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다른 언론사가 보도한 뉴스를 소재로 하거나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을 보고 기사를 쓰는 일부 언론 기사는 으레 선정적인 제목이나 자극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취재한 사건이 아니기도 해서 특정 단어나 표현을 기존 것과 다르게 바꿔 쓰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런 ‘불량 기사’는 보도 윤리나 인권 보호를 고려하지 않아 문제가 심각하다.

△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때, 네이버 콘텐츠제휴로 입점한 언론사는 모바일 편집판 내에서 현 시간 콘텐츠 이용자들이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뉴스, 섹센별 등으로 ‘랭킹’ 뉴스를 서비스한다. 문제는 대다수 ‘랭킹’ 기사가 선정적·자극적이거나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기사라는 점이다. ⒸPexels(랭킹 뉴스 화면은 8/1(월) 오후 5시 58분 기준 조선일보)

제목 장사, 커뮤니티 자극적으로 베끼기 

인하대 캠퍼스에서 숨진 여성 관련 보도는 전형적인 사례다. ‘나체로’, ‘알몸으로’ 등의 선정적이고 불필요한 묘사를 기사의 제목과 내용에 사용한 보도로 사건은 자극적인 성적 행위를 연상하게 했고, 커뮤니티에서 2차 가해에 해당하는 발언이 서슴없이 나오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했다. 대부분 언론은 사건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독자적이고 직접적인 취재는 뒷전에 두고 자극적인 사실이 추가될 때마다 실시간 중계하는데 그쳤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방송 모니터보고서, 인하대생 사망 사건, 선정적·성차별적 ‘미끼질’ 언론의 풍경, 7월 15일).

인하대생 사망 사건에서 특히 자극적인 ‘미끼질’ 행태를 보여준 연합뉴스와 뉴시스. 이 둘은 특히 ‘통신사’로서 다른 언론사에 기사를 공급하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울산 개물림 사고도 언론이 보도할 때 문제가 많았다. 개물림 사고의 위험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 마련에 관심을 두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CCTV 화면을 마치 스포츠 경기에서 비디오 판독하는 장면을 보여주듯 영상을 반복하거나 피해 장면을 강조해 보도한 언론이 있다. 피해자가 아동이라는 점에서 시청자에게 심각한 충격과 불안을 줄 수 있는 내용이기까지 했다. 언론이 커뮤니티에 올려진 영상을 보도하면서 대안 방지책 논의는 뒤로 하고 흥미 위주로 뉴스를 소비하게 만들었다(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방송 모니터, ‘울산 개물림’ 스포츠 비디오 판독하듯, 무엇을 위한 잔혹성 부각인가, 7월 22일).

△ 개물림 사고 피해 상황을 보도한 방송뉴스 네이버 검색 캡처 화면 

‘클릭’ 저널리즘… 7년 전이나 지금이나 

포털 네이버에서 2021년 한 해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살펴본 기자협회보 분석에 따르면, PV(페이지뷰) 상위권 50위 내 기사 대다수는 연예인‧셀럽 관련 사건사고, 온라인 커뮤니티 발 논란, 선정적이거나 성적인 코드가 담긴 뉴스였다. 뉴스가 연성화·저질화됐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는, 뉴스화할 가치가 있는 사건을 독자적으로 취재해 의미 있는 보도를 내기보다 논란이 아닌 것을 논란으로 만들거나 논란을 받아쓴 후 변동 사항을 업데이트하며 뉴스를 재생산했기 때문이다.

‘디스패치, 이태임’으로 구글에서 검색한 모습. 디스패치 기사가 아니라 디스패치 기사를 소위 ‘우라까이'(베끼기)한 허핑턴포스트 기사가 먼저 올라온다. (검색 시각: 2015년 3월 31일 오후 1시 50분 경. 디스패치 기사는 세 번째로 올라왔지만, 화면에선 캡처화면에선 생략했다. 네번째로 올라온 기사는 조선닷컴의 기사다.) 7년 전 모습은 2022년에도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확대 심화하고 있다.

기자협회보 분석 결과 이른바 ‘온라인 대응’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이 상당히 많은 PV(페이지뷰)를 기록했다. 일부 인터넷 언론뿐 아니라 전국지와 경제지 등 주류 언론사가 이같은 뉴스의 생산에 상당하게 기여하고 있다. 포털로 뉴스를 주로 소비하는 이용자들이 더 쉽게, 더 자주 질 낮은 뉴스를 접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각에서는 뉴스 이용자들이 이런 뉴스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그만큼 가벼운 뉴스를 많이 낸다는 항변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뉴스가 저널리즘인가를 고민해 본다면 이용자 뉴스이용 문제로 치부하고 말 일이 아니다.

다른 언론사가 쓴 화제성 기사를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보도나 커뮤니티 발 보도, 중계 위주 보도는 언론 신뢰도나 매체 영향력에 도움 되지 않는다. 선정적인 제목과 흥미 위주 중계식 보도에서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은 중요한 사회 이슈에 사람들이 제대로 진지하게 주목할 수 있는 기회마저 축소한다는 점이다. 깊이 있는 취재를 내보내려는 언론의 노력까지 저해한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인하대생 대자보: 언론이 추구해야 할 보도

캠퍼스 내에서 발생한 성범죄의 경우 언론이 추구해야 할 보도란 무엇일까?

캠퍼스 안에서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 추가적인 노력이 무엇인지 진지한 논의의 장을 여는 것이다. ‘익명의 인하대생’이라고 밝힌 학내 구성원이 “당신의 목소리를 키워 응답해주세요”란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이야기했듯 성별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는 대학 문화에 갇혀 목소리를 제때 내지 못한 주체들이 있다면, 이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어야 한다.

△ 인하대에 붙은 비판 대자보. ‘익명의 인하대학교 학생 A’는 트위터에 해당 대자보 사진을 공유하며 “학우, 시민 여러분들의 연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비롯한 인하대 내 폭력적인 문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행동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합시다.”라고 말했다. Ⓒ트위터 ‘익명의 인하대학교 학생 A’

일부 매체에서 최근 사건 보도를 두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이고 선정적인 묘사를 하지 않거나 성차별적인 제목을 쓰지 않으려고 기사 제목을 바꿨다는 보도가 나왔다. SNS에서는 이미 해당 언론사의 기사 제목과 다른 언론사의 기사 제목을 비교해 캡처해 두고 이 같은 노력을 칭찬하는 호응이 이어졌다. 뉴스 이용자들이 불량 뉴스를 먼저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언론이 제대로 긴장해야 할 때다.

 

[divide style=”2″]

[box type=”note”]

이 글은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언론포커스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의 필자는 김수정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입니다.

[/box]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