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부쳐] 실천교사교사모임 천경호 회장… 공문 없는 날? 행정청의 대외적 구호에 일선 교사들은 분노합니다.
저는 생존수영 업무를 맡은 초등 담임교사입니다
저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이하 ‘실천교사’) 회장 교사 천경호입니다.
저는 생존수영 업무를 맡고 있는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입니다. 아침 8시 30분 전부터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7시 50분에 교실에 들어서서 교실 바닥 청소를 하고, 아이들을 데려다 줄 버스 기사님의 연락처를 출력하여 각 학급에 배부하고, 물안경과 수영모 여분을 챙기고, 인솔을 도와줄 학부모님의 명찰을 준비하며, 아파서 등교를 하지 못한 아이 보호자의 연락을 받고, 배가 불편한 아이가 무리하지 않도록 챙기겠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생존수영교육을 위해 수영장으로 이동하면서 의자를 밀고 당기며 다투는 아이들, 버스에서 큰소리로 떠드는 아이들 등을 챙기다 수영장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가 계단을 통해 지하 수영장으로 내려가면서 여기 저기에서 카톡이 오고 전화가 울렸지만 대부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을 챙겨야 하니까요.
가족력이 있어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아이, 생존수영을 두려워 하는 아이, 배가 아픈 아이, 자폐를 가진 아이, 친구와 자주 다투는 아이 등 학급의 여러 아이들 사이를 오가며 듣고 도와주고 설명하고 기다리고 중간에 화장실도 데려가야 하는데 카톡이나 메신저 혹은 전화를 확인하기도 어렵고, 확인했다 한들 의견을 전하기는 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실천교사’의 모든 임원진은 전부 저처럼 날마다 아이들 곁에서 일상을 보내는 일이 가장 중요한 ‘교사’입니다.
생존수영에 매달린 산더미 행정 절차
2014년. 세월호 사건의 여파로 교육부는 두꺼운 체험학습 매뉴얼과 함께 체육시간에 생존수영을 가르치도록 하였습니다. 고작 1박 2일의 숙박형 체험학습을 가기 위해 50여 건이 넘는 공문을 작성하게 만들었던 체험학습 매뉴얼에는 타이어 점검과 버스 기사님의 음주측정, 수련 시설로 전문공공기관이 인증해준 업체의 소방, 시설, 식수 안전 점검까지 비 전문가인 교사가 실시하고 기록하고 보고하도록 하였습니다.
102시간. 1년 동안 배울 체육 수업 시수 중 10시간을 생존수영에 넣었습니다. 10차시 생존수영을 하려면 수영장에 가야합니다. 수영장에 오고가는 시간을 포함해서 20차시가 2학기 52차시에서 빠졌습니다. 괜찮습니다. 생존수영을 배워서 단 한 명의 아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그런데 오늘보니 해병대 장병(고 채수근 일병)에게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아 사망하게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무리 학교에서 구명조끼 입는 법을 배우는 생존수영을 가르친들 구명조끼조차 주지 않는 사회라면 지금 저희가 하는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생존수영은 경기도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실시함에도 각 학교별로 예산을 내려보내 학교에서 교사가 50쪽이 넘는 계획서를 세워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받아 내부 결재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수영장 업체, 버스업체와 학생 및 인솔자 여행자 보험(전세버스로 이동하기에 필요한 조치입니다.)까지. 날짜별로 학년, 반, 성별, 이름을 넣어 파일로 저장해서 업로드해야 합니다. 인솔자 보험은 날짜마다 도와주시는 보호자분의 성함이 달라 일일이 새로 입력하여 별도의 파일을 업로드 해야 합니다. 그외 갖가지 수영장 관련 서류도 첨부해야 합니다.
업무경감이니 공문없는 날이니 하는 교육행정기관의 대외용 구호에 분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지역의 72개 초등학교에서 하는 생존수영을 담당하는 주무관이 한 명입니다. 그마저도 얼마 전 교체가 되었습니다. 제가 왜 이토록 지루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을까요? 학교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행정기관의 방식이 전부 이와 같은 경로를 따르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일으킨 문제를 학교가 책임지게 하는 방식. 교사가 학생을 교육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가 일으킨 문제 해결을 교육부가 책임지고 있다는 흔적을 남기는 방식.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고 처벌을 강화하면서 이에 불복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에 교사들이 온몸으로 맞서도록 만드는 방법. 아이들과 어울릴 시간보다 절차와 규정을 따르지 않아 감사관의 지적을 받지 않도록 서류를 챙기는데 시간을 쓰게 만드는 학교 문화.
자살한 젊은 교사, 언제 어느 학교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
경력 2년밖에 안 된 젊은 교사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슬퍼하고 애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임에도 일어난 일이어서일까 생각했습니다. 마음 한 켠에 슬픔을 간직한 채 아무렇지 않은 듯 아이들을 챙기다가 급식실에 들어선 순간 속이 울렁거려서 밥을 먹지 못했습니다. 가만히 서서 아이들 급식 지도를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건 어느 학교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어서 힘들다는 생각이요.
유초중고특. 지금 우리나라의 모든 학교에서 언제 벌어져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을만큼 학교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소수의 악성 민원인 한 명 때문에 어느 학교든 손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여기니까요. 지금과 같은 민원응대 방식을 근본적으로 제고하는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현장 동료 교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지도하기 어려운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대안을 마련하고 전문가와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여론이 들끓고 언론이 연일 기사를 내보내면 정부 국회가 움직입니다. 그들은 다시 각종 특별법을 만들고 학교에 위원회를 설치하고 **교육을 하는 법안을 만들겠죠. 아니면 일선 현장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센터를 설립하여 일자리를 만들고 일은 하되 일하지 않는 비대한 조직을 만들지도 모르고요. 예전에도 그랬고, 요즘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그들의 문제해결방식은 단 한 번도 학교 현장과 오랜 교감을 통해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만들어 본 경험이 없으니까요.
저는 학교폭력 업무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나이스) 업무 혹은 1학년 담임을 맡은 것이 사건의 핵심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 많은 교사들이 학교폭력 업무를 기피하는지, 나이스(NEIS) 업무에 진저리 치는지, 1학년을 힘들어하는지 생각해 보도록 하지 않으니까요. 누가 맡아도 힘든 업무가 있다면 그 원인을 살피고 해결책을 만드는데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요?
현장친화적인 협의체와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민원응대 방식 개선과 효과적인 학생지도를 위한 동료 교원 간 정기적 협의와 실천이 가능한 환경 마련을 위해 학교를 둘러싼 갖가지 문제점을 유형화하고 지금까지 논의되어 온 여러 해결책을 모아보고 현장에 맞는 문제해결방식인지 여러 교원단체와 교육부 혹은 국가교육위원회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협의체가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안에서 근무하는 누구도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그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 모두를 위한 가장 현명한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그리고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제안드립니다. 교원노조와 교원단체를 포함한 학교 현장 문제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어 현장친화적이고 체계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세요. 애도와 추모를 넘어 더 나은 학교 현장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살아남은 모든 이들의 책임이자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헌신하다 세상을 떠난 후배 교사를 위하는 최선의 보답이 될테니까요.
물 속에 들어가 수색을 해야하는데 구명조끼를 입고 어떻게 합니까. 구명조끼 타령들 하는데 재난구조 비전문가인 군 병력을 안전대책 없이 시체찾기에 동원한것 자체가 문제지 물속에 몸을 담그고 그 밑을 흝어 강바닥을 조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물위로 몸을 떠오르게하는 구명조끼를 입어서는 안되는게 맞습니다.
구명조끼 타령이 계속되는게 한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