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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보건의료단체연합⋅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가 “폭풍 속의 경제위기, 정세 전망과 대응 모색”이라는 주제로 2023. 1. 11. 연 온라인 좌담회의 발제 및 주요 토론 내용을 총 4회에 걸쳐 정리합니다. 참여연대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독자의 가독성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편집합니다. (편집자)

2023 전망 

  1. 세계는 ‘큰 정부’로, 한국만 ‘작은 정부’로 (이강국, 리쓰메이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원 발제명: 악화하는 세계경제, 각국의 대응과 한국정부의 경제정책
  2. 낙수 효과? 윤석열 정부의 시대착오적 인식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원 토론명: 안이한 위기대응, 비전 없고 시의부적절한 정책
  3. 브레튼 우즈 3.0,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4. 3중 위기 시대의 돌파구 ‘신재생 에너지’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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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에서 경기 둔화로 세계 경제가 금리 인상 통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 구조의 불균형 회복노동 공급의 위축이 지적되었다. 이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보호주의와 리쇼어링(Reshoring;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 시설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 편집자), 경제 블록화 등 브레튼 우즈 체제 3.0으로의 진입 논의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44년 ‘브레튼 우즈 체제’의 출범을 알린 44개국 금융 회의가 열린 미국 뉴햄스펴주의 브레튼 우즈 소재 마운트 워싱턴 호텔의 전경.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Sven Klippel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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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브레튼 우즈 체제 3.0 

19세기말 금본위제 중심의 경제 체제는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대전화를 맞아 국가 간 공조에 의해 운영되었던 금본위제는 깨졌다. 제1차 대전 이후 금본위제의 부활을 시도했지만, 그 경직된 경제정책 운용으로 대공황이 발생했다. 대공황 이후 새로운 국제금융시스템의 부활을 시도했지만, 어려웠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그 논의는 연기됐다.

참고로 제2차 대전이 발발함으로써 국제금융시스템을 어떻게 하지만 고정환율제를 시행하면 각국의 국제수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통화가치를 변동해 국제 공조를 깰 위험성이 있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 국제통화기금(IMF)이다.

제2차 대전이 마무리되어 갈 때,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전후 국제금융시스템 구축 논의가 시작됐고, 1944년 미국의 휴양지 브레튼 우즈에서 44개국 대표들이 모여 금본위제와 같은 고정환율 체제를 근간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서는 유연성을 가진 ‘조정가능한 고정환율제’, 즉 미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에 합의했고, 이 시기가 브레튼 우즈 체제 1.0에 해당한다(1944-1971).

그 이후 1971년 ‘닉슨 쇼크’로 불리는 금태환 정지 선언으로 브레튼 우즈 체제(1기)는 사실상 종식, 이후 변동 환율제로 의해 운영돼었고(2기), 2014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디지털 화폐 기축통화로 삼자(예: 비트코인본위제)는 오스트리아 학파 등 논의 등 브레튼 우즈 체제 2.0의 종식을 논의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현재를 브레튼 우즈 체제 3.0의 초입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브레튼 우즈 3.0은 정립된 개념은 아니고, 그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CEO 래리 핑크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겪은 세계화를 종식시켰다.” (래리 핑크, 2022)

“The Russian invasion of Ukraine has put an end to the globalisation we have experienced over the last three decaces.” (Larry Fink, 2022, 참고 링크)

앞서 래리 핑크는 2020년 주주에게 보내는 연례사헌에서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적을 공개하지 않으면 투자금도 회수할 수 있다”고 말해 그에게는 ‘ESG 경영의 아버지’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다. (참고: 서울경제, 만파식적 ‘래리 핑크’, 2022. 6. 7.)

* 참고 자료

(이상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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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제조업과 탄소 배출 과제 그리고 노동

한국의 제조업 상위 5위 수준의 경쟁력은 코로나 팬더믹의 위기도 상대적으로 낮은 타격으로 극복이 가능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한국 제조업 경쟁력 상승 추이를 살펴보면, 일본 제조업 추격을 완벽히 달성했다고 볼 수 있고, 현재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상황으로, 한·중·일이 세계 제조업을 사실상 선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원자재-중간재 수급의 안정성이 중요한데 특히 일본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국 경제 정책의 방향에 있어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매우 중요하다. 제조업 기반의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중요한 도전 중 하나는 탄소 중립의 과제다. 탄소 배출 정점이 한국은 2018년, 유럽연합의 경우 1990년도로 시간적 격차가 상당하다. 우리나라 탄소 배출 감축 경로는 선형 하향으로 제조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에너지 전환의 시대에 한국 제조업이 어떻게 전환을 ‘정의롭게’ 이루어낼 수 있는가는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다음은 지정학적 도전으로 제조업의 리쇼어링, 배타적 자원시장의 경향성이 나타나는 브레튼우즈 3.0 체제에서 한국 제조업은 이제 저임금과 낮은 가격의 원자재에 의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진 것이다. 반도체 영역을 중심으로 한국 산업구조 개편의 필요성이 일각 및 정부차원에서 주장되고 있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도 낙관할 수 없다.

2. 긴축재정, 공공영역의 민영화 그리고 불평등 확대의 위험

인구사회학적 환경 변화로, 한국의 고령화의 속도와 장기적 추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수년간 장기 금리의 지속적 하락이 있었으나(지난 40년간 하락), 현재의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한국의 경우 금융안정의 과제를 가지고 오게 하였다.

현재 한국은 가계부채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금리가 높아지면 경제 전체 차원에서 부담이 높아진다. 이에 대해, 정부의 고금리 기조에서 재정 긴축정책 방향은 불평등과 취약계층의 확대,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확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고금리 상황에서 가계부담이 높아지는 경우 취약 계층의 어려움과 양극화도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령화 상황에서 연금과 보건의료 지출을 억제는 어려운 가운데 현정부의 조세인하 방향과 긴축재정 정책은 저복지 경로 (low-load)를 열게 될 수 있다. 긴축재정과 고금리 정책의 조합이 한국 사회의 불평등 및 노동 대 자본의 불평등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특히 공공의료 부분의 예산이 크게 삭감된 것에 대해 보건의료노조와 같은 산별노조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민영화의 경로가 만들어지면, 서비스 성격의 복지 급여는 여러 이익단체 및 복지공급자 집단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공공화로의 회귀가 매우 어렵다. 현재 이미 사회 서비스의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건강보험 기금, 문제인 케어 비판 등의 담론 생성과정에 주목해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공공 사회 서비스의 민영화와와 소득 불평등, 서비스 불평등 그리고 지역 불평등 확대에 미칠 영향이 우려스럽다.

복지국가 관련하여, 서구의 경우 전후라는 특정 역사적 맥락에서 경제성장과 복지국가 발전이 가능했지만, 생산적인 경제 체제를 위해 복지국가는 축소된 경향이 서구 1980년대 나타났었다. 특히 세계화가 빠르게 확대되는 시기의 국제 정치경제의 상황은, 단일 국가의 복지국가 확대를 어렵게 만든 역사가 있다(race to the bottom). 이제 리쇼어링, 탈세계화와 보호주의의 경향에서 복지 지출은 감소보다는 오히려 자국민을 중심으로 좌우에서 모두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임금의 값싼 자원,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낸 주요 선진국의 경로에 변화가 발생하면서 국부 창출 능력이 줄어들었고, 서구에서 30~40년 전에 설정된 모델을 위한 재정적 여력이 소진되고 있다는 분석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국제 정치경제 변화에 더하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서구 복지국가의 경우 연금의 지속가능성에다가 금리까지 인상되어 복지모델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관해서는 복지국가 모델에 상당히 개혁적인 대안이 적극적으로 제시될 필요성을 드러낸다.

3. 디지털 전환과 경제정책/사회정책

제조업 기반의 한국경제 체력을 분석하는데 있어 자동화로 인한 고용 감소는 매우 노동 소득 분배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 제조업이 세계 5위라고 할 때 매출액 기준이지만,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의 탈동조화가 심화되는 한 노동소득 분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기술의 사용이 본격화된 것은 1990년대부터이다. 1990년대 재벌 대기업 제조업 분야에서 숙련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면서 자동화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로봇 밀도’(노동자 1만명당 로봇 대수, 편집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고, 2013년부터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로봇 밀도를 보인 뒤 계속해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자동화뿐만 아니라 글로벌 테크기업에 대한 전망과 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테크기업은 행정 경계의 국가 개념을 초월한 노동 추출과 부가가치 창출을 생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MAMAA(메타, 알파벳, MS, 아마존, 애플) 기업의 (광범위한 개념의) 플랫폼 노동의 확산은 플랫폼 자본주의로의 가치창출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에의 함의 및 조세수입 등에 대한 분석이 앞으로 더 필요해 보인다. 또한, 디지털 전환과 제조업의 결합 부분에에서는 많은 혁신과 함께 이에 부합하는 노동권 보장을 위한 소득보장제도 법제도 개편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미래의 노동은 소수의 API 위 노동(노란색)와 인간을 대체하는 자동화(분홍색) 그리고 다수의 API 아래 노동(파란색)으로 재편된다. (출처: 강정수, ‘알고리즘 사회,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 201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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