정부든 통계의 본질적 한계를 염두에 두고 통계를 분석·해석해 정책에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통계 조사에서 나타난 특이치를 놓고 하는 정부 기관 간 협의를 불법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통계 작성 기관 관계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법정에서 조작 근거를 충분히 입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재명 단식 19일째, 출구전략이 없다.
- 의료진이 당장 입원시켜야 한다며 구급차를 불렀으나 이재명(민주당 대표)이 거부해 무산됐다.
- 민주당은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총리(한덕수) 해임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 단식을 시작하면서 내건 요구 조건은 세 가지였다. 첫째, 민생 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둘째,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 해양재판소 제소, 셋째, 전면적 국정 쇄신 및 개각 단행 등이다. 윤석열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 김기현(국민의힘 대표)은 “건강을 회복하는대로 여야 대표 회담을 열어 치열한 논의를 하자”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지만 찾아갈 계획은 없다고 한다.
- 민주당 관계자는 “의식을 잃었을 때 병원에 이송하는 게 거의 유일한 단식 중단 조건”이라고 말했다.
김태우 빈자리 도전하는 김태우.
- 구청장이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아 보궐 선거를 연다. 그런데 대통령이 사면했고 다시 여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다.
- 국민의힘이 김태우(전 강서구청장)를 강서구청장 후보자로 선출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구청장직을 잃은 게 5월, 대통령 사면이 8월, 후보 선출이 9월, 다음 달 10월이 선거다.
- 김태우는 문재인 정부 시절 특별감찰단원으로 일하던 시절 조국(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유재수(당시 금융위 국장)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 공익 신고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범행 동기가 좋지 않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 민주당은 진교훈(전 경찰청 차장)을 후보로 냈다. 총선 전초전인 데다 윤석열과 문재인의 대리전 구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의당은 권수정(전 서울시의원)을 후보로 냈다.
-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집권당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키트리 주식 팔았다던 김행, 시누이가 대주주.
- 김행(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위키트리 지분이 논란이다. 2013년 청와대 대변인으로 옮기면서 위키트리 지분을 백지신탁 했고 무관한 회사가 됐다는 게 그동안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백지신탁도 아니었고 시누이에게 주식 일부를 넘겼다.
- 김웅(국민의힘 의원)이 “회사 주식을 파킹해 놓은 것”이라며 “명백한 통정매매이자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부에서 이런 일이 터지면 뭐라고 비평했을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오늘의 TMI.
가야 고분군,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는 평가다.
- 석굴암과 해인사 장경판전, 창덕궁 등에 이어 16번째다.
“요즘 여든은 마흔.”
- “80 is the new 40.”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가 한 말이다. 내년 선거에서 20선에 도전하는 낸시 펠로시(미국 하원 의원)은 83세다. 버니 샌더스(무소속 상원의원)는 82세다. 세계 최고 부자 워런 버핏(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은 93세다.
-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기자회견 도중 30초 가까이 말을 잇지 못하고 얼어붙은 사건이 논란이 됐는데 이 사람은 81세다.
-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는 “바이든은 고령이 아니라 무능력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나이 탓을 하지 않은 건 두 사람이 세 살 차이밖에 안 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77세, 바이든이 80세다.
바티칸 성당에 김대건 성상 오픈.
- 김대건 신부는 조선 후기 헌종 때 병오박해로 순교했다. 이날 축복식은 순교 177년이 되는 날이었다.
- 유홍식(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추기경)은 “25년의 짧은 삶을 살았지만 어떤 어려움에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았던 김대건 신부의 삶을 전 세계 젊은이가 본받길 기대하고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해법과 대안.
3미터 높이 태양광 패널, 농사 지으면서 전기도 판다.
- 영남대에서 만든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태양광 구조물 아래에서 대파를 키운다. 태양광을 나눠 갖는다는 의미로 솔라 쉐어링(solar sharing)이라고도 부른다.
- 1억4000만 원을 들여 100kw의 설비를 설치했는데 1년 동안 130MWh의 전력을 만들었다. 판매 수익은 연간 2400만 원 정도.
- 아무래도 일조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파와 밀, 배추 등 수확량이 최대 80%까지 줄어들지만 전략 판매 수익이 작황 부진을 만회하고도 남는다.
- 태양광 패널의 수명은 25년 정도인데 농지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는 최장 8년만 허용된다. 영농형 태양광 허가 기간을 8년까지 늘리는 농지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펜타닐 성지’로 불렸던 병원, 과징금 내고 계속 장사한다.
- 마약류를 불법 처방한 병원이 업무 정지 13개월 통보를 받았는데 하루 3만 원의 과징금으로 갈음해 1170만 원을 내고 계속 영업하고 있다.
- 마약류 투약자들 사이에서는 “아무개 병원에 가면 쉽게 약을 탈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이 병원은 2020년 264명에게 763회에 걸쳐 펜타닐 성분이 든 진통제를 6198장을 처방했다.
- 대전에 살면서 서울에 있는 병원을 찾아 72차례에 걸쳐 펜타닐 처방을 받은 가짜 환자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는데 이 병원 관계자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 신준호(서울중앙지검 부장)는 “업무 정지를 과징금으로 갈음하는 마약류 관리법 시행령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이라인과 서울로의 차이.
- 서울로7017은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High Line) 파크를 벤치마킹한 도심 정원이다. 결정적인 차이는 하이라인은 빗물만으로 자생할 수 있지만 서울로는 끊임없이 물을 공급해 줘야 한다.
- 건물 옥상에 정원을 만들면 여름에는 5~6도 정도 시원해지고 겨울에는 5~6도 정도 따뜻해진다. 뉴욕의 자비츠센터는 빗물의 75%를 토양과 빗물 탱크에 저장하는데 연간 700만 갤런에 이른다. 그만큼 도시의 침수 위험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더 깊게 읽기.
인구 줄어드는데 집은 왜 부족한가.
- 첫째, 올해 들어 7월까지 착공 물량이 54% 줄었다. 준공까지 2~3년 걸린다는 걸 감안하면 2025년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 거란 이야기다.
- 둘째, 1991만 가구 가운데 빈집이 140만 가구에 이른다. 20년 이상 넘은 노후주택도 절반에 이른다. 수요가 없는 집이 상당수라는 이야기다.
- 셋째, 1000명당 주택 수가 한국은 423가구, 서울은 406가구인데 OECD 평균은 462가구다.
- 넷째, 가구 수도 한동안 늘어난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가구 수는 2020년 2073만 가구에서 2039년 2087만 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공급은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를 따져야 하는데 그간 안 사도 되는 사람들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수요가 폭증했고 그게 집값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치매 노인 실종 하루 40명.
- 지난해 치매 노인 실종 신고가 1만4526건이나 됐다. 10년 전보다 두 배 늘어난 규모다. 내년이면 치매 환자가 100만 명에 이를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 한국일보가 실종자들 가족을 만났는데 한 아들이 이런 말을 했다. “자기 부모라면 그렇게 대충대충 했을까요?” 경찰이 CCTV를 대충 보고 엉뚱한 방향을 알려줘 며칠을 고생한 뒤다. “평생 한이 맺히는 순간이었다”고 한다.
- 요양병원에서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 6남매가 생업을 포기하고 3개월 넘게 전국을 헤맸다는 사연도 있다.
- 완도 월양리에서는 사라진 노인을 찾기 위해 헬기와 보트까지 출동하고 잠수부를 동원해 저수지까지 훑었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온 마을의 열 수 있는 문을 다 열고 창고와 재래식 화장실까지 들여다봤다. 마을 사람들이 1년 걸을 거리를 열흘 동안 걸었다고 할 만큼 자기 일처럼 수색 작업을 도왔다고 한다.
밑줄 쳐가며 읽은 칼럼.
“대통령이 고집이 강하다.”
- 윤석열의 국정 이념에 조언과 상담 역할을 하는 측근이 했다는 말이다. 최훈(중앙일보 주필)이 “왜 싸우라 주문하느냐”고 묻자 “보수 내에서도 헷갈리는 건 맞다”면서 “홍범도 건도 긁어 부스럼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 “내년 총선에서 가치에 대한 헌신도 고려될 것”이라는 대목도 심상치 않다.
- 최훈은 “검경 등 사정기관까지 전투적으로 대통령을 따라간다면 불안과 갈등의 확산 역시 걱정을 피할 길이 없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자유민주주의 지키자는 애초의 ‘선의’가 거꾸로 자유를 제약하며 길을 잃을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불만 제기하면 바뀔 것”, 한국이 가장 높다.
- 한국에 시위가 많은 것은 그만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공공 서비스가 있을 때 많은 사람이 불만을 제기하면 개선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OECD 평균은 40%인데 한국은 58%로 1위였다. 프랑스는 38%, 영국은 34%, 일본은 26%였다.
- 최준영(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효율적이고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고 여겨지는 중앙정부, 그리고 여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를 어떻게든 당사자로 만들어야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 “모두가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바라보면서 정작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정치권과 중앙정부를 통해 한 번에 예산을 따오고 제도를 변화시켜 조직과 인력을 배정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굳이 스스로 힘과 노력을 들여 무엇인가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매카시즘은 스스로 무너졌다.
- 김연철(인제대 교수)은 “매카시즘은 단순한 정치적 반동이 아니라, 보수의 분열을 의미한다”고 본다. “매카시즘은 정치의 병리 현상이고, 민주주의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아무리 언론을 장악해도, 국가 기관의 제도적인 폭력을 동원해도, 민주주의가 살아 있으면, 거짓말의 실체가 드러난다”는 지적도 의미심장하다.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을 보고 실망하지 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언제나 증명했다. 풀들은 항상 바람보다 먼저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