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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 송진용 대담: 쉰 살 노동운동가가 조건만남 사이트의 20대에게

이 대담은 지난 2013년 2월 15일(대학로 주점)과 2월 21일(신촌 카페)에 각각 약 4시간, 3시간씩에 걸쳐 진행됐다. KT 새노조위원장 이해관은 KT로부터 해임당한 상태였고, 송진용은 @2MB18nomA라는 트위터 아이디를 차단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원고로 진행하는 동시에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는 형사소송의 피고인으로서 재판을 진행 중인 상태였다.

최근 국민권익위는 전원회의를 통해 이해관 위원장을 원상회복시킬 것을 KT에 요청하기로 결정했다(4월 22일). 그 외에 현재까지 두 사람에게 큰 상황 변화는 없다. (참고. 이해관: KT 민영화, 그 이후, 송진용: 내가 싸우는 이유)

대담 발언을 가급적 어감까지 살려서 있는 그대로, 단, 주제에 맞게 발췌 편집해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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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새노조위원장 이해관(좌), @2MB18nomA 송진용(우)

세계에서 제일 불행한 나라에서 사는 20대

이해관: 난 지금도 안 잊혀지는 게 대학교 3학년 땐가. 독일인가, 암튼 외국 학생들이 한국 와서 지낸 걸 대담으로 낸 중앙일보 기사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전두환 때고, 나는 세계에서 제일 불행한 나라에 산다는 생각이 있었거든. 그런데 기사에 한국학생들이 참 부럽다, 활기에 차있고, 뭐 그런 얘기를 하는거야.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이상적인 걸 추구할 수 있다나 뭐라나.

그때는 다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나라에 살고 있다고 믿을 때니까. 그 나라를 행복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 투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기사 속 그 외국인 학생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겠어요. 이 X새리들! 배때지 불러서, 진짜 별 X같은 소리 다 한다, 기사 읽으면서 그랬지. 그 이미지가 아직도 너무 선명하게 남아 있어요. 굉장히 분개했던 기억이. 그런데 긴 세월이 지나서 보면……

2009년 쯤이었을 거에요. 라틴아메리카, 베네수엘라에 40일 동안 가 있었거든요. 게네들은 한국에서 왔다고 그러면, 한국이 핸드폰을 만드는 나라이기 때문에, 젊은이들한테 위상이 높아요. 왜냐하면 핸드폰이 젊은 애들의 로망이니까. 우리가 미국 사람을 동경하듯이, 게네들은 동양 사람을 동경해요. 거긴 기본적으로 반미고, 기본 생필품을 장악한 게 중국산이고, 고급생필품을 장악하고 있는 게 한국, 일본이니까. 아시아의 위상이 높아요.

거기에서 20대에 중앙일보 읽었을 때 느꼈던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와, 참 살아 있는 사람을 만나는 느낌. 눈빛도 살아 있고. 지금 대한민국 사람들 보면 멍~하잖아요. 꿈을 잃고. 눈빛도 멍하고.

조건만남 사이트에 들어가다

lee_song_left이해관: 인터넷에서 한동안 문제가 됐던 거 있잖아요. 조건만남. 인터넷 창녀. 그런 거에 정통한 친구한테 그 사이트를 물어봐서 들어가 봤어. 그랬더니 젊은 여자애들 사진이 쫙 나오고.

민노씨: 왜 들어간 거예요?

이해관: 일단 얘기를 들어 봐. 사회적인 호기심으로 들어가 봤는데. 얼굴이 제법 이쁘게 나오죠. 그래서 친구 녀석한테 물어봤어. 정말 이게 실물이냐고. 어떨 것 같아? (민노씨: 실물일 것 같은데요.) 굉장히 충격적이잖아. 말이 스폰서고, 조건만남이지. 내용상으로는 인터넷 창녀 아냐. 그럼 웹사이트에 자기가 창녀라는 걸 올리는 거 아냐.

송진용: 그게 실제 사진을 올리나 보죠?

이해관: 진짜 사진이래. 뽀샵해서 올린다는 거야. 자기 사진은 맞다는 거잖아. 이거 놀라운 거 아냐. 놀랍잖아. 완전히 인터넷 창녀 아냐,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면. 그런데 그런 반성이 드는 거야. 옛날에 우리 세대만 해도 성녀/창녀 이런 개념이 확실한 세대잖아요. 정숙한 여자/더러운 여자, 항상 대비되는 거잖아요.

우리 때도 술집 나가는 여대생 애들, 몸 파는 정도는 아니지만, 있었단 말야. 없었던 게 아니라고. 그런데 게네들은 완전히 ‘언더’ 조직이었어. 왜 80년대 유행했던 호스티스 영화 보면 나오잖아. 완전히 언더조직이라고. 실제로 그런 데 나가는 애들이 없었던 게 아니란 말야.

민노씨: 언더조직이란건 어떤 조직를 말하는 건가요.

이해관: 나 술집 나간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야. (민노씨: 아..사회 그늘에 있는…) 그렇지, 철저하게 언더그라운드 문화란 말야. 그런데 자기 얼굴을 올려? 난 거기서 상당히 문화적인 쇼크를 먹었어요.

lee_song_5송진용: 언제 경험하신 이야기신가요.

이해관: 한 3,4년 전 얘기죠. 그러면서 내가 생각을 드는 게, 아까 얘기했던 중앙일보 기사 이야기부터 이어지는 거예요, 어떤 희망도 없어서 애들을 이렇게 만든 건 아닐까. 그런데 이걸 민주주의 후퇴다. 이런 눈으로만 이 상태를 설명할 수 있는가. 민주주의 후퇴가 아니라, 역으로 보면 민주주의 과잉으로 보이기도 하고 말이지. 이런 사이트가 횡횡하는데 국가는 뭐하냐, 이런 꼰대들도 많단 말이지. 이런 문제를 어떤 문제의식으로 포착해야 하느냐, 그런 고민이 되는 거죠.

그 무너짐에 대하여… 권력을 헌납한 이유

민노씨: 이 위원장님의 해법이랄까요. 고민의 과정을 공유해주신다면요.

이해관: 민주주의의 후퇴만으로 보면 너무 슬프다는 거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이상의 붕괴. 이런 거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건데. 실제로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에 대해 ‘민주주의의 후퇴다’라는 관점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거지. 안타까움이 있죠. 난 정말 만나보고 싶어, 그런 사이트에 사진 올린 친구들…

나는 그맘때 지구를 다 준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시절을 보냈단 말야. 그만큼 이상에 경도되어 있었고. 그건 이념이랑은 좀 달라요. 들떠 있는거라고. 그게 무슨 이론적으로 탄탄한 그런 것도 아냐, 그냥 들 떠 있는 거지. 세상을 다 준다고 해도 싫을 만큼 들떠 있었고, 그게 무슨 거대한 운동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세상에 내 여자친구보다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런 기준이 작동하고 있었다고. 여자 친구를 만나고 있을 때도 말야. 그 나이는 ‘그냥 뭐 아쉬운 대로…’ 그런 게 아니잖아. 나중에 결혼할 때 되면 그런 기준이 작동해도. 20대라는 건 그런 나이가 아니잖아. 그렇게 들떠 있는 시대를 관통했던 사람으로서 그 20대 초반 나이에 얼마만큼 무너지면 저렇게…

그 친구들을 비난하는 게 아니에요. 그 무너짐에 대해서… 그 친구들에게 왜 젊은 애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느냐. 민주주의가 무너져서 그렇다. 그런 게 설득력이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죠. 그런 문제를 포함하지 않는 민주주의의 문제, 이런 것들이 박근혜에게 권력을 헌납한 거죠.

민노씨: 성노동이라는 개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성노동이란 관점에서 보면, 조건만남 사이트의 젊은 여성이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과 뭐가 다른가라는 질문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해관: 인정해요. 저도 성노동자들이랑 같이 농성도 하고 그랬어요. 거기에 대해선 그렇게 생각하는데…

“공감하면 그 날로 자살할 수밖에 없어요”

이해관: 그런데 그게 내 나이쯤 돼서 생각을 해보면, 어떤 게 있느냐면, 사실 우리 때 경기가 좋았고, 3저 호황이었고, 사실 386세대들이 행운아들이지 뭐. 대학 다닐 때 공부 하나도 안 하고, 데모만 하다가 3저 호황 덕에 취직도 쉽게 하고, 이런 세대잖아요? 그리고 데모 몇 번 한 것 같고 훈장처럼, ‘니들이 뭐 알아’ 젊을 때부터 큰소리치면서 나이 먹어서도 큰소리 치는 세대인데…

그런데 어떤 생각이 드느냐면, 우리 신입사원들하고도 이야기를 해보면 안타까운 게 뭐냐면, 외부에서 지금처럼 스팩을 쌓아서 들어오는 게 아니라 직장에서 멘토, 멘티 관계를 맺어가면서 끊임없이 사회생활도 배우고, 업무도 배우고, 우리는 실제로 그랬단 말이죠. 직장관계라는 게. 지금처럼 경쟁적 관계, 서바이벌 게임이 아니었단 말이야.

아까 공감 이야기를 잠깐 했잖아요. 실제로 지금 대공장에 다니면서 공감하면 그 날로 자살할 수밖에 없어요. KT로 얘기하면, 나이가 많거나. 사회적 약자거나 그러면 사람들이 다 알아. 쟤 조만간 날아간다. 예를 들어서, 민노씨랑 나랑 같은 회사야. 그런데 민노씨가 실적이 부진해. 그러면 내가 민노씨 아픔에 공감하려면 내가 핸드폰 팔 걸 하나라도 줘야 돼. 그럼 내가 죽어. 그런 시스템 아냐, 지금 이 시스템이.

그러니까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공감을 안 해요. 벽을 친다고. 서로 아주 비즈니스적인 얘기 외에는 잘 얘기를 안 해요. 옛날에는 선배들이 후배 잡아 놓고, ‘너 임마 그렇게 살면 안 된다’ 이런 얘기를 했거든. 나는 그런 모습 아주 아주 꼴같지 않게 생각했다고. 지도 개판으로 사는 새끼가… 속으로 그랬다고. 나도 그렇게 꼰대질 하는 게 싫었는데… 지금은 그게 그립다고, 지금은. 그리고 지금은 그런 관계가 없다고.

30년 노동운동해서 만든 사회… 슬프고 미안하다  

민노씨: 일종의 의리로 맺어진… ‘내가 너 책임져 줄게’ 뭐 이런 분위기 말인가요.

이해관: 그렇지, 그렇지! 그런 관계가 없다고. 진짜 고립된 관계로 가는 거지, 이제는. 아까 민노씨가 공장의 젊은 노동자들이랑 사이트에 사진 올리는 젊은이들이 뭐가 다르냐 그랬는데, 인간이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게 노동이라고 하면 아무런 차이가 없을 수 있어. 그런데 노동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세계와 만나 가는 거고, 세계를 인식하고, 발전시키는 측면이 있단 말이지.

민노씨: 많은 노동자들은 자아를 실현한다기보다는 그저 돈 버는 수단으로 노동하고 있지 않나요.

이해관: 그렇지. 포디즘 시스템하에서는 소외된 노동이지. 20대에 성노동으로 간다는 건 소외의 극치라는 측면에서는 너무 가슴 아픈 건 분명하다는 거지.

민노씨: 그렇죠. 진심으로 원해서 그런 노동을 하는 젊은 친구들은 거의 없겠죠.

이해관: 그렇지. 그러니까 내 또래 전문직들은 성향이 진보적인 친구들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해서 비판적이라고요. 현대차 노동자들은 주야 맞교대하면 실제로 한 1억 받아요. 그러면 대학교수하는 친구들은 나랑 친하고 스스럼없으니까 그런 얘기를 해요. ‘솔직히 자동차공장 노동자가 대학교수보다 더 받는 건 좀 그런 거 아니냐’ 그런 얘기요. 그러면 저는 이렇게 얘기를 해요. 니들이 유학도 다녀오고, 자격을 획득하기까지 과정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 의견을 일단 존중해요. 사회적으로도 심각하게 민주노총이 공격대상이 되고 있죠

민노씨: 민노총이 대기업노조 중심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이해관: 그렇죠. 대기업 40대 50대 노동자들은 사실 사회에서 공공의 적 아냐. 그런데 내가 그 대학교수 친구들에게 뭐라고 얘기하느냐냐면요. 분명한 건 대학교수되겠다는 꿈이 있는 놈은 있어도, 현대자동차 노동자되겠다는 놈은 초등학교, 중학교 가 봐라, 아무도 없다, 현대차 가서 주야 맞교대로 연봉 1억 받을래요, 이런 놈은 아무도 없다. 그런 얘기를 해요.

사실 노동운동 관점에서는 소외를 자꾸 돈으로 보상받으려는 것을 비판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소외를 극복하려는 게 아니라 자꾸만 소외를 돈으로 보상받으려고 하잖아요. 운동적으로 그런 방향성을 비판할 수는 있어도… 현실적으론 참 가슴 아픈 거다, 그 대공장 노동자의 삶이라는 것도… 돈을 많이 받을지는 몰라도.

그런데 더군다나 20대 젊은 여성들이 그런 극단적인 선택(조건만남 사이트)을 했다? 저는 굉장히 아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슬프고, 미안하죠. 일단 미안한 느낌이 많았어요. 내가 30년 노동운동을 했는데, 내가 그렇게 해서 만든 사회가 이런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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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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