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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침해로 인한 피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나 (1.5)

저작권보호센터가 민간기구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하지만 저작권보호센터에서 발표하는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규모’는 행정부 해당 부처에서 인용되고, 언론에 재배포됨으로써 공식적인 자료가 됩니다. 이 피해규모는 어떤 식으로 구해지는 걸까요?

오픈넷의 남희섭 이사는 자료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저작물의 피해규모 산정 방식의 불합리를 1)음악, 영화, 게임 등 컨텐츠 저작물과 2)소프트웨어 저작물로 나눠 다루고,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단, 이 글은 1)에 대한 답변에 대한 반론으로서 2)는 다음 글에 소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원래는 1편에 이어 곧바로 2편을 쓰려고 했으나, 저작권보호센터에서 1편에 대한 답글을 달아 이에 대한 반론을 1.5편으로 먼저 냅니다. 1편에 답글을 달아주신 저작권보호센터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자신을 저작권보호센터 조사홍보팀장이라고 밝힌 한 독자는 남희섭 이사의 글이 “연차보고서상의 ‘합법저작물 시장 침해’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계신 부분이 있으며, 언급한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면서, 1) 설문조사 설계(특히 복잡한 수식 부분) 2) 합법저작물 시장 침해규모가 불법복제물 시장규모가 크게 감소했음에도 2조원 대에서 거의 변동이 없는 점 3) 불법다운로드 사이트를 모두 없앴을 때 지금보다 약 300배의 온라인 음악시장이 커지고, 저작물 한 개당 저작권료 징수금액 52,600원을 적용하면 그 규모는 36조 6천억이라는 점에 대해 반박의견을 개진했습니다. (편집자)

– 링크: 1편에 대한 저작권보호센터의 반박의견 전문 보러 가기

저작권보호센터의 설문조사에 대해

구체적인 설문이 빠져 있는 저작권보호센터의 보고서

먼저 저작권보호센터에서는 합법저작물 시장 침해 규모를 설문조사를 통해 산출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과학적인 조사 방법이고 “WIPO(세계지적소유권기구)에서 제시한 조사 프레임을 활용하여 실시”한 것인지 저는 잘 알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구체적인 설문 문항이 무엇이고 어떤 답변을 어떤 방식으로 분류하여 수치화했는지 보고서에 나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통 표본집단을 통한 설문조사는 설문 문항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그리고 저작권보호센터의 조사는 “불법 행위”에 대한 설문이기 때문에 조사 대상자의 답변이 대상자의 실제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오류 가능성을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중요한데 보고서에서는 이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그리고 설문조사를 통해 전환율 추정치를 구해 합법저작물 시장 침해 규모를 산정한다면 저렇게 복잡해 보이는 수식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전환율과 단가만 알면 침해 규모를 쉽게 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고서의 수식을 보면 단순히 전환율 추정치만 사용해 침해 규모를 산출한 것 같지 않습니다. 저작권보호센터에서도 확인해 준 것처럼 음악 분야의 전환율 추정치는 69.7%입니다. 그런데 정작 보고서에서는 다른 전환율로 추정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2012년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 272면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불법복제 음악물이 음악 분야의 합법저작물 시장을 침해하는 비율(합법저작물시장 침해율(건수 기준))을 살펴보면, 온라인 불법복제 음악물은 이용한 100곡 중 20.60곡이 온라인 합법저작물(디지털 음원)을 침해하고 있으며, 100개 앨범 중 55.10개 앨범이 오프라인 합법저작물을 침해하고 있다. 오프라인 불법복제 음악물은 구입한 100곡 중 10.96곡이 온라인 합법저작물을 침해하고 있으며, 100개 앨범 중 33.77개 앨범의 비율로 오프라인 합법저작물을 침해하고 있다.

– 2012년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 272면 중에서

이것만 놓고 보면 음악 분야의 전환율(곡 기준)은 온라인이 20.6%, 오프라인이 10.96%입니다. 전환율 추정치 69.7%는 점점 더 의문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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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불법 규모와 합법 침해 규모 그래프

불법 규모와 합법 침해 규모는 별개다? 아니다?

불법 규모가 크게 줄었는데 합법 저작물 시장 침해 규모가 변하지 않거나 늘어난 이유에 대한 저작권보호센터의 설명은 의혹만 더 키우고 있습니다. 양자가 서로 무관하다는 것인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작권보호센터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불법복제물 시장규모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합법저작물 시장 침해규모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합법저작물 시장 침해규모는 불법복제물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소비자의 ‘정품구매의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소비자의 ‘정품구매의도’는 소비자의 ‘구매력’과 ‘콘텐츠에 대한 수요’에 의해 크게 좌우됩니다. 그런데 구매력이나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매년 크게 변화하지 않으므로 합법저작물 시장 침해규모는 불법복제물 이용량과 같은 그래프를 보이지 않은 것입니다.

– 저작권보호센터의 답변 중에서

이 설명이 불법 저작물 시장이 얼마가 되었건 합법 저작물 시장의 피해 규모가 불변이란 설명이면 이는 획기적인 발견입니다. 그동안 저작권 침해에 관한 여러 연구가 저작물의 불법 이용이 합법 저작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들인데 이제는 이런 연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불법 복제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할 이유도 없습니다. 아무리 없애봐야 합법 저작물 시장에는 아무 영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용자가 평가하는 가치와 정품 가치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설마 저작권보호센터에서 이런 주장을 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작권보호센터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법 저작물을 내려 달라고 요청한 것만 3억 6천5백만 개에 달한다는 점만 봐도 그렇습니다. 보통 저작물의 불법 이용으로 인해 합법 저작물 시장이 받는 피해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불법 이용 저작물의 가치(이용자가 평가하는 가치)가 정품 가격보다 높으면 피해가 발생하고, 불법 이용 저작물의 가치가 정품 가격보다 낮으면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처럼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영역은 불법 시장이 오히려 소비자 후생에 기여한다는 평가가 가능합니다. 저작물의 가치가 정품 가격보다 높아야 불법 이용이 불가능해지더라도 이용자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합법 저작물 시장으로 들어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용자가 평가하는 불법 저작물의 가치를 어떻게 알아내느냐인데, 저작권보호센터는 그것이 정품 구매 의도로 표현되고 이를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저작권보호센터의 보고서처럼 불법 저작물의 유통량이 7%로 줄어도 합법 저작물 시장 침해 규모가 그대로란 말은 나머지 93%의 불법 이용은 애초에 합법 저작물을 구매할 의사가 없던 자란 말입니다. 다시 말해 불법 이용 저작물의 가치를 정품 가격보다 낮게 평가했기 때문에 합법 저작물 시장에 편입되지 않고 그래서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불법 저작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저작물의 합법 구매를 포기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무려 69.7%에 달하는 전환율은 그럼 어떻게 된 걸까요?

36조 6천억 원의 진실

1편에서 온라인 음악 불법 다운로드만 근절하면 무려 36조 원이 생긴다고 한 이유는 불법 이용이 합법 이용으로 전환되는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작권보호센터는 불법 다운로드는 합법 다운로드로 전환되고 불법 앨범은 합법 앨범 구매로 전환된다고 가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불법이 완전히 근절되었을 때 불법 이용이 어떤 형태의 합법 이용으로 전환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발표한 가장 최근 자료인 “저작권 통계 2012년 2호”나와있는 음악 저작물 1개당 저작권 사용료 징수액 52,600원을 적용했습니다. 이 수치는 음악 저작물의 합법 이용의 모든 형태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저작권 통계 2012년 2호에 나온 “음악 저작물 1개당 저작권 사용료 징수액"은 52,600원

저작권 통계 2012년 2호에 나온 “음악 저작물 1개당 저작권 사용료 징수액”은 52,600원

마지막으로 제가 저작권보호센터의 보고서를 확인하려고 했던 이유는 당시 저작권자단체들이 주최한 세미나 “공연권 및 사적복제보상금 제도에 관한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저작권보호센터와 문화부에 연락했는데 지금이라도 공식 요청을 하면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하시니 절차를 밟도록 하겠습니다.

저작권 침해로 인한 피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나 (연재 안내)
1: 음악, 영화, 게임 등 컨텐츠 저작물
1.5: 저작권보호센터의 반박에 대한 재반박
2: 소프트웨어 저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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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초대필자, 변리사, 오픈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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