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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font=”georgia” fontsize=”33″]Q.[/dropcap]전세(난)의 대안은?
[dropcap font=”georgia” fontsize=”33″]A.[/dropcap]환매보증부 + 4주택 이상 강제수용!

 

1. 현 단계에서 전세는 투기동맹의 매개

전세는 임차인이 다주택자의 레버리지 투자 자금을 대주는 대가로 월세보단 조금 유리하게 살다가, 그중 운 좋은 몇몇(대략 1/3)은 주거사다리를 올라가고, 나머지는 주거 미끄럼틀에서 굴러떨어지는 시스템이다. 전세 임대인은 세입자를 어여삐 여겨 주거 사다리 오르라는 배려가 아니라, 자기가 목돈이 필요해서 월세 대신 전세를 놓는다. 어쨌든 다주택자가 있어야 전세가 있고, 이 다주택자가 목돈이 필요한 상태(어딘가에 투자하려는 상태)여야 월세 대신 전세를 놓는다.

다 잡을 수 없는 두 마리 토끼 

그러니 전세를 살리려거든 다주택자의 시세차익 추구를 인정하며 국민의 양해를 구하던가, 다주택자를 잡으려거든 전세도 흔들릴거라고 국민의 양해를 구하던가 해야지, 둘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다주택자를 규제하면서 '동시에' 전세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주택자를 규제하면서 ‘동시에’ 전세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건 불가능하다.

한편 ‘주임법'(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아니었어도, 투기가 아니더라도, 도시화 포화로 레버리지 투자의 새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저금리가 지속되면 목돈은 가져 봤자다. 이런 배경에서 슬슬 전세를 이자율보다 높은 전월세 전환율로 (보증부)월세로 전환하는 흐름은 계속될 것이다(3기 신도시가 투자-투기와 전세 모두에 약간의 숨통은 되겠지만).

전월세 전환율 규제? 바람직하지 않다 

전월세 전환율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자율과 똑같이 하라는 것도 곤란하다고 본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 때는 없던 리스크로서) 월세는 미납 리스크가 있고, 공실 리스크도 전세보다 커서, 이자율보다 높은 전세→월세 전환율을 곱해서 월세를 받아야 한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월세 때는 없던 리스크로서) 전세금을 떼일 우려가 있다. 이 리스크는 월세에 ‘일반 시장 이자율의 역수’를 적용해서 나온 금액보다는, 이자율보다 높은 전월세(월세→전세) 전환율의 역수로 곱해서 나오는 (이자율로 했을 때보다 적은) 액수로 전세보증금을 책정하는 데 반영되었다.

전세가 월세가 될 때는 전월세 전환율이 낮은 게 임차인에게 좋지만, 월세가 전세로 될 때는 그 비율이 높은 게 임차인에게 좋다는 말이다.

어쨌든 전세는, 주거 사다리였든, 불평등의 증폭기였든, 서서히 축소될 운명이다. 월세로 바뀌는 부분에 관해선 보증금이라는 채무를 상환하는 측면도 있으니 전월세 상한제 같은 거로 규제하기도 어렵다. 돈 빌린 사람이 갚겠다는데 어떻게 막아? 조기상환수수료를 물릴 수도 없고.

그럼 서민의 주거 안정에 일익을 담당했던 전세 수요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전세는 이제 점점 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어쨌든 전세는 서서히 축소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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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호텔 리모델링’ 전세 대책

참고로, 엊그제 발표했다가 이런저런 비판받고 있는 ‘호텔 리모델링’으로는 전세 수요를 제대로 소화할 수는 없다. 제한된 물량이나마 호텔 리모델링이 필요한 이유는 따로 있겠지만, 주로 원룸 위주로 공급될 것이기에, 기존 전세 수요 흡수에는 한계가 있다. 사실 월세 가구 대책이 더 시급한데 이에 관해선 다른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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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세 수요 대책? 환매보증부로 흡수하자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의 장점은 세 가지다.

  1. 강제 저축 효과: 월세는 돈이 사라진다. 전월세 전환율이 시장이자율보다 높으니, 전세보증금이 모자라도 그만큼을 월세로 하기 보다는 전세대출을 받아 들어가서 대출금을 갚아 나가면 돈이 모인다.
  2. 상대적 주거 안정: 월세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할 수 있다. 그 대신 돈(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험은 있다.
  3. 이동성 보장과 환금성: 확정일자를 받아야 하고 ‘깡통 전세’의 위험 등등이 있지만, 팔고 이사가고 싶어도 매수인이 안나타나면 발을 묶이는 자가 소유보다는 ‘엑시트’가 편하다. 물론 이동성 보장은 월세가 더 유리하긴 하지만. 참고로, 아파트가 인기가 있는 이유 중에는 주거 편의나 시세 차익도 있지만, 규모의 경제로 인해 이사가고 싶을 때, 또는 ‘엑시트’해서 차익을 실현하고 싶은 때 매수인·승계인을 구하기 쉽다는, 이동성 보장과 환금성이 크다는 점도 있다.

이는 ‘환매보증부(환매조건부)’ 주택의 성격과 통한다.

  1. 강제 저축 효과: 시세의 70%로(이 비율은 정하기 나름. 암튼 월세처럼 사라지는 돈이 아님) 집을 사는 대신 나중에 공공에 되팔아야 하는데
  2. 상대적 주거 안정: 원하는 만큼 지내다가 (내 집이다)
  3. 이동성 보장과 환금성: 나가고 싶을 때 나갈 수 있다(반드시 되사준다. ‘엑시트’가 보장된다.)

지분이 있다는 게 전세와 다른 점이니 원금만 가져나가는 게 아니라 시세 차익도 약간은 인정해 주도록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 그러면 ‘내 집이 아니어서 거주자들이 집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공공 임대의 단점도 극복할 수 있다. 그 대신 거주자는 전세일 때는 안 내도 되었던 몇 가지 세금을 내야 한다. 내야지. 시세 차익의 지분 주장하려면. 그리고 전세와는 달리 떼일 염려가 없고, 다음 세입자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질질 끄는 이야기도 안 하는데, 보증금반환보험 수수료 내는 셈 치고라도 세금은 내자.

싱가포르는 환매 의무를 강조해서 환매’조건’부라고 부르고, 네덜란드는 되사주는 것을 보증한다고 환매’보증’부라고 하지만 사실 같은 제도다. 네덜란드는 집값이 떨어져서 시장이 얼어붙었을 때 도입했다. 나중에 이사갈 일 생겼는데 안 팔릴까봐 못 사는 사람들에게 ‘되사주는 거 보증할테니 걱정말고 사라’는 취지였다. 지분만큼 이익도 손해도 공유하는 ‘사회적 소유’라고도 불렀다.

네덜란드는
네덜란드는 거래가 위축되고 시장이 얼어불었을 때 ‘환매보증부’ 주택제도를 도입했다.

LH 사장님은 ‘환매조건부’(‘환매보증부’)라는 어감이 낯설고 딱딱하니 ‘지분공유형’이라고 부르시는데 본질은 같은 것이다. 의무보다는 지분을 강조해도 되고, 팔고 싶을 때는 공공이 반드시 적정가로 사줄 거라는 걸 강조해도 된다.

그리고 이 70%도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서는 지분적립형으로 제공해도 된다. 정부와 서울시가 계획하는 지분적립형 주택은 집값의 20-25%부터 차근차근 적립하는 것으로 설계 중이다. 적립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적립분만큼 덜 내면 월세로 사는 형태가 된다.

  • 이 과정을 중간에 공동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법인 등이 지역사회 기반 수요맞춤형으로 매개해주면 사회주택이고,
  • 멀리 있는 공기업이 프로페셔널하고 망할 염려는 없지만, 좀 딱딱하게 해주면 공공주택이며,
  • 마음씨가 좋거나 혹은 나쁜 다주택자가 해주면 민간 임대주택이고,
  • 은행이 비싼 이자받고 해주거나 부모님께서 해주시는게 기존의 자가 소유 주택이다.

사심이 가득한 설명이고, 사실은 다 장단점이 있겠다만, 이 글의 주제는 아니니까… (‘고마운 다주택자: 유동화 매개의 중요성 – 4. 사회주택은 다르다? 참조).

3. 그럼 공급은 어떻게? 4주택 이상 강제수용! 

건설 임대, 매입 임대를 이렇게 환매보증부로 공급하면 전세의 장점을 이어받고 단점은 극복할 수 있다. 시세 차익을 추구하지 않으면 공급자 입장에서도 전세가 좋을 이유가 없다. 보증금에 관해 이자 수익만 얻는 수준에서는 수선비 들이기도 어렵고, 회계상 부채로 기록되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도 항상 불리하게 나오는데, 이건 이거대로 회계시스템을 고쳐야할 필요가 있다.

건설형 공공임대나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은 공급에 시간이 걸리지만, 기존 주택 매입 임대는 상대적으로 빨리 공급이 가능하다. (미친 척 하고?) 4주택 이상은 강제수용해서 공급해도 될 것이다. 2주택 3주택자는 버퍼존(완충지역)으로 두되 개인사업자로서도 임대등록을 의무화하고.

4주택 이상의 주택에 관해서만 (제가 이렇게 관대합니다!) 임대사업 ‘법인’으로 의무화하고, 임대료 규제 따르면 임대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게 좋다. 그것도 싫다면? 그러면 수용해야지. 토지도 수용해서 신도시 만들겠다고 민간 건설사에 팔기도 하는데 주택은 왜 안 돼?

(미친 척하고?) 4주택 이상은 강제수용해서!
(미친 척하고?) 4주택 이상은 강제수용!

그리고 다주택자 밉다고 세금으로 때려잡겠다 나서도, 임대료에 조세 전가하면 세입자만 피 본다. 기재부는 그러거나 말거나 세수만 늘리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법인으로 감독 받고, 임대료 규제 따르는 임대인에게는 정부가 인센티브 주는 게 세입자 입장에서는 낫다. 불로소득이라고 악마화할 일이 아니다. 사실 집을 짓거나 지은 집 인수해서 관리하고 하는 것도 제대로 하려면 품이 꽤 아주 많이 상당히 드는 일이다.

무엇보다, 그런다고 팔지 않고 ‘정권 바뀌어라’ 하며 버티는 것도 문제일 수 있지만(그럴 힘이 충분히 있으시다 그분들은), 매물로 나온다 한들 소수를 제외하고는 그걸 살 수도 없다는게 더 큰 문제다(그럴 구매력이 충분히 없다 대다수는). LTV(담보인정비율)[footnote]LTV(Loan to Value): 담보인정비율; 주로 주택담보대출의 대출가능금액[/footnote], DTI(총부채상환비율)[footnote]DTI(Dep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footnote] 완화해줘도 안정된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 대출받아 집사는 건 불가능하고, 노동이 유연화될수록 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footnote]고용안정은 다른 주제다. 하지만 최소한 경제 발전을 위해서 노동이 유연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대출 받아서 자가소유자 되기’를 주거 문제의 보편적인 해법으로 주장해서는 곤란하다.[/footnote]

4주택 이상만 수용해도 물량이 어마어마하다. 2019년 주택소유통계를 살펴보자. 가구 수로 보는게 더 정확하겠지만 편의상 사람수로 계산했다. 공동소유의 경우 과다·과소 계상될수 있으니 이 수치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 어림셈이라고 봐 주시면 좋겠다.

  • 총 주택수는 1,813만호
  • 1주택자가 1,205만 명
  • 2주택자가 172만명이니 344만호.
  • 3주택자가 28만명이니 이들의 주택은 84만호

그럼 총 주택수에서 1,205만호, 344만호, 84만호를 빼면?

  • 4주택 이상 소유자의 주택 수는 180만호
  • 4주택 소유자는 7만4천 명
  • 5주택 이상 소유자는 11만7천 명
  • 따라서 4주택 이상 소유자는 7만 4천명 + 11만 7천명 = 대략 18만 명
  • 이들의 주택 수를 3주택으로 제한하면, 이들이 계속 가질 수 있는 주택은 54만호.
  • 180만호에서 54만호를 빼면 126만호.

즉, 현재 4주택 이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3주택까지는 여전히 가지고 있게 해주는 ‘너그러운’ 방식으로 접근해서 4주택 이상의 주택만 수용해도 126만호가 확보된다는 이야기다. 공동 소유자 수로 주택 수가 과다 계상되었다면 실제는 더 많이 확보할 수도 있다.

혹은 더 관대하게 4주택 소유까지도 허용하고, 5주택부터만 수용해도 무려 180-(18×4)=108만호나 확보할 수 있다. 4주택까지 허용하고 108만호를 확보할지, 3주택까지 허용하고 126만호를 확보할지 결정하는 것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으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력과 동기부여를 위해서’ 까짓거 4주택까지도 성실하게 돈을 버신 분들이 정당하게 신고하고 소유할 수 있도록 해주고 100만호 정도만 확보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2020년 11월 19일), 정부의 24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고, 전셋값 상승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출처: Joop, "Korean appartments", CC BY) https://flic.kr/p/5HUzXX
오늘(2020년 11월 19일), 정부의 24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고, 전셋값 상승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제 정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출처: Joop, “Korean appartments”, CC BY)

각종 민원과 예산과 부지확보의 제약 속에서 꾸역꾸역 공급해온 2018년의 장기임대(영구+공공+국민 임대) 총 재고가 85만3천호인 것과 비교해 볼 만하다. 물론, 이건 ‘신규 건설’이고 4주택 이상 수용으로 확보하는 건 신규 건설은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야한다. 신규 건설 공급도 필요하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를 줄여야지요.

문제는 4주택 이상 소유한 이들이 가진 주택이 입지나 면적이 어떤가 하는 것. 현재 이미 거기서 누가 전세로 살고 있다면 전세 소요와 대체로 일치하겠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다. 총량으로만 접근하면 안되고 공간인지적, 수요인지적 관점이 항상 필요한 이유다. 그러니 정부는 다주택자 소유주택 통계를 이런 저런 측면 모두 보기 쉽게 공개하라!

이 주택들을 수용할 돈? 국채를 발행(…) 이 아니라 (뭐 못할것도 없지만,) ‘전세를 안고’ 사면 현재 집값에서 전세가격 만큼 뺀 ‘갭’만큼만 주면 된다. 그것도 일시불이 아니라 분납으로 줘도 4주택 이상 소유자들의 생계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다. 어차피 미래의 시세차익을 기대하면서 전세를 놓으신 분들이라면 매달의 현금흐름이 더 반가울지도. 안그래도 임대차법 때문에 월세로 전환하신다는 분들에겐 더더욱.

그리고 이 주택들을 환매보증부 지분적립형으로 공급하면 된다. 기존 세입자 승계하고, 그들이 전세를 더 원한다면 전세로 유지하고(당장 보증금 안 내줘도 되니 뭐). 환매 기간이 5년으로 제한된 민법을 개정하는 등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지만, 시스템이 돌아가고 주택 부문에 유의미한 역할을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 주택청이든 뭐든 신설되면 이런 일 해라. 나 청장 안 시켜줘도 박수쳐 줄게.

그렇게 솔직하게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시라. 다주택자도 잡고, 전세도 안정시키겠다는,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찾는 소리는 그만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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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토지임대부 분양 주택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주택의 경우도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토지 가격이 안 들어가면 현재 전세가보다도 저렴하게 집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지 임대료가 발생하고 무엇보다 30~40년 뒤 건물 가치가 감소하면 빈손으로 나가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지금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지상권 개념 등을 활용해서 토지임대기간이 끝나면 당시의 거주자들에게 일정한 권리를 주게 설계되는데, 이건 또 특혜시비가 일어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시세차익을 개인이 가져가는 수가 있다. 차라리 환매보증부로 되사주고 (사실은 조건부라서 되파는 게 의무고) 시세차익은 약간은 보장해주되, 나머지 차익은 공공이(사회가) 환수하는 개념으로 받아서 다음 거주자에게 또 싸게 넘겨주는 게 좋겠다.

토지임대부 제도는 공동체 협동조합 등이 ‘시민자산화’를 할 때 당장 토지가격까지 다 부담하기 어려울 경우 공공토지를 임대해서 쓰다가 어느 시점에서 토지까지 소유하는 방식에 활용하는 것이 좋지, 개별 입주자에게는 ‘빈털터리로 만들거나 그걸 막으려다가 결국 토지를 싸게 넘겨버린 셈이 되거나’ 할 우려가 있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제도가 더 진화하면 이런 우려가 불식될 수 있겠기에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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