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뮤직이라는 골리앗에게 돌을 던진 한 소녀

16 댓글

1. 테일러 스위프트가 “골리앗에게 돌을 던진 한 소녀” 쯤으로 표현될 수 있는 수준의 인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탑클래스의 가수이고, 스트리밍 서비스와 지속적으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인사인 것으로 들어왔었거든요. 애플이 시원스럽게 대응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스트리밍 쪽에서는 후발주자이기도 한 처지라서 생각보다 강한 반발에 깜짝 놀라서 빠르게 대응한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2. 에디큐의 대답을 ‘멋진 대답’으로 볼 수 있을까요? 자기들 생각만으로 밀어붙이다가 여론이 안좋아지니 급하게 대응한 걸로밖에 안보입니다. (물론, 빠른 대응 속도는 칭찬할 만하네요)
   애초에 가수들의 열정페이를 강요하지 않도록 했어야죠.

3. 테일러 스위프트가 골리앗에게 돌을 던진 소녀라고요? 아니 그보다 애플은 기존 다운로드 음원시장에서는 골리앗일진 몰라도 스트리밍 음원시장에선 스포티파이에 비하면 이제 막 시작한 갓난아기나 다름없습니다. 차라리 테일러 스위프트가 예전에 스포티파이에 음원제공하지 않겠다고 한 결정을 골리앗에게 돌을 던졌다고 할 수 있을진 몰라도…

4. 애플이 “멋지게 응답했다”거나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든”가 이런 말은 좀 하지 말자. 애플은 이슈가 확대될 것이 두려워서 3개월 동안에도 음원에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재빨리 말을 바꾼것이며, 그 3개월 동안 지급 할 대가는 손실이 아니라 원래 지급해야 할 돈이다. 솔까말. 대상이 애플이 아니라 삼성이었으면 이따위로 기사를 썼을까? (개인적으로 삼성은 더 싫다)

   애플을 향한 팬심은 집에서 혼자 맘껏 발산하시라.

5. 말바꾼 슈퍼갑에… 너무 슈퍼 을 스러운 기사…인듯..

6. 아예 테일러 스위프트를 다윗이라고 하지 그랬어요? 아 테일러 스위프트가 여자라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소녀같이 이쁘기는 해도 음악 시장에서 보면 원오브더 골리앗이죠. 3개월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면서 아티스트에게 돈을 지급하지 않는 건 애플의 갑질이고 그것 때문에 사단날까봐 금방 말 바꾼건데, 포장질 쩌시네요.

   애플 문제만 뜨면 이상하게 사회비판적인 사고가 정지되는 분들이 많으신데 이런 기사도 그런 부류의 기사가 아닐까 합니다.

7. ….???

8. 슬로우뉴스​에 매우 유감.

   22일(월요일) 오후에 슬로우뉴스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애플뮤직에 관한 기사(https://slownews.kr/42564)가 포스팅되었다. 본인은 해당 포스팅에 비판적인 댓글을 달았다가 삭제 당하는 일을 당했고, 해당 기사가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과 이후 대처에 대한 유감을 표할 수 밖에 없다.

   1. 기사 자체의 문제

   우선 해당 기사는 사실 관계 확인부터 잘못된 기사이다. 당장 애플뮤직과 인디뮤지션 등을 키워드로 삼아 검색만 해보아도 분명한 내용이다. 슬로우뉴스의 해당 기사에서 기자는 모두가 입을 다문 사이에 테일러 스위프트가 혼자 애플 정책에 반기를 들었고, 이에 대해 애플이 ’24시간도 되지 않아’ 빠른 정책 철회를 꺼내들었다고 쓰고 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21일 테일러 스위프트가 해당 포스팅을 게시하기 이전, 지난 주에 이미 베가스그룹이 애플의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http://kr.wsj.com/posts/2015/06/22/%ED%85%8C%EC%9D%BC%EB%9F%AC-%EC%8A%A4%EC%9C%84%ED%94%84%ED%8A%B8-%EC%95%A0%ED%94%8C-%EB%AE%A4%EC%A7%81%EC%97%90-%EC%9D%8C%EC%9B%90-%EA%B3%B5%EA%B8%89-%EC%95%88%ED%95%A0-%EA%B2%83/ ,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H51&DCD=A00804&newsid=02269766609404016) 영국의 독립 음반사인 베가스그룹에는 라디오헤드, 아델 등의 뮤지션이 소속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은 링크한 기사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실이다. 내가 알기로 슬로우뉴스는 한박자 늦더라도 꼼꼼한 사실관계 파악과 상황 분석을 통해 퀄리티 있는 기사를 제공하겠다는 모토를 가진 걸로 안다. 이러한 사실 관계의 호도는 그러한 모토에 걸맞는 것인가.

   2. 기사의 프레이밍 문제

   기사는 계속해서 팝 시장에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가지고 있는 위상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예컨대 제목에서 이미 애플을 골리앗에, 테일러 스위프트를 다윗과 비슷한 이미지의 ‘소녀’로 정의하고 있다. 이어서 ‘아무리 테일러 스위프트가 잘 나간다고 하지만, 애플을 상대로 이렇게 소신 있는 발언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라는 문장을 통해 그러한 프레이밍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러한 애플의 위상 부풀리기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위상 쪼그러뜨리기를 통해 얻어지는 효과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일련의 시도는 이 스토리의 드라마성을 증폭시킴과 더불어, 애플이 자신들보다 훨씬 연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 역시 주의깊게 듣고 ’24시간 내라는’ 빠른 시일 내에 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그러한 프레이밍의 끝은 이렇게 정리된다. ‘사실 3달 동안 뮤지션에게 아무것도 지급하지 않으려던 걸 번복함으로써 애플은 꽤 큰 금전적 손실을 입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음악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게 됐고, 아주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회사임을 증명했습니다’ 라고.

   애초에 자신들이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음원 비용을 뮤지션과 소속사에게 떠밀어놓은 것 자체가 문제인데, 그러한 가상적 금전 손실에 대해 우리가 감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저 그 빠른 의사 결정 속도에 감탄하고, 그 이전에 내놓았던 어처구니 없는 정책에 대해서는 그저 이해해주어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셀럽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커지지 않았을 때엔 과연 비판했을 것인가 의구심이 든다.

   3. 비판 댓글 삭제에 대한 유감

   본인은 해당 기사에 대한 비판을 해당 포스팅에 게재한 바 있다. 2개의 댓글로 나누어서 이러한 프레이밍과 포장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금전적 손실이라는 단어 선택이 적절한 것인지 지적한 댓글이었다. 슬로우뉴스 측은 이 댓글을 어떠한 연락도 없이 삭제처리하였고, 이후 댓글이 관리자에게 삭제된 것이 맞는지 다시 묻는 댓글 역시 삭제되었다. 이후 현재 본인이 담벼락에 올려놓은 ‘롯데백화점에서나 할 법한 갑질 시전해놓고, 외부충격으로 제정신 차리면 언론이 알아서 ‘멋진 회사’라고 포장해주니 마케팅팀이 얼마나 편하겠나-_- 번복에 의한 꽤 큰 금전적 손실? 애초에 나갈 돈을 뮤지션들에게 전가하려고 했던 거, 정상적으로 지불하게 된 건데 그게 왜 금전적 손실?’이라는 문구를 다시 한번 업로드하자 이 역시 삭제되었다.

   본인이 해당 비판 댓글을 게시한 것은 기사가 올라온 초기였고, 이후 비슷한 류의 비판 댓글이 호응을 얻자 다른 댓글들은 삭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과연 어떻게 판단해야 할것인가.

   4. 대안 언론과 애플

   일전에 또 다른 대안언론인 ㅍㅍㅅㅅ의 구독을 해제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ㅍㅍㅅㅅ가 종종 업로드하던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애플 옹호 기사들 때문이었다. 예컨대 ‘전 애플 디자이너가 말하는 애플 디자인의 4가지 신화’라는 기사(http://ppss.kr/archives/21311)는 컨텐츠로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수준이었고, 아예 애플팬을 자칭하면서 올라오는 기사 역시 한두 건이 아니었다. 이러한 무조건적 옹호는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분명히 벗어나 있었고, 이후 ㅍㅍㅅㅅ에 대한 이미지가 깎여나가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하기도 했다.

   슬로우뉴스의 이번 기사에 대해 비교적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 또한 그러한 맥락이다. 이진혁 위원은 과연 다른 기업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위와 같은 프레이밍과 사실 호도를 할 의사가 있으신가.

   5. 맺음

   슬로우뉴스가 지금까지 제공한 퀄리티 높은 기사들에 많이 감탄했고, 민노 편집장이 출연한 그알싫도 재미있게 들었다. 그럼에도 이번 기사는 비판을 가할 수 밖에 없다. 민노 편집장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보니 PC의 관점에서 ‘소녀’와 ‘뮤지션’ 같은 단어 선택에 대해 과도한 PC를 요구하는 것 아닌가 하는데, 본인은 소녀라는 단어의 사용 자체에는 그다지 태클 걸고 싶지 않다. 문제는 그 단어를 사용함으로서 발생하는 ‘사고의 틀’에 있다.

   혹시나 해서 덧붙이자면 본인은 HTC 센세이션에 이어 LG G2를 사용 중이고, 영화 을 개봉 당일 보았고, 컴에도 삼성 부품 쓰기가 싫어서 비싸도 다른 회사 거 쓴다-_-

9. Hong Yunjun 님께

   같은 내용으로 페이스북 개인 계정으로 올리신 글에도 댓글로 답했습니다만, 단순히 기사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있다는 이유로 댓글을 삭제하는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며, 앞으로도 있지 않을 일입니다.

   이는 필시 오해 혹은 단순한 착오거나 기술적인 오류일 것으로 보는데요. 모쪼록 오해라면 풀어주시기 바라고, 혹여 기술적인 오류라면 양해를 구합니다. ^ ^

10. 간만에 보는 명문입니다. 댓글 구구절절 설득력이 넘쳐나는군요.

11. 공감합니다. 골리앗에게 돌을 던진 소녀라니… 그만한 영향력이 있는 남성 팝스타였어도 이런 표현을 들었을지, 그리고 애플이 아닌 다른 회사 (예컨대 삼성) 이었더라도 이런 논조의 기사가 나왔을지 의문이네요.

12. 이 글 쓴 사람 상식적이라면 지금쯤 매우 쪽팔려하겠죠?
    님이 멋지다고 한 애플의 저작권료 지급 선회가 얼마인지 아시죠?
    곡당 0.002달러. 곡당 0.002달러.
    별이 3개도 아니고 소숫점이 3개다

13. 왜요, 말씀하신 대로라면 삼성이라 해도 똑같은 기사겠죠.

14. 무료기간 동안 뮤지션들에게 수익이 없다는 건 당연히 애플의 갑질이었고, 그런 애플이지만 누군가가 반발을 해서 바꾸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애플은 훌륭하다 판단받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처음에 무슨 생각으로 했을지는 잘은 모르겠지만(물론 손해를 안 보기 위함이었겠지만) 그래도 당장 철회하는 그런 모습, 다른 데서 보이기는 하나요? 꼭 우리나라 얘기를 들여야 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그런 모습 본 적이 얼마나 오래되었나 생각이 듭니다. 아니, 있었나?

    차라리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철회하는 멋진 모습’ 을 위해 처음부터 계산한 거 아니냐 하며 비판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갑질의 악랄함에는 비판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철회하는 그런 모습은 왜 안 보십니까?
    그 모습을 보신 적이 없어서 보는 법을 잊어버리신 건가요?

    그 외에 다른 분들 말씀에 제가 궁금한 건,

    하나. 꼭 삼성 얘기를 하시는데… 삼성 싫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어찌보면 삼성에 반감을 갖고있음을 보이면서 나름 애플에 호감을 보인다고 포장하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그럼 전 이 덧글로 애플에 호의를 보였으니 ‘애플 기기 세 대 이상 가지고 있습니다’ 하면서 애플빠 기질을 내보여야 하는 거군요? 아, 실제로 세 대 이상 가질 뻔 했는데(맥북 프로, 아이폰,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는 제겐 안 맞다 싶어서 처분했습니다. 일본 아이튠즈 매치 구독중이고요, 새벽에 iOS8.4 업데이트와 동시에 애플 뮤직도 손대보았습니다. 이런 ‘애플빠’ 로서 ‘애플의 갑질’ 이라는 말 하는 게 이상할까요?

    둘. 저작권료 말씀을 하신 분이 계신데, 애플이 그정도면 우리나라는 얼마나 되는거죠? 어느 정도길래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는 물론이요 구글 뮤직 런칭 소문조차 없는건지 좀 알려주시면 좋았겠네요.

    셋. 애플 얘기만 나오면 사회비판적 사고가 정지된다고요? 오히려 전 애플의 이 모습으로 우리나라의 기업가들, 요즘은 정부에 대한 사회비판적 사고가 더욱 더 활발해졌습니다.

15. 어찌되었건 글은 잘 읽었습니다 :)

16. 좋은지적인것 같습니다. 권위나 명성에 불필요하게 영향을 받지않겠다는생각을 늘상하여도, 은연중에 머리속의 사고는 쉽게 휩쓸리기 마련인데, 매우 명확한 지적입니다. 컨텐츠를 제작하는 기자들의 문화내에서도 관성이되어버린 위에서 지적한 부적당한 ‘프레임’ , 아마 아차 싶지않을까요. 슬로우뉴스는 그래도 좋은대안매체에요. 그리고 뉴스타이틀이 자극적인것은 독자가 그것에더 클릭빈도가 높기때문이라는측면도 있겠습니다.

    타일러스위프트의 글에서 느껴지는 ‘당신들의 정책에는 반대하지만 우리는 협력이 가능한 잠재적 동반자’라는 생각을 읽을수 있는 부분을, 많은 한국인터넷 댓글들에서는 찾아볼수없을때가 많습니다.

    ‘반기’ ‘갑질’ 다분히 거칠고 폭력적이고 억압을 연상시키고, 그냥 듣기지겨운단어인데, 이런현상도 이런 단어와함께 사라져갔으면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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