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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언론은 어떻게 가짜뉴스에 대응하고 있을까. 지난 9월 한국 기자들과 함께 프랑스 파리를 찾아 프랑스 언론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저널리스트를 만났다. 이 글은 한국 기자들과 함께 진행한 여러 인터뷰를 정리한 글 가운데 하나로, 특히 프랑스 언론의 팩트체킹 방법론에 중점을 둔 인터뷰다.

‘데장톡스(Desintox)’는 2008년에 시작된 ‘리베라시옹’의 팩트체크 서비스로 6명의 저널리스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로 프랑스 정치인들의 발언을 집중적으로 검증한다. 또한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 운영하는 채널인 ARTE의 프로그램 ’28분(28minutes)’에서 애니메이션 형태로 팩트체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2017년 9월, 프랑스 파리 
  • 인터뷰이: 뱅상 꼬꺄즈 (Vincent Coquaz, 데장톡스 팩트체커)
인터뷰이와 필자(진민정)
뱅상 꼬꺄즈와 필자(진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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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장톡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6명의 저널리스트들이 팩트체킹 서비스에 종사하고 있다. 매일 아침에 라디오 정치 프로그램이나 주요 TV 채널에서 방송되는 정치인의 모든 발언을 듣고 그 내용을 검증한다.

대다수 기사는 유사한 형식을 띤다. 정치인의 발언 중 틀린 발언을 찾아 잘못되었음을 알리고, 그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기사는 두 부분으로 분류된다. 독소(Intox)/해독(Desintox), 즉 정치인의 발언과 그에 대한 팩트체킹을 싣는다.

리베라시옹은 대선 기간에 팩트체킹팀을 강화했고, 이를 위해 대선 특별팀을 마련했다. 나는 그런 계기로 데장톡스에 합류했다. 프랑스에서 대선은 너무나 중요한 데다 이 기간에 특별히 엄청나게 많은 정치인의 발언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6~7개월 동안 새벽 2시쯤 귀가해야만 했다. 이 기간 동안에는 거의 12시까지 정치 토론이 지속되고, 이후 이를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리베라시옹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각인되기 이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정치인들의 잘못된 발언을 부정하고,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자 했다.

데장톡스 http://www.liberation.fr/desintox,99721
데장톡스 

= 대선 후에도 데장톡스의 활동이 이어졌나?

그렇다. 데장톡스는 2008년에 만들어진 서비스다. 대선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오히려 팀이 더 강화됐다. 데장톡스의 특성이 있다면 루머나 가짜 뉴스보다는 주로 정치인의 발언을 검증하는 것에 집중하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대선 기간 동안 쏟아진 정치인의 공약이나 발언 검증은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대선 기간 동안 1차 선거에서는 11명이라는 많은 대선 후보자의 토론이 있었고, 2차 선거에서는 엠마뉘엘 마크롱과 마린 르펜의 토론이 있었다. 당시 르펜은 스무 개가 넘는 상당한 거짓 발언을 쏟아냈고, 우리는 이를 검증했다. 이러한 검증은 때로는 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데장톡스를 실시간 팩트체킹을 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르펜이 쏟아낸 거짓 발언들 중 확실히 검증된 발언들을 기사화했다. 당시에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먼저 트위터를 통해 검증된 내용을 간략하게 전달하고, 그 이후 사이트에 구체적인 맥락과 함께 종합적인 내용을 실었다.

= 만약 정치인의 발언이 거짓으로 드러난 경우, 어떤 단어로 기사에 표현하고 있나?

우리는 독소(‘intox’), 해독(‘desintox’)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거짓이라는 단어를 가급적 피한다. 왜냐하면 ‘거짓(mensonge)’이라는 단어는 조금 복잡하기 때문이다. 거짓은 발언을 한 사람이 거짓임을 알고 발언을 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그런 고의성을 갖고 있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는 힘들다. 그러기 때문에 잘못된 발언을 반복한다거나 하는 것처럼 고의성이 느껴지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 단어는 피한다. 그리고 그런 단어를 쓸 때에도 거짓이라는 표현보다는 허위사실(fausse informa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 대선 후보가 많다보면 아무래도 지지율이 높은 특정 후보들의 발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데장톡스는 아이템 양을 어떻게 조절하고 있나?

기사량은 후보자의 중요성이나 지지율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1차 선거에서는 11명의 모든 후보자를 다뤘지만, 이 중 4~5명의 주요 후보자, 즉 지지율이 높은 후보자의 발언을 중심에 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차 선거에서는 당연히 마크롱과 르펜의 발언이 주요 검증 대상이었다.

마크롱과 르펜
마크롱과 르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자에게 집중한다. 예를 들어, 프랑소와 피용은 후보를 사퇴하기 이전까지 엄청난 주목을 받았는데 그러나보니 언론을 통해 그의 발언이 쏟아졌다. 그러면 우리는 그의 발언에 집중해서 검증할 수밖에 없다.

= 데장톡스팀 구성원들은 모두 저널리스트인가?

이들은 모두 저널리스트다. 그리고 때때로 우리는 인포그래픽 전문 저널리스트와 함께 협업을 하기도 한다. 리베리시옹 기사들 중 가장 많이 읽히는 기사가 바로 데장톡스 기사다. 또한, 리베라시옹 지면에 데장톡스 섹션이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기사는 싣기도 한다. 지금은 일주일에 1~2건 정도 실리는데 곧 종이신문에도 데장톡스 섹션을 마련할 계획이다.

= 르몽드도 그렇고 다양한 매체들이 팩트체킹하고 있다. 경쟁력을 위한 특별한 전략이 있나?

보통은 주요 사안에 대해 먼저 팩트체킹한 경우 경쟁에서 우위를 갖게 된다. 그러나 대선 기간 동안에는 너무나 많은 발언이 쏟아져나왔기 때문에 르몽드도 리베라시옹도 팩트체킹 서비스는 인기를 끌었다.

르몽드처럼 데장톡스는 리베라시옹의 탐사보도팀과 함께 일한다. 팩트체킹팀은 아무래도 다양한 문서들에서 주요한 정보를 찾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데장톡스팀은 ‘마크롱 리크스’에 대해 탐사보도팀과 함께 작업을 했다. 마크롱 대선캠프의 메일이 해킹을 당한 사건이었는데,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문서를 살펴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선기간에 우리는 크로스체크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 데장톡스만의 독특한 팩트체킹 방식이 존재하나?

데장톡스는 프랑스 주류 매체들 가운데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팩트체킹팀이다. 데장톡스와 다른 매체의 팩트체킹 서비스와 다른 것이 있다면 데장톡스는 팩트체킹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종종 탐사보도팀과 협업을 하지만, 그 협업도 팩트체킹을 통한 협업이다. 또 다른 특별한 점은 우리는 정치인의 발언을 검증하는 일에 주로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데장톡스팀은 3~4시간 동안 정치인들이 등장하는 라디오나 TV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면서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확인하는 일로 아침을 시작한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이상하다고 생각되거나 말이 안 된다는 생각되는 발언들, 확인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발언들을 받아 적는다.

그 이후 모두 모여 회의를 통해서 어떤 발언을 다룰 것인지, 누가 무엇을 확인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누구는 마린 르펜의 이민에 대한 발언에 대해 통계자료를 확인해본다든지, 누구는 마크롱의 어떤 발언을 검증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되는 가짜 뉴스나 루머는 다루지 않는건가?

그것도 다루기는 한다. 그러나 아주 적게 다룬다. 그 조차도 정치적인 사안과 연관성이 없으면 다루지 않는다.

소셜미디어의 루머 등은 다루긴 하지만 아주 적게 다룬다.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되는 가짜 뉴스나 루머 등은 다루긴 하지만 아주 적게 다룬다.

= 기사를 내보내기 전에 관련 정치인에게 확인을 하지 않나? 반론권은 보장하지 않는 것인가?

프랑스에서 반론권은 ‘일단 기사가 실린 다음에’ 명예훼손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에 보장한다. 기사가 나가기 전에 반론권을 보장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다. 만약 TV 대선 토론처럼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발언한 경우에는 그 발언 자체로 충분하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그의 발언을 들을 수 있었으므로 그 발언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 이 경우에는 정치인들에게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내보낸다. 그러나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떤 의도로 한 발언인지를 확인한 이후에 내보낸다. 이 경우에는 우리가 그의 의도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안다. 그러므로 구체적으로 자신이 어떤 맥락에서 한 발언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가 말한 그 문장 자체로 충분하다. 그러나 정치인이 아닌 경우, 예를 들어 어떤 단체의 회장이라거나, 샐러리맨이거나 이런 사람들은 정치적인 발언에 능숙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런 사람이 어떤 발언을 했을 때는 정말 그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과 다르게 말을 할 수도 있고, 더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그 사람에게 연락을 취해 확인하고 기사를 내보낸다.

대선 프로그램과 같은 경우는 후보자들에게 직접 연락하지는 않았지만, 각 캠프 대변인이나 보좌관들에게 연락해서 확인한 후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 데장톡스의 활동이 시민들에게 비판적인 뉴스 해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 말고도 정치인들의 태도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는가? 

우리의 활동이 정치인의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치인들은 언제나 거짓말을 해왔다. 그들이 거짓 약속이나 발언을 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들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요한 건 정치인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치인의 발언을 마치 사실인냥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발언을 검증하고 독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저널리스트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선 기간 동안 수많은 독자가 데장톡스의 기사를 보기 위해 리베라시옹 사이트를 방문했다. 우리는 독자가 정치인의 발언이 거짓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근거를 제시했다. 이런 작업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 믿는다.

이제까지 미국의 많은 매체들이 팩트체크를 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가 거짓말을 멈추지는 않는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거짓말을 할 것이다. 반면, 그의 발언이 진실한지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와 제대로 된 근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트럼프가 아무 말이나 하도록 내버려두는 꼴이다. 정치인의 발언을 무작정 받아쓰는 것이 아니라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것, 거짓 발언이라고 알려주는 것, 이것이 중요한 저널리스트의 역할이다.

DonkeyHotey, Donald Trump, CC BY SA https://flic.kr/p/BF3pUX
미국의 많은 매체가 팩트체크해왔지만, 트럼프는 앞으로도 계속 거짓말을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치인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DonkeyHotey, “Donald Trump”, CC BY SA

= 데장톡스의 작업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무엇인가?

가장 많이 읽힌 기사는 대선 토론에 대한 검증 기사다. 4~5번 정도 토론이 있었으니까 4~5개 가량의 기사가 나갔다. 반면, 가장 많은 반응을 불러일으킨 기사는 이민에 대한 기사다. 왜냐하면 이 주제는 너무나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민에 관한 기사는 데장톡스에서 자주 다루는 기사다. 너무나 많은 거짓 정보들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던 기사는 어떤 주제를 다룬 기사인가?

‘마크롱 리크스’에 대한 보도가 가장 시간이 많이 걸렸다. ‘마크롱 리크스’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마크롱의 회계 담당자의 모든 메일이 해킹당한 사건이다. 2차 선거 전 어느 금요일 밤에 수천 건의 메일이 해킹을 당했는데, 누군가는 그 메일 중 마크롱이 마약을 즐긴다는 내용이 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와 관련된 수많은 가짜 뉴스를 검증하기 위해 수천 건의 메일을 꼼꼼히 확인해야만 했다. 내 생각에는 6~7천 건 가량의 메일을 열어 확인했던 것 같다.

= 이민 문제에 민감하다고 했는데, 이민자들에게 적대적인 사람들은 어떤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나?

이민자의 숫자를 부풀리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몇 백만 명이 최근 들어왔다거나. 그런데 알고 보면 많아야 몇 십만가량인데도 말이다. 혹은 이민자에 대해 단순한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흑인이 몇 십년 전 저지른 범죄를 최근 대선 기간 동안 프랑스에 들어와 일으킨 범죄라고 한다거나.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별별 거짓 정보들이 유통되고 있다.

= 저널리스트들이 현장 취재를 한다거나 탐사보도를 하는 경우는 없나?

우리의 작업은 대학 연구자들처럼 조사하거나 통계 전문가들처럼 수치를 만드는 일은 아니다. 전문가의 자문이 필요하면 그들에게 문의하면 된다. 실업률의 경우처럼 우리는 이런 조사를 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반면 데이터저널리즘은 우리의 작업이다. 우리는 수치를 만드는 일을 하지는 않지만,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일을 한다. 예를 들어 마크롱 지지자들은 누구인지, 정치성향은 무엇인지, 어디에 사는 사람들인지, 직업은 무엇인지 등을 조사해서 시각화하는 작업 같은 것이다. 이 작업은 팩트체킹이라기보다는 인포그래픽에 해당하는 일이다. 그러나 목적은 언제나 사실을 밝혀내서 정치적 토론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토론 대화 사람 시민

= 미국의 경우는 피노키오의 코를 이용해서 거짓이면 코가 늘어난다거나 하는 방식을 쓴다. 이와 유사한 방식은 사용하고 있지 않나?

우리는 그런 방식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사실이 아닌 거짓 정보나 거짓 발언만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피노키오의 코를 이용한다거나 거짓 혹은 참이라는 표현으로 정보를 규정할 필요가 없다.

거짓인 줄 알았는데 사실에 기초한 발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 그 기사는 아예 다루지를 않는다. 데장톡스의 기사들은 거짓을 바로잡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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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언론의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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