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총파업 및 관련 보도 타임라인 (편집자).
· 파업 가능성이 처음 알려진 건 3월25일부터다.
· 3월25일에 경향신문과 세계일보, 국민일보 등이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28일 총파업을 예고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미 이때 26일 조합원 찬반 투표와 27일 조정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는 내용까지 보도됐다.
· 26일에는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한겨레 등이 “찬반 투표가 98.3%로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 27일에는 문화일보와 세계일보, 내일신문 등이 “오후 2시30분부터 사측과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 27일 저녁에는 경기도청이 “서울시 시내버스 파업으로 서울 통근 통학의 불편이 예상된다”는 안전 안내 문자를 내보냈다. 서울시가 “원만하게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해명했고 이때까지만 해도 대부분 언론이 단순 인용 보도에 그쳤다.
· “협상 중”이라는 보도를 넘어 4시부터 파업에 돌입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건 SBS가 거의 유일했다. 이때는 이미 0시33분이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9차례 교섭을 진행했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라 최종 결렬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였다. 노조의 요구는 12.7% 임금 인상과 호봉 제도 개선 등이다. 사측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2.5% 인상안을 제안했다. 더팩트도 0시51분, “파업 초읽기”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 협상이 최종 결렬된 건 다음날인 3월28일 오전 2시를 넘긴 시각이었다. 첫 보도는 2시13분 뉴스1 보도였다. 일간 신문 가운데는 조선일보가 2시20분 “서울 버스, 결국 멈췄다”고 내보낸 게 처음이었다.
· 노사 협상은 3월28일 오후 3시 타결됐다. 곧바로 전 노선의 운행이 정상화했고, 28일 새벽 4시부터 시작된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은 11시간만에 종료됐다.
· 쟁점은 시급 인상률이었다. 노조는 12.7% 인상, 사측은 2.5% 인상을 주장했는데, 결국 4.48% 인상, 명절수당 65만 원 지급에 노사가 합의했다.
오늘 아침 갑작스러운(?) 서울 시내버스 파업으로 많은 시민이 당혹함 속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어떻게 파업이 하룻밤 새에 실행될 수 있을까요? 언론의 환경감시 기능 부실 혐의가 짙습니다. 이미 노조는 협상 결렬 후 파업을 예고했고 어젯밤이 마지막 협상이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언론들은 시민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리 알려주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실제적인 파업 가능성 자체를 인지하기 어렵게 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돼서야 부랴부랴 당황하는 시민들 모습을 스케치하느라 바빴지요.
재난주관 방송사인 KBS는 어제(2024.03.27.수) 9시 뉴스를 총선 뉴스로 도배한 뒤, 벚꽃 축제 소식에 이은 23번째로 서울 시내버스 파업 예고 기사를 단 ‘세 줄짜리 단신으로’ 내보냈습니다. 끝에서 두 번째였죠. 윤 대통령이 ‘용기 있는 사람들 상’이란 걸 받은 소식을 이보다 앞선 15번째에 배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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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의 이런 부실 보도는, 사영방송 SBS가 벚꽃 뉴스를 10번째로 앞에 두었지만 그나마(?) 20번째로 현장 연결로 쟁점과 수송 대책을 알려준 것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다만, MBC는 이 소식을 뉴스 앞부분인 7번째로 배치, 현장 연결로 보도하며 교통 대책까지 보도했습니다. 다만, 내일 파업 가능성이 있으니 출근길 준비에 유의하라는 더 강한 경고를 했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
오늘 아침 16면에 배치한 동아일보 외에 한겨레, 경향, 조선 신문에도 파업 예고 기사는 없었습니다. 사후적 스케치만 온라인으로 보내고 있네요. 오늘 저녁 뉴스엔 ’시민 혼란‘을 제목으로 서울시를 비판하는 뉴스가 나올 것입니다. 재난을 예방하고 경고하는 것이 재난 보도의 1차 역할이지 사고 현장을 중계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데스크 등, 뉴스 편집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혹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회사 차나, 자기 차로 출퇴근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언론이 서민의 삶과 유리될 때, 자신들이 관심 있는 일만 보도하게 됩니다. 총선 보도도 시민 삶에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혹시 데스크 자신들의 관심사라서 그렇게도 비중 있게 보도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총선과 의정 갈등에 자원을 몰빵(?)하는 사이 더 큰 나쁜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지 걱정되기도 합니다.