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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비평 헌재 5기 특집

지난 9월 19일, 이진성·김이수·김창종·안창호·강일원 등 5명의 헌법재판관이 임기(2012~2018)가 만료되었습니다. 이로써 막을 내린 헌법재판소 5기 재판부는 헌법재판으로 분류되어 있는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 신청사건 및 특별사건 등 여섯가지 종류의 재판을 모두 다루었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5기 재판부가 내린 결정 가운데 시민들의 요구와 기대에 부흥했거나 또는 기대에 못 미쳤던 판결을 골라 [판결비평 헌재 5기 특집]을 진행합니다. 5기 재판부에 대한 판결비평을 통해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재판부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그려보고자 합니다.

특집 일곱 번째로 헌법재판소가 2018년 8월 30일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통신제한조치 허가 위헌확인 등(별칭: 인터넷회선 감청 위헌확인 사건, 일명 ‘패킷 감청’ 사건)에 대한 의미를 짚어보는 비평을 오동석 교수(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가 집필하였습니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이 일정부분 긍정적이지만,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문제점 패킷감청을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가 아닌 사실상의 사찰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수사권 남용 등 한계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1. 정치적 인간을 위한 정당법 (장철준) 
  2. 광장의 성난 민심이 스스로 민주공화국의 시민임을 확인하다 (이종수)
  3. 국가의 DNA 채취행위, 첫 제동이 걸리다 (조지훈)
  4. 영장주의의 예외는 예외다워야 (하태훈)
  5. 사법부가 면죄부를 준 사이,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국가범죄 (이상희)
  6. 국가형벌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둔감한 헌재 (서보학)
  7. 패킷 감청의 헌법불합치 결정, 수사 권력 통제엔 미흡 (오동석)
  8. 통합진보당 해산: 헌재가 만든 또 하나의 ‘과거사’ (한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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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이른바 ‘패킷 감청’의 위헌성을 다투는 사안이다. 패킷 감청은 인터넷 회선 감청이다. 즉 인터넷 회선을 통하여 흐르는 전기신호 형태 ‘패킷(packet)’을 중간에 확보한 다음 재조합 기술을 거쳐 그 내용을 파악하는 감청이다. 따라서 특정한 개인뿐 아니라 그와 동일한 인터넷 회선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감청 대상이 되기 쉽다. 또한, 재조합하기 전 패킷 단계에서는 그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일단 모든 통신 내용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감청 대상 범위가 매우 넓다.

감시 감청 패킷사건 개요

국가정보원장은 A의 국가보안법위반 범죄수사 과정에서 수사대상자가 사용하는 휴대폰을 비롯하여 전기통신을 감청했다. 2008년경부터 2015년경까지 법원으로부터 총 35차례의 통신제한조치를 허가받아 집행했다. 그 중에 2013. 10. 9.부터 2015. 4. 28.까지 사이에 B연구소에서 A 명의로 가입한 인터넷회선에 대한 6차례의 통신제한조치를 포함하고 있었다.

A는 청구인 6차례의 패킷 감청에 대한 법원의 허가, 국가정보원장의 감청 행위, 통신비밀보호법 감청 개념, 통신제한조치 근거, 통신제한조치 허가절차 조항을 문제 삼았다. 그것이 통신의 비밀과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영장주의, 적법절차원칙 등에 위반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통신제한조치 근거조항인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제2항이 헌법에 맞지 않으므로 2020. 3. 31.까지 개정하라면서 그때까지는 일단 해당 조항을 적용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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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판결, 사건번호, 재판관 

  • 통신제한조치 허가 위헌확인 등(별칭: 인터넷 회선 감청 위헌확인 사건, 일명 패킷 감청)
  • 헌재 2018. 8. 30. 2016헌마263
  • 재판장 이진성, 재판관 김이수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 유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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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인권의 문제 상황

‘국가안보를 위해 어느 정도의 사생활은 기꺼이 포기해야 한다.’

‘숨길 게 없다면 정부가 감시한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안보 당국이 내린 결론을 함부로 의심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듣곤 한다. 사생활-안보 논쟁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사생활은 안보 논리에 의해 부당하게 폄훼된다. 국가안보 우려는 즉각적이다. 생명이나 신체를 잃는 문제로 곧바로 결부한다. 반면 사생활의 자유와 권리는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특히 한국은 분단 상황에 놓여 있고, 오랫동안 반공이데올로기에 짓눌리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안전을 위해 어느 정도 사생활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안보 강화를 역설하는 사람들은 사생활과 안보가 이렇게 근본적으로 상충관계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화법을 구사한다.

그러나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국가는 외부의 폭력 못지않게 위험하다. 국가의 범죄수사 권력은 사법정의를 실현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시민 위에 군림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이다. 인권침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권력 작용이어서 가장 엄격한 규제 대상이어야 한다. 특히 수사 권력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헌법 자체가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다. 헌법의 법리가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규제의 근거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수사 권력의 정보통신기술 사용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거꾸로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권한을 부여하지 않으면 정보통신기술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Neil Kremer, CC BY ND https://flic.kr/p/8Pq6ow
Neil Kremer, CC BY ND

오길영은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 문제를 제기한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네비게이션, TV 등 기기들은 전통적인 단일 기능에 머물러 있지 않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유선과 무선, 방송과 통신, 통신과 컴퓨터 등 기술·산업·서비스·네트워크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융합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했다. 인터넷 회선은 그 모든 것의 연결매체다. ‘개인 식별 정보(personally identifying information, PII)’라는 개념에 근거한 규제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개인 식별 정보는 주로 이름이나 고유의 계정 번호 등이다. 하지만 개인 식별 정보는 데이터의 양의 문제이기도 하다. 익명의 정보라도 개인에 관한 정보를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개인을 찾아내기는 쉽다.

입헌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가권력이 할 수 있음에도 해서는 안 될 것이 반드시 폭넓게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 인권의 보호범위이고, 기술의 발전 영역은 인권 보장을 위해 국가권력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지 원칙을 정립해야 할 핵심 영역 중 하나다.
오길영은 오늘날 사람들의 삶이 디지털 없이 생각하기 어렵고, 그래서 디지털 그 자체가 삶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감청은 결국 삶 전체를 감청하는 것이다. 인터넷회선 감청으로 수사기관은 타인 간 통신 및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하는 통신자료까지 취득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법원의 허가 단계에서는 물론이고, 집행이나 집행 이후 단계에서도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관련 기본권 제한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입법적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헌재의 위헌 논증과 결론

통신비밀보호법은 “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 보충적 수사 방법으로 통신제한조치를 활용하도록 요건을 정하고 있고, 법원의 허가 단계에서 특정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의 범죄수사를 위해 그 대상자가 사용하는 특정 인터넷회선에 한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감청이 이루어지도록 제한이 되어 있다(법 제5조, 제6조).

그러나 ‘패킷감청’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넷회선 감청은 수사기관이 실제 감청 집행을 하는 단계에서는 해당 인터넷회선을 통하여 흐르는 불특정 다수인의 모든 정보가 패킷 형태로 수집되어 일단 수사기관에 그대로 전송되므로, 다른 통신제한조치에 비하여 감청 집행을 통해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자료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방대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특정 다수가 하나의 인터넷회선을 공유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법원이 허가한 범위를 넘어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의 통신자료뿐만 아니라 동일한 인터넷회선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인의 통신자료까지 수사기관에 모두 수집·저장된다.

따라서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해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개인의 통신자료의 양을 전화감청 등 다른 통신제한조치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인터넷회선 감청은 집행 및 그 이후에 제3자의 정보나 범죄수사와 무관한 정보까지 수사기관에 의해 수집·보관되고 있지는 않는지, 수사기관이 원래 허가받은 목적, 범위 내에서 자료를 이용·처리하고 있는지 등을 감독 내지 통제할 법적 장치가 강하게 요구된다.

패킷 감청의 특성은 데이터의 양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패킷 감청의 특성은 취득하는 자료의 양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관련 공무원 등에게 비밀 준수 의무를 부과하고(법 제11조), 통신제한조치로 취득한 자료의 사용제한(법 제12조)을 규정하고 있는 것 외에 수사기관이 감청 집행으로 취득하는 막대한 양의 자료의 처리 절차에 대해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전기통신 가입자에게 집행 통지는 하게 되어 있으나 집행 사유는 알려주지 않아야 되고, 수사가 장기화되거나 기소중지 처리되는 경우에는 감청이 집행된 사실조차 알 수 있는 길이 없도록 되어 있어(법 제9조의2), 더욱 객관적이고 사후적인 통제가 어렵다.

또한, 현행법상 감청 집행으로 인하여 취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범죄와 관련되는 범죄를 수사·소추하거나 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도 사용이 가능하므로(법 제12조제1호) 특정인의 동향 파악이나 정보 수집을 위한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의해 남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 패러디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 패러디

인터넷회선 감청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감청을 수사상 필요에 의해 허용하면서도, 관련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집행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경과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하거나, 감청을 허가한 판사에게 감청 자료를 봉인하여 제출하도록 하거나, 감청자료의 보관 내지 파기 여부를 판사가 결정하도록 하는 등 수사기관이 감청 집행으로 취득한 자료에 대한 처리 등을 객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입법례가 상당수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의 통신제한조치 근거 조항은 인터넷회선 감청의 특성을 고려하여 그 집행 단계나 집행 이후에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통제하고 관련 기본권의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가 제대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 인터넷회선의 감청을 허용하는 것은 개인의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의 통신제한조치 근거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위헌이다.

그런데 헌재는 통신제한조치 근거 규정을 곧바로 무효화하지 않았다. 수사기관이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해 수사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사라져 범행의 실행 저지가 긴급히 요구되거나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의 수사에 있어 법적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그 결과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합리적인 내용으로 개정할 때까지 일정 기간 잠정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헌법불합치).

헌재 결정의 평가와 문제점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있다. 과거 패킷감청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인이 사망할 때까지도 심판하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그렇다. 청구인은 2011. 3. 29.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는데, 2015. 9. 28. 사망했다. 2016. 2. 25. 헌재는 심판절차 종료를 선언했다. 인권구제에 소홀했던 헌재의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합헌이라고 결정하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 그러나 헌법불합치 결정은 헌법이 부여한 헌재의 역할의 고려할 때 마땅히 해야 할 가장 최소한의 것이었다.

패킷감청은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응축하고 있기 때문에 헌재는 더 적극적인 판단을 해야 했다. 과거 패킷감청 판단을 받지 못하고 사망한 이를 위해서 그렇다. 국가정보원의 수사가 초래하는 인권 침해 상황을 직시해야 했다. 국민들은 인권 침해 방지 수단으로서 법원의 영장이나 허가를 믿고 있는데, 법원이 수사기관의 요청을 견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여 법원을 통제했어야 했다. 그렇게 했어야 통신제한조치 조항을 아예 위헌이라고 결정하지 못하고 계속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가 

헌재는 물론 시민사회조차 간과하기 쉬운 함정은 법원이다. 법원의 판단에 맡기면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인권침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비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의 ‘사법농단’ 때문만은 아니다. 법원 조직과 재판 체계 그리고 판례 동향 등 전반적인 평가와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한편 법원을 통제할 필요성이다.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국회가 제정한 법률조차 헌재의 통제를 받는다. 그렇다면 인권의 관점에서 법원의 재판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제1항의 문제다.

법원 재판 판사 변호사 저울

헌재는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법원의 허가는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한 소송절차 이외의 파생적 사항에 관한 법원의 공권적 법률판단으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므로 판단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

헌법은 헌재에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심판’의 권한을 부여했다. 그러나 입법·행정 외에 법원의 재판만을 헌법소원 심판대상에서 제외할 까닭이 없다. 국회는 그렇게 판단할 권한이 없다. 헌법은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심판대상이 됨을 전제로 하여 구체적 제도 형성을 국회에 맡긴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헌재는 헌법소원심판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제1항의 위헌성을 지적해야 한다. 헌재를 절대적으로 신뢰해서도 아니고, 헌재의 권력 확장을 위한 것도 아니다. 국가기관끼리 서로 견제하게 함으로서 개인의 인권 보호 장치를 두텁게 하려는, 오직 그 이유뿐이다. 이미 헌재는 헌재법 제68조제1항의 예외를 인정한 바가 있다. 헌재의 한정위헌결정의 효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결국 헌재는 자신의 권위를 위해서만 권한을 행사한 것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인권의 이름으로 주권자의 이름으로 법원의 재판을 심판하라!
국회는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여 인권 사건에 한하여 헌법재판소에게 법원의 재판을 심판할 권한을 부여하라!

국가정보원의 문제 

또 하나의 문제는 국가정보원이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감청집행은 이미 종료하였으므로 헌재가 결정을 내린다고 해서 이미 침해된 A의 권리를 보호하는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판단을 하기 때문에 감청집행 행위를 별도로 심판할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패킷 감청을 가장 활용할만한 국가기관은 국가정보원이다. 국정원은 패킷감청으로 수집한 자료를 반드시 증거로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패킷감청으로 범죄 정황을 확인하고 추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제출하는 것이 ‘최량증거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압수·수색에 의한 증거 확보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킷 감청이라는 기본적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국가정보원 http://www.nis.go.kr/main.do
국가정보원

디지털 증거 절차의 도피처 

다른 한편 오길영은 패킷 감청이 디지털 증거절차의 도피처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예를 들면, 전자우편의 압수·수색은 까다로운 디지털 증거능력의 획득절차를 거쳐야 할 뿐 아니라 위법수집증거배제원칙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데, 패킷감청은 휘발성을 예정하고 있어 원본 개념이 없을 뿐 아니라 집행 횟수와 무관하게 감청기간으로 허가를 얻는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헌법은 물론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여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라기보다는 사상 감시 차원에서 광범위한 사찰수단으로서 패킷감청을 이용한 것이다. 국정원의 패킷감청은 통신 비밀과 자유, 사생활 비밀과 자유 침해를 넘어 사상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정보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넘어서 수사권까지 가진 국정원의 권력 남용을 여실히 보여준다. 헌재의 현실 인식을 비판할 수밖에 없다.

헌재는 인권의 이름으로 주권자의 이름으로 국가정보원을 심판하라! 국가정보원은 정보만 수집·분석하라!

국회는 국가정보원의 수사권을 즉시 박탈하라!

감시사회 핵심 기본권 ‘통신의 자유’ 

국가 권력이 전통적인 헌법의 법리를 우회하여 통신기술 발전을 이용해서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다면, 헌법이 예정한 국가와 기본적 인권의 관계는 역전된다. 헌법 규범은 무용지물이 된다. 헌법재판소가 국가안보에 대하여 한 치의 빈틈도 없게 하려 한다면, 개인의 기본적 인권은 숨 쉴 수가 없다.

감시 기술의 무한확장성과 놀라운 발전 속도에 비춰볼 때, 개인의 기본적 인권에 대하여 한 치의 빈틈도 없게 하려는 철통방어를 통해서만 국가권력의 남용을 겨우 막아낼 수 있을 뿐이다. 국가는 민간의 감시체제까지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에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영역은 형해화 위험성에 놓여 있다.

통신의 자유는 오늘날 감시사회에서 핵심적인 기본적 인권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 국가의 통신 검열 체제는 개인이 가지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손쉽게 부정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패킷 감청은 수사 권력에게는 절대적 금지구역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법은 새로운 테크놀로지들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전화기 휴대폰 이통 이동통신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해결책은 그 과제를 국회에 맡겨야 한다거나 법원 또는 헌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국회와 법원 그리고 헌재가 협력해서 인권 규범의 한도 내에서만 통신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규범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특히 수사 권력은 엄격한 제한을 받아야 한다. 민주주의 정부는 ‘우리를 믿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민주 정부는 공권력의 행사 자체가 인권 침해를 야기할 수 있음을 두려워하기에 엄격한 통제 절차를 마련하는 데 오히려 적극적이다.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 없다. 남북의 평화관계를 풀기 쉽지 않음을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국가안보 이상으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그리고 개인정보의 권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과학기술 자체가 언제나 중립적이라는 것은 신화다. 과학기술의 중립성을 현실화하고 인권친화적으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헌법규범의 과제다.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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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오길영(2007).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비판. 민주법학 34. 2007. 9. 357-390.
  • 오길영(2009). 인터넷 감청과 DPI(Deep Packet Inspection). 민주법학 41. 2009. 12. 391-426.
  • 오길영(2010). 감청의 상업화와 그 위법성. 민주법학 43. 419-465.
  • 오길영(2012). 국가정보원의 패킷감청론에 대한 비판: 국가정보원 답변서에 대한 반박을 중심으로 한 위헌론의 기초이론. 민주법학 48. 341-371.
  • 오길영(2016). 감청과 통신비밀의 갈등, 그리고 미래. 법과 정책연구 16(2). 349-372.
  • 오동석(2010). 패킷감청의 헌법적 문제점. 패킷감청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회(민주당 주최). 국회의원회관. 2010. 2. 1. 13-31.
  • 오동석(2017). 2016헌마263 통신제한조치 허가 위헌확인 등 사건의 청구인 측 참고인 의견서. 2017. 11. 20.
  • Schneier, Bruce(슈나이어, 브루스)(2016). 이현주 옮김. 김보라미 감수. 당신의 데이터의 주인이 아니다: 빅데이터 시대의 생존과 행복을 위한 가이드. 반비.
  • Solove, Daniel(솔로브, 대니얼 J. 솔로브(2016). 김승진 옮김. 숨길 수 있는 권리: 국가권력과 공공의 이익만큼 개인의 사생활도 중요하다. 동아시아. 201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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