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자주 인용하는데, 물론 뭇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른바 ‘욕받이'(…) 때문이 아니다. 프로그램의 진행 과정 중 필연적으로 백종원 씨가 해당 업장의 A to Z 를 까뒤집어 보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비록 그 규모가 작더라도 사업을 잘 영위하기 위해서는 미시적으로 어떠한 조건들이 필요한지를 파악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상권 분석 같은 거시적인 부분은 제외다. 애시당초 그 프로가 강남에서 방영할 일은 없잖은가).
월급쟁이의 ‘보험료’
지금까지 골목식당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점은 결국 되는 가게는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기 쉬운 미세한 부분들이라든가 트렌드의 미묘한 변화들을 기본적으로 가게 사장이 항상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청파동 버거집의 경우 그러한 특성이 두드러졌다고 본다. 방송만 볼 때에는 저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바로 그런 생각을 하고 뛰어든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씩 망해서 탈락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라는 조직이 가장 큰 기능을 발휘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인데, 구성원 하나 하나가 모든 사항을 완벽하게 챙길 수가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멍’을 결국 조직의 힘으로 메꾸거나 사전에 예방하거나 또는 적어도 더욱 커지지 않게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기업 조직은 구성원에게 노동의 대가도 지급하지만, 생산 활동에서의 리스크도 분산시킨다.
때문에, 사실 투자 또는 사업을 하여 성공하는 것이 삶에서 경제적 자유를 획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해답인 것 같고, 월급쟁이의 경우 우리 각자의 능력 대비 회사 또는 자본가들이 챙겨 가는 몫이 지나치게 커 보인다지만, 결국 조직생활에서의 노동소득은 [(노동시간 × 생산성) – 리스크 비용]의 함수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결국 고용이 가장 큰 복지라는 담론에도 일견 수긍할 수 있다. 직원 개개인이 잘게 나뉜 유한책임을 지는 대신 보험료를 지불하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업체 임원의 경우 이렇게 잘게 나뉜 리스크를 한꺼번에 위임받아 관리하며, 또한 생산 활동에서의 의사결정 리스크까지 한꺼번에 부담하기 때문에 (계약이 연장되지 않는다던가 심할 경우 쇠고랑을 차기도 하는 등) 결국 조직을 구성하는 월급쟁이들이 나눠 지불한 리스크 비용을 대가로 수취하는 개념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복잡다단한 현대 비즈니스에서 임원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는 논란의 대상이지만, 개념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다.
조삼모사 vs. 조사모삼
그러므로 아무리 마진이 한계 상황에 달한 업이라고 할지라도, 경쟁력이 안 되면 당연히 당신은 나가떨어져야 한다라는 논리에는 문제가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특정 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말과는 아예 다른 차원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사실 월급쟁이들의 월드에서도 경쟁이 당연히 예전보다 훨씬 강도가 높지만, 월급쟁이들은 조직에 보험료를 납부하기 때문에 밥줄을 더 길게 유지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무능력한 고직급자들을 보면 알지 않는가.
결국 조삼모사다. 저마진과 격화되는 경쟁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조직의 보호를 받으면서 보험료를 납부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소득을 창출하던가, 아니면 보험료 없이 리스크를 모두 지고 이 세상에 정면으로 돌격하던가이다. 이 둘 중에 누가 더 대단하고 덜하고는 없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극소수 사업에 성공한 사람은 부자가 되고 존경을 받지만, 월급쟁이 중에서도 아주 낮은 비율로 경영인이 되어 비슷한 지위를 획득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때문에,
‘남에게 월급 주는 사람들이야말로 대단하다’
‘뭔 소리냐, 최저임금도 못 주면 문 닫아야지’
이 두 논의는 결국 조삼모사와 조사모삼 중에 무엇이 더 낫느냐의 쳇바퀴 논의에 불과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래서 시장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을 우리가 과연 어떻게 보살펴야 합리적일 것인가인데 정작 이는 쳇바퀴 논리의 싸움에 묻혀 별반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