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box type=”note”]이 글은 2018년 3차 유엔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에서 대한민국정부에 내려진 권고들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2018년 이후 한국의 인권 상황을 유엔에 보고하기 위해 대한민국 461개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작성해 2022년 7월 14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링크)를 각 분야별로 정리한 것입니다. (편집자)

  1. 인권의 눈으로 돌아본 코로나19
  2. 인권의 눈으로 돌아본 군대: 폭력, 젠더, 평등
  3. 영희와 영옥이가 함께 살 수 없는 이유: 한국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4. 선진국 대한민국, 5년간 187명을 아동학대로 죽인 나라

[/box]

 

1. 아동학대

한국의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2016-2020) 재학대율은 약 10%,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187명에 달한다(2020 아동학대 주요통계). 참고로 2021년 국과수 연구 결과(김희송 국과수 법심리실장)에 따르면 학대로 숨진 아동의 수는 최대 4.3배 많을 수 있다(한겨레, 2021. 5.)

[어느 평범한 가족] (EBS) 방영 모습 중에서.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2022년 10월 13일)의 공범 양부 안성은은 징역 5년이 최종 확정됐고, 주범 양모 장하영은 징역 35년 최종 확정(2022. 4. 28. ~ 2055. 11. 10.)됐다. ‘정인’은 친모가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2016년에서 2020년까지 ‘공식’ 통계에 의하면 187명의 아이가 아동학대로 사망했다.

2021년 1월 민법상 부모의 징계권 규정이 삭제되어 가정 내 체벌 금지가 법제화되었고(구 민법 제915조), 아동학대 행위자의 형사처벌도 강화했지만, 학대 신고가 2회만 접수되더라도 아동을 즉각 분리하도록 하고 있어 현행 제도는 원가정 보호와 지원에 대한 아동권리의 원칙에 반한다.

또한, 학대 피해 아동이 장애인복지시설이나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등에 배치된 경우 관할부처가 달라져 아동보호체계와 단절되는 문제도 있다. 가정의 학대와 방임 등으로 ‘탈가정’한 청소년을 위한 주거권 정책이 없는 현실에서 시설 수용을 거부하는 홈리스 청소년의 상당수는 성착취, 사기 등 각종 범죄의 위기를 중첩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여성가족부 추산 연 27만명(2018년 기준)의 ‘탈가정 청소년’ 중 청소년 쉼터를 이용하는 인원은 약 3만명에 불과하다. 특히 성소수자 청소년들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쉼터 이용을 제한당하거나 차별을 경험했고, 여성가족부의 쉼터 설치, 운영 지침에 따라 여성/남성 성별로 구분된 쉼터에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입소하기가 어렵다.

탈가정 청소년 중 성소수자(LGBT+) 청소년은 이중고를 겪는다.

정부는 아동학대 조기 발견 및 정기적 관리 감독, 재발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든 아동의 가정 기반 양육 또는 지원이 포함된 대안적 주거를 위한 자원을 확보하여야 한다. 또한, 구체적인 탈시설계획을 통해 시설보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청소년의 홈리스 상태를 인식하여 주거우선원칙에 따라 청소년 주거권 정책을 마련하는 등 아동을 중심에 둔 일관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참고로 여기서 ‘시설보호’란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라 아동을 아동양육시설, 일시보호시설, 장애아동시설, 공동생활가정에 배치하는 조치를 말한다. 2020년 기준 아동보호조치의 66%가 시설보호로 이루어지고 있다(출처: E-나라지표,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

2. 아동 전담 부처 없는 한국

한국에서 아동권리교육은 법령상 구체적인 근거 규정 없이 선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편성, 담당 공무원의 관심 정도에 따라 교육 운영에 편차가 발생한다. 교육수행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시스템이 없어 교육의 질도 담보하기 어렵다. 아동관련 종사자 대상 의무교육에는 아동학대 예방교육, 가정폭력 예방교육, 성희롱 예방교육 등이 있는데, 이는 모두 아동권리의 특정 이슈만을 다룬다.

또한, 한국은 아동을 전담하는 부처가 없어 아동권리 보장을 위한 계획의 수립, 모니터링, 예산 편성에 필요한 아동 관련 통계가 부처별로 나뉘어서 운영된다. 정부는 아동권리협약에 부합하는 아동권리교육이 제공되도록 관련 법률 규정을 마련하고,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아동과 직간접적으로 일하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의무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또한, 아동 관련 통계를 연령, 성별, 장애, 사회경제적 배경과 이주 배경 등에 따라 세분화하여 수집해야 한다.

한국은 아동을 전담하는 부처가 없다.

3. 아동과 친하지 않은 사법제도

한국의 아동사법 제도는 아동과 친하지 않다. 현재 사법영역에서 아동의 의견 청취는 예외적으로만 인정되고 있으며, 19세 미만의 아동은 부모의 법정대리 없이는 소송을 독자적으로 제기할 수 없다(민사소송법 제55조,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헌법재판소법 제40조제1항 등).

법무부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범죄를 억제한다는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년범죄 흉포화 대응”이라는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하향”하겠다고 밝혀 우려가 크다. 그 뿐만 아니라 현행 소년법에는 ‘우범소년’ 규정이 있어,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 조성”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는 불명확한 이유만으로 보호처분을 부과하고 있다(소년법 제4조제1항제3호).

소년법의 ‘우범소년’ 규정은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 조성”이라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규정으로 보호처분을 부과할 수 있는 이상한(?!) 규정이다.

한편, 2021년 헌법재판소가 성폭력 피해아동의 진술 녹화 영상만으로 법정 진술을 대신하도록 한 성폭력처벌법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하여 아동의 2차 피해 및 피청취권 침해가 예상된다.

정부는 아동의 의견청취권과 재판청구권을 확대하고, 성폭력-아동학대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인적, 물적 자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소년법을 개정하여 우범소년 제도를 폐지하고, 형사책임 최저 연령 하향 시도를 중단해 아동친화적 사법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4. 이주아동: 보편적 출생등록

한국의 출생등록제도는 대한민국 국적의 부모에 출생등록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 2016년 5월 개정된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보완되었지만(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 제4항), 출생신고 안 된 아동을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정보를 국가기관에 통보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의안번호 2114860, 제안일자 2022. 3. 4.)을 발의하였으나, 그와 함께 아동의 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하는 익명출산제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

더불어 현행 한국의 출생신고 제도는 외국인을 원칙적으로 제외하고 있어 한국에서 태어난 이주아동들은 출생등록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큰 제약이 있다. 이주아동의 경우에는 부모의 출신국 재외공관을 통한 출생신고만이 가능한데, 박해의 주체인 출신국 공관에 접근이 어려운 난민 아동 등은 출생을 등록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 부모의 국적, 인종, 법적 지위 등과 관계없이 공적으로 등록되고 출생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대한민국 영토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에게 부모의 국적, 인종, 법적 지위와 상관 없이 출생증명서를 발급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5. 입양: 여전히 세계 3위의 아동송출국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동을 국외로 입양 보낸 나라다. 그 수는 1953년부터 2020년까지 16만 8,096명에 달하고, 2020년 기준으로는 266명으로 여전히 세계 3위의 아동송출국이다(ISS; International Social Service, IRC; International Research Center Monthly Review No.257 December 2021). 그럼에도 한국은 국제 입양을 민간 기관에 의존해왔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5,6차 최종권고에서 헤이그 국제입양협약의 비준을 고려하고,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할 것을 대한민국에 권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도 이행되지 않았다.

국내 입양의 경우, 친부모-양부모 간의 협의에 의한 민간 입양이 상당수 이루어지는데, 이 경우 입양 부모에 대한 사전 교육이 시행되지 않으며, 입양된 아동은 사후관리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관리체계의 부재는 민간 입양된 아동에 대한 학대, 파양 등의 결과로 이어진다.

정부는 헤이그 국제입양협약을 비준하고, 그 이행법률을 제정해야한다. 또한, 민간 입양된 아동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아동 최우선의 이익 원칙에 따라 모든 아동의 입양 절차와 업무를 국가의 책임하에 수행해야 한다.

6. 학교에서의 아동인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아동복지법 등에 따라 학교에서의 직접 체벌은 금지되었으나 고통스러운 동작을 취하도록 하는 등간접 체벌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간접체벌과 훈육적 처벌을 명확히 금지하지 않고 있다. 한편, 학칙은 학교장 재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현재 학교에서는 용의복장규제, 두발규제 등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학칙이 다수 존재한다.

학교에서 직접 체벌은 금지되었지만 고통스러운 자세를 유지하는 등의 ‘간접 체벌’은 여전하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2022년 3월부터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국 13개 시도의 38곳 학교에서 인권 침해 사례 53건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경북의 한 기숙형 고등학교에서는 기숙사에서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하고, 그 외 전자기기를 지정구역 외에서 사용하면 한 달간 압수하는 학칙이 학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사례도 있다.

그 외에 학업성적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거나, 학생의 동의 없이 소지품을 검사하는 등 학생의 사생활에 대한 자유를 침해하는 학칙, 또는 학생의 미성숙을 근거로 하여 교육을 위해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학칙 등이 많이 존재하나 한국 정부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개선이 크게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 중고등학교가 획일적 제복 착용을 강제하며, 계절과 기간에 따른 옷차림과 외투 착용 등을 규율한다. 부산광역시의 한 사립 중학교에서는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롱패딩을 지양하도록 하고 있고, 같은 지역의 또 다른 공립 직업계고에서는 특정 머리 모양이나 집게핀, 고데기 사용마저 금지하고 있는 등의 사례가 존재한다.

설령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학칙이 있더라도, 현행법에서는 학칙을 학교장의 결정에 따르게 되어 있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학교의 교칙이나 관행을 적극적으로 감독하고 해결해야 하며, 이것을 위해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7.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한국에서는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의 선거운동이 금지된다(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2호). 이 때 ‘선거운동’이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 일체를 포함하기 때문에, 이는 청소년의 정치에 참여할 권리, 의견 및 표현의 자유, 결사 및 평화적 집회의 자유의 침해에 해당한다. 이 조항을 근거로 실제로 청소년이 선거운동에 참여한 것 때문에 경찰의 조사를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한겨레 기사 참조).

그 뿐만 아니라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은 정당 가입을 할 수 없으며, 만 16세부터 18세 미성년자의 경우 정당 가입을 희망할 시 법정대리인의 동의서를 제출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 법적으로 선거권 및 정당 가입 등의 연령 제한이 하향되었음에도, 학교에서 청소년의 정치 활동은 교육부, 학교 관리자에 의해 질서유지와 학습권, 교육권 보장을 명목으로 대부분 제한되고 있다.

선거 연령이 하향되기 전에 존재하던 정치활동 금지에 관한 학칙도 상당수 학교에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는 선거운동과 정당에서의 활동 연령을 제한하는 법률을 폐지하고, 학교에 여전히 존재하는 학생의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제한하는 학칙을 개정하도록 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청소년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교육을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2019년 12월 27일, 국회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우리나라의 선거 연령도 만 18세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청소년의 정치적 참여를 금기시하는 관습은 여전하다.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