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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 거부 판결은 정당한가

이 글 소재와 주제에 관한 다양한 의견과 기고(editor@slownews.kr)를 환영합니다. (편집자)

 

지난 5월 두 명의 병역거부자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한 명은 2심에서 항소가 기각되었고, 다른 한 명은 1심에서 징역 1년의 판결을 받았다.

  1. 양심의 유동·가변성: 전자의 경우, 재판부가 그의 양심이 “유동적이고 가변적이어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기에 법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2. 양심의 외부 표출 없음: 후자의 경우 그는 이전까지 외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표출한 일이 없어 병역거부자로 인정되지 않았다.

전자의 경우, 양심을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신념’이라고 했다. 그러나 같은 판결에서 확고한 신념을 “그것이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 한다”고 하면서도 바로 다음 문장은 이것이 “반드시 고정불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모순되는 두 입장을 동시에 전개한다.

이 판결에 대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담당 검사가 피고인에게 광주항쟁 시민군을 사례로 들면서, “당신이라면 그때 총을 들지 않았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그는 “아마도 총을 들었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고, 이것은 그를 병역거부자가 아니라고 보게 된 근거 중 하나가 되었다.

병역거부 거부 판결

징역 1년을 받은 후자의 경우, 입영일까지 “자신의 신념을 외부로 표출하는 등의 활동을 한 사실이 전혀 없는 점”을 들어 유죄를 선고했다. 과거 병역거부자들에게 1년 6개월 형을 선고함으로 사실상 병역을 면제해 준 판례를 보아, 이 사람은 1년간 수감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다시 입대해야 한다.

양심이란 무엇인가? 

쟁점은 법원조차도 양심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내리지 못함에도 아직 확립되지 않은 대체복무 심사를 법원이 자의적으로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심은 인간의 내면이고 실존이다. 근대 이후 인간은 자유 의지를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만약 우리에게 자유 의지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의 소리인 양심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법도 국가도 성립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은 타율로 움직이는 동물이 아닌,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도록 탄생한 주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주체적으로 때로는 전쟁을 반대하기도 했고 찬성하기도 했으며, 그후 전쟁에 대한 뼈저린 반성을 하기도 했다. 또한, 개개인의 양심은 사회의 신뢰와 합의를 도출하게 한 중요한 원천이기도 하다. 만일 우리가 매번 서로의 양심을 의심한다면, 그 어떤 종교도 서로 공존할 수 없으며, 그 어떤 상업 활동도 불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양심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여러 병역거부자가 다양한 이유로 군대를 거부했다. 2차 세계대전에는 찬성했지만, 베트남전에 반대한 병역거부자들도 무수히 존재했고, 인종 차별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무하마드 알리도 있다. 알리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들 합니다. 감옥에 가거나 군대에 가거나, 둘 중 하나라는 거죠. 하지만 저는 세 번째 선택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것은 바로 정의입니다.” (무하마드 알리, 1967년)

–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무하마드 알리,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2016.06.15)에서 재인용

"가장 위대한 복서" 무하마드 알리 (1966년 모습,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CC BY-SA 3.0 nl) https://en.wikipedia.org/wiki/Muhammad_Ali#/media/File:Muhammad_Ali_1966.jpg

“가장 위대한 복서” 무하마드 알리 (1966년 모습,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CC BY-SA 3.0 nl)

이들의 양심은 과연 가변적인가?
애초에 양심이 어느 순간까지는 진실하고, 어느 순간부터 진실하지 않다는 판정이 가능할까? 

또한, 양심은 표출해야만 인정받는 객체가 아니다. 만약 표출해야만 양심이라면,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양심이 아니므로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사람들을 잠재적 종북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진술을 거부하여도 유죄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법칙도 적용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대개 한국인은 대체로 정치적으로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는 촛불 집회에 참여하거나 선거에 투표하는 것을 정치적 행동의 전부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특별히 평화주의적 행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한 사람의 신념을 부정하는 것은 법률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옳지 않다. 게다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다른 사건에서 법원은 특정 종교나 단체의 가입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양심의 자유야 말로 개인의 자유인데 병역거부자가 반드시 특정 집단에 속할 이유도 없고, 집단을 기준으로 개인의 진정성을 판단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질문한다.

병역은 양심에 앞서는가?
병역법은 의지를 부술 수 있는가?
병역법은 인간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넘어서는가?

법원은 일단 판결을 멈추라 

‘대체복무제가 없는 현행 병역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2019년 6월 28일 역사적인 헌법불합치 결정(2011헌바379)을 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요지 전문).

하지만 지금 대체복무제는 심사 방식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대체복무제를 2019년 12월 31일까지 도입해야 하지만, 법을 만들겠다는 사람들 중에 대체복무의 의미를 명확히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듯하다. 그래서 36개월 교도소 합숙 복무나 40개월 군사시설 복무같은 ‘황당무계’한 안들이 국회와 행정부를 떠돌고 있다(→ 대체복무제, 어떻게 도입해야 할까).

이러한 법안들은 대체복무제를 잘 만들려는 의도보다는 특정 정치적 지지세력의 기대에 맞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어차피 병역거부자들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대중은 관심이 없고, 징벌적 대체복무제는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현역 장병들의 불만이라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현재 병역거부자들은 2020년 1월 1일까지 입영이 보류되었다. 그러나 헌재 결정 이후의 병역거부자들 중에서 병무청이 판단하기에 조건이 불충분하다고 여겨지는 경우는 대체복무 심사를 받지도 못하고 기소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제도가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병역거부자에게 심사를 받을 권리를 빼앗고, 권한 없는 기관이 국민의 권리를 빼앗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이렇게 권리를 왜곡한 판례가 누적되면 추후 병역거부뿐만 아니라 양심에 대한 해석도 편의적으로 흐를 수 있다. 아직 대체복무의 윤곽이 나오지도 않은 지금, 굳이 판결할 이유가 없다. 대체복무제 확립 전에는 병역거부자들이 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없다. 법원은 이런 재판을 멈춰야 한다.

일단 판결을 멈춰야 한다. 대체복무제 윤곽이 나오기 전까지는.

대체복무제의 윤곽도 갖춰지지 않은 현재로선, 관련한 병역거부자 관련 판결을 멈춰야 한다.

만약 어느 병역거부자가 병역법 위반으로 법정에 섰다고 하자. 이 병역거부자가 “나는 병역제도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현행 법으로는 내가 병역거부자로서 인정받을 방법이 없으므로 나는 기꺼이 감옥에 가서 나의 진정성을 증명하겠다”고 했을때, 이 사람을 어디로 보내야 하는가? 감옥으로 보낸다면 이 사람은 결국 입영을 거부하게 되어 병역 거부자임을 증명하게 된다. 병역거부자들을 처벌한다 해도 그들이 병역거부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낡은 법의 잔해만이 남게 되어있다.

이제 사법부는 더 상식적인 선택을 할 때가 왔다.

 

광장에 나온 판결 

평화적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를 유죄로 판결한 사건 

  • 2018노1086, 서울서부지법 형사2부 최규현 부장판사
  • 2019고단845, 수원지법 형사6단독 이종민 판사

이 글의 필자는 안악희 활동가(전쟁없는세상 병역거부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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