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스마트 브레비티.
-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이 글을 끝까지 읽는 사람은 100명 가운데 5명도 채 안 될 것이다.
- 소셜 미디어 게시물의 59%는 읽지도 않고 공유된다.
- 뉴스 사이트 방문자의 3분의 2는 클릭 한 번 없이 사이트를 빠져나간다.
- 우리는 이런 독자들을 대상으로 뭔가를 읽게 만들어야 한다.
- 악시오스의 바이블로 꼽히는 ‘스마트 브레비티’가 출간됐다. 한국의 여러 언론인들이 번역 출간을 기다렸던 책이다.
이 책이 왜 중요한가.
- 최소의 분량에 최대의 정보를 담는 노하우에 대한 책이다.
- 뉴요커는 “악시오스의 혁신은 본질을 꿰뚫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 우리가 텍스트 하나를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6초다. 이 책은 26초 이상 걸리는 글은 낭비라고 말한다. (만약 이 글이 26초 이상 당신을 붙들어 둔다면 성공이다.)
- 그렇기 때문에 힘 있는 도발과 강력한 문장이 필요하다. 독자들에게 왜 이 글을 읽어야 하는지 보여줄 수 없다면 이 글은 버려진다.
꿀팁.
- 두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 첫째, 도대체 이게 뭔가.
- 둘째, 내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는가.
- 그래서 첫 문장이 중요하다. (기자들도 이걸 잘 못한다.)
-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친구를 붙잡고 이야기해 보자. 그게 첫 문장이 돼야 한다.
- 그들이 문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를 잊지 않게 하려면 뭐라고 외칠 것인가. 그것이 악시오스가 말하는 첫 문장이다.
- “여러분이 기억해야 할 한 가지만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문장은 매우 효과적이다.
- 독자들이 선택하게 하지 말고 당신이 선택해서 던져줘야 한다.
“깊이 알아보기.”
- 악시오스의 작은 제목 가운데 “깊이 알아보기”가 있는데 대부분 여기를 건너 뛴다. 하지만 이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그들 편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이 페이지를 선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 “깊이 알아보기”는 스마트 브레비티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간결하면서도 뉘앙스와 맥락을 희생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
더 들어가 볼까.
- 악시오스는 300단어 미만의 압축적인 기사와 독특한 불렛 포인트가 차별화 포인트였다.
-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은 272단어였다.
- 악시오스의 창업자 짐 벤더하이는 “간결함은 자신감이고 길어지는 건 두려움(Brevity is confidence, length is fear)”이라고 말하곤 했다. “아무도 800단어짜리 기사를 읽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200단어로 쓰는 방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 웹 사이트 이용자들의 눈동자 움직임을 트래킹한 연구 결과를 보면 관심있는 것을 찾을 때까지 계속 흔들리다가 무엇을 읽을 것인가 찾고 난 뒤에 비로소 읽기가 시작된다. 악시오스의 불렛 포인트는 기준점을 두고 시선을 붙잡는 효과를 만든다.
악시오스 부사장의 조언.
- 케이트 마이스너가 INMA(세계뉴스미디어협회)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 “정보 소비와 유통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디어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진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매출 감소를 막으려고 발버둥쳐 왔기 때문이다.”
- “우리는 똑똑한 독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잡동사니를 덜어냈다. 사람들이 좌절하는 건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악시오스 편집장이 말하는 6가지 원칙.
- 사라 케흘라니가 편집 원칙을 이야기했다.
- 독자를 위해 써라. Write for your audience, not yourself.
- 핵심 정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고. Sum up key information in single sentences.
- 사람처럼 써라. Write like a human.
- 주어-동사-목적어를 타이트하게. Write in tight subject-verb-object sentences.
- 불렛 포인트를 활용하고. Use formats which are scannable, such as bullet points.
- 짧을수록 강력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Remember that fewer words are more powerful.
스마트 브레비티에 대한 반론 1.
- 작가 콜린 디키는 “이 책은 마치 체중 감량에 대한 책과 같다”면서 “오래된 상투적인 해법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누가 몰라서 못하냐는 말이다.
- 간결한 것이 똑똑한 것은 아니고, ‘스마트 브레비티’를 강조하지만 정작 ‘스마트’를 가르치지는 못한다는 이야기다.
- 글을 압축하고 불렛 포인트를 활용하고 등등은 사실 똑똑한 것과는 관련이 없다. 똑똑하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 좋은 글은 서로 충돌하거나 모순되는 주장을 저울질해 단순히 빠른 것보다는 무엇이 최선인지 판단하는 글이다. 스마트한 글은 잘못 이해될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너무 쉽거나 너무 복잡하지 않은 표현으로 명확하게 생각을 전달하는 글이다.
- “이 책에는 복잡성을 보존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빠졌다”는 게 뉴리퍼블릭의 비판이다.
스마트 브레비티에 대한 반론 2.
- 뉴리퍼블릭 기자 티모시 노아는 “모두가 악시오스처럼 글을 쓰는 지옥 같은 세상”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브레비티는 멍청하고 추악하고 역설적으로 더 느리다”고 비판했다.
- “식료품 목록처럼 보인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 우리는 원래 훑어보면서 읽는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대충 훑어보면서 읽어도 이해가 되는데 극도로 압축된 악시오스 기사는 두세 번 읽어야 이해할 수 있다. (아마 당신도 바로 윗줄, “식료품 목록처럼 보인다”는 문장을 보고 무슨 말인가 잠깐 생각했을 것이다.)
- 중요한 정보를 선택해서 쓰라고 하지만 독자들이 판단하고 선택할 권리를 뺏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결코 단순하지 않은 사안을 납작하게 보이게 만들 위험이 있다. 독자들이 과연 이런 글을 원하는가.
더 깊게 들어가 볼까.
- 악시오스를 창간하고 나서 여러 기업 임원들이 전화로 비슷한 질문을 했다고 한다. “저희 회장님께서 악시오스, 특히 그 포맷을 좋아하는데 이런 걸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이런 문의가 끊이지 않았고 지금은 악시오스HQ라는 서비스를 만들어서 기업들에 스마트 브레비티를 가르친다. 돈이 된다는 이야기다.
- 편집국장 마이크 앨런은 CIA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했다. “데이터를 만든 사람에게 뭐가 가장 재밌냐고 물어보면 알려주겠죠. 그런데 그걸 보고서로 쓰라고 하면 가장 재밌는 부분을 빼거나 숨길 겁니다.”
- 정확히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악시오스HQ만 직원이 100명, 악시오스 로컬이 75명 정도, 전체 직원은 500명 정도 규모다.
뒷이야기.
- 악시오스는 이렇게 자랑한다. 악시오스 독자라면 워싱턴의 정책 담당자일 확률이 389% 더 높다. 기업의 C레벨 임원일 확률이 349% 더 높다. 연봉이 상위 23%(15만 달러 이상)에 들고 독자의 87%는 대학 또는 대학원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 독자의 62%가 25~54세다.
- 2021년 기준 악시오스의 매출은 1억 달러 수준이다.
- 악시오스의 유료 콘텐츠 악시오스 프로는 2022년 도입 첫 해에 3000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해 2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1% 수준.
- 악시오스는 2022년 8월, 콕스미디어에 5억2500만 달러에 팔렸다. 잘 팔린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콕스미디어는 악시오스 로컬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 알렉스 테일러(Alex Taylor)는 “악시오스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균형감있고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전달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우리는 악시오스와 같은 미래 지향적 조직을 인수한 것에 매우 흥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디지데이는 “시장이 달라졌다”면서 “더 이상 소셜 미디어에서 규모를 확장하려는 매체에 유리하지 않다, 독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기업이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범용 콘텐츠가 아니라 명확한 틈새 시장을 노리는 미디어가 투자 회수 기회가 높다”는 이야기다.
TMI.
- 사재기 논란이 있었다. 악시오스는 직원들에게 이 책을 6부씩 구입하라고 지시했다. 당연히 사내 공지도 악시오스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 악시오스(Axios)는 그리스어 ἄξιος에서 유래했다. “가치있는”이라는 말이다.
극단적인 요약.
- 그들의 시간을 가치 있게 하라.
- 그걸 헤드라인으로 뽑아라.
- 큰 거 하나(One big thing)를 규정하고,
- 왜 그게 중요한지 설명하라.
- 더 깊게 들어가는 걸 옵션으로 남겨두고,
-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라.
- 비주얼을 활용하라.
결론.
- 발견되지 않는 뉴스는 죽은 뉴스다. 발견이 됐더라도 읽히지 않는다면 역시 죽은 뉴스다.
- 악시오스는 철저하게 효율을 추구했는데 그 효율은 통찰이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 브레비티에서 ‘Brevity(형식)’는 쉽게 따라할 수 있지만 ‘Smart(내용)’가 진짜 실력이고 경쟁력이다.
- 여러분이 기억해야 할 한 가지는 짧게 쓰되 얕지 않게 쓰라는 것이다. 더 많은 가치를 더 짧은 시간에 전달하려면 맥락을 읽어야 한다.
- 통찰을 끌어내고 의제를 제안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핵심이다.
- 스마트 브레비티는 매우 효과적인 글쓰기 방식일 수 있지만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 (여기까지 읽었다면 당신은 5% 안에 든 것이다.)
스마트 브레비티 / 짐 벤더하이 등 지음 / 윤신영 등 옮김 / 생각의힘 펴냄.
Copy
Support This Exten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