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초, 그러니까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뉴욕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당시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한 호텔에 묵고 있었는데, 이 호텔에서는 투숙객들을 위한 환영 패키지(welcome package)로 우산, 간단한 백팩 등 뉴욕 관광에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물건들을 제공했다. 그중 눈길을 끈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만보계였다.
뉴욕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관광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도보를 감수해야 한다. 간혹 피곤하면 택시를 타거나, 조금 먼 거리는 지하철로 이동하지만, 제대로 된 뉴욕 관광을 위해서는 튼튼한 다리가 필수이다. 이를 간파한 호텔 측에서는 만보계를 투숙객에게 제공함으로써 뉴욕 관광에 있어 또 다른 작은 재미와 성취감을 주려고 한 것 같다.
당시 뉴욕에서 작은 성취감을 안겨 주었던 만보계가 이제는 스마트폰, 혹은 이와 연계되는 웨어러블 기기로 대체되었다. 뉴욕 여기저기를 구경하는 동안 잠시 사용했던 만보계가 이제는 걸음 수를 날마다 챙겨주는 모바일 서비스로 탄생한 것이다.
수많은 전문가가 걷기 운동의 장점과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본인이 하루에 얼마나 걷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목표 걸음 수를 달성했을 때 손목의 웨어러블 기기에서 느껴지는 작은 진동은 스스로 큰 성취감을 주는 행복한 시그널로 여겨진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건강 관련 서비스는 초기 단순한 호기심과 재미를 제공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생활 패턴의 변화를 유도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많은 웨어러블 기기들이 보편화 되면서 사용자들은 의식 혹은 무의식중에 자신의 활동 패턴을 기록하고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데이터 기록, 통계 및 분석, 건강 상담, 오프라인과의 연계 등 서비스의 범위와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건강한 삶은 일상의 기록부터 시작한다
Quantified Self(너 자신을 알라).
위키피디아에는 “Quantified Self”가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있다.
기술을 기반으로 본인의 생활패턴을 추적함으로써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을 말한다. 라이프로깅(lifelogging)이라고도 하며, 기술의 힘을 통해 일상에서 섭취하는 음식, 공기의 질과 같은 주변 환경, 기분이나 혈액 내 산소 포화도 같은 개인 상태,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활동한 결과 등의 데이터를 습득하고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퀀티파이드셀프랩(Quantified Self Labs)을 설립한 그레이 울프(Gray Wolf)는 많은 회사가 스마트폰, 태블릿, PC, 신용카드 등으로부터 생성되는 데이터를 광고 타게팅이나 제품 추천에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데이터들은 실제로 사용자들의 건강 문제를 파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수면 패턴 분석이라든가, 다이어트 문제 해결 같은 것이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모바일 폰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 중 71%가 건강과 관련된 일상 기록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이는 웨어러블 기기에 관한 관심도와 거의 일치한다. 즉, 웨어러블 기기를 사려고 하는 사람들은 일상 기록을 하려는 사람이라 볼 수 있다.
애플 워치나, 삼성 기어 시리즈, 핏빗(Fitbit)과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일상 활동을 기록함으로써 사용자들은 자신의 건강에 유익한 행동을 의식적으로 좀 더 하게 될 것이다. 매일 거울을 열심히 보는 사람이 자신의 외모에 더 관심을 가지고 가꾸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일상에서 기록하고 트래킹하는 대표적인 건강 데이터는 운동량이다.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도보 운동량(걸음 수), 달리기, 사이클링, 하이킹, 최근에는 방수 기능을 활용한 수영 데이터까지, 다양한 운동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자이로센서, 가속도계(accelerometer), GPS를 이용하여 이들 운동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하고, 각종 웨어러블 기기가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웨어러블 기기를 별도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주로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데이터를 동기화하고, 스마트폰과 연결된 서버에 모든 데이터를 저장함으로써 운동 이력을 관리한다. 또한, 몸무게, 키, 나이를 함께 입력함으로써 운동의 종류에 따라 소모된 칼로리를 계산해 주기도 한다.
또한, 운동량과 더불어 건강과 직결된 데이터로 최근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는 것이 수면 패턴이다. 수면 다원 검사처럼 많은 센서를 부착한 채로 불편한 잠을 청하지 않아도 일상 수면 속에서 잠의 질을 기록하고 관찰한다. 스마트폰을 침대 위에 함께 놔두면 몸의 뒤척임을 감지, 깊은 잠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침대 매트리스 사이에 끼워 넣고 좀 더 정밀하게 측정을 할 수 있는 전용 수면 센서도 있다.
삼성전자 기어S, 애플 워치, 샤오미 미밴드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수면 측정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샤오미 미밴드 같은 경우, 크기도 작고 가벼우며, 한 번 충전하면 20일 이상 사용이 가능하기에 배터리 소모에 대한 고민 없이 밤새 착용할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의 경우 맥박 측정도 함께 함으로써 좀 더 정밀하게 수면 상태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목표 달성, 비교/경쟁을 통해 실천 의지를 다진다 – 게이미피케이션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바람이자 욕구이지만, 정작 건강을 위한 운동과 다이어트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대부분 건강 관련 앱들은 목표 달성을 통한 성취감이라는 훌륭한 동기 부여 방식을 택함으로써, 이용자 스스로 운동을 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대부분의 건강 관련 앱들은 이용자가 스스로 목표치를 설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목표 달성과 더불어 타인과의 비교, 경쟁은 강한 동기 부여 요인이 된다. 많은 운동 앱들이 지인, 혹은 동일 서비스를 사용하는 불특정 다수와의 기록 공유를 통해 실천 의지를 강하게 갖도록 하며, 또한 해당 서비스에 대한 락인(lock-in) 효과를 유도한다.
특정 서비스를 통해 누적된 기록이 다양한 방식의 운동 성과지표로 변환되어 이를 기반으로 한 순위가 제공됨으로써,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 가능하고, 또한 상위 랭커들의 활동 현황을 바라보며 운동 방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국내 대표적인 앱으로 93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1,000만 이상의 트랙이 저장된 트랭글(Tranggle)이란 앱이 있다.
등산, 싸이클링, 달리기, 걷기 등 다양한 운동 기록이 가능하며 종목별로 전체 순위, 그리고 등산이나 자전거같이 이동이 많은 운동의 경우 대표적인 지명을 등록해 놓음으로써, 각 지점에서 획득한 배지 수를 이용한 주요 지점별 순위도 제공한다.
누적된 기록, 즉 마일리지를 기준으로 등급 호칭이 결정되며, 기록 초기에는 승급이 좀 더 쉽게 됨으로써 운동을 더 자주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고 있다. 등산의 경우 국내 대부분 봉우리가 등록되어 있어, 봉우리별 배지 획득 순위가 나오기 때문에, 전체 순위가 낮더라도 특정 지점에서의 상위권 순위에 대한 의욕을 고취시키기도 한다.
‘잘’ 먹고 마셔야 한다
‘잘’ 먹는 것은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체중 조절을 위한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내 몸과 잘 어울리는 음식을 섭취하고, 건강에 필요한 주요 성분들, 즉,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을 균형 있게 섭취함으로써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내가 먹은 음식을 트래킹하고, 칼로리와 성분을 계산하며, 이를 기반으로 내 몸에 잘 맞으면서도 맛있는 건강한 식단을 꾸미는 것이 중요하다.
이용자는 보통 앱이나 서비스를 통해 운동량에 따른 칼로리 소모량을 측정하게 된다. 그러나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해 트래킹을 하는 이용자는 흔치 않다. 이러한 부분은 건강 관련 서비스 제공자들이 현재에도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트래킹을 위해서는 대부분 사용자의 식습관을 커버할 수 있을 만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야 하고, 또한, 사용자들이 음식물 섭취 내용을 좀 더 쉽게 기록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런 기록을 정확히 분석함으로써 각 이용자에 적절한 음식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음식물 트래킹의 대표적인 것이 칼로리 계산이다. 그러나 매번 내가 섭취하는 다양한 음식에 대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칼로리를 알 수 있는지가 문제다. 이는 모바일 앱을 통해 내가 먹는 음식의 칼로리를 비교적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칼로리픽(Calorific)이란 앱은 200칼로리가 다양한 음식에서 어떤 모양의 어느 정도 크기인지 육안으로 쉽게 비교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칼로리 확인을 단순화했다.
당뇨를 앓고 있거나,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반 칼로리 정보뿐만 아니라 탄수화물 섭취량을 추적하는 등 보다 더 전문적인 앱들도 있다. 또한 영양의 3대 요소인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섭취를 복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앱들을 활용하여, 일반 다이어트가 아닌 특정 목적에 부합되는 식이요법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건강한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건강한 재료의 식료품들을 구매해야 한다. 특히 특정 음식물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거나, 저염식을 지향하는 경우, 또는 설탕 섭취를 제한하는 등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식료품 구매를 추적하며 이용자의 의도와 목적에 맞는 식료품 구매를 지원하는 숍웰(ShopWell) 같은 앱들이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지역 식료품점과 연계하여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쇼핑이 가능하며, 필요한 경우 전문 영양사와 직접 상담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식습관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앱, 서비스도 있다. 라이즈업+리커버(Rise Up + Recover) 앱은 인지적 행동 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방식을 활용하여 식욕부진, 거식증, 폭식증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섭취하는 음식뿐만 아니라, 당시의 기분, 누구랑 함께 식사했는지, 어디서 했는지 등, 다양한 주변 상황까지 모두 기록이 가능하다.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간단한 제안도 하고, 전문치료사와의 직접 연결도 지원한다. 치료사는 앱을 통해 기록된 로그를 관찰하고, 사용자에게 적합한 식습관 및 행동 방식을 가이드 한다.
웰니스는 외모와 건강의 조합으로 완성된다.[footnote]”Defining wellness: a combination of looks and health” (출처: 에릭슨 리포트)[/footnote]
집에 거울이 많으면 그만큼 외모와 건강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된다. 외모와 내면의 건강을 모두 갖추고자 하는 것이 “웰니스”(wellness)가 추구하는 목표이다. 즉, 웰니스는 운동, 식습관, 기타 활동들을 끊임없이 기록과 함께 반복하며 완성되는 것이다.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와 더불어 모바일 서비스는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일상을 기록하고,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일이 한결 더 수월해졌다. 앞으로 측정 정교화, 분석 전문화, 온-오프라인 연계가 강화됨으로써 웰니스는 기능적, 사업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모바일 서비스 영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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