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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키워드는 외로움과 따뜻함: 윤덕환 인터뷰

올해로 벌써 세 번째다. 윤덕환 박사를 만났다. 그와 세상이 움직이는 속도에 관해, 그 세상 속 사람들의 마음이 향하는 어떤 방향과 그 경로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그리고 올해는 외로움에 관해, 사람들의 결핍이 만든 욕망과 그 항체로서 존재하는 소망에 관해, 그리고 무엇보다 이 지리멸렬한 존재들 모두를 감싸줄 따뜻함에 관해 이야기했다.

  • 인터뷰이: 윤덕환 (심리학 박사, ‘2020 트렌드모니터’ 저자)
  • 인터뷰어: 민노씨
  • 2020년 1월 22일(합정동 근처 식당과 카페), 3월 12일(전화)
올해로 벌써 3년째, 윤덕환 박사

올해로 벌써 3년째, 윤덕환 박사

 

= 벌써 세 번째다.

그러네.

= 세월이 너무 빠르다.

행동을 집중하게 해주니까 단기로 목표를 세우는 편인데, 원래 계획대로 잘 안되는 게 인생이구나, 그걸 받아들이는 게 인생이구나, 느낀다. 목표를 어떻게 성취하느냐가 아니라 결과에 이르는 과정까지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 나이를 먹으면서 자기 연민이나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 같은, 예전에는 아주 애써 무시하거나 경멸했던 감정을 내버려둔달까,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집착은 덜 해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교수가 되는 걸 포기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겸임교수로 7년… 인천에 있는 대학에서 강의했는데, 재임용 요청은 있었지만, 고사했다. 너무 멀다. 강의하러 가면 하루가 금방 사라져버리니까. 강의가 있는 날에는 그 강의로만 하루 7시간을 써야 한다. 거기에 과제도 내고, 시험 출제도 하고, 또 채점도 해야 하니까. 학교 강의를 좋아하지만, 그만 뒀다.

= 인생 목표가 교수였나?

그건 아니었고, 돈 많이 벌어서 잘먹고 잘사는 거.

= 공부하는 것과 돈 버는 일은 서로 친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때는 공부 많이 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줄 알았지(웃음).

= 여담은 이쯤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자. 

그러자.

 

자기 통제와 정치적 효능감 

 

= 트렌드 전문가로서 작년(2019)에 전망했던 것들 중에서 ‘이건 맞췄다’ 싶은 건 뭔가.

자기 통제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욕망, 경향이 강해질 것으로 말했는데, 작년(2019년)에는 정말 그런 경향이 많이 드러난 것 같다.

=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좀 더 정확히 설명하기 위해선 그 과정과 일련의 흐름을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2016년 전망의 핵심은 ‘집’이었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 것으로 예상했고, 집에 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일반인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에 대리만족하는 현상이 일반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7년의 키워드는 ‘욜로’였다. 집에 머물다보니 타인·가족보다 자기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사람들을 위한 트렌드가 필요해지고 그걸 상징하는 게 ‘욜로’일 것으로 봤다.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여행프로그램이 크게 흥행했다.

2018년을 전망하면서 나는 ‘1인 체제’를 이야기했다(→ “1인 체제” 개인화된 사회성의 출현). 자기 시간을 자기 스스로 채우는 활동들이 늘어나고, 그런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

2019년‘자기 통제의 확장’이라는 경향성을 주목했다(→ 2019, 변화를 위한 세 가지 조건).

= 자기 통제의 확장? 예시하면? 

가령 회사원이라면, 출퇴근 시간을 재구성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는 1인 체제가 공적 영역으로 확장하는 징후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시키는대로 따랐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출근시간이나 퇴근시간을 조절, 협상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한 탄력근로제나 선택근로제 논의도 이런 경향을 반영한다.

이런 경향성은 정치 부문에서는 ‘국민청원’ 등에 올라온 의제들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국민청원에 올라온 의제들을 보면 ‘공동체(전체)’의 의제라기보다는 ‘청원자(개인)’의 필요과 욕구가 깊이 관련된 정책적 이슈를 제기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의 정치적 효용감을 높이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 ‘효능감’이라는 말이 좀 낯설다. 개념적으로 정의하면.

심리학 용어다.  자신감을 포용하는 개념으로, 직접 경험을 전제로 한 근거 있는 자신감. 자신감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내용을 가진 감정이다. 대중이 단순히 각성 차원이 아니라 일상을 통제하고, 그 통제를 통해 효능감을 높여왔다고 본다.

= 그럼 ‘정치적 효능감’은? 

특히 촛불과 탄핵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체험을 축적하면서 정치적 효능감이 특히 높아졌다고 본다. 이제 개인이 자신의 호불호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취향 소비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현상이 관찰된다. 정치적 견해도 여기에 포함된다.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의 모습. (2016. 11. 19. 광화문, 사진 제공: 옥토)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의 모습. (2016. 11. 19. 광화문, 사진 제공: 옥토)

 

YZ 세대: 똥과 공정함

 

= 정치적 효능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젊은 세대는 특히 ‘공정성’에 관해 아주 민감한 것 같다. 

인슐라(insula; 섬엽)라는 게 있다. ‘뇌의 섬'(혹은 ‘뇌섬’)이라고 불린다. 인슐라라는 말 자체가 라틴어로 ‘섬’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똥과 오줌을 보면서 혐오스럽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도 인슐라 때문이다. 일부 신경과학자들은 ‘양심’이 존재하는 곳이라고도 한다.

= 갑자기 웬 인슐라? 

인간은 ‘불공정함’을 접할 때 똥오줌을 보면서 느끼는 것과 같은 혐오감을 느낀다. 그만큼 민감하고 원초적인 감정이다. 불공정한 것은 똥오줌과 같은 것이다.

인간은 불공정함을 접할 때 똥오줌을 대하는 것과 같은 혐오감을 느낀다.

인간은 불공정함을 접할 때 똥오줌을 보면서 느끼는 것과 같은 혐오감을 느낀다.

= 그래서 젊은 세대의 공정성 추구는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나. 

예전 선배 세대들이 말하는 청년세대라고 하면, 사회 정의, 공동체, 민주주의, 진보… 이런 이미지를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청년들은 공정성에 아주 민감하다. 하지만 그 공정성은 공동체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자기 이해관계에 민감한 공정성이다. 즉, 자기 이해(관계)적 공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Y 세대)1Z 세대2는 더 공정함에 민감하다. 즉, 이들은 ‘얼터메이텀 게임'(아래 박스 설명 참조)에서도 5:5를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심지어는 가족 구성원에게도 공정함을 강하게 원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최후통첩 게임’이란? 

‘얼티메이텀 게임'(Ultimatum game; ‘최후통첩 게임’)은 게임이론에 나오는 게임 중 하나로 실험경제학에서 사용하는 방법론이다. 이 게임에는 두 명의 참여자(1번, 2번)가 등장해 돈을 분배한다. 1번 참여자는 각자 얼마씩 가질지(분배)를 제안할 수 있고, 2번 참여자는 1번 참여자의 제안을 수락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1천 원짜리 10장(즉, 1만 원)을 1번 참여자가 분배한다고 가정해보자.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1번 참가자는 자신은 9천 원을 가지고, 2번 참여자에게는 1천 원만 주도록 분배하는 게 이익이다. 왜냐하면 2번 참여자는 1천 원이라도 가지려면 1번 참여자의 제안을 수락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예 없는 돈이 생기는 것이라 2번 참여자는 경제학적인 합리적 관점에서는 1천 원이라도 수락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실제 실험에서 제안자(1번 참여자)도 5:5(각자 5천 원씩)로 제안하는 비중이 50% 이상이고, 6:4, 심지어 7:3까지 제안한 사람을 합치면 거의 80%에 달한다. 그리고 수용자(2번 참여자) 측에서는 1:9 제안의 거절 비율은 50%가 넘었고, 2:8 제안은 20%가 거절했다.

즉, 제안자는 자신이 많이 가져야 이익인데, 수용자에게 더 많은 비율로 나눠주려고 했고, 수용자는 1천 원이라도 수락해야 이익인데, 자신에게 낮은 비율로 배분하면 불리하다고 생각해 그 제안을 거절했다.

얼티메이텀 게임에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는 앞서 살펴본 ‘인슐라’ 즉, 뇌섬 때문이다. 즉, 인간은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면서까지 ‘공정함’을 추구하려는 ‘뇌’를 가진 것이다.

물론 사회적인 영향도 작용한다. 공동체성이 강한 집단, 가령 두레나 품앗이가 발달한 마을에서는 5:5를 제안하는 비율이 높고, 개인주의가 발달한 도시일수록 1:9를 제안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편집자, 위키독 ‘최후통첩 게임’, 위키백과 ‘최후통첩 게임’에서 참조 및 발췌 인용)

"전개형 게임으로 최후통첩 게임을 나타낸 그림. 1번 참여자는 공평(F) 또는 불공평(U)한 제안을 할 수 있다. 2번 참여자는 수용(A)하거나 거절(R)할 수 있다."(위키백과 '최후통첩 게임'에서 인용,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https://ko.wikipedia.org/wiki/%EC%B5%9C%ED%9B%84%ED%86%B5%EC%B2%A9_%EA%B2%8C%EC%9E%84#/media/%ED%8C%8C%EC%9D%BC:Ultimatum_Game_Extensive_Form.svg

“전개형 게임으로 최후통첩 게임을 나타낸 그림. 1번 참여자는 공평(F) 또는 불공평(U)한 제안을 할 수 있다. 2번 참여자는 수용(A)하거나 거절(R)할 수 있다.”(위키백과 ‘최후통첩 게임’에서 인용,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나.

옳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장려할 수도 없고, 옳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왜냐면 자기 관련적 공정성만 주장하면, 전체적인 맥락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왜 이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보나. 

맥락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까. 텍스트에 대해선 이해하는데 컨택스트(맥락)를 이해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 (환경적) 원인은 뭐라고 보나. 

맥락이 배제된 문자 소통이 그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 모바일이 일상화하면서?

그렇다. 십대는 8:2 수준으로 문자 소통이 일상화했다. ‘단답형, 축약형 소통’이다. 충분하게 자신의 감정과 맥락을 전하려면 좀 더 길어져야 하는데, 그런 걸 답답해 한다. SBS 스페셜 [난독시대](2019. 7. 21.)가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 비대면 선호 경향에 관해선 어떻게 보나. 

경향이 뚜렷히 존재한다. 키오스크(kiosk; 무인 디지털 단말기)에 대한 태도는 세대를 나누는 아주 명확한 기준이다. 하지만 그 기준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쉬운 기계에 대한 숙련도와는 상관이 크지 않고, 오히려 자기의 선호의 선명도와 관련이 더 깊다.

= 선명한 자기 선호? 

제트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키오스크를 더 잘 쓰는 건 이들의 선호도가 다른 세대보다 아주 뚜렷하기 때문이다. 한 두번 불편할 수 있지만, 그래봤자 키오스크다. 오히려 얼마나 선호가 선명한지에 따라 그 편의성이나 사용도가 달라진다.

= 비대면 선호 경향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나. 

그렇다. 문자 소통을 선호하고, 최저임금이 높아지면서 소매점에서 키오스크는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의 키워드는 ‘외로움’ 

 

2020 트렌트 모니터 (최인수, 윤덕환, 채선애, 송으뜸 ㅣ 시크릿하우스 ㅣ 2019) http://www.yes24.com/Product/Goods/80225962

2020 트렌트 모니터 (최인수, 윤덕환, 채선애, 송으뜸 ㅣ 시크릿하우스 ㅣ 2019)

= 책에서 2020년의 화두를 ‘외로움’이라고 했는데.  

집, 욜로, 1인 체제,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의 확대…. 그 과정을 보면 점점 더 자기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걸 알수 있다. 내가 원하기도 했지만, 그 결과로 경험한 감정… 그것은 결국 ‘외로움’이다.

= 이 외로움은 어떻게 흘러갈까. 

물리적인 고통을 주면 활성화하는 뇌 부위와 고립감을 주면 활성화하는 뇌 부위는 서로 같다. 물리적인 폭력 만큼 외로움은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고통이다.

= 그래서?

그러니까 지속적인 외로움은 불가능하다. 그걸 견뎌낼 수는 없다. 어떤 식으로는 방향을 틀 거다.

= 방향을 튼다? 

‘리바운드’된다는 의미다. 즉,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나타날 거다. 사회적 자원, 돈과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모임을 재구성하려고 할 것이고…

= 사회적인 자원(돈과 시간)이 없는 사람은? 

그걸 상징하는 영화가 있다. [조커] (2019)다. 국내에서도 20대를 중심으로 굉장히 흥행에서 성공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사회적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은 유튜브나 1인 미디어로 더 매몰될 가능성이 크다.

조커 (2019, 토드 필립스)

조커 (2019, 토드 필립스)

= 영화 속 ‘조커’처럼 폭력적인 방식으로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나.

매우 크다. 이제 외로움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영국은 “외로움을 사회적인 질병으로 간주”하고, 외로움에 관한 주무부처(‘Minister for Loneliness)를 설치했다. 일본과 호주에서도 관련한 움직임이 있다.

외로움에 관한 정책 입안을 주도하다가 2016년 극우 성향 남성에게 살해당한 조 콕스 당시 노동당 위원(Helen Joanne Cox, 1974. 6. 22~2016. 6. 16, 향년 41세, 출처, jocox.org.uk) 출처, jocox.org.uk http://www.jocox.org.uk/2015/11/25/pressure-forces-chancellor-u-turn-on-police-cuts/)

외로움에 관한 정책 입안을 주도하다가 2016년 극우 성향 남성에게 살해당한 조 콕스 당시 노동당 위원(Helen Joanne Cox, 1974. 6. 22~2016. 6. 16, 향년 41세, 출처, jocox.org.uk)

=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겠네.

그렇지. 고립된 사람들이 공격성을 드러내는 방식이 더 위험하다. 그들은 위협적이지 않은 상대적인 약자를 고른다. 동물이나 노약자. 그런 의미에서 애완동물에 대한 공격에 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 정책적인 관점에서 말하면. 

국가적 문제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정책적인 관심이 절실하다. 관공서에서는 ‘문구 하나라도 따뜻하게’ 고쳐쓸 필요가 있다. 페미니즘이나 성별이나 이런 것을 떠나 그저 내 표현으로 말하면, ‘모성애’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회다.

= 설리와 구하라의 죽음에도 그 ‘사회적인 질병’으로서의 외로움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러니까 한국 특유의 포털 시스템과 공생하는 소위 ‘기레기’ 언론의 ‘악플 생태계’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적극적인 가해자들 중 하나(적어도 공범)인 것 같고, 그 가해 구조에서 이들(설리와 구하라)이 벗어날 방법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가십으로 소비하고, 이를 조장했던 ‘기레기’ 언론의 기사를 읽는 악플러들은 인터넷에서 마치 일대일 관계를 상상하면서 이들을 공격했을 텐데, 그 악플러의 판단 근거들을 보면 아주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것들이다. 그러니 악플러들은 자신의 편향된 생각을 ‘교정’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주변에서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일인체제의 부정적인 산물로 보인다.

= 외로움의 시대, 부정적인 가치평가가 내재된 표현인가.

그렇다. 진짜 사람과 소통이 필요하다.

= 책이나 게임으로 소통하면 안 될까.

안 된다.

= 어떤 것이 충족되지 않나. 책을 예로 들면.

외로움을 달래려면 충분한 공감이있어야 한다. 정혜신의 책(‘당신이 옳다’)에 보면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장 공감했던 체험을 서술한다. 그건 공감의 끄덕거림, 눈물 한방울, 손 한 번 잡아주는 것, 잘 때 이불 한 번 덮어주는 것… 그런 것들이었다고 한다. 텍스트로 공감하는 건 어렵고, 비언어적인 공감이 훨씬 중요하다.

 

양준일과 비빔면

 

= 양준일 현상은 어떻게 보나.

‘뉴트로’다. 레트로는 레트로인데 새로운 레트로(김난도). 양준일은 뉴트로를 대표하는 현상이다.

= 그렇다면, ‘뉴트로’의 조건은 뭘까. 

90년대 중반 이후 제트 세대가 어떻게 느끼는지 중요하다. 제트 세대가 선택해야 뉴트로다.

= 제트의 선택? 

10대 후반 20대 초반에게 양준일은 복고가 아니라 그냥 새로운 아이템이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트 세대는 부모와의 관계가 아주 좋은 편이다. 제트 세대와 부모와 공명이 일어나고, 그래서 흥행하는 게 양준일과 비빔면이다.

팔도비빔면 출시 35주년 기념 제품 '팔도네넴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1주일 동안 판매하려고 계획했던 물량 1만 5천 세트를 23시간 만에 완판했다.

팔도비빔면 출시 35주년 기념 제품 ‘팔도네넴띤’. 한 2019년 2월 온라인 쇼핑몰 이벤트를 통해 1주일 동안 판매하려고 계획했던 물량 1만 5천 세트를 23시간 만에 완판했다.

하지만 해피라면은 실패했다. 제트 세대가 별로 재밌어 하지 않은 거다.

= 부모 세대와의 공명은 얼마나 중요한가. 

부모 세대와의 공명은 아주 아주 중요하다. 가령 ‘트롯’ 열풍도 그렇다.

= 트롯은 5060이 좋아하지 않나. 

제트 세대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청년층의 참여가 역시나 ‘공명’을 일으켰다고 봐야 한다. 우리집에서도 15살 딸도 ‘아모르 파티’를 좋아한다. 노래방 가서 부른다.

= (마케팅) 유도인가 (자발적인) 주도인가.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도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지속하지는 않을 것 같다.

= 올해도 뉴트로는 중요할까.

그렇다. 유행이라는 현상이 주기가 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 가정해서, 양준일이 10년 전에 복귀했다면 실패했을까. 

양준일은 약 30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20년만에 나왔다면? 글쎄… 2010년 만해도 ‘가성비’를 따지지 않았던 시대다. 검색이 일상화한 시대는 2015년 이후고, 20년 전이라면 아직은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이 컸던 시대다. 양준일 현상은 정보를 자기주도적으로 소비하면서 ‘발견’한 케이스에 가깝기 때문에… 실패했을 가능성도 크다.

= 그럼 슈가맨(JTBC)은 ‘방아쇠’ 역할 정도로만 보는 건지

그렇다.

= 양준일은 앞으로도 승승장구할까.

어떻게 활동하느냐에 달려 있을 텐데, 양준일의 91년 스타일은 지금 봐도 독특하고 디테일이 있다. 패션은 올드하지 않고, 음악도 차별화된 개설이 있다. 춤도 독특한데, 자유롭지만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느껴진다.

 

코로나19: 모든 것이 멈추다 

 

= 코로나 영향은 없나. 

강의가 많이 취소됐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많이 읽게 되는 것 같다. 나 같이 회사에서 월급 받는 경우는 별 영향이 없지만, 프리랜서로 강의하시는 분들은 많이 힘들다고 토로한다.

= 트렌트 전문가로서 코로나 사태를 어떻게 보나. 

스마트폰 사용을 칭송하고, 온라인 공간을 인간관계 변화의 도구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 (오프라인에) 모이지 않으면 경제가 멈춘다는 걸 우리는 생생하게 목격했다. 즉, 오프라인 기반이 무너지면 온라인도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 신천지에 관해선 어떤 생각인가. 

신천지의 포교 방식은 종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공유와 나눔을 통해서 개인의 일상 속에 조금씩, 서서히 파고드는 방식인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일상이 외로운 노인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위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결국 그런 분들의 일부가 결과적으로 전염병의 희생양이 되어가는 형국이라 안타깝다.

= 소위 ‘보수언론’과 야당에서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시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느껴지는데… 

특히 대중이 현재 가지고 있는 집단적인  불안과 분노를 수단 삼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공공의료가 붕괴했다거나 굳이 ‘코로나19’를 ‘우한 폐렴’으로 고집하는 등의 정치적 프레이밍은 안쓰럽다. 외신과 우리나라 보수 언론의 태도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 정부 당국의 대응을 평가한다면. 

정부가 잘하는 점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투명한 정보를 내보내려고 애쓴다는 점이다.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으면 국민들은 각자의 개인 채널을 통해서 편향된 정보를 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개인적으로 YTN에서 구로 콜센터 감염 확산을 “제2의 신천지”라고 표현하는 게 너무 감정적이고, 선정적으로 느껴졌다.  

이성적으로 객관적으로 분석하거나 평론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보인다. 사태가 진정이 되면 자기 감정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 마스크

= 코로나19는 외로움을 더 심화할 것 같은데. 

물리적으로 외로우니까 사태가 진정되면 더 강렬하게 사회적인 관계를 원할 것 같다. 그럴 가능성은 있어 보이는데, ‘신천지’와 같은 존재 때문에 쉽게 사람을 믿을 수 없는 딜레마가 있다.

그래서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관계, 좀 더 신중하게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질 것 같다. 신중하게 만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 온라인에서의 가벼운 인간관계에서 좀 더 절차를 거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즉, 오프라인에서 좀 더 만나거나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 않을까.

= 신천지 때문에 사람을 못믿게 된다? 

인간 관계에 위계가 좀 더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신천지 교인 명단을 조사하면서, 교인인 줄 몰랐던 사람들이 폭로되는 현상을 보며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들어줬던 사람들이 사실은 포교 목적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신천지 교인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신뢰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 언론을 통해서 접한 간접 경험이지 다수가 직접 신천지 교인의 포교 대상인 건 아니지 않나. 

지금은 뉴스의 기능이 극대화된 상태다. 평소에는 오프라인을 통해서 다양한 해석이 가해지는데, 지금은 물리적으로 개인이 고립돼 있고, 그 상태에서 개인에게 뉴스가 던져진다. 평소 오프라인 공론장에서 다양한 의견으로 접할 수 있는 뉴스의 강도나 파괴력이 아니다. 그 기능이 극대화한 상태라서 그 영향(트라우마)도 강하다.

= ‘외로움’에 관해 이야기하다보니 최근 [골목식당] (SBS)의 ‘백반집 아주머니’의 따뜻함이 더불어 떠오른다. 

사람들 많이 먹고, 맛있게 먹고, 그런 모습을 보고 흐뭇해 하는 엄마 같은 모습. 아주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이다. 따뜻한 모성애가 느껴지는 모습.

= 끝으로. 

어려운 시기다. 직장인은 월급이 있어서 나은 편인데… 사회적 공감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정말 심각하게 걱정할 만한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게 동네 가게 사장님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볼 때다. 그러다가도 사람들은 동네에 확진자가 나오면, 그 사람을 비난하고 욕한다. 불안하니까.

사회심리학에 ‘귀인 오류’라는 게 있다. 타인의 행동을 설명할 때 상황 요인들을 과소 평가하고, 행위자의 내적 요인들, 기질적인 요인들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즉, 내 행동은 이런 저런 상황들 때문에 이유가 있지만, 타인의 행위는 이런 저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왜 아파 죽겠는데 사우나에 갔대?’, ‘왜 집에 가만히 있지 카페에 갔대?’ 비난한다.

그 사람도 이유가 있겠지. 그런 약간의 여유, 타인의 행동도 내 행동처럼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그런 약간의 여유가 필요한 시대적 상황인 것 같다. 공감이 잘 되지 않을 때, 공감이 안 될 때, 이건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겠구나, 자기 자신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를 타인에게 설득하지 못할 때 인간은 외롭다.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설득하기 힘들겠구나 느끼면 외롭다.

개인의 취향이 더 뾰족해진 시대다. 앞으로 더 더욱 공감은 중요해질 거다. 피상적인 공감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시대다.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다.

엄마가 많이 필요한 시대다.
그래서 나는 아내가 좋다.
참 따뜻한 사람이다.


  1. 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 또는 대한민국 기준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 그 중에서도 1981년생부터 1996년생까지 (위키백과,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

  2. 인구통계학자들은 일반적으로 1990년대 중반 또는 말부터 2010년대 초반 또는 중반까지 출생한 세대, 그 중에서도 서양에서는 1997년생부터를 Z세대로 분류. (위키백과, ‘Z 세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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